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블로그에 접속했더니 방문자 수가 무려 '1,900명'을 돌파했습니다. 누적이 아니라, 오늘 하루 방문자수입니다. 그동안 평균 방문자수가 200명 정도를 항상 웃돌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제 오늘 1,000여명이 넘게 방문해서 2,000명 돌파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아마 이 기세대로라면 오늘 안에 2,000 돌파도 식은 죽 먹기일 듯 합니다.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관리 페이지에서 '유입 키워드'를 확인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임진왜란 1592>를 키워드로 타고 들어오셨더군요. <임진왜란 1592>는 KBS와 중국 CCTV가 합작해서 만든 팩츄얼 드라마(사실에 기반한 다큐+드라마 형식이라고 합니다)로 5부작인데 어제 첫 방송을 했다죠. 어제 늦게까지 술자리가 있어서 집에 와서 뒤늦게 찾아봤습니다만, 너무 피곤한 관계로 보다 끄고 오늘에서야 다시 봤습니다.


(사진: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 1화 캡쳐)


솔직히 말해서 전 별로였습니다. CG가 대단하다고는 하는데 글쎄요. 일단 화면부터가 너무 어두운 점이 내내 거슬렸습니다. 좀 조명을 밝게 했어도 좋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짙푸른 화면구성을 선택했을까요. CG는 영화 <명량> CG팀이 담당했다고 하는데, 거북선 CG도 그렇고 영화만큼 때깔이 잘 나오긴 했습니다만 화려한 CG를 살릴만큼 전투씬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뒷받침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배우들의 연기+전투씬 스토리 등등)


그리고 저도 조선시대사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울 정도긴 하지만 군사사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고증 문제가 계속 걸리더군요. 환도 패용 문제는 이제 지겹기까지 합니다. 제작진이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대체 군관이 언제까지 칼을 손에 들고 다닐 요량인지. 출정할 때 이순신이 멋지게 등장하는 장면에서 '오 좀 멋있는데..?' 하려다가 水자 수졸복 입은 군졸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김이 팍 새버렸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 <명량>에서의 출정 장면을 그대로 본따온 것 같은데, <명량>은 그래도 군졸들이 갑주도 입고 있고 음악도 비장해서 볼 만 했습니다만... <임진왜란 1592>에서는 허접하기 짝이 없더군요. 사실 이순신이 입고 있는 두정갑도 엄밀히 말해서 정확한 두정갑의 형태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고증에 정확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사진: 이순신의 출정 장면 -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 1화 캡쳐)


고증을 떠나서 드라마적 재미도 그닥 없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불멸의 이순신>은 고증은 엉망이었어도, 드라마적 재미는 충분했기 때문에 제가 높이 평가하는 작품입니다. 화려하고 통쾌한 포격전에 적절한 BGM 삽입까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대단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극적인 재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장수들은 다 어디 간 건지... 이순신하고 하급 군관, 이름 없는 무명소졸들만 수두룩빽빽하고, 이순신을 도와 함께 싸웠던 주력 지휘관들은 코빼기도 안 비추더군요. 무명소졸의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지만, 그렇다고 전투의 실질적인 지휘관을 빼버리는 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어찌됐건 전투를 총 지휘하는 건 지휘관들이었으니까요. 50분짜리 짧은 드라마에 전투씬과 선조의 몽진, 일본의 침략을 다 담아내려니 중구난방 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고요.



(사진: 그나마 좀 멋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순신과 거북선의 대화 장면 -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 1화 캡쳐)


그리고 매우 기대가 컸던 최수종표 이순신 장군. 제 아무리 '사극왕'이어도 김명민의 아성은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김명민의 이순신 연기를 뛰어넘는 배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김명민 배우에 대한 편애일 수도 있겠지만, 제 주관이 그렇습니다. 최수종씨는 연기의 패턴이 단조롭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5부작이고 이제 시작이니,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만...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PS. 사극 제작진들에게 다시 한 번 최형국 박사님의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를 읽으라고 강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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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링크: http://omn.kr/ke6h


신간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라는 책을 읽고, 제가 쓴 서평 기사가 방금 전 <오마이뉴스>와 네이버 메인에 배치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예24기를 수련하는 입장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은 반갑기그지 없었습니다. 출간되어 오프라인 서점에 풀리자마자 폭염을 뚫고 서점까지 달려가 앉은 자리에서 읽고 쓴 서평기사입니다. 


저자인 최형국 박사님 말로는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다"고 하십니다. 정말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을 수 있더라고요. 아래는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간단한 책 소개입니다. 


기사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다 자세한 책 내용을 보실 수 있으니, 꼭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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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린 간단한 책 소개>


또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라는 책이다.


사극 속 고증 오류에 대해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가며 비판하고, 올바른 조선 무인의 상(像)을 고증하고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 군인들은 어떻게 칼을 차고 다녔는지, 군장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그리고 전투에 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싸웠는지까지...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지식들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


이를 보다보면 그동안 사극 속에서 묘사된 옛 무인들의 모습이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그려져왔는지 깨닫게 된다. 오죽하면 저자는 "(정규군이) 오와 열도 맞추지 않아, 시정잡배의 패싸움으로 전락해버렸다"고 한탄을 한다.


사실 당대 무인들의 몸짓은 책상에 앉아 사료만 들춰서는 결코 상상해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는 정통 역사학자인 동시에, 한국전통무예연구소를 운영하며 실제 무예를 수련하는 무인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이 빛을 발한다. 몸소 말에 올라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며 당대 무인들의 몸짓을 올바르게 복원하고자 한 것.


뒤에 실린 참고문헌만 봐도 이 책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조선왕조실록』, 『무예도보통지』와 같은 1차 사료만 57종에 논문 87편, 단행본 50권을 참고했단다. 참고문헌 10편 내외의 대중역사서가 판을 치는 요즘에, 이 정도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대단한 노력이다. 그만큼 신뢰도도 높다.


역사서라 딱딱할 것 같다는 편견도 읽다보면 금세 깨진다. 영화 <명량>을 비롯하여 드라마 <주몽>, <정도전> 등 실제 사극 속 고증 오류의 사례를 스틸컷까지 첨부하여 세세히 분석하고 있어 훨씬 가독성이 높다. 특히 비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향후 사극 제작에 있어 고증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 하다.


그동안 생각 없이 주인공의 수려한 외모나 의상, 혹은 자극적인 스토리에만 집중해서 사극을 보던 시청자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드라마를 보는 시각 자체가 바뀔 것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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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막걸리 유랑단' 행사가 있어서 참석했습니다.


막걸리 유랑단이란?


막걸리 유랑단은 2014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인데, 전국을 돌면서 우리 민속주인 막걸리를 홍보하는 행사라고 합니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처음 기획했고, 지금까지 배우 송일국, 조재현, 개그맨 정준하, 가수 하하 등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을 집중적으로 섭외하여 함께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SNS를 통해 이번 행사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 원래 막걸리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이번 행사에 참석하면 막걸리와 안주가 무료 제공된다고 해서요. 그리고 이번에는 영화 <명량>의 감독인 김한민 감독과 배우 안성기씨도 온다길래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했습니다.


어제가 행사였는데, 마침 어제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죠. 거의 폭우 수준으로 비가 많이 오길래,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비가 와서 막걸리 마시기엔 더 좋은 날씨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집에서 출발할 때쯤 되니까 비도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요. 그래서 집을 나서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충무로역 한국의집 3층 취선관에 가니 행사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놀랐습니다. 드넓은 연회장에 거의 뷔페 수준으로 음식(안주)들이 쫙 깔려있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8개 브랜드의 막걸리가 테이블마다 놓여있습니다. (이 술과 안주는 무제한으로 계속 제공되었답니다!)



저같은 경우 혼자 신청했는데, 어떻게 앉아야할지 몰라서 어느 젊은 여성 두 분이 있는 테이블에 양해를 구하고 동석했습니다. 이쪽 테이블이 맨 앞이라 토크쇼가 시작되면 카메라로 찍었을 때 사진도 잘 나오겠다 싶더라고요. 어쨌거나 그 두 분하고 어색해서 처음에는 저 혼자 막걸리 따라 마시다가, 이대로 가면 너무 뻘쭘하겠다 싶어서 먼저 말도 걸고, 서로 막걸리도 따라주고 함께 건배도 하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술이 들어가니 분위기가 많이 고조되더군요. 그 여성 분들과의 뻘쭘했던 분위기도 어느새 취흥에 날아가버리고, 저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계속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내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코앞에서 본 '배우 안성기'


저희가 막걸리 한두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을 즈음에, 드디어 행사를 기획한 서경덕 교수가 입장했습니다. 서경덕 교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이기도 하고, 저 역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출신 예비역 병장에, 지금은 대학생 서포터즈 1기로 활동하고 있죠. 뭐 더 멀리 들어가면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교류를 많이 해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척을 했더니, 서 교수님도 무척이나 반겨주시네요.



뒤이어 안성기 배우와 김한민 감독도 함께 입장했습니다. 저도 연예인들 많이 보긴 했지만, 안성기씨를 보는 건 처음이라 참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전 맨 앞 테이블이라서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오늘 토크쇼의 주제는 '영화'. 서경덕 교수가 질문을 하면, 김한민 감독과 안성기 배우가 대답을 하는 문답 형식으로 토크쇼가 진행이 되더군요. 특히나 이번에 김한민 감독이 제작을 맡고, 안성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냥>이 엊그제 개봉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홍보도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관련 토크 뿐만 아니라 막걸리에 얽힌 사연들도 나왔습니다. 특히 안성기 배우는 "우리는 옛날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막걸리도 이런 막걸리가 아니라, 정말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막걸리를 마셨다"면서 "안주 역시 별 게 있었겠나. 김치가 전부였다"고 회고하네요. 


그리고 막걸리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요, 술 먹고 돌아다니다가 학교 벽에 토하는 바람에 아침에 수위 아저씨가 박박 닦는 모습을 보며 모른 척 했다는 사연부터, 술 먹다가 오바이트를 했는데 나중에 코가 가려워 보니까 콧구멍에서 고사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진솔하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고 참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국민배우는 달라요.


일방향적 소통이 아쉬웠던


그럼에도 행사 자체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취중토크쇼'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취중토크라서 그런지 너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는 신기함도 잠시, 점점 술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다들 취해서 앞에서 진행을 하건 말건 관심도 안 가지게 되더라고요. 결국 테이블별로 열심히 술 마시고 떠드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버렸네요. 맨 앞에 앉은 저조차도 그 소란함 때문에 앞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잘 안 들릴 정도였어요.


어차피 다들 집중도 안하고 있고, 앞에서는 일방향적으로만 대화를 하고 있어서, 이럴 바에야 중간에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면서 쌍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려고 했는데, 관계자 분이 "나중에 질문 타임이 있으니까 지금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꾹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행사가 끝나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나중에 그 관계자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한 걸 보면, 원래 질문타임이 있는데 출연진이 바빠서 생략한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30분 정도는 미리 빼서 '관객들과의 대화' 코너를 마련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동석했던 일행들도 제 생각에 다들 동의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하니까 뭔가 앞에서는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뒤의 관객석에서는 자기들끼리 술 마시면서 떠들고... 너무 어수선한 것이 행사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진행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질문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계속 뭘 질문해야하나 머릿 속으로 고민하고 질문 내용을 다듬고 했는데... 허망하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벌써 13회째라고 하는데, 전의 행사들도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처음 참석한 행사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개인적으로 서경덕 교수의 한국홍보활동을 늘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행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사의 진행 방식에 대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막걸리 한 잔으로 시작된 인연


행사에 아쉬움을 느낀 것과는 별도로, 테이블에 동석했던 여성 두 분과 친해져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다니는 여대생이라고 하는데, 취기 탓인지 서로 친해져서,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2차 가자"고 서로 합의하고, 근처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 한 잔씩 더 했네요. 


초면의 여성 분들과 2차까지 가게 될 줄도 몰랐지만, 오가는 대화 속에 생각보다 저와 생각이나 관심사가 비슷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결국 밤 늦은 시간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떠들다가, 이러다간 차 놓치겠다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습니다. 비록 딱 한 번 본 사이지만,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서로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함께 더 훌륭한 행사로 거듭나길


어쨌거나 '막걸리 유랑단' 행사의 취지 자체는 굉장히 훌륭하고, 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행사는 중국, 일본 등 해외로 나가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내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해외 관객들의 많은 성원을 끌어낼 수 있게끔 좀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해서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군요. 우리 술과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 행사이기에, 철저한 준비를 해서 뒷말이 없기를 바라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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