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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사상 최초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방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비록 판문점 구역 안으로 제한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쟁점 중 하나가 바로 김정은이 우리 대한민국 국군을 사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보통 외국 정상이 국빈으로 방한하게 되면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서서 우리 국군 의장대를 사열합니다. 김정은 역시 우리 정부가 '국빈 대우'를 한다고 알려졌기에 우리 의장대의 사열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지요.


설마 설마 했는데 결국 김정은이 국군 사열을 받는다고 보도가 나왔네요. 이건 가벼이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댓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여론들도 좋지 않습니다. 저 역시 민주당원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통일지상주의자지만 이번 문제만큼은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은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목함 지뢰 설치 등 각종 도발을 자행한 주적이며, 김정은은 그 수괴입니다. 지금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해서 적국의 수괴가 아닌 건 아닙니다. 적국의 수괴에게 우리 군이 사열을 받는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는 생각합니다. 아마 이번 사열은 북측에서 먼저 강하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정부가 굳이 국민 여론이 나빠질 게 뻔한 김정은의 사열을 앞장 서서 추진했을 리는 없고 북한이 '선례'를 들어 자신의 최고령도자에 대한 남측의 예우를 요구했겠지요.


그 선례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각각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던 것을 말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도 너희 최고지도자로부터 사열을 받았는데, 왜 우리 지도자는 못 받느냐"고 나설 명분이 있는 셈이죠.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리 앞에서 딱히 반박할 명분을 찾기 힘들었을 겁니다.



더욱이 한반도에 봄이 오려는 마당에, 그깟 의전 문제 하나가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무릎을 꿇고 건달의 다리 사이를 기어간 한신의 고사처럼 두 눈 질끈 감고 잠깐 고개 한 번 숙이는 게 훨씬 실리적인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사열 한 번 해주는 대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까짓거 한 번쯤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국제사회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이니까요.


그럼에도 이번 결정을 지지하기 힘든 건, 역시 그들의 도발에 꽃다운 생명을 잃은 우리 국군 용사들과 남은 유족들 때문입니다. 특히 자식과 형제들을 가슴에 묻은 유족들 입장에서 김정은이 우리 군을 사열하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질 듯 합니다. 그런 유족들의 감정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을 덮어놓고 잘했다고 지지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에 달렸을 듯 합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래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번 사열 문제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자 빅픽처로 재평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다시 태도를 바꾸어 우리의 뒷통수를 치는 순간, 이번 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레임덕에 빠트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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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였던 2011년에 작성한 글이다.


어제 교양 수업 시간에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였다.


북한과 중국이 맞닿은 국경 지역... 즉 개산툰, 단둥, 연길 등 주요 국경 지역을 남한의 PD들이 목숨을 걸고 밀착 취재를 한 것인데, "만약 중국 공안에게 발각되면 바로 북한으로 호송된다. 그러나 저들은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한 것이다."라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서 소름이 돋는 한편으로, 이 다큐를 만든 PD와 스태프들의 목숨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와 불굴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에 잠시 감동을 받았다.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찍은 만큼,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는 높았으며 담당 PD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PD상까지 수상하는 등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얼어붙은 두만강 위에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가다가 미처 다 건너지 못하고 죽은 여성의 시체가 며칠째 방치되어 있는 참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죽은 지 며칠 지난 북한 여성의 시체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에 함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던 학생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1시간 동안 나는 충격과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국경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의 처참한 광경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당 간부라는 자마저 먹을 것과 돈에 굶주려 취재진에게 "가지고 있는 것 아무거나 좀 달라."고 호소하는 일까지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자매의 이별'이었다. 북한에서 간신히 탈북하여 중국으로 넘어온 한 자매가 있었는데, 언니는 자유와 행복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동생은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다. 끝까지 동생을 설득하여 함께 데려가고자 하는 언니와, 끝끝내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동생의 대화를 그대로 담아내었는데 그 대화를 듣고 보니 동생에게 한심함을 느끼기보단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동생 역시 북한 사회의 참상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고, 다시 돌아가면 굶어 죽든 어떻게 죽든 제 명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끝까지 북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조국'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던 것이다. 북으로 돌아가면 당장 부모도, 집도, 땅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없음에도 그녀가 북으로 가고자 했던 것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살다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조국이다. 아무 것도 없지만 내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삶의 터전이 바로 고향이고 조국인 것이다. 그곳이 비록 북한과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옥이어도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국 '통일'을 해서 하나의 조국을 만들어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남매는 국경에서 서로 부여잡고 한참을 운 뒤에 헤어졌는데 언니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대학생이 되어 새 삶을 시작했지만, 동생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둘에게 '이별의 기억'은 살아가는데 있어 영원한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내가 느낀 감정은 분노와 연민이었다. 우리와 같은 땅에 살며, 같은 역사를 가졌고,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같은 피가 흐르는 북한 민족들의 참상을 보며 그들에게 한 없는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인간 사파리'나 다름 없는 지옥으로 인민들을 내던지고, 본인들은 호의호식하는 북한의 기득권층에 강한 분노를 느낀 것이다. 북한이 못산다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이처럼 실제 국경 지역의 참상을 보니 그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북 동포들은 굶주림에 던져놓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버린 것을 부끄러워해야하는가? 오늘도 내 또래 이북 동포들은 국경 지역에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건 발버둥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음에도 만족치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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