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코엑스(COEX)에서 '서울 카페쇼'란 행사를 개최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박람회라고 합니다.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카페쇼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커피축제 참석하러 강릉도 다녀왔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제가 빠질 수가 없죠. 티켓값이 비싼 편인데, 다행히 사전등록을 한 덕분에 무료로 관람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코엑스 자체가 워낙 규모가 커서요. 건물 도착해서도 전시장 찾아가는 데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출입증 발부받아 들어가니, 사람 정말 많더군요. 게다가 주말이었던 관계로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 당연히 부스마다 커피 무료 시음 행사도 하고 있었는데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좀 인기 있는 부스들은 줄이 길어서 체념해야만 했습니다. 저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은 줄 서는 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죠.


알고 봤더니 1, 2, 3층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더군요. 방대한 규모를 보니 왜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강릉에서 열리는 커피축제가 최대 규모인 줄 알았는데, 서울카페쇼에 와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더군요. 앞으로는 굳이 커피축제 즐기러 강릉까지 갈 필요도 없을 듯해요. 코앞에서 이렇게 대규모 행사를 하니.



아무튼 공짜커피나 좀 얻어마실 요량으로 가볍게 들렀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커피용품들을 보니 또다시 지름신이 강림해버렸습니다. "전시회라서 반짝 할인하는 거다. 끝나면 이렇게 싸게 못 산다"는 호객행위에 그만 넘어갔습니다. 커피란 게 하나를 사면 둘을 사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집에 있는 서버가 금이 간 관계로, 서버나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드립퍼가 탐나서 하리오 드립퍼를 사고... 내려마실 커피 원두도 사야하고. 


그래도 원두는 정말 저렴하더군요. 브라질 커피원두를 100g에 1,000원에 판다고 하길래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진짜 천 원이예요?", 


"네, 맞아요!" 


"아니... 왜 이렇게 싸요?"


전시회 막바지라서 떨이로 싸게 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한 봉지도 구입해왔습니다. 아무튼 커피용품으로 두툼한 봉투를 들고오니 뿌듯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돈도 없는데 자꾸 충동구매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는 게 후회스러웠던 거죠. 그러면서도 새로 산 하리오 드립퍼로 커피 내려볼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그저 오래도록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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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가장 바쁘면서도 즐거운 날이 바로 화요일인데, '해금 수업'과 '커피 수업'이 잇달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함께 무예 배워볼과' 수업까지...) 억지로 하는 수업 같으면 화요일이 온다는 게 싫겠지만, 해금이나 커피나 내가 정말 배우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과목이거니와, 나날이 배우는 재미가 있어 몸은 고단해도 즐거운 하루다.


오늘로 벌써 홈바리스타 강좌도 6주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딱 반을 한 셈인데, 벌써 반이나 했다는 것도 놀랍고, 이제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나면, 곧바로 정식 바리스타 자격증반 등록을 할 생각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드립퍼들


오늘은 '각종 드립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드립퍼란 핸드드립 시 서버 위에 올려놓고, 커피를 여과시켜주는 도구를 의미한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나뉜다.


1) 멜리타

: 드립퍼의 시초. 독일의 멜리타 벤츠라는 여성이 개발한 드립퍼로, 남편에게 커피를 타주기 위해 고민하다가 개발한 것으로, 구멍이 하나 밖에 없다. 그래서 물이 잘 안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2) 칼리타

: 멜리타 드립퍼를 개조해 구멍을 세 개 뚫은 일본식 드립퍼. 멜리타 드립퍼에 비해 물이 잘 빠지는 관계로 초보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으며, 드립퍼의 본고장은 독일로 역수출 될 정도로 히트 친 상품이다.


3) 고노

: 원뿔형 드립퍼로 융-드립의 맛을 내기 위해 고안된 드립퍼다. 리브(드립퍼 안에 새겨진 무늬인데, 갈비뼈의 Rib에서 비롯되었다. 숨구멍 역할을 하는데, 공기를 순환시켜 물이 잘 빠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가 곧은 직선이고 드립퍼의 절반 정도 길이 밖에 안된다.


4) 하리오

: 역시 원뿔형 드립퍼지만 리브가 고노와 달리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위의 4가지 드립퍼는 드립퍼의 형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드립퍼를 만드는 제조브랜드이기도 하다. 드립퍼는 곧 '브랜드=형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자개발한 드립퍼가 있는데, '이정기 드립퍼'가 그것이다. 일본이 구멍 세 개 뚫은 드립퍼를 특허등록하는 바람에, 우리는 구멍을 두 개만 뚫어놓았는데, 그 드립퍼를 고안한 사람의 이름이 이정기라서, 이정기 드립퍼라 명명되었다.


커피의 기름까지 추출하는 '융 드립'


여기서 잠깐. 위에서 잠깐 언급한 '융 드립'은 무엇인가.


사실 커피에서 추출되는 커피기름은 커피의 향미를 돋구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과지를 이용한 핸드드립으로는 이 기름이 걸러져서 커피의 향미를 모두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이에 기름까지 모두 추출되는 '천'을 이용한 드립이 고안되는데, 이 천을 '융'이라고 한다. 이렇게 천을 이용해 드립하는 것을 '융 드립' 혹은 '넬 드립'이라고 한단다. 


융 드립의 경우 기름까지 추출되는 것은 좋으나, 물이 너무 잘 빠져서 커피가 진하게 우러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립과는 달리 '점 드립'으로 추출한다고 한다. 테두리에 조금씩 '점'을 찍으면서 붓는 기법이다. 


이렇게 추출된 융 드립 커피는 바디(입에 감기는 맛을 의미)가 풍부하여 커피맛을 내는 드립으로는 최고지만, 소재가 천인만큼 관리가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게다가 한 천당 많이 써봐야 최대 30회 정도 쓰면 버려야 한다고 한다.


이런 융 드립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드립퍼가 위에서 언급한 '고노'와 '하리오' 같은 원뿔형 드립퍼인데, 이 원뿔형 드립퍼는 원두가루를 평평하게 쌓는 것이 아니라, 소복하게 산처럼 쌓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물을 부어 뜸을 들이는 방식으로 드립을 한다.


우리는 강사님이 직접 원뿔형 드립퍼로 추출한 커피를 맛보았는데, 확실히 기존의 드립과 달리 같은 원두를 썼음에도 커피 표면에 기름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맛도 많이 달랐다.


코스타리카 따라주 SHB


참고로 오늘 마신 커피는 '코스타리카 따라주 SHB'라는 커피였는데, 코스타리카라는 나라의 따라주에서 채취한 커피라고 한다. SHB는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고지대에서 자라나 밀도가 높고 단단한 원두를 의미한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화산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로, 구수한 맛이 강하고 신 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나라는 인스턴트용 커피로 활용되는 로브스타 원두 재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은 커피 등급을 매기는 기준에 대해서도 공부했는데, 국가별로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제각각이며 일반적으로 '결점두(불량 원두)의 양', '원두의 크기, '재배 고도' 등 세 가지가 기준이 된다고 한다.


고양이똥으로 만든 커피 '코피 루왁'


곁가지 이야기로 오늘은 '코피 루왁'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식민지 무역을 하던 네덜란드는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커피를 재배하고, 열매가 열리면 죄다 거두어갔기 때문에, 정작 원주민인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커피를 맛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는 루왁이라는 사향고양이가 살고 있었는데, 커피 열매를 먹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화가 되지 않아 그대로 배설이 되었고, 커피가 너무나 먹고 싶었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루왁의 변에서 나온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 원두는 사향고양이의 뱃속에서 발효되어 그 맛이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그 유명한 '코피 루왁'의 기원이며, 이 맛을 모방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동물들에게 일부러 커피 열매를 먹이기도 한다는데 '코끼리똥 커피'도 있으며, 베트남은 족제비에 커피를 먹인 '족제비똥 커피', 다람쥐에게 먹이고 배설시킨 '다람쥐똥 커피'가 있다고 한다.


다람쥐똥 커피를 맛보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오늘 베트남 다람쥐똥 커피를 맛보았다. (일명 콘삭 커피) 베트남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인 로브스타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 원두 자체의 품질이 떨어지고, 너무 써서 연유를 타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핸드드립으로 추출하지 않고, '핀 드립'이라는 전용 드립퍼를 이용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우리는 오늘 핀 드립으로 내린 콘삭 커피를 연유에 섞어 마셨다. 커피가 너무 쓴 관계로 연유를 탔고, 인위적인 '헤이즐넛향'이 첨가된 커피였다. 달달하니 맛은 있었지만, 정말 자판기 커피 마시는 느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맛있다고 훌훌 마셨겠지만, 이제 제대로 된 원두커피를 즐기는 입장에서 이런 달달하고 인위적인 맛의 커피는 입맛만 망치는 것 같아, 몇 모금 마시고는 다 버렸다.


아무튼 오늘 강의를 통해 각종 드립퍼 종류를 배우고 나니 정말 커피의 세계는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더니... 홈바리스타 강좌도 이렇게 배울 게 많은데, 정식 자격증 강좌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세상에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새삼 어느 한 분야든, 그 분야에서 전문가(대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존경스럽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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