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연일 이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페이스북에서였다. 처음에는 흔하디 흔한 괴담인 줄로만 알았다. 워낙 믿기 힘든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출처 자체도 일반 네티즌이 2차로 가공한 자료였기 때문에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정식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사실임이 드러나자 이내 내 감정은 충격과 경악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이미 사실관계가 다 밝혀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미쳐돌아간다지만, 어떻게 이런 극악무도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가. 여러 명이 여성 한 명을 집단으로 강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가해자가 학부형이고, 피해자가 선생님이라니... 어떻게 자기 자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상대로 그런 잔혹무도한 짓거리를 할 수 있었는지 화가 난다.


학부형들이 교사를 강간했다는 사실도 분노할 일이지만, 이 사건이 벌어진 전남 신안군 주민들의 인식은 더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한 방송사와 한 인터뷰들을 보니 "지역 인식만 나빠졌다",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등, 철저하게 이기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 아닌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들이 섬마을, 시골마을 하면 '정 많고 푸근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저런 순박한 얼굴을 가지고서, 어떻게 뚫린 입이라고 저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을까. 더욱이 방송사 인터뷰에서까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뭐가 옳고 그른지 선악 구분도 못 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이 사이코패스 내지는 소시오패스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특히 사건이 벌어진 전남 신안군은 예전에도 '염전 노예' 사건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곳인데, 이번에 또 이런 사건이 벌어진데다가, 주민들도 저런 식으로 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니, 어느 누가 가고 싶어 하겠는가? 몇십 년전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하나로 인해, 경기도 화성이 여전히 '연쇄살인의 도시'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이제 신안은 '범죄의 고장'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완전히 낙인이 찍혀버렸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저런 이기적인 인터뷰가 보도된 후로는 '지역감정'으로 비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수그러들었다.


얼마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이어, '조성호 토막살해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그리고 이번 사건까지...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살인사건들이 잇달아 벌어졌기에, 사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이런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요즘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는 인식도 팽배해진 것 같다. 한 언론보도를 보니 요새는 호신용품점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무술도장도 장사가 잘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각성한 건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내가 열정대학에 개설한 무예24기 수련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역시 남성 수강생이 한 명도 없고, 전부 여성 수강생들 뿐인 게 그 방증이다. 의외로 여성들이 많이 지원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해서 "여성들이 이렇게 많이 지원할 줄 몰랐다"고 하자, 하나같이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흉악범죄가 많이 일어나서, 호신술을 배우고 싶었다"고들 한다.


하기사 남자인 나도 요즘은 저런 보도를 보면 겁이 난다. 그리고 내 한 몸도 한 몸이지만, 내 가족에게도 저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런 걸 보면서 오늘날 무예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일부 무술도장들은 "주먹보다 법이 가깝다", "5분 거리에 경찰이 있다"며 스스로 무예의 가치를 '양생'으로 전환한지 오래인데, 솔직히 저 말들이 비현실적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래, 어디 신고하면 경찰이 바로 구해줬나? 오히려 늑장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쳐서 더 큰 피해로 번진 게 하루이틀 일이냔 말이다. 이제 정말 수동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할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내 몸과, 가족을 지켜야만 한다. 무예의 본질적 목적인 '호신'을 살려야 할 때인 것이다.


아무튼 세상이 점점 미쳐돌아가는 것 같다. 원래 이런 썩어빠진 사회였는데, 요즘 들어 자극적인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세상이 갈수록 흉흉해지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들 '내 한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고 각성하고, 각자 위급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호신수단을 마련하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 생각한다.


PS. 이런 강력범죄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시대처럼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범죄자들의 양 귀를 화살로 꿰뚫고, 형틀에 묶어 목을 참수하고 효수하는 극단적인 방식까지도 떠오른다. 나도 타고난 본성이 악마인 것인지, 사회가 이렇게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어가는 것인지... 화가 날 뿐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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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한 다음 날인, 지난 주 목요일의 이야기다.


노량진 할머니댁으로 전역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할머니댁이 위치한 노량진 본동길은 내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여서, 생각보다 아주 뚜렷하게 내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랜만에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싶어서 본동길을 걸어내려왔더랬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옛 건물들이 점차로 철거되어, 내가 살던 풍경을 추억하기엔 너무 많이 바뀌어버려 아쉬움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푹푹 한숨만 내쉬며 걷고 있는데, 웬 어린 학생들이 구석진 골목길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거기도 옛날에 내가 살던 동네의 골목길이라서, 생각없이 따라 들어갔는데, 이런... 5~6명 정도 되는 학생 무리가 쪼그리고 앉아 구름과자를 열심히 피고 있었다. 당황해서 못본 척 그냥 나와버렸는데, 돌아오면서도 '훈계를 했어야 하는 건가' 싶어 후회도 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내 자신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그 시간대는 벌건 대낮이었고, 얼굴들을 보아하니 매우 앳된 것이, 고딩도 아닌 중딩쯤이나 된 것 같은데, 아무리 구석진 골목길일지언정 백주대낮에 교복을 입고서 몰래 흡연을 하는 행동이 결코 바람직해보이진 않았다.


어쨌거나 그 골목길은 공사를 위해 철거된 건물들로 향하는 길이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길이었기에, 백주대낮임에도 불량 학생들이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사실 흡연이야 결국 손해보는 것도 지들이고, 남들에게 폐만 안 끼친다면 딱히 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런 지역에 학생들이 자주 노출되면 흡연이 아니라 더 큰 피해(학교폭력, 성범죄 등)가 벌어지는 장소가 될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첨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다. '범죄위험지역이니 저 지역에 대한 지구대 및 인근 학교의 순찰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는데, 며칠되지 않아 경찰청으로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회신이 오더니, 얼마 후에는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내가 보낸 민원에 대한 답변을 상세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는, 아래 회신 온 답변 메일의 내용을 캡쳐하는 걸로 대신한다.




내 이름이 왜 '황준하'인지 알 수는 없지만 (...)


여하간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어서 고맙고, 부디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 순찰이 강화되어, 더 큰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뭔가 보람있는 일을 실천한 것 같아 뿌듯하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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