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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7 [카페] 내 인생 첫 번째 단골 카페 - <루소랩 삼청> 2

며칠 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바로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루소랩'의 엄소윤 바리스타님이 보내주신 문자였습니다. 추석 잘 쇠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우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보내주셨더군요. 얼핏 보면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는 형식적인 문자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생각지 못한 문자에 은근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리스타님과 저는 딱 한 번 만난 사이였거든요. 삼청점에서 열리는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강좌 때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연휴를 앞두고 안부 문자까지 보내주시니까 그게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더군요.



사실 루소랩 삼청점에 대해서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여기저기 카페를 다니며 귀 동냥, 눈 동냥으로 커피 공부를 해왔는데요, 이곳 삼청점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곳도 없더군요. 심지어 제가 제 돈 내고 수강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에서조차 꼬치꼬치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냐"면서 강사 선생님이 질문을 자르기 일쑤였죠. 


하지만 루소랩은 달랐습니다. 무료 강좌든 유료 강좌든, 바리스타님들이 모두 친절하시더군요. 초급 클래스를 맡아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부터, 중급 클래스를 맡아주셨던 박신영 바리스타님까지. 삼청점의 많은 바리스타님들 중에서 단 두 분의 강의만을 들었을 뿐입니다만, 두 분의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에 매번 훈훈한 마음으로 카페 문을 나서곤 했습니다.



(사진: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강좌 당시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오늘도 딱히 삼청동에 갈 일은 없었지만, 마침 집에 있는 원두도 다 떨어졌겠다, 바리스타님께 특별히 답례도 드릴 겸 루소랩 삼청점을 찾았습니다. 마침 카페 입구에서 무료 시음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중급 클래스를 담당해주셨던 박신영 바리스타님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더군요. 바리스타님은 "지난 번 중급 클래스 때 시간이 부족해 미처 설명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제 이메일로 보충자료를 보내주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아... 정말 세심한 배려에 감동이.. 어떻게 여긴 갈 때마다 감동을 안겨주시는 건지.. 이래서 제가 삼청점을 안 찾을 수가 없네요.



(사진: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중급 강좌 당시 박신영 바리스타님과 함께)


카페에 들어가서 엄소윤 바리스타님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뵈니까 무척 반갑더라고요. 바리스타님도 예의 그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고. 


일단 원두부터 구입했습니다. 바리스타님 추천으로 이번에는 '케냐 AA TOP' 원두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엔 케냐 AA만 봤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까 'TOP'가 붙어있네요. 케냐 AA와 TOP의 차이점이 뭔지 잘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TOP는 케냐 AA 중에서도 최상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틀렸다면 지적 바랍니다) 



지난 번에 마신 '브라질 몬테 알레그레'는 그닥 제 입맛엔 아니었던 것 같고요, 케냐 AA는 몇 번 마셔봤는데 제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어차피 루소랩에서 파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하나씩 다 맛보는 게 목표라서 언제고 하나씩 다 사볼 거긴 하지만요. 그리고 여기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구매하면 이렇게 '원두 카드'를 제공합니다. 해당 원두의 특징과 최적의 맛을 내는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 카드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카드를 종류별로 다 모아보려고 합니다.



공들여 삼청점까지 발걸음 했는데,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시는 커피도 한 잔 맛보고 가야겠죠? 이번엔 '인도 크리쉬나 기리'라는 커피를 주문해봤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항상 새로운 커피를 맛보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마신 커피도 처음 마셔보는 건데, 산미가 아주 뚜렷하더군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긴 한데 저는 괜찮게 마셨습니다. 


특히 여기는 바리스타님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2층 브루잉바로 따라 올라가면, 바리스타님이 손님의 기호에 맞게 커피를 내려주시는데요. 오늘 제가 마신 커피는 '클레버'라는 기구를 이용해 추출한 커피였습니다. 


클레버는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때 잠깐 본 적이 있지만, 특별한 드립법을 적용할 필요 없이 그냥 원두에 물을 부어 3분 정도 우려냈다가 한꺼번에 뽑아내는 커피입니다. 찻잎을 우렸다가 한 번에 쫙 뽑아내는 표일배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도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어서 많이들 애용한다고 하네요. 손이 많이 가는 일반적인 드립에 비해 너무 간편한 것 같아서 "그럼 맛도 좀 덜하지 않나요?"라고 여쭤봤는데, 또 그렇지는 않다고 하네요.


아무튼 바리스타님과 이런 저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바리스타님도 능숙한 손놀림으로 이쁜 유리잔에 커피를 담아주셨네요. 바리스타님도 바쁘셔서 오래 대화하지는 못했지만,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마음까지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카페 문을 나서는데, 엄소윤 바리스타님이 입구까지 마중 나오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카페를 다녀봤지만, 이렇듯 세심하게 손님을 배려해준 카페는 이곳 루소랩 삼청점이 유일했습니다. 엄소윤, 박신영 두 바리스타님들 외에 다른 바리스타님들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이렇듯 좋은 바리스타님들과 함께 일하는 분들이니 모두 좋은 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25일 열릴 고급 클래스도 무척 기대 중입니다!



아무튼 커피 공부를 시작한 이후, 수많은 카페를 다녀봤어도 아직까지 '단골 카페'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이곳 루소랩 삼청점이 제 첫 번째 단골 카페가 될 것 같습니다. 삼청동에 딱히 갈 일도 없고, 거리도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마음이 울적하고 공허한 날이면, 왠지 이곳부터 먼저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커피 값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려주는 커피 한 잔에는 바리스타님의 따뜻한 배려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나옵니다. 그래서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그저 잠을 깨기 위해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셔보고 싶다면 이곳 루소랩 삼청점에 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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