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 후기 기사 링크: http://omn.kr/nca0


오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방청권 추첨이 이뤄졌습니다.


마침 공강이기도 하고 저 역시 해당 재판에 무척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법원으로 갔습니다. 처음 가는 법원이었는데 참 넓더군요. 추첨장소가 있는 회생법원까지 걷는 동안 길이 한산하기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막상 추첨장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취재하러 온 각 언론사 취재진들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응모하러 온 시민들로 복도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더군요. 인원을 세보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니 525명이 응모했다고 합니다. 150석 중 취재진 등을 비롯한 고정석을 제외하고 추첨으로 시민들에게 배부한 좌석 68석인데 7.7대 1의 경쟁률이었다고 합니다.



긴 줄을 보고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더운데 몇 시간 동안 대기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생각보다 줄이 금방 금방 줄어듭니다. 응모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고 직원들도 일처리가 빨라서 줄은 쭉쭉 빠져서 응모를 마치기까지 40분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습니다. 


23일 재판 방청권과 25일 재판 방청권이 있는데 두 장을 동시에 응모할 수 있었습니다. 신분증 확인 후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응모함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추첨은 11시 15분에 시작되는데 응모하고 귀가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첨되면 홈페이지에도 공고하고 문자메시지로도 통보하거든요. 그렇지만 끝까지 현장에 남아 추첨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많더군요.


저는 뭐 나중에 통보받아도 될텐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어서 응모하자마자 오마이뉴스에 현장 기사 하나 송고하고 곧바로 법원을 나왔습니다. 긴 줄을 보고 이미 마음을 비우고 있던 터라, 그닥 신경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늦게쯤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25일 두 번째 재판 방청에 당첨됐다는 겁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바라 더 놀랍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지인들이 엄청 부러워하고 또 축하해주더군요. 사실 뭐 대단한 경사도 아니고... 뇌물수수죄로 잡혀들어간 전직 대통령 재판 보러가는 것 뿐인데... 이걸 기뻐해야하는 건지 슬퍼해야하는 건지.. 영 씁쓸합니다.



아무튼 첫 번째 재판이 열리는 날이 공강이라, 이날 되기를 바랐는데 두 번째 재판 방청권에 당첨됐습니다. 이날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강의가 있는 날이라 조금 걸리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건 고민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미리 교수님들께 메일로 양해구하고 재판을 보러 갈 생각입니다. 


촬영도 녹취도 안된다고 하니 아쉬운데 (설마 필기도 안되는 건 아니겠죠?)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해서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의 박근혜 재판 방청기' 라는 생생한 후일담을 한 번 남겨볼까 합니다.


PS. 그러고보니 통일부, 국가보훈처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도 가고, 정부기념식에서 박 대통령 연설하는 것도 열심히 취재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수의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볼 생각하니 참 착잡한 심정일 따름입니다.


PS. 사람이 태어나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이 경찰서, 병원, 법원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덕분에 난생 처음 법원도 가보게 되는군요. 이참에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그러나 이런 가르침, 한 번이면 족할 것 같습니다.


브런치 주소: https://brunch.co.kr/@hei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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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습니다.

뭐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사실 탄핵소추안 발의부터 헌법재판소의 인용에 따른 파면, 그리고 구속까지... 모든 게 순리대로 흐른 것일 뿐입니다. 다들 예상했던 부분들이고요. 그럼에도 가슴이 아픕니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룩한 민주주의가 무능하고 부패한 후대 대통령에 의해 어떻게 무너져버렸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한국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인 셈이죠.

박근혜가 구속되면서 오늘 아침 가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가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하여간 네티즌들의 재치란. 그 노래보다는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 공유합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찾은 영상인데, 18대 대선 직전에 제작된 노래 같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의 일이라 아마 누가 됐든 다음 대통령만큼은 부정축재 및 측근비리가 없는 훌륭한 지도자이기를 바라며 쓰여진 곡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염원이 무색하게도, 끝내 우리는 또 한 명의 '범죄자'로 전락한 대통령을 보고야 말았네요. 역대 대통령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몇 없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낄 따름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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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omn.kr/m67r


[내용 요약]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하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도 결국은 권력에 중독된 이들에 대한 얘기다. 비선 실세로 군림한 최순실 일당과 그런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자처한 박근혜나 심각한 권력중독자들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중독된 나머지 그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훔치고 사유화하고자 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는 1%의 권력을 향한 그들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이번에 출간된 <박근혜의 권력 중독>은 바로 권력중독자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리는 책이다. 저자 강준만은 그동안 정치, 역사, 사회 등 분야와 경계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을 날카로운 필치로 비판해온 바 있다. 얼마 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문제아 트럼프의 진실을 추적했던 그가 드디어 한국사회의 문제아, 박근혜에게 칼날을 들이댔다.


그가 이 책을 펴내게 된 동기는 하나의 의문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때는 '선거의 여왕', '한국의 잔 다르크' 등 온갖 미사여구로 칭송받던 박근혜가 한 순간에 최순실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린 상황 자체가 의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게이트가 폭로된 이후 쏟아지는 언론 보도만 보면 박근혜는 아무런 의지도 생각도 없는 정신박약자나 다름 없다.


정말 그녀에겐 어떠한 의제와 비전도 없었던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강준만은 박근혜의 생애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박근혜는 권력 행사 그 자체를 즐겼던 의전 대통령이었다는 것.


- 이하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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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입당 신청했습니다.


민주당은 온라인 당원이라는 제도가 있어, 굳이 지역 시/도당이나 중앙 당에 찾아가 원서를 제출하는 번거로움 없이 인터넷으로 마우스 클릭 몇 번 하면 신청이 끝나더군요. 사실 정치라는 건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접근성이 높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온라인 당원 제도는 선진적인 것 같습니다.


입당원서를 작성할 때, 뭐 이것저것 요구할 줄 알았는데 그닥 많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더군요. 5분도 안되서 신청이 끝났습니다. 당비도 매월 1,000원으로 저렴하더군요. 당비를 안 내도 당원이 될 수 있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권리당원'이 되려면 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해야한다길래 흔쾌히 정기이체를 약속했습니다. 


통상 입당 심사가 2주 정도 걸린다고 하는군요. 요새 정국이 정국이다보니 민주당 후원과 당원 가입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평상시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뭐 급한 것도 아니고... 언제든 문자가 오겠지 하는 느긋한 심정으로 기다릴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26년 동안 정당 활동과는 매우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정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죠.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기성세대에 만연한 불신 풍조에서 저 역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번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오히려 심화됐죠. 국민들은 추운 겨울에 주말도 반납하고 매주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드는데, 야당은 탄핵 시기와 절차를 놓고 지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솔직히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이 더 얄미워서 욕이라도 한 사발 퍼부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어쨌거나 정치를 외면하고 불신한 풍조가 박근혜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정치가 더럽다고 외면하면 결국 나라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더러우면 오히려 그걸 정화시키도록 노력을 해야죠. 저 스스로 주권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정당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민주당이냐?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취재할 일이 있었는데, 그분이 그러더군요. "정치권이 무심한 것 같아도 국민들의 촛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실제로 탄핵하기로 결정한 후 민주당이 보인 행보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더욱이 요새 들어 호감을 갖기 시작한 박원순, 박주민, 표창원, 안희정 등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기도 하고요. 제 생각에도 제1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정치 풍토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다고 판단해서 민주당 입당을 결정했습니다.


당원이 된다고 해서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마는... 일단 이렇게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보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참여하면서... 내 자신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먼 미래에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목소리를 보태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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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스로 노예되기를 자처하는가


무예24기 한양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가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매일 같이 쏟아져나오는 청와대발 뉴스속보에 경악했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연설문 유출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안방에 앉아 온갖 미용시술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비아그라까지 반입해 청와대가 청와텔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린 생명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 304명이 차가운 바닷 속에 가라앉는 동안, 국가재난을 관리하고 총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무려 사건 발생 7시간 동안 관저에 들어앉아 출근조차 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은 법적·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한 정권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는 지금 미친 기관사가 운행하는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꼴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관차에 가만히 앉아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인가.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미친 기관사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마땅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 주부, 농민, 직장인 등 직업의 구분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만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국민의 이름으로 청와대 안방에 들어앉아 귀를 막고 있는 암군(暗君)에게 퇴진 명령을 하달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가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책임도 아니며, 대통령이 물러나는 문제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친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맡긴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를 포기한다면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 어찌하여 오늘의 질곡을 용납하고 이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우리 주권자는 방관만 하였던가? 언제나, 오직 주권자의 권능만이 조국의 진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중략···) 주권자의 우(愚)는 조국을 난파선으로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 <주권자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교살한다> (『사상계』1967년 4월 호 권두언)


"오늘날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 각자 백성이요, 관은 우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관에 대해서 봉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관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만에 일이라도 관에 있는 자 번문욕례(繁文縟禮: 법과 규칙이 까다로움을 이르는 말)의 구름 위에 앉아서 백성을 농락하고 법을 짓밟는 일이 있다는 이것은 본말을 전도한 사회적 반역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들의 퇴진을 요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 <민주주의를 기원한다> (『사상계』1956년 9월 호 권두언)


2016년 11월, 우리는 지금 여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기필코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요, 역사의 진리다.


"참다운 민중세력은 언제나 역사에서 승리한다. 겨울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을 지니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이 암흑에서 그래도 지금 일어나야 한다. 봄이 온다. 꽃이 핀다. 저항의 계절에 우리는 민중의 새로운 승리, 민족사의 거대한 긍정을 다짐하자"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1967년 2월 호 권두언)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산통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은 과거 독재정권 당시 민주투사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체념하고 방관함으로써 국민 스스로 주권자임을 포기하는 그 순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련을 청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후손들에게 독재정권의 유산을 떠넘기는 못난 조상이 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뿌리 깊은 친일군사독재정권에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기나긴 산통 끝에 찾아올 새로운 생명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아직도 광장으로 나가기를 망설이는가.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가 되고자 하는가. 먼 훗날 우리 후손들로부터 '못난 조상'이라 손가락질 받고 싶은가. 우리의 자손들이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물었을 때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조상이 되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자.


2016년 11월 26일


무예24기 한양류

(http://cafe.naver.com/seoulmuye24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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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1.12 민중총궐기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일단 제가 갔을 때는 5시 반 정도였는데요, 본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인데 이미 인파로 가득찼더군요. 당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몰렸다고 하니까요. 도저히 서 있기 힘들더군요. 그 넓디 넓은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 경복궁역, 종로3가 일대가 인파로 가득차서 한 발자국도 걸음을 옮길 수가 없는 형국이었습니다. 가만히만 서있어도 뒷사람이 미는 통에 알아서 몸이 움직이는 기현상이 발생했죠. 마치 거대한 출퇴근길 지옥철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전화도 잘 안 터지더군요.



지하철역들도 인파로 가득차서 광화문과 2~3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하차해 도보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서울광장도 온갖 단체들로 점령당한 상태였습니다. 소속 단체들의 깃발을 장대에 걸어 높이 들고 다니는데... 도로를 가득 점거한 깃발부대들을 보니 무슨 <적벽대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대오도 정연하고.. 웬만한 당나라 군대보다 훨씬 각이 잡혀있더라고요.


사람이 많다보니 별의별 잡종들도 다 기어나왔더군요. 웬 양키들은 예수님 믿으라고 선교하고 자빠졌고... 이게 무슨 축제라도 되는 양 온갖 푸드트럭들이 몰려와서 장사하는 것도 보기 좋진 않았습니다. 그래 뭐, 백번을 양보해서 시위하는 사람들 배고플까봐 그랬다손 칩시다. 그래도 솜사탕은 아니지 않나요. 솜사탕은 놀이동산에서나 먹는 그런 먹거리인데... 시위 현장에서 솜사탕 장사를 할 생각을 하다니... 이 와중에도 잇속만 챙기려는 장사치들의 행태가 영 눈에 거슬렸습니다.



본 행사는 7시부터였지만... 갑자기 원인 모를 두통이 발생하는 탓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끝까지 촛불을 함께 들고 싶었는데... 두통이 심해서 견디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추위까지 겹쳐서 두통이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전 두통이라곤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집에 와서 한숨 자고 나니 좀 나아졌습니다. 집에서 SNS로 생중계되는 집회 현장을 보면서, 그 현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게 내내 한스러웠습니다.


아무튼 2016년 11월 12일은 역사에 기록될 하루가 됐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먼 훗날, 우리의 이야기들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그 때를 살아갈 후손들은 이날의 의미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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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링크: http://omn.kr/lkco


어제 집에 오는데 동네 길거리에 웬 포스터가 붙어있더군요. 바로 오늘 노량진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대통령이라고 붙여주고 싶지도 않지만)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 동작지부 등에서 주최하는 집회라고 하더군요. 저는 다수정당이건 소수정당이건 신뢰하는 정당도 없고, 지지하는 정당도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원래 같았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텐데, 사실 이번에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주최가 어떤 곳이든지간에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기자 특유의 취재정신이 발동하기도 했고요.


오늘 저녁 6시 30분부터 노량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더군요. 시간 맞춰 광장에 가니 30명 안팎의 인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앉아 집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장들을 보니 대부분 수산시장 상인들이었습니다. 수산시장 상인들이 왜 장사를 관두고 집회 현장에 나온 걸까 의아했습니다. 관계자들로 보이는 분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제 복장이 좀 그랬는지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하더군요. (무예 수련하러 가던 길이라 도복을 입고 있어서...) 그래도 '오마이뉴스'라고 하니 많이들 경계를 풀더군요. 여전히 "요즘 언론은 못 믿는다"고 경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 상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랑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러자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기사 나온 지가 언젠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느냐"며 도리어 타박하더군요. 


현재 추진 중인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배후에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과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언론 보도상으로는 그런 의혹이 있다고만 나오더군요. 상인들은 그러한 의혹에 대해 수협 측에 확실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듯 했습니다.



아무튼 수산시장 상인들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에 길 가던 시민들도 지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촛불 행렬에 합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딸의 친구들을 줄줄이 데리고 온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특히 딸이 아주 똘똘하더군요. "나 같은 초등학생도 심각하다고 집회에 나오는데, 대통령이란 분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3이라는 한 남학생은 "수시에 합격해서 수능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면서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더군요. 취재차 잠깐 들른 거라, 오래 자리를 지키진 못했지만 지역사회에서도 촛불을 드는 모습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내일 광화문에서는 역대급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큰 사고 없이 평화롭게 잘 끝났으면 합니다. 아, 물론 집회의 목적은 꼭 성취되어야겠지요. 박근혜의 대통령직 하야 말입니다.


#박근혜 #최순실 #박근혜_하야 #박근혜_퇴진 #차은택 #노량진 #동작구 #광화문 #촛불 #촛불문화제 #촛불집회 #박근혜_탄핵 #미르재단 #정유라_구속 #우병우_구속 #개혁 #혁명 #정의당 #녹색당 #수산시장 #노동당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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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시국선언문


온갖 비리와 부패, 몰상식의 연속이던 시간들도 모자라 중세시대에서나 나올 법 한 신권정치(神權政治)가 등장한 작금(昨今)의 상황을 목도하며 우리는 전 국민의 마음과 정확히 일치하는 분노와 혐오, 그리고 4.19에 대한 기시감(旣視感)이 들었다. 1960년 4월 26일 오전 10시 20분, 라디오를 통해 이승만은 아래와 같이 성명을 발표한다.


"나는 해방 후 본국에 돌아 와서 우리 여러 애국 애족하는 동포들과 더불어 잘 지내 왔으니 이제는 세상을 떠나도 한이 없으나 나는 무엇이든지 국민이 원하는 것만이 있다면 민의를 따라서 하고자 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보고를 들으면 우리 사랑하는 청소년 학도들을 위시해서 우리 애국 애족하는 동포들이 내게 몇 가지 결심을 요구하고 있다 하니 내가 아래서 말하는 바대로 할 것이며, 한가지 내가 부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동포들이 지금도 38선 이북에서 우리를 침입코자 공산군이 호시탐탐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도록 힘써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첫째,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습니다. 둘째, 3·15 정부통령 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셋째, 선거로 인연한 모든 불미스러운 것을 없게 하기 위하여 이미 이기붕 의장에게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내가 이미 합의를 준 것이지만 만일 국민이 원한다면 내각책임제 개헌을 하겠습니다"


183명이 사망하고 6259명이 부상당한 4.19혁명은 그 유명한 시국선언문 <자유의 종을 난타하라>의 내용처럼,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서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키며 사악과 잔학의 현상을 규탄, 광정(匡正)하려는 우리 집단 지성들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표독한 전횡이 국민의 거센 저항으로 종결된 것이다.


인심(人心)은 곧 민심(民心)이고, 민의(民義)는 곧 대의(大義)로 귀결되는 게 세상의 분명한 이치다. 민생의 원루(冤淚)를 외면한 채 비선 무당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여 눈을 감고 귀를 닫아 민심의 실체를 보지도 듣지도 못한 자에게 우리는 고언(苦言)한다.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말고 속히 하야(下野)하라. 국민의 뜻을 또다시 역행하고 남은 임기를 채우려 한다면, 그대는 역사에 “이승만”만도 못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 포토라인에서 울부짖던 국무조정실장(國巫調整實長, 원 표기 國務調整室長에서 무당 무자와 최순실의 열매 실자를 차용함)과 그대는 국가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기업에서 수백억을 강탈한 공범이다. 하다못해 라스푸틴과 신돈도 처음에는 민중을 위했다. 경고하건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국면 전환용 개헌이 아님을 명심하라. 대한민국은 당신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2016년 11월 2일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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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주 목요일마다 신촌에 갑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자유기고가 과정'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인데요, 강의시간이 애매해서 저녁을 해결하는 게 항상 문제입니다. 집에서 먹고 가려면 일찍 먹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금세 허기가 지더라고요. 군것질을 하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죠.


밖에서 먹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맛집이야 많지만, 요새 밥값이 워낙 비싸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센터 바로 앞에 저렴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강대학교 학생식당! 그래서 엊그제는 서강대 학식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서강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식당이 있는 곳까지 깊숙이 들어와보기는 처음이네요. 마치 서강대생이 된 것마냥 유유자적 캠퍼스를 활보하다가, 학생식당이 있는 '엠마오관'에 가서 학식을 사먹었습니다. 2,700원이라 역시 저렴합니다. 날이 추워진 탓에 뜨끈한 국밥이 땡겼는데, 마침 그날 메뉴도 '소고기샤브탕'. 맛도 괜찮아서 국물 한 숟가락 남기지 않고 싹 비웠네요.



배부르게 저녁 먹고 여유 있게 캠퍼스 구경 좀 하면서 나왔습니다. 


요새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서강대 출신이죠. 그래서인지 서강대에도 시국선언 대자보가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이 시국선언문 귀퉁이에 욕설이나 낙서를 한 것을 보면서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비열하게 저러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죠.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좀 더 퀄리티 있는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했어야 맞는 일이라 봅니다.



강좌가 다음 주가 마지막인지라, 서강대 학식을 또 언제 이용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신촌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서강대 학식도 괜찮노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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