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광복절 및 대한제국 선포 121주년 기념 MD를 출시했더군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무궁화가 감싸고 있는 모양의 머그컵입니다. 텀블러와 티스푼, 스벅카드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오얏꽃 머그컵이 제일 이쁜 것 같습니다. (가격도 착하고)



솔직히 광복절과 대한제국 선포 121주년은 약간 어거지로 엮은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가배(커피)를 즐겨 드시던 고종 황제를 생각하면 대한제국 선포 기념 MD로는 적절한 컨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근처 스벅 매장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달리 별로 끌리지가 않더군요. 매장까지 가놓고서도 만지작 거리다가 그냥 돌아섰는데... 그날 이후로 계속 이 컵이 눈 앞에 아른거렸습니다.



결국 다시 마음을 바꾸어 가까운 스벅 매장을 찾아갔습니다만, 하루 만에 벌써 품절됐다는 소식이... 다른 매장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빨리 매진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그때 바로 사는 거였는데...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는데, 어제 보라매공원에 수련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스벅 매장을 보았습니다. 큰 기대 안 하고 들어섰는데, 운 좋게도 아직 재고가 남아 있었습니다. 두 개 남은 것 중 하나를 데려왔습니다. 가격은 17,000원.


이번에 통인동 커피공방에서 공수해온 시그니처 블렌딩 원두 '경복궁의 가을'을 핸드드립으로 내린 뒤에 친구가 캐나다에서 사온 '메이플 시럽'을 타서 아이스 커피로 한 잔 마셨습니다.



요새 <미스터 션샤인>을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극중에서도 고종 황제가 가배차를 즐겨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머그잔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망국의 설움과 굴욕을 감내해야만 했던 고종 황제가 생각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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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명물 '통인동 커피공방' 커피를 드디어 맛보게 됐습니다.


이곳 커피가 그렇게 유명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그쪽에 갈 일이 없어 커피 원두는 항상 동네 근처에서 사먹곤 했습니다. 삼청동의 유명한 단골 커피가게도 있었고요. 게다가 요새는 보이차에 빠져서 커피 자체를 잘 안 마시게 되면서 통인동 커피공방에 갈 일이 더더욱 없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블로그에서 '경복궁의 봄'이라는 블렌딩 원두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미가 당겨 주문했습니다. 직접 갈 필요 없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해도 보내줍니다. 더욱이 최초 가입시에는 배송비 면제 쿠폰을 주기 때문에 배송비도 들지 않습니다.


지난 주 내내 징검다리 연휴였던지라 주문한 지 한참만인 엊그제 드디어 왔습니다. 포장지를 까보니 정성스러운 포장이 눈에 띕니다. 핸드드립 맛있게 추출하는 가이드 팜플렛도 들어가 있고, 서비스 원두(케냐 AA)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은근히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죠 ^^ 경복궁의 봄이라는 컨셉답게 일러스트와 문구도 아기자기합니다. 얼른 커피를 마셔보고 싶게 만드는군요.




그런데 이날 시간이 너무 늦어 커피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므로...


고로 오늘 마셨습니다.


두둥...!



음...


너무 오랜만에 커피를 마셨나봅니다.


핸드드립 솜씨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물 조절도 실패했고, 감이 잘 안 오는군요. 하긴 드립도구에 먼지가 얹힐 지경이었으니.. 앞으로는 커피를 자주 마셔야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열심히 커피 클래스 찾아다니면서 커피를 찬양했던 저였는데 말이죠.


어쨌거나 드립은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원두 본연의 향마저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향이 나더군요. 테이스팅 노트를 찾아봤습니다. 아래와 같답니다.



솔직히 아직은 코튼캔디니 벌꿀, 커피 블로썸 이런 맛을 느낄 정도의 미각은 못되서리.. 그래도 '경복궁의 봄'이라는 컨셉에 맞게 향긋한 꽃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통인동 커피공방 커피는 워낙 유명하고 커피맛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곳이니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주문해서 드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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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절, 나는 유독 커피를 좋아했다. 일과를 마친 뒤 막사로 복귀해 후임들과 나눠마시던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은 지친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묵직한 향기와 혀 끝에 감기는 씁쓸한 맛. 동고동락하며 부대끼던 후임들과 나눠마시던 커피였기에 추억 한 스푼 보태져 더욱 진한 향기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맛을 잊지 못했던 나는 전역 후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네 문화센터를 찾아가 주부들 틈에 끼어 '홈바리스타' 강의를 열심히 듣고 관련 책도 사서 읽었다. 얼마 없는 용돈을 쪼개 커피를 내리기 위한 도구와 원두까지 구매해 직접 내려마시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이 커피란 녀석은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었다. 커피콩이면 다 같은 콩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생산지와 로스팅(볶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인 원두로 재탄생한다. 더욱이 같은 원두라고 할지라도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프렌치 프레스 등 내리는 도구와 방식에 따라 제각각의 맛을 내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매일 새로운 카페에 들러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바리스타들에게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을 귀동냥하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커피를 내릴 수 있을까' 고민만 깊어졌다.


그때 우연히 만난 바리스타 한 명이 내게 귀띔을 했다.


"커피에 정답은 없어요. 아무리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 없는 커피인 거죠. 굳이 정답을 찾고자 한다면 자기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가 정답 아닐까요?"


그 말에 나는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세계적인 요리사가 만든 요리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 없는 음식일 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명징한 진리를 두고 나는 먼 길을 돌아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후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찾겠다는 미련한 여행은 끝났다. 이제 나는 커피를 마실 때면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를 먼저 생각한다. 잠들어있던 커피콩을 깨워 그 속에 숨어있던 향과 맛을 살려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리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커피 본연의 성질에 자신만의 개성을 섞어 적절한 풍미로 되살려낸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마시며 나는 드넓은 커피의 세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커피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에 정답이 없듯, 삶 역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천편일률적인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요, 서로 다른 꿈과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달려간다. 우리들은 결국 모두 삶을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인 셈이다.


* 수원대 2017학년도 1학기 교양 <문예창작의이론과실제> 과제를 위해 쓴 수필

* 블로그에 수필 끄적이는 건 자주 하던 일이거니와 <오마이뉴스>에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써대는데도, 매번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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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코엑스(COEX)에서 '서울 카페쇼'란 행사를 개최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박람회라고 합니다.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카페쇼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커피축제 참석하러 강릉도 다녀왔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제가 빠질 수가 없죠. 티켓값이 비싼 편인데, 다행히 사전등록을 한 덕분에 무료로 관람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코엑스 자체가 워낙 규모가 커서요. 건물 도착해서도 전시장 찾아가는 데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출입증 발부받아 들어가니, 사람 정말 많더군요. 게다가 주말이었던 관계로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 당연히 부스마다 커피 무료 시음 행사도 하고 있었는데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좀 인기 있는 부스들은 줄이 길어서 체념해야만 했습니다. 저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은 줄 서는 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죠.


알고 봤더니 1, 2, 3층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더군요. 방대한 규모를 보니 왜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강릉에서 열리는 커피축제가 최대 규모인 줄 알았는데, 서울카페쇼에 와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더군요. 앞으로는 굳이 커피축제 즐기러 강릉까지 갈 필요도 없을 듯해요. 코앞에서 이렇게 대규모 행사를 하니.



아무튼 공짜커피나 좀 얻어마실 요량으로 가볍게 들렀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커피용품들을 보니 또다시 지름신이 강림해버렸습니다. "전시회라서 반짝 할인하는 거다. 끝나면 이렇게 싸게 못 산다"는 호객행위에 그만 넘어갔습니다. 커피란 게 하나를 사면 둘을 사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집에 있는 서버가 금이 간 관계로, 서버나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드립퍼가 탐나서 하리오 드립퍼를 사고... 내려마실 커피 원두도 사야하고. 


그래도 원두는 정말 저렴하더군요. 브라질 커피원두를 100g에 1,000원에 판다고 하길래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진짜 천 원이예요?", 


"네, 맞아요!" 


"아니... 왜 이렇게 싸요?"


전시회 막바지라서 떨이로 싸게 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한 봉지도 구입해왔습니다. 아무튼 커피용품으로 두툼한 봉투를 들고오니 뿌듯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돈도 없는데 자꾸 충동구매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는 게 후회스러웠던 거죠. 그러면서도 새로 산 하리오 드립퍼로 커피 내려볼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그저 오래도록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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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수강했던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과정에 이어 '중급'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이번에도 루소랩 삼청점에서 열리는 강의에 참석했고요, 지난 번 클래스에서 수업을 진행해주신 분과 다른 박신영 바리스타라는 분께서 수업을 맡아주셨습니다. 사실 지난 주 일요일에 수업이 있었는데, 귀차니즘에 빠지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후기를 올립니다. 사실 후기 게재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만, 제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늦게라도 꼭 올리자는 주의입니다.


처음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바리스타님께서 "오늘은 1:1로 수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수업을 신청한 사람이 저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 띠로리. 바리스타님과 단 둘이 수업을 진행해야해서 약간의 부담(혹은 긴장)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1:1이라서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뒤늦게 수업을 신청하신 분이 헐레벌떡 들어오셨더라고요. 그래서 2명이서 수업을 받았는데, 1:1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수라서 수업하기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난 번 초급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그분도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붙임성도 좋으셔서 셋이서 이래저래 떠들며 즐겁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변한다?


초급 클래스에서는 기본적인 핸드드립과 푸어 오버라는 방식에 대해 배웠는데요, 중급 클래스에서는 '다양한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라는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커피 원두의 양과 굵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비교 분석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실험인데, 이런 시도를 하기에는 커피 원두의 가격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수업을 통해 아낌없이 커피를 내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Tip] 6가지 브루잉 필수요소


1. 추출비율


: 분쇄된 커피 양과 추출된 커피 양의 비율 / TDS(커피성분의 총량=농도), 추출수율(원두 몇 그람을 가지고 얼마나 뽑았는가)


2. 분쇄도


: 가는 굵기 (에스프레소, 터키식 커피) / 중간 굵기 (핸드드립, 커피메이커) / 굵은 굵기 (프렌치 프레스)


3. 추출방식


: 침지법 (달임법, 우림법) / 여과법 (핸드드립, 콜드브루) / 가압추출법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4. 3T 


: 온도 (Temperature) / 시간 (Time) / 난류 (Turbulence: 커피입자와 물의 마찰)


5. 물의 품질


: 물 고유의 성분이 적어야 커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음


6. 필터


: 종이 (저렴하고 깔끔하며 커피기름 걸러냄)  / 융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좋지만 관리가 힘듦) / 스테인레스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매우 좋음. 묵직하고 진하지만 미분이 많이 나와 텁텁할 수 있음)


브루잉의 변수를 좌우하는 6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위의 표로 정리한 바와 같이 작은 변수 하나라도 어긋나면 커피 맛이 확 달라진다고 합니다. 커피에 정답은 없다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카페 입장에서는 바리스타마다 내리는 커피 맛이 다를 경우 고객 입장에서 "어, 이게 뭐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마다 최적의 브루잉 조건을 맞춰놓고 내린다고 하는군요. 다만 손님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기호에 따라 요구하게 될 경우에는 바리스타의 재량으로 커피를 내리게 되지요. 손님의 기호에 따라 커피를 다양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의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는 바리스타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입니다.



아무튼 저희는 '추출 변수'를 실습해봤는데요, 투입량(물과 커피의 비율)과 분쇄도(커피 분쇄 입자 크기), 물온도(물의 온도에 따른 차이) 세 가지 변수에 따른 커피 맛의 차이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님하고 저하고 다른 수강생 한 분하고 각자 다른 굵기의 원두, 다른 물 온도, 다른 양의 원두로 실험을 해서 맛을 봤는데 뭐가 더 맛있고 맛없고는 개인의 기호지만 맛이 확연히 다른 건 느껴졌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원두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당연히 진하게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한 커피가 좋은 사람은 물의 양을 적게 하면 되고, 연하게 마시고 싶으면 물의 양을 늘리면 됩니다. 그리고 원두의 분쇄도 역시 중요한데요, 아주 굵은 굵기의 원두일수록 물이 투과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농도가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하게 먹고 싶다면 원두의 굵기를 가늘게 하거나, 드립의 물줄기를 얇게 해서 천천히 부으면 됩니다. 가는 굵기의 원두로 연하게 먹고 싶다면, 반대로 물을 빠르게 많이 부으면 되겠지요.



물의 온도 역시 커피 맛의 변수 중 하나입니다. 저는 물의 온도가 매우 낮은 미지근한 물로 드립을 해봤는데, 뜸들이기 자체가 안되더라고요. 보통 커피 뜸을 들일 때는 퐁퐁 터지면서 가스가 빠지는데, 미지근한 물로 뜸을 들이니 그냥 원두가루가 가랑비에 마른 흙 젖듯하고 말더라고요. 맛 역시 연하고요. 커피를 내리는데는 90~94도의 온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하는데, 이건 진리인 듯 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내린 커피는 일단 식어서 뭔가 먹다 남은 아메리카노 마시는 느낌입니다. 첫 맛이고 끝 맛이고 좋지가 않더라고요.


오늘 강의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지난 번 초급 클래스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마찬가지로 박신영 바리스타님도 성격이 매우 좋더라고요. 수업 끝나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빼지도 않으시고, 수업 진행도 재밌게 잘 해주시고... 알고 보니 루소랩 삼청점의 고유 메뉴인 '더치 드래프트'라는 커피도 직접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실력파 바리스타이신 듯 합니다. 



점점 루소랩이라는 카페에 호감과 애정이 가는군요. 삼청동에 갈 일만 잦으면 자주 들렀을텐데,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서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들르기가 힘든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고급 클래스는 또 다른 강사 분이 맡아서 하신다고 하는데, 앞선 두 분이 너무 잘해주셔서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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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문화원에서 열심히 배우던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나고, 한동안 제 커피공부도 좀 시들해졌던 게 사실입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문제집도 구매했지만, 제 체질이 오래 앉아서 뭔가를 공부하는 스타일이 원체 못돼서요. 더욱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다고 커피를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궁극적으로 걷고자 하는 노선과도 거리가 좀 있어보였습니다. 뭐 따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보다는 차라리 '핸드드립' 하나에만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 따라 들어갔던 루소랩이라는 카페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더랬습니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커핑 클래스부터 기본적인 커피 추출법을 익히는 브루잉 클래스 그리고 기타 다양한 강좌가 꽤 많더군요. 게다가 매우 저렴했습니다. 지난 번에 들었던 와인 클래스의 경우는 수강료가 1만원이었는데, 와인과 커피까지 제공되었으니 온전히 재료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고요. 며칠 전에 들었던 커핑 클래스나 어제 들었던 브루잉 클래스는 아예 무료강좌였습니다.



(사진: 몇 주전에 루소랩 정동점에서 수강했던 '커피와 와인' 클래스 당시)


알고보니 루소랩은 생두를 수입하는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라고 합니다.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 지점이 있고요, 저는 비교적 가까운 정동점과 삼청점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지난 번 와인 클래스는 정동점에서 수강했고, 이번 주에 열렸던 커핑 클래스와 브루잉 클래스는 모두 삼청점에서 수강했어요. 이곳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된 후로는 집에서 내려마시는 커피 원두도 가급적 여기서 구매합니다. 블렌딩하지 않은 '싱글 오리진' 커피들을 산지별로 구비해놓고 팔고 있어요. 할리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모두 이곳 루소랩으로부터 원두를 제공받는다고 하니, 원두는 이곳에서 구매해도 믿을 만하지 싶습니다.


루소랩 삼청점에 가다


아무튼 어제는 브루잉 초급 클래스가 삼청점에서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브루잉이란 커피를 내리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3층 카페인데, 삼청동 자체가 참 아담한데 건물도 아담하게 잘 자리잡았더라고요. 카페 1층에는 커핑 클래스를 위한 세미나실이 있고, 2층에는 브루잉바가 있습니다.



(사진: 루소랩 삼청점의 야경)


어제 수업은 이곳 삼청점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전 평소 집에서 칼리타(구멍이 세 개 뚫린 드리퍼를 의미함)를 이용해 드립커피를 마시지만, 어제는 하리오(구멍이 한 개 뚫린 드리퍼)를 이용해 드립을 해봤습니다. 늘 쓰던 도구가 아니었던지라 낯설긴 했지만, 재밌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핸드드립 방식(나선형으로 돌려가며 물을 붓는 방식)과 달리 '푸어 오버(Pour Over)'라는 방식도 배웠습니다. 


바리스타님 설명에 따르면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물줄기를 천천히 붓거나, 점드립으로 점점이 찍어서 붓는 핸드드립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건 일본의 전통적인 다도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반면에 미국과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푸어 오버라는 방식으로 핸드드립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푸어 오버는 정말 규칙 없이 그냥 리드미컬하게 물을 붓는 방식입니다. 약간 리듬을 타면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기분 따라 물을 붓는 방식인데, 오로지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붓는 방식이라 부담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존의 드립방식에 너무 얽매여있던 터라, 푸어오버를 하면서도 의구심이 계속 들더라고요.



(사진: 하리오 드리퍼로 내리는 드립커피)


친절한 바리스타님 덕분에 즐거웠던 시간


평소에 핸드드립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들도 질문하고, 몰랐던 것도 새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바리스타님하고 대화하면서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만큼 부담도 없고 격식도 없었습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함께 수강한 세 분들도 모두 좋았고요. 전 개인적으로 바리스타님 성격이 너무 좋더라고요. 공짜로 수업 듣는 주제에 이거 저거 질문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먼저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신 다음에 커피를 내려주시니까, 항상 마시는 커피였어도 어제 마신 커피는 유난히 향긋했습니다.



(사진: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커피에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커피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자꾸만 원칙과 정답을 찾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요. 바리스타님이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너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말고, 정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 말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정말 유명한 전문가가 내려주는 커피도 내 입맛에 별로면 별로인 거다"라는 말도 공감했습니다. 정말로 커피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수업을 들은 사람들과 다함께 각자가 내린 커피 맛을 공유했는데, 전부 맛이 제각각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맛없다고 단정할 순 없었어요. 제각기 그 사람의 개성과 정성이 담긴 커피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커피에 정답은 없어도, 커피 맛을 구분할 정도는 되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필터(여과지)에 물을 적시는 린싱 작업의 필요유무를 잘 모르고 있던 차였습니다. 어떤 곳에선 안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하기도 하고... 솔직히 종이필터의 맛을 알아챈다는 것도 신기할 노릇이었죠. 


그런데 바리스타님 말씀이 "나도 미각이 둔감한 편이어서 처음엔 몰랐다. 그 종이필터맛을 구분해보기 위해 일부러 린싱한 물만 마셔보기도 했다"고 하시네요. 또 커피공부를 한창 하던 때에는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20잔 가까이 마시고 저녁에 토하기도 하셨다고... 


확실히 대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의 대가가 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듯 커피 좀 내린다고 하는 바리스타들도, 그 위치에 서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커피 좋아한다고 하는 저도 노력이 부족하구나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푸어오버로 내린 커피)


아무튼 어제는 모처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교훈도 많이 얻었고요. 다시 한 번 어제 강의를 해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루소랩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중급 클래스도 꼭 들어야겠어요. 


PS.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커피 이야기도 밑천이 다 떨어졌네요. 몇 편 더 쓸 요량이었는데... 루소랩에서 수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좀 더 추가해볼까도 고민이 되네요. 아무튼 이 글을 쓰다보니 또 향긋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군요. 얼른 가서 드립 커피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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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임들을 보러 현충원 부대로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군 생활 하던 당시만 해도 '전역하고 후임들 면회하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정말 왔군요. 전역하던 날만큼이나 싱숭생숭한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대학생 서포터즈다 뭐다해서 전역하고도 부대를 내 집 안방처럼 들락날락하긴 했습니다만, 정작 저와 군 생활을 함께 했던 후임들은 발굴작전을 나가 부대를 가도 만날 수 없었더랬습니다. 그래서 텅 빈 생활관만을 바라보다가, 공허한 발걸음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후임들이 엊그제 전반기 작전을 마치고 모두 자대로 복귀했다고 해서 부랴부랴 면회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부대로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고 마음도 많이 설렜습니다.


오랜만에 애들 얼굴 보니 정말 반갑더군요. 꽤 오랜 시간 서로의 얼굴을 못 보긴 했지만, 다들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얼굴 표정이 어두운 애들도 없고... 전반기 작전 출동 당시 애들 보내놓고서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는데, 안심이 됩니다. 무엇보다 군대는 건강이 최고인데, 어디 다친 데 없이 다들 건강해보여서 그게 제일 다행스러웠습니다.


어제는 특별히 커피를 좀 챙겨갔습니다. 전역하고 커피 공부를 하면서, 후임들에게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씩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아무리 잘해주려고 노력했어도 제 폭정(?)에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분대장을 내려놓을 때도, 말년에 애들 보내기 전에도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그럼에도 늘 미안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퉁치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커피 한 잔씩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가뜩이나 팍팍한 군 생활, 전역한 선임이 타주는 커피 한 잔으로 다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커피 추출 도구들을 가방에 담아갔습니다. 원두 역시 면회 전 날, 남성역 근처 '달의 둥지'라는 유명한 커피집에서 품질 좋은 원두를 공수해왔습니다. 아침 일찍 미리 갈아둔 원두를 가지고, 후임들 보는 앞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한 잔씩 대접했습니다. 대용량으로 추출하는 건 처음이라 대충 눈대중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챙겨갔는데, 생각보다 추출되는 양이 적더라고요. 넉넉하게 돌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도 다들 '맛있다'며 잘 마셔주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군 생활 힘들다는 후임들 하소연도 받아주고, 예전에 함께 군 생활하던 추억도 공유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습니다. 그러고있자니 문득 제 자신이 다시 '병장 김경준'으로 돌아간 느낌이더군요. 병사로 다시 군 생활을 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문득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말년에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고, 애들이랑 노가리나 까면서 놀던 재미가 있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 딱 일주일만 더 말년 병장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헤어지기 전에 본청 앞에서 다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돌아가는데 모두 손 흔들어 배웅해주는 것을 보면서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전역하던 날에는, 후임들 모두 작전 출동하고 없던 터라 제대로 된 배웅 한 번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배웅을 받으니, 전역하던 날보다 더 뿌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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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 매일 아침마다 직접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원두 자체는 어딜 가나  비싼 편입니다. 그렇다고 오래 두고 마실 수도 없습니다. 로스팅한 지 2주 이상 지나면 아무리 밀폐용기에 보관한다고 해도 커피 본연의 향미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마시겠다고 원두를 오래 보관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하네요. 아까워도 빨리 마시고 신선한 원두를 사는 게 정답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홈바리스타 강의를 들으러 가면, 강사 선생님이 매주 새로운 원두를 한 웅큼씩 맛보기로 담아주셨기 때문에, 그동안 이 원두로 연명해왔더랬습니다. 거기에 얼마 전 핸드드립 대회에서 1등한 덕분에 사은품으로 받은 원두 200g 두 봉이 있어서 꽤 오래도록 원두를 구매하지 않고 커피를 즐길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원두들도 며칠 전에 다 떨어져버렸네요. 새로 원두를 사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별 수 없이 집에 보관 중이던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로 며칠 버텨볼 요량이었습니다만... 커피를 배우고나니 입만 고급스러워진 게 함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던 커피였는데, 이젠 맛 없어서 먹지를 못하겠더군요.


하루 빨리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결국 원두를 새로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디서 살까 고민하다가 '스타벅스'가 떠올랐습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고급 카페의 대명사라고 한다면 다들 스타벅스를 떠올리곤 하죠. 그런데 저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커피 공부를 한 이후로는 마셔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참에 스타벅스에서 직접 원두를 사다가 갈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원두를 드립해서 마시면 어떤 맛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더라고요. 


어제 스타벅스 매장에 가보니 원두가 무척 많더군요. 그중에서도 '하우스 블렌드' 원두 250g짜리 한 봉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네요. 참고로 하우스 블렌드란, 각 커피 브랜드별로 독자적인 레시피를 가지고 블렌딩한 원두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하우스 블렌딩 레시피야말로 그 커피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죠. 브랜드의 생명 그 자체라, 대부분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바로 개봉해서 원두부터 요리조리 살펴봤습니다. 설명으로는 미디엄 로스팅(중배전: 중간 정도 볶은 원두로, 너무 쓰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균형 잡힌 맛)이라고 하는데, 겉만 봐서는 기름기가 좔좔 도는 게, 처음에 강배전인 줄 알았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굉장히 진해보였거든요. 그만큼 향미도 강렬했고요.



바로 핸드밀에 넣고 갈아서 드립해봤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커피의 특징을 이해해보고자 커핑 테스트하듯이 계속 밀착해서 향도 맡고, 아예 원두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살짝 맛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꼬랑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 약간 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습니다. 가장 특징을 잡기 어려운 원두였던 것 같습니다.


마셔보니 향과는 달리 그렇게 강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왜 미디엄 로스팅인지 알 것 같더군요. 신 맛도 없고, 쓴 맛도 없고... 약간 정체성이 없는 듯한 맛. 개인적으로는 이런 균형잡힌 맛보다는 신 맛이나 쓴 맛 등 어느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지는 커피가 요즘 땡겨서... 그닥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특징이 가장 도드라지는 커피가 매우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위의 평가는 철저히 제 주관적인 평가이고... 저는 사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초보 중의 왕초보일 뿐이라... 잘 모르면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언급해봤습니다. 혹여라도 전문가 분들께서 지나가다 제 글을 보신다면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커피 공부에 푹 빠져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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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딱히 강의랄 건 없었고, 지난 번에 예고했던 바와 같이 '핸드드립 경연대회'가 열렸다. 수강생 11명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린 사람에게 원두 한 봉지를 상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지난 번에 구매한 원두가 이날 아침에 내린 커피를 마지막으로 바닥이 나는 바람에, 새로 원두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내심 '오늘 핸드드립 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해서 원두 한 봉 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원두 구입을 잠시 미루었다. 혹시 아는가. 만에 하나 다른 수강생들을 다 제치고 1등을 해서 얻게 될 지. 그러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원두 걱정이 없을 것 아니겠는가.


본격적인 드립을 하기 전에 오늘은 강사님이 직접 내려준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늘의 커피는 '엘 살바도르 라호야 SHG'라는 원두로 내린 커피였다. 등급을 의미하는 SHG는 지난 번에 배운 SHB와는 또 다른 개념이었는데, SHB가 'Strictly Hard Bean'으로 속이 알차고 밀도가 단단한 원두를 의미한다면, SHG는 'Strictly High Grown'으로 매우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원두를 의미한다고 한다. 찾아보니 SHB나 SHG나 큰 차이는 없는 듯 하다. 둘 다 어쨌든 고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를 의미하며, 높은 곳에서 자라날수록 밀도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등급을 적용하는 나라가 다르다는 점이 차이랄까.


아무튼 커피는 높은 지역에서 자란 원두일수록 훨씬 맛있고 가치가 높다고 하며, 오늘 마신 이 라호야 커피는 카카오의 쓰고 단 맛이 나면서도 신맛도 적당히 섞여 있는 커피라고 한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원체 미각이 둔한 것인지, 향과 맛의 특징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이어서 본격적인 핸드드립 대회가 열렸다. 원래 11명이 수강을 하는데, 한 명이 오질 않아서(아싸, 경쟁자가 줄었다!) 10명이서 대회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열린 개인전에서는 한 명씩 드립을 해서 돌려가며 맛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같은 원두를 썼음에도 사람에 따라 맛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이 참 신기했다. 같은 등급의 원두를 같은 양 넣었고, 같은 도구를 썼으니 승부는 결국 '물붓기'에서 판가름이 난 것 같다. 붓는 물의 양과 물줄기의 속도 등에서 이 미세한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10명이 드립을 하는 동안, 강사님은 잘못된 드립 방법이나 잘된 드립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 원두가루 이상 물을 부으면 맛이 연해지므로 안됨 (물이 일정 이상 차면 멈추고 다음 추출을 기다려야 함)

- 2, 3차 추출시에는 물줄기가 굵어져야 함 (1차 추출시에 이미 원두가루가 불어서 물줄기를 얇게 부으면 추출이 느려지기 때문에)


사실 10명의 커피를 돌려가며 마셔봤지만, 정말 심하게 연하게 우리지 않는 이상 맛의 차이를 그닥 느끼지 못했다. 내 미각이 정말 둔하긴 한가보다. 이래서 무슨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ㅜ.ㅜ


아무튼 강사님께서 높이 평가해주신 덕분에... 내가 우승을 차지했다. 


강사님 曰 "전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래도 막내가 제일 잘 내렸다. 물줄기도 일정하게 잘 부었고, 드립퍼의 세 구멍에서 물이 잘 빠졌다. 좀 더 진하게 우렸으면 좋았겠지만,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칭찬해주셨다. 결국 커피원두 한 봉을 상품으로 득템했는데,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뭐가 뭔지 잘 몰라서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케냐AA' 원두를 집어들었다.



이어서 '단체전'이 열렸다. 단체전은 5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팀별 대표가 드립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가장 맛있게 커피를 내린 대표가 속한 팀 5명에게 각각 원두 한 봉씩을 상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팀은 나와 함께 유일한 남자 수강생이자, 제일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대표로 나섰는데, 설마 했는데 이분이 또 우승을 하셨다. 덕분에 나는 '인도네시아 만델린 G1'이라는 원두 한 봉을 추가 득템했다. 


결국 오늘의 위너는 나였던 듯... ^^ 

커피 두 봉 들고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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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작문화원에서 홈바리스타 강좌를 들으며, 그 어느 때보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매 수업 때마다 우리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맛보는 시간을 갖곤 한다. 하지만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있다보니까, 직접 핸드드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커피 도구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마음 먹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커피강국' 답게 다양한 브랜드의 커피 추출도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선택'과 '비용'이었다. 가격대별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있는데, 어떤 브랜드의 품질이 좋고 나쁜지도 잘 모르겠거니와, 하나같이 비용들이 비싼 것이 아닌가. 이젠 커피가 하도 흔한 일상이 되어버려서, 집에서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는 핸드드립 도구들은 저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싼 것 같았다. 커피 하나 내리는 데 무슨 도구가 그리도 많이 필요한지, 원두를 갈아야 하는 핸드밀(그라인더)부터, 여과지(드립지), 서버, 포트, 드리퍼까지... 전부 계산해보니 5~6만원 돈 나오는 것이었다. 전역하고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어, 통장 잔고가 2~3천원 정도인 신세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잠시 구매를 미루었었다.


그러다 예전에 단기 알바하고 받기로 한 대금이 엊그제 들어와, 통장에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이번에야말로 미루지 말고 커피 도구를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일사천리로 구입했다. 최대한 저렴하면서도 그래도 구매고객들로부터 평이 좋은 브랜드인 '휴레드 빈플러스' 시리즈로 구입했다. 다해서 5만 5천원 정도 깨졌다.



사실 처음에는 핸드드립 도구를 살지, 모카포트 도구를 살지도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에스프레소로도 추출이 가능하고, 아메리카노로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모카포트'가 여러모로 간편하고 다용도 활용이 가능해서 끌렸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그닥 즐겨마실 것 같지도 않거니와, 모카포트보다는 손이 더 많이 가는 핸드드립이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 있어서 운치도 있고, 손맛(?)도 있을 것 같아 핸드드립 도구를 선택했다.


택배가 오자마자, 홈바리스타 수업 때 받아왔지만 내릴 도리가 없어 냉동실에 묵혀두었던 원두를 갈아 2~3일 만에 다 마셔버렸다. 그리고 빨리 새 원두를 사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욕구가 굴뚝같아, 어제 열정대학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남영동 '스트라다 146' 카페에서 원두를 구입했다.


200g에 7,000원이었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인 것 같다. 물론 이제 갓 커피세계에 입문한 왕초보로서 원두의 시세나, 품질에 대해 전연 아는 바가 없지만서도, 200g 정도 양이면 그래도 일주일은 거뜬할 듯한데, 7,000원 밖에 안한다고 하니 저렴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이 카페는 아메리카노도 3,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원두 이름은 '블랙잭'인데, 설명을 보니 에티오피아와 과테말라, 콜롬비아의 원두를 블랜딩한 것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원두의 종류를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각 카페 브랜드별로 자신들만의 고유한 블랜딩 기법이 있기 때문에 원두의 비율이나 종류를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여기도 원두 원산지만 밝혀놓은 것 같다. 참 알면 알수록 오묘하고 신기한 커피의 세계다.


아무튼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밀에 어제 산 커피 원두를 넣고 열심히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아직까지 커피 향과 맛을 구분할 정도의 내공은 없어서, 좋다 나쁘다 평가하긴 힘들다. 다만 홈바리스타 수업 때 강사님 曰 "신 맛이 나는 커피가 좋은 커피다"라고 했는데, 이 커피에서는 신 맛이 전혀 나질 않았다. (근데 신 맛이 나는 커피가 무조건 좋은 커피인 건 아닌 것 같다. 커피란 게 개인의 기호에 따라, 블랜딩 기법에 따라 쓴 맛만 나기도 하고 신 맛만 나기도 하니까... 신 맛 나는 커피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커피 공부는 하면 할수록 헷갈리고 어렵다)


그리고 커피 원두가 굉장히 기름져보였는데, 확실히 내려서 마셔보니까 약간 기름진 맛이 나는 것도 같았다. 근데 기름진 맛이 나면서도 뒷맛은 깔끔했다. 그게 또 신기하데.


아무튼 아직은 핸드밀의 분쇄조절도 제대로 못 해서, 갈려나오는 원두의 굵기도 매번 제각각이고, 드립지에 붓는 물줄기도 일정하지 못한 왕초보지만, 꾸준한 공부와 연습으로 '마니아' 정도만 되도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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