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목요일 저녁, 불광동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정Talks가 열렸다. 이번 토크의 주제는 '황 싸부의 인생 다이어트 멘토링'. 


국내 굴지의 뮤지션 기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의 전속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황상찬 코치(일명 황 싸부)의 강연이었다. 


참고로 황 코치의 별명이 황 싸부인 이유는, 그가 우연히 극장에서 본 영화 <황비홍 3>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극중의 황비홍은 '황 사부'란 뜻의 '황 시푸'로 더 많이 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마음에 들어서 그때부터 '황 싸부'라고 스스로를 부르기 시작했단다.


YG 전속 트레이너 황 싸부를 만나다


처음에 이 과목 개설 소식을 듣고서는, 별 생각 없이 신청했다. 과목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여유 있을 때 더 많은 과목을 듣고 최대한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YG 전속 트레이너의 운동법이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분이 처음에 자기소개를 할 때, MMA쪽 용어를 계속 쓰시길래 혹시나 싶어 "마샬아츠(무술)도 같이 지도하시는 거냐"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나는 원래 브루스리(이소룡)를 존경해서 홍콩도 자주 갔었다. 그래서 무술에도 관심이 많았고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연예인들을 지도할 때는 헬스만 지도하면 다들 지루해서 못 견뎌한다. 그래서 타격기 계열의 마샬아츠를 결합한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무술을 수련하는 입장에서 반갑기도 하고, 오늘 2부 시간에 어떤 운동을 지도해줄 것인가 이때부터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황 싸부의 '인생 & 다이어트 멘토링' 


1부 강의는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른 황 싸부 자신의 인생역정을 소개하며, '성공'과 '목표', '습관' 등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언하는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황 싸부는 "성공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라는 말로 강연의 첫머리를 열었다. 그는 성공의 기준은 결국 내 자신에게 달렸으며, 그 기준을 충족시켰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소 난해한 질문을 던졌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want'와 'must' 중에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want'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수강생들 다수가 'must'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내 가치관은 다른 수강생들과 달랐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부터 먼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길을 먼저 찾아야, 그 길 위에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must'를 또한 찾게 되는 것 아닐까? 황 싸부 역시 "보통 must를 먼저 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꼭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길을 가야 시간이 단축되고 효율적일지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산을 오르는 방법


이어 황 싸부가 화면에 띄운 PPT 내용이 참 인상 깊었다. '산을 오르는 방법'이라며 묘사된 그림에서는, 산을 올라가는 몇 개의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 헬기를 타고 바로 정상으로 가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쉽고 빠르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두 번째, 직선코스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빠르지만, 또한 매우 힘들다. 세 번째, 등산로로 우회하여 가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느리지만 그만큼 다양한 길로 갈 수 있다.


이 셋 중에도 역시 정답은 없다. 결국 산을 올라가는 방법이라는 것도,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역시 첫 번째 방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욕심의 존재이니) 현실적으로는 세 번째 방법이 맞다고 본다. 이 길도 가보고, 저 길도 가보면서 느리지만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좌충우돌 부딪쳐본 끝에 정상에 올라야만, 후회 없는 등산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의 나도 이미 세 번째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수상을 보고 울부짖던 사내


황 싸부는 곧이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체대를 지망했던 황 싸부는 실제로 기계체조를 전공했고, 나중에는 단돈 600만원을 들고서 미국 필라델피아로 건너가 요가와 필라테스 그리고 가라데 등 각종 무술과 운동을 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투병 소식에 귀국해 병원비를 대느라 고시원 쪽방 생활을 전전해야 했고, 3일에 한 번씩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얼음을 나르는 알바를 했는데, 이 당시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황 싸부가 머물던 고시원 바로 옆에 큰 예수상이 있었는데, 밤마다 이 예수상을 보며 원망을 담아 울부짖기도 했다는데, 이에 지나가던 사람이 경찰에 신고해 취객으로 몰린 적도 있다고. 


황 싸부는 이때를 회고하면서 "살면서 한 번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러기엔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이때 내가 정말 더 힘들었더라면... 그런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정말 힘들었던 무명 시절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종격투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게 된 계기 역시 흥미로웠다. 


당시의 황 싸부는 워낙 고된 알바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적인 '두통'을 앓았다고 한다. 병원에 가자 의사가 "이대로 계속 살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경고했다고 할 정도였다. 게다가 스트레스로 인해 누군가를 자꾸 때리고 싶을 정도로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단다. 


바로 이때, 황 싸부는 '이종격투기'를 알게 되었다. "차라리 격투기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람을 때리며 스트레스도 풀고 돈도 벌자"고 생각하며, 이종격투기 체육관에 입관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황 싸부가 본격적으로 운동 코치로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때부터 황 싸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황 싸부는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헤매고 있는 것이다"라며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즉,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내가 원하는 인생, 목적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알쏭달쏭한 말이지만 이해가 가는 것도 같았다.



그러면서 황 싸부는 '머그잔의 법칙'을 강조했다. 머그잔을 옆에서 보면 물을 아무리 부어도, 얼마만큼 차올랐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계속 들이붓다보면 어느 순간 차올라서 옆으로 줄줄 흘러넘치게 되는데, 결국 인생이란 것도 그런 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나의 실력을 알 수가 없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쌓으면(물을 부으면) 결국 내 스스로도 알고, 남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이 흘러넘치는 것)


성공하는 삶=좋은 습관


마지막으로 황 싸부는 '성공하는 삶=좋은 습관'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성공하는 삶을 만들기 위한 좋은 습관 4가지를 제시했다.


1. 긍정마인드


-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든 일에 임하라


2. 인사


- 누구에게나 적극적으로 인사하라. 필요 이상의 적을 만들지 마라.


3. 운동(health)


-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선 본인의 체력부터 길러라. 모든 일도 건강이 우선이다.


4. 칭찬


- 스스로에게 칭찬하라. 주위에서 내 편을 찾지마라.


황 싸부는 위의 4가지 습관을 잘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성공하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또한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문드러질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을 주문하였다. 정말 미친듯이 몰두했을 때에도 안되는 일은 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일 중에 안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미쳐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 반문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달까.


황 싸부는 "습관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비결의 하나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하면서,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사례를 들려주었다. 


주짓수를 배울 당시에, 자기가 쉽게 넘길 수 있는 상대가 있었던 반면에, 자기가 아무리 해도 넘기지 못했던 상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존심이 상해서 자꾸만 자기가 쉽게 넘길 수 있는 상대하고만 붙으려고 했었는데, 결국 그렇게 하니 실력이 좋아질 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겪고 깨닫는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해서, 또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무술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싶어 무척 반가웠다.


여름맞이 운동법을 배우다


1부 강연이 끝난 뒤, 곧이어 이어진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황 싸부로부터 여름맞이 운동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의자를 모두 치우고 다들 간단하게 몸을 푼 뒤에, 황 싸부의 지도를 받아 스쿼트와 같은 기본 체력단련법을 먼저 배웠다. 



나같은 경우 워낙 무술 수련을 통해 하체단련 하나는 잘 되어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터여서,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진 않았다. 여하간 황 싸부는 "운동을 제대로 한 사람은 엉덩이가 크지 않다"며 "이 동작만 제대로 하루에 1분씩만 해줘도 골반 라인이 이뻐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1. 두 발을 마보처럼 넓게 벌리되, 양 발의 끝이 바깥쪽을 향하게 하여 180도로 만든다.

2. 양 손바닥을 엉덩이에 살짝 짚는다

3. 앉으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일어서면서 숨을 내쉰다. (일어설 때 엉덩이를 꽉 조여주는 것이 포인트)


하체단련법을 배운 뒤에는 복싱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야 고딩 때 복싱을 몇 개월 정도 배워본 적이 있어서 따라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잽, 스트레이트'를 먼저 배우고, 나중에는 스텝을 이용해 '잽-잽-잽-잽-원/투'를 반복하였는데, 오랜만에 복싱을 하려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확실히 복싱이 운동량도 대단히 많고, 기술들도 간단명료하면서 위력적이어서 단기간에 실전에 써먹기엔 아주 좋은 운동인 것 같다. 어느 순간 황 싸부의 구령에 맞춰 비지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원투를 날리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과 마주하면서 원투를 날리고, 받아치는 연습을 했다. 보통 미트로 받아치면서 연습하곤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투를 날리면 상대방이 손바닥으로 타탁 쳐내며 반격하는 공방 연습이었다. 나와 함께 손을 섞고 연습을 하던 열정대학 조교 근우씨와 원투를 주고받다보니 단조로움에 질리기도 하고, 또 무술가적 본성이 주체하지 못하고 튀어나오고 말았다.


"저는 영춘권을 배워서 이렇게 말고, 다른 식으로도 할 수 있어요"라며, 근우씨를 상대로 영춘권 스타일로 공격을 막고 반격해봤다. 어설프게 알면 모르니만 못한 법이고,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가는 법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배운 기술을 이래저래 써먹어보고 싶은 것이 또한 무술 수련생의 욕구 중 하나다.


원투 주고받기 기술 외에도 몇 가지 호신술을 익혔다. 사실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도장에서 배운 호신술 중 일부 기술들은 실제로 써먹기 어려운 '죽은 기술'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근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기술이라던가... 고도로 연습하지 않으면 쓰기 힘든 기술이라던가... 황 싸부는 그런 점을 지적하면서 힘이 약한 여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지도해주었다. '손목 잡혔을 때 대처법', '상대방이 껴안았을 때 대처법' 등이다.


그렇게 한창 복싱 연습을 하다가, 바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갔다. 


명상 중간에 갑자기 황 싸부가 "아!"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놀라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명상에 집중하느라 그 소리에 놀라지 않는 게 더 제대로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황 싸부는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낸 소리에 크게 놀랄수록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명상에 집중하면 내가 내는 소리에도 반응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친 운동을 한 뒤에는 꼭 이 명상을 바로 해주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미심쩍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해서 나중에 사부님께 다시 한 번 여쭤볼 생각이다.



강의를 마치고


명상을 끝으로 오늘의 강의도 모두 끝났다. 


무려 2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강연이었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몸으로 직접 운동을 배워볼 수 있었던 2부 시간은 재밌는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잽을 날리는 맛도 괜찮았고, 새로운 운동법을 배울 수도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실 무엇보다 황 싸부의 인생역정을 들으면서, '역시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시련은 있었구나'하는 점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YG 전속 트레이너로 유명 연예인들을 지도하고, 하루에도 80통 이상의 메일을 받는다는 그 황 싸부도, 젊은 시절 동네 예수상을 보며 울부짖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이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그 정도까지 좌절한 적은 없지만, 그리고 그런 좌절을 일부러 겪고 싶진 않지만... 남은 인생에 있어 어떤 좌절과 실패가 닥치더라도, 마땅히 극복하겠노라 다짐해본다.



PS. 끝나고 나가는 길에 황 싸부가 협찬받은 건강보조식품을 나눠주었는데, 운동 전/후로 먹으면 운동효과가 배가 된다고 한다. 뭔가 되게 좋아 보여서 많이 챙겨왔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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