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해금 수업을 들으러 부천으로 갑니다.


해금교습소가 부천시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월요일 저녁은 항상 시청 지하 1층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이 가까웠다면 지금보다 더 자주 가서 먹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을 하고 있어 점심, 저녁으로 자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는데요, 입구에서 식권을 발급받아 뷔페식으로 식사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식권은 3,800원밖에 안 합니다. 자율배식이 가능해 먹고 싶은만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맛도 매우 훌륭합니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하고요.


반찬도 기본찬을 포함해서 무려 5~6찬 가까이 됩니다. 조금씩만 받아도 다 먹고 나면 배가 매우 부를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후식으로 누룽지가 제공되고 있어 한 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지요.


집 근처가 노량진 고시촌이라 공시생들 대상으로 운영하는 저렴한 밥집에 자주 가곤 합니다. 그런 곳들도 저렴해봐야 4,500원 이상입니다. 그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맛이며 양이며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저렴하게 집밥을 즐기고 싶다면 부천시청 구내식당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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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맞맞후임이 휴가를 나왔길래 어제 강남역에서 만나 술 한 잔 했습니다.


그 친구 신병으로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분대장 떼고 이제 '말년'이라고 합니다. 제가 말년이었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그 친구도 말년이라고 하니 참 시간이 빠릅니다. 군대 안에서만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가나봐요. 나오니까 이렇게 총알처럼 빠르게 흐르는데...


여하간 강남역에 좀 미리 도착해서 구경하는데, 연신 감탄이 나오더군요. 처음 온 건 아니었지만, 새삼 감탄했습니다. 그동안 노량진, 반포, 홍대 여기저기 다 가봤지만 강남역도 만만찮게 번화하더라고요. '방탈출카페'라는 신기한 업소도 보이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갔더니 수입음반을 1천원에 팔기도 하고... 술집, 맛집 뭐 없는 게 없더군요. 괜히 제가 '서울촌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실히 서울이 살기 좋긴 합니다. 얼마 전에 외할아버지 장례식 때 춘천에 갔었는데, 배가 아파 죽겠는데 약국이 없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내 나가서도 약국 찾는다고 꽤나 헤맸지요. 나름 '시'라고 하는 춘천도 그 모양인데, 거기보다 더 벽지는 말할 것도 없죠. 시골살이의 즐거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도시에서 나고 자라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고문보다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가끔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그건 그저 이상으로나 놔두려고요. 누가 뭐래도 저는 제가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이 도처에 널린 서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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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링크: http://omn.kr/lkco


어제 집에 오는데 동네 길거리에 웬 포스터가 붙어있더군요. 바로 오늘 노량진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대통령이라고 붙여주고 싶지도 않지만)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 동작지부 등에서 주최하는 집회라고 하더군요. 저는 다수정당이건 소수정당이건 신뢰하는 정당도 없고, 지지하는 정당도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원래 같았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텐데, 사실 이번에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주최가 어떤 곳이든지간에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기자 특유의 취재정신이 발동하기도 했고요.


오늘 저녁 6시 30분부터 노량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더군요. 시간 맞춰 광장에 가니 30명 안팎의 인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앉아 집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장들을 보니 대부분 수산시장 상인들이었습니다. 수산시장 상인들이 왜 장사를 관두고 집회 현장에 나온 걸까 의아했습니다. 관계자들로 보이는 분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제 복장이 좀 그랬는지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하더군요. (무예 수련하러 가던 길이라 도복을 입고 있어서...) 그래도 '오마이뉴스'라고 하니 많이들 경계를 풀더군요. 여전히 "요즘 언론은 못 믿는다"고 경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 상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랑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러자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기사 나온 지가 언젠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느냐"며 도리어 타박하더군요. 


현재 추진 중인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배후에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과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언론 보도상으로는 그런 의혹이 있다고만 나오더군요. 상인들은 그러한 의혹에 대해 수협 측에 확실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듯 했습니다.



아무튼 수산시장 상인들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에 길 가던 시민들도 지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촛불 행렬에 합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딸의 친구들을 줄줄이 데리고 온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특히 딸이 아주 똘똘하더군요. "나 같은 초등학생도 심각하다고 집회에 나오는데, 대통령이란 분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3이라는 한 남학생은 "수시에 합격해서 수능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면서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더군요. 취재차 잠깐 들른 거라, 오래 자리를 지키진 못했지만 지역사회에서도 촛불을 드는 모습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내일 광화문에서는 역대급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큰 사고 없이 평화롭게 잘 끝났으면 합니다. 아, 물론 집회의 목적은 꼭 성취되어야겠지요. 박근혜의 대통령직 하야 말입니다.


#박근혜 #최순실 #박근혜_하야 #박근혜_퇴진 #차은택 #노량진 #동작구 #광화문 #촛불 #촛불문화제 #촛불집회 #박근혜_탄핵 #미르재단 #정유라_구속 #우병우_구속 #개혁 #혁명 #정의당 #녹색당 #수산시장 #노동당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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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열심히 글을 썼더니, '이 달의 게릴라'로 선정되어 부상으로 원고료 20만원을 받았습니다.


꽁돈이 생겨서 기분이 매우 좋더군요. 충동적으로 양주 한 병 질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최후의 만찬 당시 즐겼던 술로 유명한 '시바스 리갈' 12년산이었습니다. 양주는 확실히 비싸더군요. 500ml 한 병이 3만원을 호가하다니... 중국 바이주나 우리 전통주가 정말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사실 양주랑 저랑은 잘 맞지도 않는 터라... 어쩌다 한 번 기분 내려고 산 거지, 앞으로는 잘 안 먹을 것 같습니다.


원래는 혼술로 마시려고 했습니다만, 혹시 몰라 군 복무 당시 선임들과 함께 만든 단톡방에 "같이 시바스 리갈 깔 사람?" 하니 덥썩 미끼를 물어오는 친구가 있더군요. 덕분에 술 친구도 생기고 해서 좋긴 했습니다만... 술이란 게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게 함정이었습니다. 3만원짜리 양주 한 병을 앉은 자리에서 다 마셔버리고, 그도 모자라 "중국 백주가 먹고 싶다"는 그 친구를 중국집으로 데려가 연태 고량주까지 두 병 마시고... 3차로 술국 하나 시켜놓고 소주를 4병이나 깠습니다.


덕분에 그 친구나 나나 완전 꽐라됐습니다. 어떻게 집에 오긴 왔는데, 집에 온 이후로 기억이 없네요. 원래 아무리 취해도 집에 오면 무조건 씻고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고대로 뻗었더라고요. 나중에 카드 내역 확인해보니까 이날만 10만원 가까이 썼습니다. 아휴...  그 친구가 만취하는 바람에 제가 돈을 또 다 냈거든요.


꽁돈 생겼다고 너무 좋아했나봐요. 가난한 휴학생이 기분 탓에 내지른 돈 치고는 후유증이 너무 큰 듯 합니다. 차라리 이 돈으로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사면 좋았을텐데,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뭔 소용인지... 당분간은 돈도 아낄 겸, 스스로에게 금주령을 내려야겠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살 것도 많으니, 앞으로는 돈이 들어와도 절약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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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한 다음 날인, 지난 주 목요일의 이야기다.


노량진 할머니댁으로 전역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할머니댁이 위치한 노량진 본동길은 내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여서, 생각보다 아주 뚜렷하게 내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랜만에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싶어서 본동길을 걸어내려왔더랬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옛 건물들이 점차로 철거되어, 내가 살던 풍경을 추억하기엔 너무 많이 바뀌어버려 아쉬움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푹푹 한숨만 내쉬며 걷고 있는데, 웬 어린 학생들이 구석진 골목길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거기도 옛날에 내가 살던 동네의 골목길이라서, 생각없이 따라 들어갔는데, 이런... 5~6명 정도 되는 학생 무리가 쪼그리고 앉아 구름과자를 열심히 피고 있었다. 당황해서 못본 척 그냥 나와버렸는데, 돌아오면서도 '훈계를 했어야 하는 건가' 싶어 후회도 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내 자신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그 시간대는 벌건 대낮이었고, 얼굴들을 보아하니 매우 앳된 것이, 고딩도 아닌 중딩쯤이나 된 것 같은데, 아무리 구석진 골목길일지언정 백주대낮에 교복을 입고서 몰래 흡연을 하는 행동이 결코 바람직해보이진 않았다.


어쨌거나 그 골목길은 공사를 위해 철거된 건물들로 향하는 길이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길이었기에, 백주대낮임에도 불량 학생들이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사실 흡연이야 결국 손해보는 것도 지들이고, 남들에게 폐만 안 끼친다면 딱히 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런 지역에 학생들이 자주 노출되면 흡연이 아니라 더 큰 피해(학교폭력, 성범죄 등)가 벌어지는 장소가 될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첨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다. '범죄위험지역이니 저 지역에 대한 지구대 및 인근 학교의 순찰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는데, 며칠되지 않아 경찰청으로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회신이 오더니, 얼마 후에는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내가 보낸 민원에 대한 답변을 상세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는, 아래 회신 온 답변 메일의 내용을 캡쳐하는 걸로 대신한다.




내 이름이 왜 '황준하'인지 알 수는 없지만 (...)


여하간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어서 고맙고, 부디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 순찰이 강화되어, 더 큰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뭔가 보람있는 일을 실천한 것 같아 뿌듯하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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