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학생 서포터즈 1기, 그 힘찬 출발의 현장을 가다!

 

[1부] 서포터즈, 6·25 전사자 유해발굴현장을 가다


안녕하세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학생 서포터즈 1기 김경준입니다.

 

지난 5월 13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 본청 앞에서 열린 발대식을 통해, 드디어 28명의 국유단 대학생 서포터즈 1기가 출범하였는데요, 오늘은 그날의 뜨거웠던 현장 분위기를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저와 함께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발굴지로 가는 길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불어오던 5월 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아침부터 젊은 대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치열한 심사를 뚫고 최종 선발된 1기 국유단 서포터즈들이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발대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출범을 알릴 서포터즈들은 발대식에 앞서, 실제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충원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가리산. 바로 오늘 우리가 올라가야 할 발굴현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었습니다. 이곳 가리산 일대는 6·25 전쟁 당시 매우 치열했던 '벙커고지 전투'가 있었던 지역입니다.

 

벙커고지 전투는 중공군의 제2차 춘계공세가 있었던 1951년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벌어진 전투로, 미 제2사단 38연대가 홍천 북방의 벙커고지(778고지) 일대에서 중공군 제12군의 침공을 저지한 방어전투입니다. 당시 중공군의 공세에 맞서던 미 제2사단은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하루에 제한되어 있던 탄약소모량까지 넘겨, 하루 만에 3만 발의 엄청난 포탄을 쏟아붓는 등, 고지를 고수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결국 이 전투로 인해 중공군은 끝내 홍천 방면으로 진출하지 못한 채 공세가 꺾였으며, 아군은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사 출처: http://www.korea-dmz.com/home/page/sub02/03/0054600547309805.asp)


 

하차지점에서부터 실제 유해발굴이 이루어지는 현장까지는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요,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무수히 반복되는 등산로는 금세 서포터즈들의 등을 땀으로 흠뻑 젖게 만들었습니다. 발굴병 출신으로 얼마 전까지 산 타는 게 일상이었던 저조차도 오랜만에 타는 산이었던지라 힘들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중간 중간에 걸려있던 현수막의 문구들은, 다시 한 번 우리가 오르는 이 길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어 힘들다는 생각을 잊게 했습니다.



숙연했던 발굴현장 견학

 

마침내 도착한 무명 755고지 발굴현장. 서포터즈들은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곧바로 6·25 전사자의 유해가 발굴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출입금지' 라인이 둘러쳐진 트렌치(유해를 노출하기 위해 유해 주위로 넓게 판 굴) 안에는 이미 한 분의 유해가 지상으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는데요, 서포터즈들은 먼저 헌화와 거수경례, 묵념으로 고인에 대한 예를 표한 뒤에, 이 지역의 발굴을 책임지는 안순찬 발굴팀장(육군 원사·발굴 1팀장)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순찬 팀장은 지표 위에 드러난 유해와 함께 나온 유품들에 대해 설명하며, 전문발굴병들이 어떻게 유해를 식별하고, 수습하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서포터즈들이었던만큼, 누구보다 관심도 많고 질문들도 날카로웠는데요, 이날 서포터즈들이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발굴팀장의 답을 정리해봤습니다.



Q. 아군인지 적군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A. 유해가 발견되었을 때, 함께 나온 유품이 신원확인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현장에서 나온 유품을 통해 전문발굴병이 1차 피아판단을 하지만, 더 정확한 감식을 위해 중앙감식소로 모셔서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

 

Q. 유해발굴을 하는 지역은 어떻게 선정되는가?


A. 기본적으로 '전사(戰史)'를 공부함으로써, 전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있었던 지역들을 분류해 선정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발굴작전을 하기 전, 선행 탐사를 통해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들을 식별하고 발굴에 들어가게 된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해 수행하는 유해발굴작전

 

이날 현장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수습했던 송재홍 상병(발굴1팀 분대장)은 "현장에서 유해가 나오면, 전적으로 우리들이 맡아서 수습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수습에 임할 수밖에 없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수습하려 노력한다"며 현장에서 유해발굴에 임하는 발굴병들의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에 대해 강조하였습니다.

 

서포터즈들 역시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해의 DNA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서 조심스레 유해를 수습하는 발굴병들의 모습에, 매우 큰 감명을 받은 듯 했습니다. 단 한 분의 유해라도, 이렇듯 항상 정성을 다해 수습하는 발굴병들의 모습, 참 믿음직스럽지 않나요?


이어 안순찬 팀장은 유해를 발굴할 때 쓰이는 장비들과 현장에서 나온 유품들을 소개했는데요, 실제 유해 탐사 시에 사용되는 '금속탐지기'의 운용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신기함에 눈에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하지만 신기함도 장시, 서포터즈들은 다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전투화 밑창, 탄피, 탄창, 유리병, 대검 등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60여년 전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신필순 발굴과장(육군 중령)은 현장에서 나온 수류탄을 보여주며, "이 수류탄은 안전핀도 그대로 있는 상태라, 지금도 폭발 위험이 있다. 이처럼 발굴병들은 항상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지만, 호국영령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오늘도 산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禮를 다해 모셔지는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

 

이어 서포터즈들은 유해의 입관 과정을 지켜보았는데요, 입관 과정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수습한 유해들을 한지에 조심스레 약첩(한지로 유해를 감싸는 것)한 뒤 예단(고인의 마지막길에 보내는 예물)과 함께 입관하고, 다시 관 뚜껑에 '6·25戰死者之柩(6·25전사자지구)'라고 쓰여진 명정(관에 덮는 천)을 덮은 뒤, 마지막에 태극기로 관포함으로써 입관 의식을 마치게 됩니다.



유해가 모셔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며, 서포터즈들은 현장에서 발굴되는 한 분 한 분의 유해가 최선의 예를 다해 모셔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경건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입관을 하는 발굴병들의 손길을 지켜보며, 서포터즈들 역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입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자, 발굴부대인 11사단 장병들과, 국유단 전문발굴병 및 서포터즈 등 현장에 위치한 모든 인원이 태극기 앞에 도열했습니다. 바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내드리기 위한 '약식제례'와 '유해봉송' 절차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인원들은 고인께 잔을 올린 뒤, 거수경례와 묵념으로 예를 표했습니다. 이어 유해를 봉송하면서 모든 의식이 마무리되었는데요, 이때 유해가 모셔진 관을 들고 봉송하는 역할은, 유해를 최초 발견한 발굴부대 병사가 맡아 수행하게 됩니다. 유해가 지나가는 길에서, 현장에 있던 인원들은 2열로 도열한 뒤, 다시 한 번 거수경례로 유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았습니다.

 

유난히 발걸음이 무거웠던 하산길

 

발굴현장 견학을 마치고 산을 내려가는 서포터즈들의 발걸음은 하나같이 무거운 듯 했는데요, 교과서로만 접하던 전쟁의 흔적을 직접 두 눈으로 보면서,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역사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웠으나,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어 계시는 호국영령이 13만여 위나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서포터즈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역할이 막중함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유해발굴현장 견학을 통해 다시 한 번 활동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은 서포터즈들! 이제 공식적인 발대식을 통해 진정한 서포터즈로 거듭나는 일만 남았는데요, 호국영웅 메신저들의 힘찬 출발을 알리는 현장 소식을 2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2부에서 계속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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