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련하는 <무예24기 한양류>는 매주 일요일 오전에 정기수련을 진행합니다.


오늘도(자정이 지났으니 어제가 되는군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오전수련에 참여했습니다. 다함께 몸을 풀고 서로 팔씨름을 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팔씨름이 아닙니다. 하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온 몸의 힘을 끌어올려 상체에 집중한 뒤 상대방을 쓰러트리는 경기입니다. 아무튼 이 팔씨름을 하는데 예전과 달리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수련터에서 '힘캐'라 유명한 형님과 맞붙었는데, 아직은 그 형님께 질 수밖에 없었지만 바로 일주일 전보다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형님도 저를 쓰러트리면서 '어', '어' 하시더군요. 옆에서 지켜보던 사부님도 살짝 감탄했습니다. 함께 한 형님께서 "예전보다 힘이 붙은 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저도 생각보다 그 형님 상대로 오래 버틴 걸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워낙 체급도 크고 힘도 남달라서 아무도 힘으로는 이기지 못하는 상대였거든요.


오늘은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진검으로 베기 수련도 해봤습니다. 확실히 다릅니다. 


예전에는 진검의 무게가 버거워 도저히 들 수가 없었습니다. 목검조차도 버거운 상황에서 진검으로 베기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죠. 사부님께서 진검을 휙휙 휘두르며 공기를 가를 때 나는 바람소리가 경이롭게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힘이 딸렸던 저로서는 아무리 힘껏 휘둘러도 바람소리가 나질 않았더랬습니다. 물론 바람소리가 실력을 가늠하는 절대기준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오늘은 베기 수련을 하는데 진검이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바람소리도 자연스럽게 나더군요. 사부님도 옆에서 보시더니 "진검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사부님께서 오늘 제 수련을 보시면서 "요즘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해주셔서 황송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로 빠른 성취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역시 꾸준한 수련 덕택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30분 정도는 꼭 수련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을 갈고 닦는 것보다 기본기와 몸의 체형을 바로잡는 수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내 몸을 돌아보고 힘의 원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힘도 따라붙은 게 아닐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바른 길을 제시해주시는 사부님이 계시니 저 역시 그를 복이라 생각하고 착실히 따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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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베기용 대나무가 몇 개 생겨서, 베기다이에 꽂아놓고 찌르기와 베기 연습을 좀 했습니다. 


창 찌르기는 표적 없이 허공에다 찌르는 식으로만 연습하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찌르는 연습을 할 수가 없지요. 실제로 대나무 세워놓고 찔러보면, 정확하게 표적을 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날 세우지 않은 창끝으로 두꺼운 대나무를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힘도 있어야 하고, 정확성도 있어야 합니다. 저도 몇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정확하게 대나무 중앙에 박혀서, 창날이 반대쪽으로 꿰뚫었을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더군요.


아울러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대나무를 갈겨베기 해봤는데. 몇 번의 시도에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검술 하시는 분들 시범하는 거 보면 대나무나 짚단을 뭉텅뭉텅 쉽게 베시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기술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안 베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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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화제작 <부산행>을 뒤늦게 봤습니다.


지난 번 <터널>과 비슷한 이유로,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저는 좀비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흉한 몰골들을 보는 것 자체가 꺼림칙해서... 그래도 하도 여기저기서 '부산행', '부산행' 하길래, 얼마나 재밌는지 한 번 보자는 심산으로 방금 보고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잘 만들긴 했어요. 감독이 영화를 통해 뭘 말하고 싶은지 메시지도 단순명료하게 잘 전달이 되고 있었습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게 하고, 머리 써가면서까지 메시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요즘 영화들과 달리, 정말 단순명료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가볍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는 내내 김의성이란 배우가 맡은 버스회사 상무 역할에 집중해서 봤습니다. 대단한 악역이라고 소문이 났길래,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일까 궁금했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아등바등 저 혼자 살아남겠다고, 다른 이들의 생명은 아랑곳않는 캐릭터더군요. 하지만 그 캐릭터의 행동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서 남들 처지까지 신경쓸 여유가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자문해봅시다. 


저는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사실 도덕이란 것 자체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기 위해 다수의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인위적 가치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자기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의사(義士)나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인간들은 저런 상황에 처해서 누구나 김의성이 될 겁니다. 


물론 김의성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단 겁니다.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라고 과연 김의성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겠는가. 뭐 당연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요. 나라와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의인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우리가 그분들을 의인이라고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버스회사 상무의 민폐짓과 더불어 우리 마동석 형님의 격투씬이 또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죠. 그 큼지막한 주먹으로 좀비들을 때려잡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그런데 영화를 보니 좀비들은 관절이 뒤틀려도 금세 관절을 끼워맞춰서 다시 공격해오더군요. 총알도 안 통하는 것 같고요. 타격으로는 좀비들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는 역시 칼과 같이 예리한 무기로 신체를 절단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좀비들과의 격투에는 무조건 진검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로, 우리 모두 무술을... 아니 무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기왕이면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을 말이죠. 먼 훗날 있을지 모를 좀비들과의 격투에 대비해서, 저 역시 무예24기 수련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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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써 열정대학 학생선택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도 5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주 뒤면 종강이고, 마지막 수업은 사당 전수관에 가서 '종강파티'를 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니, 실질적인 수업은 다음 주가 마지막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다들 열심히 잘 따라와주긴 했는데... 얼마 전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네요. 


지난 주 토요일은, 과목 개설 후 사상 처음으로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단 한 분도 참석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뭐 사유를 밝혀주신 분들도 있고, 그냥 아무 연락 없이 잠수타신 분들도 있고... 심적으로 좀 울적했네요. 다들 재밌다고 잘 따라와주다가 갑자기 안 나오는 바람에... 제 수련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혼자 고민도 해봤고, 학생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다들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하다'고 합니다. 뭐 정말 바빠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야죠.


어쨌거나 이 상태로는 애시당초 정했던 커리큘럼(종강까지 권법을 떼는 것)대로 가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업을 지도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목검 두 자루를 챙겨서 수련터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련은 기존에 배웠던 거 가볍게 복습하고, 바로 검을 잡게 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목검 쥐는 법부터 간단한 타법까지만 지도하고 서로 툭탁거리며 때리고 막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확실히 만날 허공에만 주먹과 발을 날리다가, 뭔가를 들고 투닥거리니 다들 재밌어하는군요.


칼을 이용한 공방 연습을 끝내고는 기초 호신술 몇 가지를 지도했습니다. 뭐 전부 여기저기 무술도장을 다니며 알음알음 익혀두었던 것들이죠. 위급 상황에서 여자들도 쓸 수 있는 기술들 몇 개를 소개하니, 다들 또 신기해하고 재밌어합니다. 둘이서 짝 지어서 열심히 연습하네요.


어차피 다음 주 수업이 마지막이니, 마지막 수업 역시도 그냥 이렇게 서로 손이나 칼을 맞대고, 재밌게 수련을 하다가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용두사미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애시당초 처음 개설한 과목이고, '기초 호신술 지도+무예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니, 그닥 후회는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나오면서 제게 응원해주는 수련생들도 있고요. 다들 퇴근하고 쉬고 싶을텐데, 멀리서 와서 열심히 운동하는 거 보면,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마지막 종강파티 때까지 꾸준히 나와줘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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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다.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수련했던 무술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상상해 본 것이다.

 

안중근의 경우 어릴 적부터 워낙 무예를 좋아했다고 전해지는데, 일단 그가 국궁(활쏘기)과 총포술, 수렵술, 기마술 등을 익힌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안중근 본인이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 등을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기에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맨손 무예(권법)에 대한 설명은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만약 안중근이 맨손 무술을 배웠더라면 과연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내 생각에 안중근이 맨손 무술을 배웠다면 '택견'과 '씨름'을 배웠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택견, 국궁, 씨름은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무술이다. 그외에 다른 전통 무술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수박희'와 같은 무술도 있다고 하는데, 이 무술이 안중근이 활동하던 시절까지 전해내려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미 실전된 무술이라 알려져있다.) 또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혹은 십팔기)를 배웠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배웠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한 무예24기는 군용 무술이다. 정식으로 무과에 급제하였거나, 군에 입대한 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군용 무예를 안중근이 배웠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옛부터 택견과 씨름은 그 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수련되어 온 우리 고유의 무예이다. 그 살상력과 실용성, 무술로서의 가치가 상당한만큼 안중근이 무술을 배웠더라면 그 두 무술을 배웠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김구를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독립군은 과연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과연 이들이 무술을 배우긴 했을까?


나는 이들이 분명 무술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총과 폭탄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근대에 맨손 무술을 배웠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을 쓸 필요도 없이 핵 발사 하나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첨단 과학 시대에도 전세계 모든 군인들은 각 나라의 고유 무술을 수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국군도 태권도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지 않는가?) 단병접전과 기습전에서 무술만큼 유용한 기술은 없으며, 또한 무술은 단순히 호신술을 넘어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신체를 강건히 하며, 정신을 수양하는 수단의 하나이기에 꾸준히 수련하고 있는 것이다. 임시정부 역시 '독립 전쟁'을 수행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총검술과 같은 근대적 훈련 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의 기강을 바로 잡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예 연마에 힘을 쏟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무술을 배웠을까? 


김구의 경우는 이미 <백범일지>의 기록(치하포 사건을 통해 김구의 기술을 분석하여 그것이 택견의 기술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혀낸 연구 결과가 있다)을 통해 어렸을 적 '택견'을 수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독립군들은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여기서부터는 일부 기록을 바탕으로 한 나의 철저히 개인적인 상상인데, 임시정부가 위치했던 지역 근방의 전통 무술을 배웠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시정부는 상해, 광둥, 충칭 등 중국 대륙의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다. 중국 역시 임시정부가 활동하던 시기에 활발한 항일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을 도우려는 중국의 무술가들이 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무술을 지도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광둥은 중국 남부 지역으로 남권(南拳)의 총본산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홍권(洪拳), 영춘권(詠春拳) 등 지금까지도 중국의 실전 권법으로 유명한 무술들이 모두 광둥 지역에서 성행하였다. 임시정부는 광둥 지역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광둥성 광저우 황푸에는 그 유명한 장제스의 <황포군관학교>가 있었다. 의열단을 이끈 김원봉과 같은 한국인 항일운동가들을 배출한 학교가 바로 황포군관학교이다. 이들은 나중에 임시정부에 가서 군사 교관이 되기도 한다. 


분명 황포군관학교에서는 자신들의 국기인 중국무술을 가르쳤을 것이다. 또 황포군관학교는 광둥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광둥의 권법들(홍권, 영춘권)을 수련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임시정부의 교관으로서 후일 <한국광복군>을 이끌게 되는 주역들이 중국무술(더 구체적으로 남파 권법)을 배웠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내 상상의 결론이다. (더 나아가 광둥 지역의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무술가, 의원이었던 황비홍과 이들이 한번쯤 교류한 적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는데 너무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상상이라 이쯤에서 붓을 놓는다)

 

어떻게 보면 참 황당무계하고 유치한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든다. 상상을 마치고보니, 내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홍권(洪拳)이 항일 독립 운동을 펼쳤던 우리 선조들이 수련했던 권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짜릿한 흥분(?)마저 든다. 지금 우리 학계에서 독립군들이 어떤 무술을 수련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 '독립군과 무술'이라는 분야로 연구를 해서 논문을 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 이 글은 필자가 2011년에 재미로 써본 글이다. 어디까지나 상상에 많이 치우친 글임을 감안해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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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연일 이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페이스북에서였다. 처음에는 흔하디 흔한 괴담인 줄로만 알았다. 워낙 믿기 힘든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출처 자체도 일반 네티즌이 2차로 가공한 자료였기 때문에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정식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사실임이 드러나자 이내 내 감정은 충격과 경악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이미 사실관계가 다 밝혀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미쳐돌아간다지만, 어떻게 이런 극악무도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가. 여러 명이 여성 한 명을 집단으로 강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가해자가 학부형이고, 피해자가 선생님이라니... 어떻게 자기 자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상대로 그런 잔혹무도한 짓거리를 할 수 있었는지 화가 난다.


학부형들이 교사를 강간했다는 사실도 분노할 일이지만, 이 사건이 벌어진 전남 신안군 주민들의 인식은 더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한 방송사와 한 인터뷰들을 보니 "지역 인식만 나빠졌다",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등, 철저하게 이기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 아닌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들이 섬마을, 시골마을 하면 '정 많고 푸근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저런 순박한 얼굴을 가지고서, 어떻게 뚫린 입이라고 저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을까. 더욱이 방송사 인터뷰에서까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뭐가 옳고 그른지 선악 구분도 못 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이 사이코패스 내지는 소시오패스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특히 사건이 벌어진 전남 신안군은 예전에도 '염전 노예' 사건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곳인데, 이번에 또 이런 사건이 벌어진데다가, 주민들도 저런 식으로 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니, 어느 누가 가고 싶어 하겠는가? 몇십 년전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하나로 인해, 경기도 화성이 여전히 '연쇄살인의 도시'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이제 신안은 '범죄의 고장'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완전히 낙인이 찍혀버렸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저런 이기적인 인터뷰가 보도된 후로는 '지역감정'으로 비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수그러들었다.


얼마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이어, '조성호 토막살해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그리고 이번 사건까지...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살인사건들이 잇달아 벌어졌기에, 사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이런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요즘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는 인식도 팽배해진 것 같다. 한 언론보도를 보니 요새는 호신용품점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무술도장도 장사가 잘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각성한 건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내가 열정대학에 개설한 무예24기 수련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역시 남성 수강생이 한 명도 없고, 전부 여성 수강생들 뿐인 게 그 방증이다. 의외로 여성들이 많이 지원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해서 "여성들이 이렇게 많이 지원할 줄 몰랐다"고 하자, 하나같이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흉악범죄가 많이 일어나서, 호신술을 배우고 싶었다"고들 한다.


하기사 남자인 나도 요즘은 저런 보도를 보면 겁이 난다. 그리고 내 한 몸도 한 몸이지만, 내 가족에게도 저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런 걸 보면서 오늘날 무예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일부 무술도장들은 "주먹보다 법이 가깝다", "5분 거리에 경찰이 있다"며 스스로 무예의 가치를 '양생'으로 전환한지 오래인데, 솔직히 저 말들이 비현실적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래, 어디 신고하면 경찰이 바로 구해줬나? 오히려 늑장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쳐서 더 큰 피해로 번진 게 하루이틀 일이냔 말이다. 이제 정말 수동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할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내 몸과, 가족을 지켜야만 한다. 무예의 본질적 목적인 '호신'을 살려야 할 때인 것이다.


아무튼 세상이 점점 미쳐돌아가는 것 같다. 원래 이런 썩어빠진 사회였는데, 요즘 들어 자극적인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세상이 갈수록 흉흉해지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들 '내 한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고 각성하고, 각자 위급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호신수단을 마련하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 생각한다.


PS. 이런 강력범죄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시대처럼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범죄자들의 양 귀를 화살로 꿰뚫고, 형틀에 묶어 목을 참수하고 효수하는 극단적인 방식까지도 떠오른다. 나도 타고난 본성이 악마인 것인지, 사회가 이렇게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어가는 것인지... 화가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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