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브런치는 다음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오픈형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사실 블로그와 뭐가 다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만들고 쓸 수 있는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내부 심사를 통해 선발된 '작가'들에게만 글쓰기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고료를 주는 건 아닙니다. 매체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제 글을 널리 알리는 게 커리어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심사를 위해 글 한 편을 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기존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해왔던 서평을 하나 골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료가 부족하다'며 떨어뜨리더군요. 오기가 생겨서 기존에 쓴 글들을 몽땅 모아 보냈더니 그제야 선발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글 쓰는 지적노동도 육체적 노동 못지않게 무척 힘든 일이라,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또 따로 글을 쓰고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원고료를 주는 <오마이뉴스>에 계속 서평을 기고하면서 그 글을 브런치에 중복 게재하는 식으로 운영해볼까 합니다. 브런치는 제 글을 홍보하는 부가 수단으로 삼는 셈이죠. 


부족하지만 제 글을 함께 읽고 서로 소통하고 싶은 분들은 브런치를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브런치 링크: https://brunch.co.kr/@heigun

'일상 > 근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학기 성적표  (2) 2017.12.27
2018년 새해 목표 수립  (1) 2017.12.25
독립기념관 '나라사랑 역사탐방단' 선발  (2) 2017.05.12
블로그 활동이 뜸한 이유 (+근황)  (1) 2017.03.19
정말 열 받는군요.  (2) 2017.03.06
Posted by 가베치
,

제목: 서평 쓰는 법

저자: 이원석

출판사: 유유

출판년도: 2016.12.14

가격: 10,000원


작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꾸준히 기고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서평은 전문 분야도 아니고, 누군가의 책을 함부로 평가할 만큼 내공이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유난히 힘든 활동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제가 쓴 서평들이 높은 등급으로 자 메인 배치된 덕분에 떠밀리다시피 서평단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서평단이 되면 일주일에 두 권씩 신간 서적을 받아보는 특권이 있거든요. 책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난한 학생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그래서 늘 서평 쓰는 것을 힘들어하면서도 차마 멈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쓰고 힘들어하고 쓰고 힘들어하고를 무한반복 중입니다.


어차피 꾸준히 서평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정말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히는 게 맞습니다. 사실 서평 쓰기에 대한 기본적인 스킬조차 없이 제멋대로 쓰다보니까 때론 제 스스로 제 글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고, 스스로도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서평 쓰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보고자 집어들게 된 책입니다.


일단 책이 굉장히 얇습니다. 페이지도 16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이고, 책 자체도 작습니다. 이렇게 얇고 작은 책, 더욱이 종이조차 재생종이를 활용해 금세라도 찢어질 듯한 연약한 책인데 책값은 일반적인 책과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버라도 튼튼했다면 그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을텐데 말이죠.


다만 내용은 꽤나 알찬 편입니다.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미리 설명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 구체적으로 서평을 쓰는 법, 좋은 서평의 예와 나쁜 서평의 예 등을 알차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서평들을 다시 훑어볼 때마다 단순한 책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어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지만, 저자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요약은 깔고 들어가는 게 맞다"고 해서 다소 위안이 됩니다. 다만 요약만 존재한다면 그건 정말 책 소개에 불과하고, 반드시 서평가 자신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서평이란 기본적으로 책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평도 있을 수 있지만, 나쁜 평도 있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지금까지 대부분 그 책을 소개하면서 공치사에 가까운 평들만 남겼습니다. 물론 그 책을 깔 만큼 내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실력 없는 사람이 어줍잖게 비판하려 들었다간 되레 깡통 소리만 듣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인지할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자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가혹하리만치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평의 목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책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책들은 거를 수 있도록 거름망 역할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어느 서평가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나는 이 책을 모두 내다버렸다", "행여나 쓰레기통에서 주워다 누군가 읽을까봐 갈기갈기 찢어서 버렸다"는 등의 독설을 남겼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그렇게 독설을 할만큼 책을 읽으며 불만을 가져본 경험이 그닥 없고,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예인데, 책이 아닌 영화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평을 올렸다가 제대로 한 번 데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영화평론이야 독설도 포함되니까요. 그러나 제 스스로 다른 사람의 비난을 수용하거나 무시할 정도의 깜냥이 안되다보니 후폭풍이 두려웠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선 나도 욕 먹을 각오를 깔고 들어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훌륭한 서평가의 조건에는 한참 못미치는 듯 합니다.


서평을 쓰는 스킬에 대해서도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 깊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서평가로서의 마인드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공치사에 가까운 형식적인 서평, 단순 책 요약에 치우치는 서평을 하고 있던 건 아닌가 스스로를 계속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당장 다음에 쓸 서평이 훨씬 멋드러지게 잘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글을 쓸 때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바를 바탕으로 제 서평에 뭐가 부족한지 계속 고민하면서 퇴고를 해야겠죠.


PS.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제일 마음 편합니다. 마음이 편하니 문장도 잘 뽑힙니다. 솔직히 공식적인 매체가 아닌 개인 공간이다보니 어떻게 쓰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제 편한대로 쓰다보니 글 쓰는 게 부담이 없죠. 매체에 담을 땐 퇴고도 여러 번 해야하고, 공적인 매체다보니 독자들의 반응들도 고려해야하고, 표현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야하고, 때론 제 주장에 따른 자료조사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보다 매체 글쓰기가 훠얼씬 힘든 게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매체에 글을 쓰게 되느냐도 글쓰기 스타일이나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듯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

기사 링크: http://omn.kr/m1ap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 및 서평은 링크를 참조)


이번에 출간된 <동경삼재>를 읽었다. 동경삼재(東京三才)는 일본 동경(도쿄)으로 유학 간 조선인 유학생들 중 세 명의 인재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바로 당대 문필가로 이름을 날렸던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를 뜻한다.


3.1운동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독립을 부르짖었던 최남선과 이광수는 1920년대 이후 친일의 길을 걸었고, 1940년대에는 동포 청년들에게 전선으로 나가 천황을 위해 죽을 것을 독려했다. 지조를 지킨 이는 홍명희 한 사람 뿐이었다.


해방 후 홍명희는 월북하고, 최남선과 이광수는 반민특위에 체포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나왔다. 기회를 놓칠세라 그 둘은 스스로의 반민족행위를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제 몸을 팔아서 아버지의 고난을 면케 하려는 심청의 심경밖에 있을 것이 없었다. 다른 친일파는 어떠한지 몰라도 내가 하려는 친일은 돈이나 권세나 명예가 생기는 노릇은 아니었다. (…중략…) 민족을 위해서 산다고 자처하던 나로서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 이광수, <나의 고백>


"내가 친일파인가 아닌가는 나의 저서가 굉장히 잘 팔리는 것으로 보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 최남선


해방 후 이들이 내뱉은 정교한 변명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들이 한때마나 민족지도자랍시고 독립만세운동을 독려하고 청년들에게 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단 말이던가. 뻔뻔하기까지 한 저들의 행태를 보며 오늘날 양심을 잃고 표류하는 지식인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들을 단죄하지 못한 역사가 오늘날 지식인들의 변절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