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에서 무예24기를 지도하고 계시는 최형국 선생님의 '환도 베기(Sword Cutting)' 영상 몇 개를 간추려봤습니다. 

무예24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후로, 최 선생님의 현란한 베기 시범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무거운 환도를 마치 신체의 일부인마냥 자유자재로 현란하게 휘두르는 모습도 그렇고, 칼을 쓰는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포스가 있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군요. 여하간 실제로 시범을 보면 그 카리스마에 입을 절로 벌어지곤 합니다.

저 정도 경지에까지 오르기 위해서 얼마나 고된 수련을 거치셨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정말 고수가 된다는 건 험난한 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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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위한 대안대학 '이태원대학'이 10월에 정식으로 첫 개강을 합니다. 



저 역시 이태원대학에 과목 하나를 맡아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제가 개설하려는 과목은 <조자룡창술배워볼과>라는 과목인데, 무예24기 중 기창(旗槍)을 지도하는 과목입니다.


○ 기창(旗槍)


- 깃발이 달린 단창(短槍)으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의 무예 중 하나

- 고려시대 임금의 수레를 호위하던 군사들이 사용하던 병장기

- 조선군 원앙진의 대장이 사용하던 병장기

- 평시에는 군사신호용으로 활용, 위급 시에 호신용으로 활용


○ 이런 분들이 수강하면 좋습니다


- 무예에 관심이 있는 분

- 창술에 관심이 있는 분

- 뭔가를 들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분

- 근력, 체력, 유연성 등 전반적으로 몸 상태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으신 분

- 남들과 다른 색다른 취미를 갖고 싶은 분



수강료 8만원을 납부하면, 두 가지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제 과목 말고도 각계각층에서 실력이 쟁쟁한 분들이 나서서 재능기부로 멋진 과목들을 만들어주셨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수강신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수강신청: http://goo.gl/Zfc2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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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조선 군사의 하루'라는 주제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연사는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저자이자 수원에서 한국전통무예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최형국 박사님이었고요.


책 출간 기념으로 기획한 북콘서트 형식이라고 하길래, 책 내용을 그대로 풀어 설명하는 강의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 아는 뻔한 내용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 박사님의 강의를 직접적으로 듣는 건 처음이었는데, 책 속에 없는 내용까지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면서 재미있게 강의를 이끌어주셨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안그래도 오늘 낮부터 계속 쏘다닌데다가 몸도 안 좋아서 강의 시간에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딴 생각 들 틈이 없더군요.



특히 조선군의 하루라는 미시사적인 관점을 통해 전통시대 군사사와 무예사의 특징을 재밌게 설명해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무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도 강의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무(武)라는 글자의 함의와, 일담이력삼정사쾌(一膽二力三精四快)와 같은 무예의 요체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요, 사실 무(武)라고 하면 보통 지(止: 그칠 지)와 과(戈: 창 과)가 결합되어 파생된 단어로 많이들 알려져 있습니다. 정조 역시 지과위무(止戈爲武)라고 하여 '창을 그치게 하는 것이 무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죠. 이를 두고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이 무예의 본질이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은데, 최 박사님 말로는 "대단히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다. 힘이 있는 자가 다른 이들이 힘을 갖지 못하도록 창을 그친다는 뜻이다. 즉 절대권력을 쟁취한 이들이 자신의 권력을 넘보지 못하도록 힘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시더군요. 처음 듣는 해석에 신기했습니다. 역시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무예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일담이력삼정사쾌(一膽二力三精四快)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몸으로 체득하지 못했기에 너무 어려운 개념이기도 합니다. 담력과 힘이 실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그걸 갖추기가 어렵다는 거죠.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빠른 스피드, 강력한 힘이 있어도 결국 담력이 없으면 상대방 안면에 주먹을 꽂지도 못하고 다리가 풀려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소위 깡다구라고 하는 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죠. 새삼 담력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담력부터 길러야겠어요.


아무튼 강의를 듣는 내내 여러모로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대 군사들의 움직임을 생각할 때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겁니다. 최 선생님도 강의 내내 "역사란 상상이 어느 정도 결합이 되어야 한다"며 "사료를 볼 때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통시대 군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극도로 미화되었거나, 폄하되는 등 상식 밖의 이미지로 구축되어버렸습니다. 상식을 빼고 그저 상상만 한 결과겠지요.


그리고 그 헛된 망상을 널리 퍼트리는 데 일조한 매체가 바로 사극이 아닐까요. 지휘관이 칼 뽑아들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꼴이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오늘날 육군참모총장이 권총 하나 뽑아들고 북한군 진영에 뛰어드는 꼴이라고 생각하면 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연출인 줄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시청자들도 이런 장면을 보면서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한 편을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서 보면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최 박사님은 이를 두고 "개그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비싼 시청료 내고 보는 드라마인데, 그런 식으로 밖에 연출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강의를 통해 접했던 조선군의 모습은 정말 오늘날 현대 군인들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점호 받고, 행군도 하고, 비상식량(오늘날의 전투식량)도 가지고 다니고, 숙영할 때는 A텐트를 치고, 밥 먹을 때는 군가도 부르고 구령에 맞춰 식사하는 습관도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신호체계에 숙달되어 비상시에도 전투에 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여하간 정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실제 사료와 유물(환도, 활, 화살 등)들을 가지고 오셔서 직접 보여주시면서 수업을 진행하니까 수강생들의 집중도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워낙 말재주가 좋으셔서요. 겉모습만 보면 과묵한 무인의 이미지인데, 화술이 상당하시더군요. 그런 뛰어난 화술도 내심 부러웠습니다. 청중들도 꽤 많이 왔는데 다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끝나고도 질문 공세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예상 시간을 뛰어넘어 무려 2시간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아무튼 무예24기를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좋은 기회를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무예24기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아마 죽을 때까지 이런 강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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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이태원에 위치한 용산문화예술창작소 연습실에서 '이태원대학' 10월 개설강좌 PT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도 한양류를 대표하여 오늘 발표에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이태원대학은 열정대학, 신촌대학교처럼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학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대안학교의 일종입니다. 강의실로 활용하려는 용산문화예술창작소가 이태원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태원대학이란 이름이 붙었고요. 올 10월에 첫 학기가 시작되는데, 저 역시 초대 학과장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원대학에 제가 개설하려는 강좌는 <조자룡창술배워볼과> 입니다. 강좌명은 이태원대학을 운영하는 MBN 윤범기 기자님이 직접 지어주셨습니다. 역시 기자님답게 네이밍 센스가 보통이 아니시더군요.



<조자룡창술배워볼과>는 무예24기 중 하나인 기창(旗槍)을 수련하는 과목이 될 것입니다. 이태원대학 학사과정상 4주 커리큘럼이 원칙이지만, 4주 안에 기창을 배우는 것은 너무 짧은 것 같아 5주로 늘렸습니다. 무예를 익히게 5주도 당연히 짧습니다. 무예란 평생 수련하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최대한 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주면 그래도 창과 친숙해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무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오늘 피티 발표 때도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무예하면 어렵고 위험하고 남자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겁이 많다. 위험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한다"고 강조하면서, 무예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게 수업 목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이 관심이 실제적인 수련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죠. 꼭 무예24기가 아니어도, 근처 무술도장에만 등록하더라도 좋겠습니다.


다행히 창을 대체할 수련용 봉은 이태원대학 측에서 운영비로 보조한다고 합니다. 고로 수업을 듣는 분들은 봉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소는 보라매공원으로 하려다가, 창작소 옥상에 가보니 비교적 넓어서 할 만할 것 같더군요. 거기서 하면 봉도 보관해둘 수 있으니 운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고... 일단 5명 미만이면 폐강이라고 제가 기준을 세워놨습니다. 기왕지사 칼을... 아니, 창을 뽑았으니 뭐라도 찔러(?)야하지 않겠습니까. 폐강만 안된다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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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0&aid=0002999344


수원에서 한국전통무예연구소(=무예24기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최형국 박사님께서 오늘 동아일보 인터뷰면의 메인을 장식하셨더군요. 네이버 메인에도 떴던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입니다. 다들 존경스럽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정답은 없습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각자의 방식이 있을테고, 또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지향하는 목표와, 삶을 관통하는 철학 등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신의 신념과 의지대로 사는 것,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 무엇보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삶이야말로 제대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무예라는 분야를 떠나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최형국 박사님의 삶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것도, 자신의 꿈을 내려놓고 사는 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부러운 감정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됩니다.


최 박사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아무쪼록 선배 무인으로서 꼭 꿈을 현실에 성취하셔서, 후학들이 무예를 익히기 수월한 터전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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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겨울인 것마냥 찬 바람이 아주 쌩쌩 불더군요. 특히나 저희 집의 위치가 산을 등지고 있는 데다가, 고층 아파트인지라 평소에도 바람이 제법 잘 통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전국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 집 안은 완전히 겨울 느낌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당황하긴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보니 전부 겨울인 줄 알았다고 벙찌는 반응들이네요. 지구온난화 탓에 이제 정말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 양 극단의 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아무튼 더운 것보단 추운 게 훨씬 낫죠. 제 생각에 이것도 잠깐이고, 다음 주부터는 다시 더워질 것 같긴 한데... 오늘 날씨는 생각보다 매우 선선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에어컨도 필요 없고, 피서갈 필요도 못 느꼈어요.


무엇보다 무예 수련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죠. 오늘 같은 날 무예 수련을 안 하면 왠지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보라매공원에 갔습니다. 가서 선선한 밤바람 쐬가며 무예 수련을 했습니다. 확실히 그동안 덥다는 핑계로 수련을 게을리 했더니, 체력이 예전만 못한 느낌입니다. 그동안 더워서 실내 수련 위주로 했거든요. 그냥 기본기 정도만 점검해주는 정도로요.


오랜만에 날도 풀렸겠다, 전반적으로 점검하듯이 한 번씩 돌려봤습니다. 기초체력단련부터 발차기, 연환충권, 소념두, 공자복호권, 호학쌍형권 그리고 무예도보통지 권법까지... 거기에 창 들고 가서 창 기본기부터 기창 투로까지 했지요. 칼만 빼고 오늘은 다 수련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했더니 체력적으로 지치긴 했는데, 그래도 날이 선선하니 할 만한 느낌입니다. 아마 이렇게 꾸준히 수련해주면 다시 봄 당시의 체력으로 금세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 좀 더 풀리면 오랫동안 중단했던 뜀걸음(구보)도 다시 시작할 생각이에요. 말년 병장 시절 혼자서 현충원 일대를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뜀걸음이 힘들긴 해도 꾸준히 하면 그것만큼 체력 확장에 도움되는 운동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무예로 체력단련을 할 수도 있지만, 뜀걸음과 병행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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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무예를 수련하면서 '깊이 있는 수련'에 대해 한 번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아는 형님께서 블로그에 좋은 글을 올려주셨더군요. (링크: http://blog.naver.com/k0062/220779264179)


그 형님과 저는 서로 수련하는 권종 자체가 다르지만, 무술을 수련하는 입장에서 그 형님의 글을 보며 배우는 점이 참 많습니다. 꼭 무술의 실기적인 교류가 아닐지라도, 무술 수련에 있어서의 철학이나 원칙 등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자극을 받고 있거든요. 이번에 형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니, 저 역시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에 대해 글로 한 번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꽤 많은 무술을 배워봤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3년 이상 배웠죠. 그중에는 깊이 있게 무예를 지도하는 곳도 있었지만, 수박 겉핧기식으로 초식의 형태만 지도하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겉모습이라도 제대로 지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몇 번 보여주고 마는 식의 지도... 용법은 자연히 알 길이 없고, 외형(外形)조차 제대로 따라하고 있는지 의문일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잠깐 다녔던 어느 도장에서의 일입니다. 하루는 초식을 연마하고 있는데, 관장님께서 "왜 동작을 그렇게 해!"하고 호통을 치신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더군요. 저는 당연히 그 동작이 정석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연습을 했기 때문이죠. 그곳의 교육과정은 관장님께서 한두 번 보여주면, 뒤에서 따라하고 마는 식이었습니다. 그런 식의 교육방식이 옳고 그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세하게 동작을 지도해주고 그런 지적을 받았더라면, 그나마 덜 억울했을 듯 합니다.


물론 처음에 제대로 배웠다고 하더라도, 혼자 수련을 하다보면 자세가 계속 어긋나기 십상이고, 그래서 꾸준히 교정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게 사부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 동작을 배운 지 몇 개월이나 지난 뒤에서야 지적을 받았으니, 그동안 그 관장님께서는 제가 동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제대로 점검도 안 해주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연히 무예 수련의 깊이란 걸 느낄 턱이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무예에 대한 확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저는 무예24기를 수련하면서 '깊이 있게 수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점차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공연 연습 때문에 기창의 투로만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급하게 배운 투로를 통해 기창을 완벽하게 숙달했다고 착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사부님께 기창 교정을 받고 있는데, 기본기 하나에서부터 동작의 숨은 의미와 용법에 대해 세심하게 지도해주시는 데서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수련 시 사부님께서 일러주신 부분들을 신경쓰며 수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찌르기' 하나를 하더라도 보법이며, 안법이며, 칼날의 각도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창을 쓰든 칼을 쓰든, 욕심 안 부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들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기 하나조차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닌 탓에, 이 모두를 완벽하게 숙달하기 위해선 정말 평생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무예란 하루이틀 배우고 말 것도 아니고, 평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조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가장 단순한 베기나 찌르기 하나를 하더라도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수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하루 수련할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정말 단순한 동작인데, 그 동작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수련의 깊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무예24기는 태생적으로 복원무술이라는 한계가 있어, 여러모로 '무술적 깊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처음 무예24기 수련을 권유받았을 때, '정종 문파에서 수련하는 내가 왜 굳이 검증도 안된 복원무술을 배우나' 하면서 망설였습니다. 


결국 무예24기 수련을 시작했을 때도 '그냥 한 3개월 정도만 수련하다가 핑계 대고 나가야지'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이곳 '무예24기 한양류'에 정착하여 5년째 수련을 해오고 있습니다. 군대에서도 수련을 꾸준히 해왔으니, 사실상 제 무예 경력 중 가장 많은 경력을 차지하는 게 바로 무예24기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이곳 한양류가 존재하는 한, 평생 이곳에서 수련을 할 생각입니다. 아직도 사부님으로부터 배워야 할 게 많고, 사부님께서 살아계시는 동안은 평생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확신을 할 정도로, 한양류는 타 무예도보통지 수련단체에 비해서도 무예도보통지의 무술적 복원이 꽤 높은 수준까지 이루어진 상황입니다. 사부님 역시도 "다른 건 몰라도 장병기 기법의 복원과 운용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한양류만큼 하는 곳도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자부하시더군요. 사부님 밑에서 무예를 배우면서, 사부님의 실력을 봤기에 저 역시 그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몸 담고 있는 한양류에 확신을 갖고 무예를 배우고 있습니다.


만약 무술을 배우는 분이라면 진지하게 한 번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사부님께서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와 용법을 제대로 알고 지도하고 계시는지, 사부님께 동작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면 망설임 없이 답변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계신지, 무술을 수련하면서 실전에서 쓸 수 있다고 확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술을 수련하면서 '깊이'를 느끼고 있는지... 자문자답을 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을 찾아 떠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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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푹푹 찌는 날씨 탓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어딜 나가기가 참 겁이 나는 요즘입니다. 무예 수련하기에 가장 힘든 계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촉한음서(觸寒飮署)라고 했으니... 무예 수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요근래 저는 기창(단창)의 매력에 푹 빠져서, 기창 위주의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길쭉한 창을 쭉쭉 뽑아 찌르고 베는 맛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칼 수련에 한창 빠져있을 때는 뭐든지 베고 싶더니, 창 수련에 빠지게 되니 이젠 창을 들고 길을 다니다보면, 작은 빈틈만 보여도 푹푹 찌르고 싶은 욕구가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보라매공원에 기창을 들고 가서 수련을 했습니다. 먼저 지난 정규전수 시간에 배운대로, 화단의 풀잎을 하나의 표적으로 설정해놓고, 기본이 되는 찌르기(刺)와 베기(磨)를 반복 연습했습니다. 확실히 표적이 있으니 집중도 더 잘되고, 재미도 있습니다. 반복하면 할수록 정확도도 올라가고, 창에 힘도 실리는 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창 하나만 해도 수련해야 할 과정이 상당한데, 언제 24기를 다 숙달시키나... 이럴 때면 참 막막함을 느낍니다.


아무튼 기본기를 반복 연습하고, 기창 투로를 몇 번 반복해서 연습을 했습니다. 확실히 찌르기와 베기 연습을 하고 난 뒤에 투로를 연습하니 훨씬 동작들이 부드럽게 이어지더군요. 그리고 공연 연습 때와 달리 동작의 의미를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제대로 수련을 하려고 하다보니, 동작들의 의미에 대해 계속 의문이 듭니다. 몇몇 동작들에 대해 벌써 의문이 생겼는데, 이건 정규전수 시간에 사부님께 여쭤보고 답을 구해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분석했을 때는, 투로를 빠르게 진행했을 시에 마지막 '우일자-좌일자-후일자-전일자' 구간에서 보법이 엉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상체는 무거운 창을 들고 계속 전환하는데, 전후좌우 사방으로 계속 움직여야 하다보니, 아직 보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기본 보법을 지키면서 한 걸음씩 숙달하려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또한 '퇴산색해세'를 할 때에도, 복호세에서 전환할 때 자연스럽게 전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반복 연습만이 답이겠죠.


아무튼 수련은 재밌는데, 날이 덥다보니 쉽게 지치는 것이 함정이네요. 기본기 연습에 이어, 달리다가 중간에 갑자기 멈추면서 창으로 가상의 적을 찌르는 연습을 했는데, 날이 더워 금세 지치다보니 조금만 뛰어도 몸의 힘이 쭉 빠집니다. 티셔츠는 이미 땀으로 흠쩍 젖었고, 바지도 땀으로 젖어서 땀띠가 날 지경입니다. 여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체력 단련을 꾸준히 하지 않아 부실해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하간 여름철 수련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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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에서의 첫 무예 강의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뒤로, 당분간은 개인수련이나 열심히 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데 전념하기로 마음 먹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한 군데에 가있으면, 계속 그 쪽으로 기회가 생기나 봅니다. 열정대학과 비슷한 플랫폼을 가진 대안학교인 '이태원 대학교'에서 또다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 계기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수련터에 나가서 기창 수련을 하고 찍은 사진을 제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 사진을 MBN 윤범기 기자님이 본 겁니다. 참고로 윤 기자님과는 열정대학 기자학과 강의를 통해 서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그분은 신촌대학교와 노량진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엔 이태원대학교 개강을 준비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윤 기자님께서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제게 "우리 창술배워볼과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하고 제의를 하신 겁니다. 사실 기창은 제가 배운 지 오래 되지 않기에, 누군가를 지도할 만한 실력은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했고, 열정대학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라서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사부님과 먼저 의논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부님께서는 또다시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윤 기자님 역시 집요하게 개설을 독려하기도 했고, 사부님도 제가 기창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 허락하셨기에... 다시 한 번 무예를 지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슬슬 들더군요. 그래도 약간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기에, 오늘 열리는 사전 모임에 참여해서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나 확실히 보고 듣고 난 뒤에 판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태원 대학교의 강의실로 활용될 '용산문화예술창작소'에서 열린 사전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강의 개설자 분들을 보니, 아무래도 나이는 제가 제일 어린 듯 합니다. 사는 곳도, 직업도 제각각이더군요. 교수, 변호사, 공무원 등등 면면히 정말 화려했습니다. 북놀이, 고전무용과 같은 무형문화재를 이수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위해 모인 것을 보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들 자기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인 듯한데, 제가 여기 낄 자격이 되나 싶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이태원 대학 소개에 앞서, 앞으로 강의실로 활용될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인원 구성에 따라 30명 정도 수강이 가능한 소강의실부터, 최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강의실까지 있고요, 예·체능 과목을 위한 '공연연습실'도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여기서 창술을 지도하게 될텐데, 오늘 둘러보니 평수는 충분하지만 천장이 낮아서 창을 휘두르기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이에 대해서 오늘 의견 조율이 있었는데, 정 안되면 옥상이나 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보니까 주차장은 버스 전용 주차장이라 아주 넓더군요.


오늘 설명을 들어보니, 열정대학보다는 여러모로 안정적인 구조인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정대학의 맹점 중 하나는 전공 과목이 아닌 이상 개설자가 수강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수강료가 없으면 개설자 입장에서도 무책임해지기 쉽고, 수강생들도 자기가 수강하는 과목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죠. 수강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듣다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귀찮으면 '안 들으면 그만' 하고 잠수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 역시 이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대학은 일단 그런 점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수강료'를 받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돈 받자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수강료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소액의 수강료고, 그것도 개설자와 이태원 대학 운영위원회 측이 5:5로 나눠가집니다. 


여기에 대해 윤 기자님도 "돈 벌자고 이런 일 하는 거면 차라리 다른 데 찾는 게 맞다"며 "수강료는 서로 무책임해지지 않기 위해서 내는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자신이 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듣지 않을까요? 그리고 강사 입장에서는 소정의 수강료라도 받으니 조금 더 책임감 있게 과목을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강의를 개설한 개설자를 '학과장'이라고 대우하면서, 이태원 대학에서 개설되는 모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마음에 쏙 들더군요.



게다가 이태원 대학은 용산구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어 전망도 밝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용산구에서 이태원 대학을 지역사회를 이끄는 시범 모델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용산문화예술창작소도 무료 대관을 해주는 것이고, 오늘 구청 직원들도 나와서 적극적으로 저희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창술을 지도하기에 장소가 비좁은 것 같다는 제 의견에 대해서도 "주차장이나 옥상에서 강의를 지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하고, 커피 관련 학과를 만들려고 하는 바리스타 한 분이 "커피용품이 없는 점이 애로사항이다"라고 하니 "그 역시 구에서 물품을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니 든든하기도 하고, 잘하면 용산구에 무예24기를 뿌리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소 외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무기 마련'입니다. 창술 같은 경우 당연히 창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개개인별로 창을 구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봉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봉을 구매할 의사가 얼마나 될지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한 번 배우고 말 수도 있는데, 봉을 사야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안 들으려고 할 사람들도 있겠죠. 더욱이 봉을 들고 다니기도 버겁고. 


그런데 이 문제 역시 한 방에 해결됐습니다. 일단 이태원 대학 측이 운영비로 봉을 구입해주겠다고 합니다. 또 봉을 가지고 다니는 게 힘들다면, 창작소 건물에다가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고도 하더군요. 걱정했던 부분들이 시원시원하게 해결되고, 빵빵한 지원까지 곁들여지니 흡족합니다.


일단 8월 말에 공식 PT를 한다고 하니, 잘 준비해봐야겠습니다. 10월 개강 전까지 수련 역시 열심히 해서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워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열정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용두사미'가 안되도록 최선을 다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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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습니다.


안그래도 2박 3일 동안 캠프 다녀오느라, 몸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여서 아침에 눈을 뜨고서도 '오늘 수련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수련을 빠지면 일주일을 또 후회할 것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규수련에 참여했습니다. 날이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고, 뜨거운 햇살에 금세 지치기도 했지만, 집중해서 수련을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오늘은 '기창(단창)' 연습을 위주로 했습니다. 사부님께 기창 투로를 전체적으로 점검받고, 기본기 중 찌르기 자세를 지도받았습니다. 저렇게 화단의 작은 풀잎을 표적으로 삼아 찌르는 연습을 했는데, 일단 첫 번째 영상에서는 팔힘을 쓰지 않고 온전히 하체 힘으로만 찌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무예가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하체에서 힘이 나오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하체의 힘만으로 창을 찌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질 않아 힘이 전혀 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복하다보니 어느 정도 감이 오더군요. 진보로 나가다가 표적에 닿는 순간 정지하면서 뒷다리에 힘을 실러 팍 찔러주니 힘이 실립니다. 바로 두 번째 단계로 나가 상체 힘까지 같이 쓰니 위력이 배가 되는 걸 느낍니다. 표적을 정해놓고 하다보니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찌르기시 고질적으로 드러나는 '삽질' 문제도 교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영상은 같이 수련하는 친구가 찌르기 연습을 하는 영상인데, 저렇게 표적지를 만들어서 찌르기 연습을 해봤습니다. 풀잎보다 저렇게 푹 찌르면 찢어지는 과녁이 있으니 더 재밌더군요.



이건 제가 찌른 종이입니다. 찌르기 연습 도중에 사부님께서 갑자기 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조각을 하나 주워서 '여기 빨간 부분을 표적이라 생각하고 찌르라'고 주문하시더군요. 집중해서 찔렀는데 푹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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