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5.07 [무예24기] 곤방(봉)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다

얼마 전부터 곤방(봉)을 배우고 있다. 


곤방이란 곧 봉술을 말함이다. <무예도보통지>에는 봉술 투로가 '곤방'이라는 이름으로 실려있는데, 일반적인 중국 무술유파들과는 달리 독련투로가 없고, 2인이서 함께 주고받는 대련투로만 실려있다. 그래서 혼자 수련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기예와는 달리 처음부터 서로 봉을 부딪치다보니 '딱', '딱' 봉 부딪칠 때마다 손에 느껴지는 타격감에 남다른 재미를 느낀다.



(그림: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곤방 보譜)


그렇다고 혼자 수련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무예의 권법이란 것 자체가, 상대방이 있다고 가정하고 혼자서 공방을 펼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따라서 곤방 투로도 대인투로이지만, 상대방이 있다고 가정하고 독련투로로 전환하여 수련하면 된다. 또 꼭 투로 수련이 아니더라도, 봉술 기본기 수련은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곤방을 배우기 시작한 후로, 웬만해선 봉을 구입해서 개인수련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중에서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제원의 봉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 할 수 없이 수련터에서 쓰는 공용 곤방을 하나 빌려다가 사용하고 있다.


이후 시간 날 때마다 보라매공원에 가서 '원그리기', '반원그리기(반월)', '상단-중단-하단치기', '음양수' 등 곤방 기초를 연습하고 있다. 기초 동작들도 해야할 것이 많고, 사실상 이 기초 동작으로부터 모든 기술이 나오는 것이므로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투로는 사실상 뒷전이고, 기초 동작만 연습하고 있다. 사실, 이 기초 동작만 해도 너무 재밌다. 하다보면 어깨가 너무 아프긴 하지만, 봉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영화 <황비홍>이나 <엽문>에서 주인공이 긴 봉으로 다수의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을 생각하며 수련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중국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마냥 힘껏 봉을 휘두르고 있다.



(사진: 영화 <엽문>에서 육점반곤을 시전하는 견자단의 모습 - 출처: 네이버 영화)


다만 아직은 봉을 다루는 것이 어색해서,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연출되기도 하지만 꾸준히 수련하다보면 익숙해지겠거니... 하고 수련하고 있다.


그런데 곤방의 매력에 빠져버리는 바람에, 권법이나 칼 수련을 소홀히 하게 되는 또다른 문제점이 발생해버리는 것 같다. 배운 기예를 모두 수련하면 좋겠지만, 새로 배운 것부터 안 잊어먹고, 완벽하게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맹렬히 연습하다보면, 다른 기예를 연마하기엔 체력적-시간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뭐 사실 하려면 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수련에 대한 의지나 열정이 많이 부족한 것일테지... 아무튼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수련하는 기예의 가짓수가 늘어날텐데,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안배해서, 수련을 해나가야할지 고민이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