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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11 [무예24기]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인한 수련의 변화

오늘 한의원에 다녀왔다.


원래 장이 좋지 않아, 몇 개월 전부터 꾸준히 한약을 복용하면서 가끔씩 한의원에 가서 침뜸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거 말고도 오른쪽 어깨 문제로 진료를 받기 위해 갔다.


내 증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오른쪽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거나, 횡으로 뻗을 때마다 어깨죽지에서 '뚜둑'하는 소리가 나며, 뼈끼리 부딪치는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통증은 전혀 없으나, 칼을 벨 때마다 어깨에서 나는 마찰음과 뚜둑거리는 불쾌한 느낌이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처음에는 하도 수련을 안 해서 근육이 굳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오히려 더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나중에 휴가 나와서 사부님께 여쭤보니 빠르게 베는 수련을 당장 중단하고, 천천히 베면서 그 증상을 고칠 것을 주문받았다. 그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련하면, 장기적으로 평생 칼을 못쓸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들었다. 이게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 줄 나 자신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내 오른쪽 어깨의 문제는 꽤 오래 전부터 그랬다. 입대 전에도 그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고, 하여간 군대 갔다와서 심해진 건 사실이다. 추정컨대 삽질을 하도 많이 해서 악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삽질할 때마다 어깨가 너무 아팠는데, 아프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고통을 묵묵히 참다보니 결국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근래 칼 수련을 하고는 있었지만, 빠르게 베는 수련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배운 검법들도 이젠 가물가물하고, 타법이나 격법도 중단하고, 오로지 들어올려서 멀리 뻗어 베어내리는 동작을 아주 천천히 반복할 따름이었다. 


이러고 있자니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내 성격은 또 얼마나 조급하고. 지금이야 이 상황에 순응하고 그저 천천히 베는 데 집중하고는 있지만, 처음에는 답답한 나머지 얼마나 더 이래야 되냐고 사부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그러자 사부님은 "니가 지금 1년을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고작 한두 달 천천히 수련해놓고선 벌써부터 조급해하면 어떡하느냐. 오히려 이번 기회에 나쁜 버릇도 고치고, 왼 팔로만 베는 수련도 할 수 있지 않느냐. 이 시간이 훗날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라고 나무라셨다. 그 덕분에 조급한 마음을 덜 수 있었다.


하여간 천천히 베는 수련을 하고 있음에도, 오른쪽 어깨의 뚜둑거리는 증상이 좀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하고 왜 이런가 궁금하기도 해서 오늘 위장치료차 한의원에 간 김에 진료를 받았다.


양방처럼 엑스레이 촬영하고 그런 건 없었고, 그냥 문진만 하고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한의사 선생님 말로는 "지금은 통증이 없지만 나중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근데 엑스레이 한 번 안 찍어보고, 어떻게 환자의 설명만 듣고서 바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걸까. 원래 한방치료가 다 그런건가...)



(사진: 내 등 뒤에 부항자국. 목욕탕 가면 아저씨들 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적.. 으 징그럽다)


아무튼 별의별 치료를 다 받았던 것 같다. 침 맞고, 패치 붙인 상태에서 전기자극 치료 받고, 부항 뜨고 마지막엔 봉침(벌의 독을 주입하는 침)까지 맞았다. 한의사 선생님 말로는 당분간 너무 무리해서 운동하지 말고, 치료도 몇 번 더 받아야 한단다. 기존 위장 치료에 어깨 치료까지 더 받아야되서 이제 치료 비용도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을 볼 때마다 한숨만... 돈 못 버는 입장에선 그저 모든 게 죄스럽다.


돈도 돈이지만, 당분간 무리하지 말라고 하니 좌절감이 느껴진다. 요근래 곤방을 새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봉을 휘두르는 맛이 제법 쏠쏠했는데, 수련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뭐 별 수 있는가. 일단 어깨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는 장병기 수련은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부님의 말씀대로 당분간은 왼팔을 단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오늘부터 수련을 다르게 진행해봤다. 상체 자체를 가급적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권법 수련이나 주먹지르기도 일단 중지하고, 발차기, 보법, 허공의자와 같은 하체 단련 위주로 수련을 했다. 그리고 칼 수련은 하되 왼팔로만 칼을 잡고 베는 수련을 했다. 오른팔을 아예 뒷짐지고 왼팔로만 칼을 쓰려니, 중국무협영화 <돌아온 외팔이>가 계속 생각났다.


아무튼 사부님 말씀마따나 이번 기회를 통해 왼 팔을 단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긍정의 힘! 그나저나 왼팔로만 수련하려고보니 왼쪽 어깨죽지에서도 뚜둑거리는 소리가 좀 들리는 것 같은데... 제발 아니라고 해줘.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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