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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5 군 생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해금' 배우기

오늘 해금학원에 등록하고서 첫 수업을 듣고 왔다.


부천에 위치한 '해금소리'라는 작은 교습소인데, 원장님이 퓨전국악걸그룹 '연리지'의 리더로, 실력이 있는 분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학원이 집과 거리가 좀 있어서 망설여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일반 국악학원보다는 해금 전문 학원에서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고르게 되었다. 또 원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믿고 배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이곳을 선택했던 것이다.


해금과의 첫 인연


사실 옛날부터 해금은 국악기 중에서도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악기였다. 


해금의 매력을 알게 된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던 때였다. 노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해금연주가 강은일 씨가, 생전에 노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아침이슬'을 해금으로 독주했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구슬프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해금의 소리에 반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아마 은연 중에 해금을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었나보다. 오늘 친구에게 해금을 배운다고 얘기했더니, 그때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드디어 꿈을 이루는 모습이 멋지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기억 못하는 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신통방통하다만...)


전역 전 작성한 버킷리스트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금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는데, 전역하기 직전에 해금을 배워야겠다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생겼다.


말년 휴가 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해금연주가 조혜령 씨의 '이등병의 편지' 해금 연주를 듣고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나가서 뭐 먹고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좀 있으면 떠나야 되는 부대에 대한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인해 한동안 싱숭생숭하던 때였는데, 안그래도 구슬픈 '이등병의 편지'를 구슬픈 소리를 내는 해금으로 들으니 마음이 크게 동했더랬다.



그래서 부대 복귀하자마자, '전역 후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목록에 '해금 배우기'를 넣었는데, 전역하고 딱 한 달 조금 넘어서 해금 배우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사실 제일 걱정되는 건, 내가 음치에 박치라는 것. 어느 악기가 안그러겠느냐마는 특히나 해금은 연주자의 섬세한 손길과 절대음감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악기라고 해서, 지레 겁부터 먹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내가 음악에 대해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쪽으로는 완전 둔재에 가까우니... 


하지만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 즐기면서 열심히 하면 대성할 수 있다'는 무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얻은 교훈이, 해금에도 적용되리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수업에 참여했다. 


내가 등록한 취미반은 원래 4명의 소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명이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세 명으로 줄어서 더 단촐하게 수업을 받게 되었다. 인원이 적어서 원장님의 세심한 지도를 받기에는 적합하나, 덕분에 비용이 예상치 못하게 1만원이나 늘어 부담이 좀... 정말 뭔가 배우려면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봐야 하는 건가.



강의 시간이 1시간으로 짧기도 하거니와, 멀리서 와서 어렵게 배우는 악기이니만큼, 원장님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청하고, 또 열심히 줄 당기기 삼매경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이제서야 조금 감이 잡히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대로 가버리면 다음 주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릴 것 같아, 수업이 끝나고도 혼자서 20분을 더 연습하다가 문을 나섰다.


진도를 나가려면 평소에도 열심히 연습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악기가 없으니... 아무 때나 와서 연습해도 된다고는 하는데, 거리가 거리인만큼 자주 오는 건 힘들 것 같고... 가끔 바람 쐴 겸 들러서 연습을 해야겠다. 재능이 없으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무예나 악기나.. 결국 모든 건 일맥상통하는 법이다.


아무튼 아직은 '끼긱끼긱' 거리며 칠판 긁는 소리나 내는 형국이지만,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꾸준한 연마로 나 홀로 멋진 곡 한 곡을 독주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어쨌든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실천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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