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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02 [근황]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서포터즈 1기 면접심사 후기~! 7

오늘 오후에 국립서울현충원 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에서 대학생 서포터즈 1기 면접심사가 있었다.


나 역시 1차 서류심사 합격자로서, 면접에 응하기 위해 현충원으로 향했다. 전역한 지 3주 만에 다시 현충원에 오다니...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이미 현충관 앞에 도착하니 단으로 들어가는 샛길 앞에 안내판과 함께 아는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국유단 본청 전경)



(사진: 국유단 서포터즈 면접 안내판)


면접대기실인 2층 회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면접 대기 시간 동안 국유단 관련 영상물을 시청했는데, 우리 팀이 작년에 철원 광덕산에서 발굴할 때 촬영했던 KBS <남북의 창> 영상도 나오고, <진짜 사나이 2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편>도 나오는 걸 봤다. 뭐 나야 군 복무하면서 실컷 봤던 내용들이긴 했지만, 함께 동고동락하며 발굴했던 멤버들이 등장하는지라 반가운 얼굴들 보는 재미로 감상했다.




(사진: 면접대기실로 활용된 회의실... 여기도 정말 오랜만이다)


면접 대기하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간부님들께 인사나 드리려고 돌아다녔다. 이번 서포터즈를 담당하는 공보장교님도 반가워하시면서 "국유단 전역자라고 해도 특별히 가산점 주고 그런 거 없으니까, 똑같이 긴장하고 열심히 보라"고 하셨다. (덕분에 긴장을 좀 더 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 함께 당직을 서기도 했었던 탐사관 한 분은 "어떻게 왔냐"며, "사무실에 내 발굴복 있으니까 갈아입으라"고 농담도 하셨다. 하여간 마주치는 간부들 대부분 "어떻게 왔냐"는 반응이다 ㅎㅎ.. 심지어 지역대장님은 "이제 전역하려고 인사하러 왔나?"고 하셔서 당황... 분명 전역하기 하루 전날에 인사도 드리고, 간부사관 관련 상담도 길게 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내가 전역 안 한 줄 알고 계실 줄이야... ㅜㅜ


면접 보기 직전에 공보장교님 인솔 하에 지원자들이 1층 로비에서 전시된 유품들을 보며 유해발굴사업의 의의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 임시감식소도 들어갔는데, 마침 한-미 공동감식 관련하여 미국 DPAA 쪽 관계자들도 와 있었다. 감식소에서 일하던 감식병들은 내 얼굴보고 깜짝 놀라고, 나는 그저 그 상황이 웃겨서 웃어주고...ㅎㅎㅎ





(사진: 국유단 1층 로비에서 공보장교님의 설명을 듣는 지원자들)


이윽고 면접 시간이 되었다. 면접은 접견실에서 4인 1조로 이루어졌다. 사실 접견실은 전역하기 전에 짱박혀서 커피나 마시면서 접견병과 한담이나 나누던 내 집 안방과도 같은 곳이었는데, 면접이 뭐라고 또 긴장이 되는 건지... 현충원 올 때까지만 해도, 그냥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 볼 생각에 설레기만 했는데, 막상 면접을 볼 때가 되니 가슴이 두근두근... 내 집 안방이나 다름 없는 곳에 왔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건지 스스로 생각해도 좀 우스웠다.


들어가니 면접관이 세 분 계셨는데, 계획운영과장님, 공보장교님 그리고 유브레인 측 면접관 한 분이 계셨다. 한 10~15분 정도 면접을 본 것 같은데, '자기소개', '지원동기', '서포터즈가 된다면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와 같은 상투적인 질문들이었고, 유브레인 측 면접관께서 "서포터즈가 되면 팀 활동을 해야하는데, 팀 활동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제법 신선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셨다.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서포터즈가 되면 하고 싶은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나의 강점은 국유단 전역자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예비역들이 전역하고 나면 군 복무 한 방향으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들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행동들이 스스로 수행한 임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국유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역자 출신으로서, 내가 수행한 임무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다"


"나의 소원은 남북의 평화통일이다. 통일부에서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나는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곤 했고, 군 복무를 하면서도 유해발굴과 통일이 어떻게 연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곤 했다. 현재 북한 지역에서는 유해발굴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 지역에 있는 유해를 발굴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북녘의 이산가족들도 가족을 찾지 못할 것이다. 하여 나는 서포터즈가 된다면 나의 장기인 글쓰기를 살려, 북한 지역 유해발굴이 남북의 평화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데, 활동 포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말을 좀 많이 더듬고 버벅거린 것 같다. 긴장을 한 탓인지,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는대로 말하다보니 그런 것인지... 지금 정리해보니 너무 이상하게 말한 듯... 그래도 의미전달이라도 똑바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지난 3월 중국군 유해 인도식 당시 찍은 단체사진. 맨 왼쪽의 전투복을 입은 놈이 바로 나다 ㅎ)


면접을 마치고, 발굴과와 계획운영과에 가서 간부 및 계원들에게 인사도 하고 서로 근황도 나누었다. 간 김에 코팅지가 벗겨진 내 전역증도 다시 만들었다 ㅋㅋㅋ 본부중대에 가서 중대장님과 행보관님한테도 인사드렸다. 행보관님이 제일 반가워하신 것 같다. 옆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전역 후 근황도 말씀드리고, 나가서 할 것도 없고 그래서 재입대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행보관님도 여전하신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행보관님과 이야기하고 나오는데, 내 집이나 다름없던 5생활관에 잠깐 들러, 내가 쓰던 침상에 잠깐 앉아 감상에 빠졌다. 내 관물대와 침상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군 생활하면서 쓰다가 전역하기 전에 두고 간 세면바구니도 그대로 있었다. 물론 3주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軍 생활이기에... 내 침상도, 관물대도, 생활관도... 그리고 사람들도 너무 그립기만 하다.


다른 후임들하고도 만나서 얘기 좀 하다가 나왔는데, 뭐랄까...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역하고 솔직히 어디 마음 붙일 때가 없어 힘들었다.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만날 사람도 별로 없고, 아직 사회화가 덜 되어서 여전히 군대 꿈만 꾸고 있고... 그런데 내가 군 생활하던 단에 와서, 정든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나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정말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가 아닌가 싶은 착각도 들었다.


뭐 어쨌거나...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원자 중 내가 유일한 전역자인 것 같던데... 유해발굴 관련해서는 그 누구보다 정통할 수밖에 없는 전역자 출신으로서, 나의 강점을 살려 한 번 열심히 해보고 싶다. 전역자들이 전역 후에도 자기가 수행한 임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그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모범을 보이고 싶다. 그것은 곧 내 군 생활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니까.



(사진: 기념품으로 받은 수첩과 코인)


PS. 기념품으로 수첩과 코인을 받았다. 국유단 발굴병 지원 면접 때 기념품으로 받은 코인과, 전역병 간담회 때 단장님으로부터 받은 코인... 그리고 오늘 서포터즈 지원 면접 때 기념품으로 받은 코인까지... 난 국유단 코인이 무려 세 개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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