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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16 [영화] 이순신으로 '통일'을 이루다 - <천군>

영화명: 천군

개봉년도: 2005

감독: 민준기

출연: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공효진




(사진: 영화 <천군> 공식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내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친 영화를 한 편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천군을 고를 것이다. 천군은 21세기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이 우연한 사고로 인해 400여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순신 장군과 조우한다는 내용이다. 다소 황당한 시놉시스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남북한 군인들이 거슬러 올라간 시간은 1572년으로 이순신 장군께서 무과에 낙방하여 다시 응시할 때까지의 공백 기간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 시간을 청년 이순신의 방황기로 설정하여 이순신 장군을 우리가 알고 있는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인간 이순신이 아닌, 사춘기 청소년처럼 사고나 치고 다니는 철부지로 묘사한 것이다.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민족 영웅 이순신 장군을 폄훼한다는 이유로 날 선 비판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순신 장군을 폄훼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무척 감명 깊게 보았다. 그것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방황하던 청년 이순신은 오랑캐의 침입으로 고통을 겪는 변방의 백성들을 보면서 자신이 헛되이 살고 있음을 깨닫고, 마침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깨닫기에 이른다. 그리고 목숨을 건 일대 전투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영화가 의도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이순신 장군도 한 인간이었다. 인간이란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누구든 방황과 좌절을 한번쯤은 맛볼 수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 역시 이러한 방황의 시기를 거치면서 어떠한 삶의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통해 차츰 영웅으로 성장해갔을 것이다.영화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이 지친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굳건히 일어나 앞으로 걸어갈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영화의 후반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영화 초반부부터 서로 대치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던 남북한 군인들이 후반부에 들어서는 오랑캐를 막기로 결심한 이순신을 도와 한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적을 맞아 싸우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이 장면들을 통해 반만년 역사를 함께 해온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비판하고, 앞으로는 남과 북이 서로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을 비췄던 것이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로 손 잡는 모습을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영화의 프롤로그 장면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었던 이순신이 끊임없는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고 마침내 민족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울러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간 그의 생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장차 이순신 장군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사학과로 진학하게 된 것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 천군은 내 인생에 많은 것을 남긴 영화였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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