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니 제일 좋은 건 뭐니뭐니해도 '월급'이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학생 시절,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주머니 사정이 곤궁하다는 이유로 한참 망설이다 뒤돌아서야만 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제 취미 생활 중 하나인 차 생활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늘 값 비싸고 좋은 보이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찻잎 한 봉지 사는 것도 손이 떨릴 지경이더군요. 


그나마 저렴한 차 위주로 마셨는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지요. 만날 똑같은 차만 마시니 물리고, 더 좋은 차 한 번 마셔보고 싶고... '나는 언제쯤 남들처럼 값비싼 차를 한 번 마셔볼 수 있을까' 늘 한숨만 내쉬었더랬지요. 


아무튼 월급이 들어오니 차 생활에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물론 쥐꼬리만한 월급이라, 여전히 비싼 차에 도전하기는 엄두가 안 납니다. 그래도 신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망설임 없이 지를 정도의 여유는 생겼습니다. 


새로 출시된 진년소타를 맛보다


이번에 데려온 '진년소타(陳年小沱)' 역시 첫 월급으로 지른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지유명차에서 진년소타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질렀습니다. 가격도 45,0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에 속하더군요. 


진년소타는 이번에 처음 출시된 차라고 합니다. 소타는 보이차의 형태를 말함이고 (작은 원형으로 긴압된 찻잎을 말합니다) 진년이란 단어는 '오래 묵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지유명차 측에 따르면 소타차는 오래 묵힌 차를 찾기가 어려운데, 이 차는 20년 가까이 된 차라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차라고 하는군요.


실제로 98년 맹해지구 차엽과 99년 혜민지구 산차를 7:3 비율로 섞어서 만든 반생반숙 찻잎으로, 기존의 소타차들은 대체로 차찌꺼기들로 만든 반면에 진년소타는 100% 원찻잎으로 제작되어 소타차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상 지유명차 반포점의 소개문구 인용)


지유명차 반포점에 택배주문을 했는데, 엊그제 입고됐다며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찻잎이 담긴 택배상자가 와 있길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얼른 뜯어봤습니다. 점장님께서 친절하게도 시음용으로 찻잎 샘플을 두 봉지나 서비스로 주셨네요. 택배비도 무료인데 서비스까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사실 그 감사한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 이렇게 리뷰를 남기고 있습니다)



개봉해보니 이렇게 한 알(6g)씩 개별 포장되어 있습니다. 소타차의 가장 큰 장점인데요, 낱개 포장되어 있어 휴대하기에도 편합니다. 그냥 포장지만 벗겨서 차구에 풍덩 집어넣고 우리면 끝~



탕색이 참 이쁘죠?


비슷한 차로 그동안 원미소타와 98년 소타차를 마셔봤는데, 이 차 역시 맛과 향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전문적으로 드시는 분들은 그 차이를 구분하면서 드시지만, 저는 이제 막 차 생활을 시작한 데다가 막입이라 그런지 차이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푸근한 맛과 향을 즐길 뿐입니다. 자다 일어나서 마셔서 그런가 처음 몇 잔은 잘 모르겠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몸과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보이차, 나쁜 보이차를 판단하는 기준은 많지만 대표적으로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뜨끈한 열감이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이 차 역시 마시다 보면 열감이 올라서 좋은 차라는 느낌을 줍니다.


보이차 입문용으로 좋은 차라고 하니, 진년소타의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전국 지유명차 지점을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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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되어버린 차 생활>

그저 몸에 좋다 해서 마시기 시작한 보이차. 언제부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끓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사호에 찻잎을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진하게 우려낸 보이차 한 모금을 들이켜면 잠들어있던 육체와 정신이 모두 깨어난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비 오는 날엔 가만히 앉아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뜨거운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낭만적인 일이다. 차 마시는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간섭받고 싶지 않은 게 내 심정이다. 바삐 살아가는 와중에도 차 한 잔 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틈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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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오후, 한국문화정품관 4층에서 티쿱스토어가 주최하는 발효차 교육 2강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귀하고 맛있는 차를 먹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갔습니다. 사실 밤잠을 설친 뒤라, 조금 피곤해서 걱정했는데요. 그래도 차를 마시는 동안 피곤함이 해소되는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피곤해서 몸의 반응이 둔하긴 하더군요. (원래 보이차를 마시면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곤 합니다)


오늘은 반발효차인 우롱차(오룡차)와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집중적으로 마셨습니다. 우롱차의 한 종류인 '대홍포(大紅袍)'도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중국 복건성의 무이암산에서 난다고 해 '무이암차'의 일종으로도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차예사 선생님께서는 대홍포라는 이름의 유래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중국의 어느 서생이 장이 굳는 병에 걸려 고생했는데 마침 무이암산에 위치한 한 사찰에 들렀다가 스님이 우려준 차를 마시고 씻은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훗날 그 서생은 관리가 됐는데, 마침 황후가 자신과 똑같은 병에 걸렸던 겁니다. 어의들도 손을 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이 마신 차를 진상했더니 황후도 씻은듯이 병이 나았다고. 기쁜 황제는 말단 관리였던 그를 당상관의 반열에 올렸고 홍포를 하사합니다. 홍포는 붉은 비단옷으로 고위 관리만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우연히 만난 스님 덕분에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답례를 하기 위해 사찰을 찾았지만, 이미 스님은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사찰 한 켠에 스님이 심어놓은 차나무에 자신의 홍포를 걸어줬다고 합니다. "너 덕분에 내가 출세했다"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그 차는 대홍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런 고사들을 들을 때마다 참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듣고 마시면 차맛이 더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기분 탓이겠죠 ^^


1959년에 채취한 오래된 노차도 맛봤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1959년생이시니 굉장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인 셈이죠. 이어서 보이차들도 차례대로 맛봤습니다. 이번에 티쿱스토어에서 기획상품으로 개발한 '지유복천차'도 맛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보이차에 각종 한약재를 조합해 만든 건강차(양생차)라고 합니다. 가격이 좀 후덜덜하긴 한데, 몸에 좋다고 하니 탐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오늘은 일단 시음으로 만족하는 걸로... ^^;



교육 중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마침 수업장소인 정품관이 창덕궁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가, 4층 건물이라 그런지 창덕궁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궁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려니 운치 있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차예사 선생님의 말을... 대부분 한 귀로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ㅠ.ㅠ 그 풍경에 자꾸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더군요.



아무튼 오늘도 귀한 차 실컷 마시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유명차 종로점에 들러 원미소타 한 봉을 추가로 샀습니다. 이거 차맛을 한 번 들이니 자꾸 지갑을 열게 되는군요. 평생 좋아하는 차를 실컷 마시려면 역시 돈부터 벌고 봐야... 흑흑... ㅠ.ㅠ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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