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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4 눈 내리는 고궁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차향 2
  2. 2016.10.03 오늘은 커피 대신 차(茶) 1

지난 주 토요일 오후, 한국문화정품관 4층에서 티쿱스토어가 주최하는 발효차 교육 2강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귀하고 맛있는 차를 먹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갔습니다. 사실 밤잠을 설친 뒤라, 조금 피곤해서 걱정했는데요. 그래도 차를 마시는 동안 피곤함이 해소되는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피곤해서 몸의 반응이 둔하긴 하더군요. (원래 보이차를 마시면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곤 합니다)


오늘은 반발효차인 우롱차(오룡차)와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집중적으로 마셨습니다. 우롱차의 한 종류인 '대홍포(大紅袍)'도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중국 복건성의 무이암산에서 난다고 해 '무이암차'의 일종으로도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차예사 선생님께서는 대홍포라는 이름의 유래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중국의 어느 서생이 장이 굳는 병에 걸려 고생했는데 마침 무이암산에 위치한 한 사찰에 들렀다가 스님이 우려준 차를 마시고 씻은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훗날 그 서생은 관리가 됐는데, 마침 황후가 자신과 똑같은 병에 걸렸던 겁니다. 어의들도 손을 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이 마신 차를 진상했더니 황후도 씻은듯이 병이 나았다고. 기쁜 황제는 말단 관리였던 그를 당상관의 반열에 올렸고 홍포를 하사합니다. 홍포는 붉은 비단옷으로 고위 관리만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우연히 만난 스님 덕분에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답례를 하기 위해 사찰을 찾았지만, 이미 스님은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사찰 한 켠에 스님이 심어놓은 차나무에 자신의 홍포를 걸어줬다고 합니다. "너 덕분에 내가 출세했다"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그 차는 대홍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런 고사들을 들을 때마다 참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듣고 마시면 차맛이 더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기분 탓이겠죠 ^^


1959년에 채취한 오래된 노차도 맛봤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1959년생이시니 굉장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인 셈이죠. 이어서 보이차들도 차례대로 맛봤습니다. 이번에 티쿱스토어에서 기획상품으로 개발한 '지유복천차'도 맛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보이차에 각종 한약재를 조합해 만든 건강차(양생차)라고 합니다. 가격이 좀 후덜덜하긴 한데, 몸에 좋다고 하니 탐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오늘은 일단 시음으로 만족하는 걸로... ^^;



교육 중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마침 수업장소인 정품관이 창덕궁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가, 4층 건물이라 그런지 창덕궁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궁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려니 운치 있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차예사 선생님의 말을... 대부분 한 귀로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ㅠ.ㅠ 그 풍경에 자꾸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더군요.



아무튼 오늘도 귀한 차 실컷 마시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유명차 종로점에 들러 원미소타 한 봉을 추가로 샀습니다. 이거 차맛을 한 번 들이니 자꾸 지갑을 열게 되는군요. 평생 좋아하는 차를 실컷 마시려면 역시 돈부터 벌고 봐야... 흑흑... ㅠ.ㅠ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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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사부님이 하도 보이차 예찬을 하셔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차회'란 모임에 따라가봤습니다. 말그대로 차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는 일종의 번개인 셈입니다. 장소는 늘 '지유명차'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보이차를 정식으로 수입한 곳이라고 하는데, 사부님 말로는 국내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여기만 가면 적어도 가짜 보이차를 먹을 일은 절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인사동에 있는 지유명차 인사점에 가서 점장님이 우려주시는 차를 1시간 정도 마셨습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차를 1시간이나 마셔"라고 하겠지만, 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1시간 이상 차를 계속 마시더군요. 일단 차 자체가 계속 우러나기 때문에, 아까워서라도 한두 번 먹고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일 저렴한 '원미소타'라는 품종이 250g에 35,000원씩 하는데, 부자가 아닌 이상 한 번 먹고 버릴 사람은 없죠. 더욱이 계속 우러난다고 해서 맛과 향이나 효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마니아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회 우려 마십니다.


저도 그래서 친구들 데리고 찻집 가서 저렇게 계속 차를 우려주면 "물배 차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두 손, 두 발 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여기 점장님 말로는 "차를 계속 마셔서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까지 계속 마셔야 한다"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긴 하는데... 


아무튼 좋은 차를 마시면 정말 몸에서 반응이 오긴 합니다. 지금까지는 "굳이 차에 큰 돈 들일 필요 있나"하는 마음에, 가장 저렴한 '노동지 보이차'만 줄기차게 마셔대다가, 친구가 우려준 원미소타 한 잔에 금세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저렴한 보이차는 아무리 마셔도 몸에서 반응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보이차는 마시면 땀이 나는 등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나더라고요. 저야 이런 단편적인 증상만 느껴봤을 뿐인데, 오늘 차회 참석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매일 꾸준히 마시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타나는데, 몸의 독소가 빠져나오기 시작한다는 증거"라고도 하고 "척추를 따라 열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하네요. 단, 매일 꾸준히 마셨을 경우라고 합니다.


아무튼 원고료도 이제 들어올 예정이고,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몸 생각해서 마시는 차인데 돈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원미소타 한 봉지 들여왔습니다. 이게 그래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더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돈부터 벌고 봐야겠네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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