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역사학자들이 정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 약사(略史)다. 부록(연표)을 제외하면 175페이지로 매우 얇다. 두꺼운 연구서를 읽기 벅찬 일반 독자들을 위한 맞춤형 교양서다.


책이 얇다고 안에 담긴 내용도 얄팍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임정 연구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9명의 학자(한시준, 김희곤, 한상도, 장석흥 교수 등)들이 1부 상해 시기, 2부 이동 시기, 3부 중경 시기의 세 파트로 임정의 활동상을 나누어 정리했다. 임정의 성과와 한계를 두루 조명하려 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의 초판은 2009년에 나왔다. 그리고 좌우 세력 간 역사전쟁을 불러일으켰던 '건국절' 논란은 2008년에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도 건국절 논란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반박이 제시되고 있다. 


역사학자들이 정확한 근거를 들어 건국절 논란을 반박한 게 벌써 9년 전인데 아직까지도 건국절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현실이 웃프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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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8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다녀왔다. 주제들을 살펴보니 흥미롭기는 한데, 대부분 기존에 널리 알려진 내용들이라 그냥 사실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발표가 이뤄질 듯 싶었다. 어쨌든 내가 몰랐던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과 옷차림으로 다녀왔다.


그 넓은 회의장에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이런 학술회의는 전역 하고 참 오랜만에 오는 듯 싶었다. 논문집이나 한 권 챙겨올 요량으로 가볍게 차려입고 갔는데, 너무 초라하게 입고 갔나. 아무튼 이쪽에서 활동하다보니 역시 아는 얼굴들도 많이 만났다. 논문집을 살펴보니 역시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래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내용들이라 복습하는 차원에서 좋았던 것 같다. 몰랐던 사실들도 있었고. 


오늘날 세워진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문헌적으로 완벽히 반박 가능한 사실이거늘, 아직도 1948년 건국론을 부르짖는 세력의 의도가 뭘까 궁금하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이런 적폐들도 모조리 청산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의미 있는 회의현장에 참석할 수 있어 좋았는데, 막판에 별 거 아닌 일로 좀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행사 관계자로부터 '밥' 문제로 무안을 당했다. 보통 학술세미나 현장에 가면 주최 측에서 점심을 제공하곤 하는데, 한 번도 밥 문제로 무안을 당한 적은 없었다. 하필이면 또 아는 사람들 앞이었다. 순간 울컥했지만 뭐 따질 상황도 아니었고... 그냥 불쾌한 감정을 품은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냥 나가서 따로 사먹든지 해야겠다. 그깟 공짜 밥 먹겠다고 온 것도 아니고 없는 사람 취급받는 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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