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권을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무예24기 수련을 안하다보니 요새 관심이 부쩍 줄어들었네요. 오랜만에 유튜브 서핑하다가 새로운 영상이 하나 올라왔길래 공유합니다. 대충 훑어보니 뻔한 내용인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무예24기에 대해 모르는 이들에겐 어떤 무술인지 잘 설명해주는 영상인 듯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무예24기는 무술적 가치보다는 문화콘텐츠적 가치로 승부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는 이만한 상품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태권도에 비해 다양한 병장기가 등장하니 훨씬 화려하고 역사성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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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베기용 대나무가 몇 개 생겨서, 베기다이에 꽂아놓고 찌르기와 베기 연습을 좀 했습니다. 


창 찌르기는 표적 없이 허공에다 찌르는 식으로만 연습하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찌르는 연습을 할 수가 없지요. 실제로 대나무 세워놓고 찔러보면, 정확하게 표적을 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날 세우지 않은 창끝으로 두꺼운 대나무를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힘도 있어야 하고, 정확성도 있어야 합니다. 저도 몇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정확하게 대나무 중앙에 박혀서, 창날이 반대쪽으로 꿰뚫었을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더군요.


아울러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대나무를 갈겨베기 해봤는데. 몇 번의 시도에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검술 하시는 분들 시범하는 거 보면 대나무나 짚단을 뭉텅뭉텅 쉽게 베시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기술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안 베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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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24기란 정조의 명을 받은 실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무예의 달인 백동수가 1790년에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의 24가지 무예를 말합니다. 「무예도보통지」는 조선 전래의 무예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우수한 무예를 적극 수용하여 '24기(技)'로 정리한 무예교범서로서 부국강병의 실학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을 완료한 정조는, 이 책을 당시 중앙 오군영(훈련도감, 총융청, 수어청, 금위영, 어영청)에 보급하여, 군영마다 제각각이던 군사들의 기예를 통일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조선은 강력한 중앙집권 시스템이 확립된 탓에, 무예를 지도하는 별도의 무관(武館)이 존재하지 않았고, 아버지나 장인어른 등 무관직을 지낸 어른들로부터 무예를 전수받는 문화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무벌가문이 형성되었고, 가문마다 전해져오는 기법들도 제각각이었을 거라고 합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역시 장인어른이 무예 스승이었다죠. 그래서 옛 기록을 살펴봐도, 군영마다 무예의 명칭부터 제각각입니다. 동작들도 제각각이었겠죠.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정조는 무예의 명칭을 통일하는 동시에, 실제 동작들도 통일하기 위해 「무예도보통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정조 본인의 호위를 위해 창설했던 특수부대 '장용영(壯勇營)'에도 「무예도보통지」를 보급하였지요. 무예24기로 단련된 장용영 군사들은, 당대 최고의 호위무사들이었을 겁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대통령 경호원' 격이랄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조상들은 무예를 보존해야 할 하나의 전통문화로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갑작스러운 개화의 물결로 인해 급진적으로 군 개혁이 이루어지면서, 무예24기는 역사의 물결 속에 사라져버리고 말았죠.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암흑기(일제강점기와 6.25 등)가 워낙 길었던 탓에, 전통무예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못했죠.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경당, 십팔기를 비롯한 여러 전통무예연구단체들이 복원을 시도했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복원 스타일에 따라 유파를 형성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무예24기 한양류의 경우는 경당-무예24기보존회의 계보를 이은 단체로, 보존회의 해석과는 달리 자체 해석으로 복원한 기법들도 상당합니다. 복원무술이다보니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긴 합니다. 타 유파의 기법 중에 차용할 만한 것들은 적극적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짜깁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복원무술이 안고가야 할 한계라고 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가지 않는 이상 '100% 원형복원'은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노력을 하다보면 '무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봅니다.


이 홍보 영상 속에 등장하는 무예24기 시범단원들은 현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 소속으로, 매일 같이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주 화~일요일 오전 11시에 신풍루 앞에서 무료공연을 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구경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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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해가 지날수록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 같다. 특히 올해 여름은 5월 말부터 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6월 중순에 이른 지금은 벌써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다가올 7, 8월 삼복더위는 어찌 견딜 수 있을는지... 체질적으로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튼 여름철은 수련하기가 참 안 좋은 계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엔 추워도 껴입고 운동하면 되고, 운동하다보면 금세 몸이 데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련하기 좋다. 


하지만 여름에는 다 벗고 수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위 탓에 기운이 빠지고 온 몸이 나른해져 수련하기가 쉽지가 않다. 겨울철에는 관절이 굳어서 부상의 위험이 크다면, 여름철은 관절의 부상보다는 내기(內氣)가 손상될 우려가 매우 크다.


옛날 장용영 군사들은 촉한음서(觸寒飮署)라고 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더위를 먹어가며 무예 수련을 했다고 하지만, 그건 목숨을 걸고 임금을 지켜야 하는 군대였으니 그런 거고... 평생 촉한음서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살고 일찍 죽거나, 늙어서 병으로 고생할 우려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삼복더위에도 쓰러질 정도로 수련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당장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 혹은 무림제패를 꿈꾸는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려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취미로 무술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수련을 하다간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금세 관두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여름엔 수련을 하면 안될까? 그건 아니다. 아무리 더워도 몸을 계속 움직여줘야 한다. 수련은 1년 365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름철 수련은 본인의 몸 상태에 맞게 그 양을 조절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 수련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그 많은 양을 소화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질려서 수련을 아예 거르게 될 확률이 높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무예 수련을 해왔는데, 요즘 들어 바쁘기도 바쁘거니와 날이 덥다보니 금세 몸이 피로해지고 귀찮아져서, 수련을 하루 이틀 거르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오늘도 저녁 먹기 전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가볍게 수련을 해줬다. 수련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름철엔 계절에 맞게끔 내가 수련양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부님도 종종 말씀하시길, "여름에는 무리하게 운동하면 내기가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외적으로 활발하게 하는 운동보다는 정(靜)적인 수련을 위주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더운 날씨에,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위를 먹을 위험이 크다. 건강해지기 위해 무술 수련을 했는데,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이다.


오늘도 그래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발차기도 허리 아래로까지만 천천히 차고, 주로 참장(입선)과 같은 내공 수련을 위주로 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칼쓰기. 오른쪽 어깨가 완치될 때까지는 왼쪽으로만 칼을 쓰라는 사부님의 충고에 따라, 보법 연습과 병행하여 왼손 칼쓰기 수련을 했다.


앞으로 다가올 7.8월 더위와 어찌 싸울지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름이 다가올 때는 항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도, 또 어떻게 잘 극복해왔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6년이다. 올해도 정신없이 바쁘게 수련하고, 놀고, 공부하고, 일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시원한 가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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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예24기 뮤지컬 '관무재' 공연포스터 - 출처: http://www.muye24ki.com/)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오는 29일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뮤지컬인 '관무재(觀武才)'를 공연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관무재란 무엇일까요? 한자를 풀어보면, '볼 관(觀)+무재(武才: 무예 재주)'가 되는데 말그대로 '무예 재주를 본다'라는 뜻이 됩니다. 즉, 관무재란 조선시대에 최고 통수권자였던 임금이 친림한 가운데 시행했던 무과시험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관무재는 임금의 명령으로 열리는 특별한 무과시험이었으며, 이때는 전국 팔도에서 날고 기는 한량이나 이미 관직에 있는 무관들까지도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했다고 합니다. 평소 얼굴도 보기 힘든 임금님 앞에서 열리는 시험이었으니, 이번 참에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어 임금님 눈에 들어, 좋은 자리 한 번 꿰차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았을까요?



(사진: 2013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무예24기 시범 공연 당시 촬영한 사진)


하여간 조선시대 무과시험인 관무재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번 뮤지컬 공연은 수원시립공연단 소속 무예24기시범단이 직접 준비한 공연으로,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관무재라는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하여 개최되는 공연이기에, 실제 배우들이 정조 임금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꾸준한 무예24기 시범으로 실력을 쌓은 무예24기 시범단 소속 단원들이 장용영 군사로 분하여, 다채로운 무예 솜씨를 뽐내게 될 예정이라는군요.


수원시립공연단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인 만큼, 평소 열리던 무예24기 시범공연보다 더 재밌고 알찬 공연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 역시 캐나다에서 잠깐 휴가차 한국에 놀러 온 오랜 친구와 이날 공연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예24기 시범공연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동안 열리는 시범공연은 말그대로 무예만 보여주고 끝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스토리도 있고, 무엇보다 뮤지컬 형식이라고 하니 재미도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아 참,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사전에 신청할 필요도 없이, 그냥 시간 맞춰 신풍루 앞으로 가면 된다고 합니다.


PS. 공연이 열리는 이날 4월 29일은, 음력으로 정조대왕께서 <무예도보통지>를 반포하신 날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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