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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21 [잡담] 경찰청에서 온 민원 회신

전역한 다음 날인, 지난 주 목요일의 이야기다.


노량진 할머니댁으로 전역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할머니댁이 위치한 노량진 본동길은 내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여서, 생각보다 아주 뚜렷하게 내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랜만에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싶어서 본동길을 걸어내려왔더랬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옛 건물들이 점차로 철거되어, 내가 살던 풍경을 추억하기엔 너무 많이 바뀌어버려 아쉬움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푹푹 한숨만 내쉬며 걷고 있는데, 웬 어린 학생들이 구석진 골목길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거기도 옛날에 내가 살던 동네의 골목길이라서, 생각없이 따라 들어갔는데, 이런... 5~6명 정도 되는 학생 무리가 쪼그리고 앉아 구름과자를 열심히 피고 있었다. 당황해서 못본 척 그냥 나와버렸는데, 돌아오면서도 '훈계를 했어야 하는 건가' 싶어 후회도 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내 자신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그 시간대는 벌건 대낮이었고, 얼굴들을 보아하니 매우 앳된 것이, 고딩도 아닌 중딩쯤이나 된 것 같은데, 아무리 구석진 골목길일지언정 백주대낮에 교복을 입고서 몰래 흡연을 하는 행동이 결코 바람직해보이진 않았다.


어쨌거나 그 골목길은 공사를 위해 철거된 건물들로 향하는 길이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길이었기에, 백주대낮임에도 불량 학생들이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사실 흡연이야 결국 손해보는 것도 지들이고, 남들에게 폐만 안 끼친다면 딱히 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런 지역에 학생들이 자주 노출되면 흡연이 아니라 더 큰 피해(학교폭력, 성범죄 등)가 벌어지는 장소가 될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첨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다. '범죄위험지역이니 저 지역에 대한 지구대 및 인근 학교의 순찰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는데, 며칠되지 않아 경찰청으로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회신이 오더니, 얼마 후에는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내가 보낸 민원에 대한 답변을 상세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는, 아래 회신 온 답변 메일의 내용을 캡쳐하는 걸로 대신한다.




내 이름이 왜 '황준하'인지 알 수는 없지만 (...)


여하간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어서 고맙고, 부디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 순찰이 강화되어, 더 큰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뭔가 보람있는 일을 실천한 것 같아 뿌듯하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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