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교습소 근처에 이마트 중동점이 있어 간 김에 가끔씩 들러 쇼핑을 하곤 합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각종 주류들도 즐비하고, 먹을 것도 많아 애용하는 편입니다. 올 가을까지 뭔 공사를 한다고 천막을 쳐놓더니, 얼마 전에 가보니까 '일렉트로마트' 라는 게 1층에 새로 생겼더군요. 이마트 브랜드로 운영하는 전자제품 전문 마트인 듯 합니다. 모든 이마트에 있는 게 아니고, 전국에 9개 매장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마트 쇼핑할 때마다 한 번씩 스쳐지나가는데, 어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이쇼핑을 즐겼습니다. 입에서 연신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관심 없이 볼 때는 몰랐는데, 관심 갖고 찬찬히 훑어보니 신기한 제품들이 잔뜩 있습니다. VR, 드론, 액션캠 등등... 가히 전자제품계의 혁신을 불러온 상품들을 보다보니 "이렇게 세상이 발전했구나" 싶습니다. 몸은 2016년에 살고 있는데, 머리는 여전히 조선시대에 살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얼리어답터도 아니고, 이미 한참 전에 나온 전자기기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백면서생이지만 그래도 급관심이 생기더군요. 몇몇 제품들은 도저히 그 용도를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만지작 거리기만 했습니다.


안그래도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노트북 한 대 없는 게 생각보다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노트북 한 대 마련할 생각이었는데, 다음에 일렉트로마트에서 한 대 구입할 생각입니다. 어제도 노트북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왔는데, 차이점은 잘 모르겠네요.. ㅋ 그래도 탐나는 컴퓨터 제품들이 참 많데요. 특히 옛날 타자기를 본따 만든 블루투스 키보드와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키보드는 참 탐이 났습니다.



대형 TV도 있었는데요, 마침 TV를 구경하던 한 가족이 "내가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 하길래 자연스레 시선이 가더군요. TV가 크고 좋아보이는 건 알겠는데... 헉... 가격이 무려 3,200만원입니다. 세상에 무슨 TV 한 대가 차 한 대랑 맞먹는 가격인지...



피규어 매장에는 엽문 피규어도 있었습니다. 엔터베이 제품인데 이건 45만원이네요. TV나 피규어나 너무 비쌉니다. 뭐 이걸 취미로 하시는 분들껜 당연한 가격일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은 문외한 입장에서는 참 사치스럽다는 생각밖에는... 이렇게 말하는 저조차도 거금을 들여 병장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데, 그 사람들 눈에는 똑같이 보이겠죠 ㅋㅋㅋ



'일렉트로바'라는 것도 있습니다. 전자제품 매장에 왠 '바(Bar)'일까 싶긴 한데, 양주와 고량주 등 주류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고, 특히 미니어처들은 아기자기하기까지 합니다. 지나가는 손님들이 여기서 칵테일이나 맥주 한 잔 하면서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네요. 아직 도전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혼자 술 마시기는 좀....



여하간 신기한 제품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비쌉니다 (...)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져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궁해서 그렇지, 누군들 얼리어답터가 되고 싶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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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포스팅한 바와 같이 요즘 해금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링크: http://gabeci.tistory.com/169)


배우기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되었는데, 실력 있는 선생님의 친절한 지도 덕분에 꽤나 진도가 빠른 편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진도가 참 빠르다고 느꼈는데, 우리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도 다른 수강생들에 비해 우리 반이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하신다. 다들 잘 따라와서 그런거라고 하니 내심 다행이다.


참고로 내가 수강하는 반은 취미반으로,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 1주일에 1회, 1시간씩 교습을 받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이 교습 받던 한 분이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이유로, 1:1 개인레슨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지금은 2명이서 교습을 받는 상황이다. (그래서 비용은 고정이지만, 교습시간이 40분으로 줄었다)


아무튼 해금을 배우러 부천까지 왔다갔다 하느라 생각보다 오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데, 워낙 선생님의 실력도 믿을 만하고, 친절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날이 배우는 재미가 있어서 4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다. (사실 오가는 시간에 비해 40분은 정말 짧긴 짧다)


아무튼 요즘 해금을 배우면서 느끼는 게 많다.


첫째,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우리 반이 유독 진도가 빠르다보니 벌써 '오나라'와 같은 간단한 곡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곡을 따라가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니, 기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 곡 연주하는 것에만 계속 신경쓰다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자세에서부터 잘못된 버릇이 들어버렸다. 


해금은 왼손으로 입죽(해금의 몸체)의 중현(안줄), 유현(바깥줄)을 잡은 상태로 연주해야한다. 이때 손가락 사이는 절대 벌어져서는 안된다. 음이탈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목이 계속 떨어지고, 손가락이 벌어지는 잘못된 버릇이 계속 나왔던 것. 자세가 잘못되었다보니 제대로 된 음이 나올 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집에 가서 다음 수업 전까지 계속 손가락을 붙이며 줄을 잡는 연습만 했다. 그렇게 기본을 다시 잡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했다.


둘째, 일희일비하지 말 것.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자세가 제대로 안 잡힌 상태에서 수업을 듣다보니 당연히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갈 수가 없었다. 결국 교습 시간 내내 지적을 받았고, 자격지심까지 느꼈더랬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약간 부아가 치밀기도 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계속 연습을 해갔더니, 일주일 만에 "손모양이 훨씬 좋아졌다", "손모양이 예쁘게 잡혔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울한 마음은 가셨지만, 다시 한 번 일희일비 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무예를 수련할 때도 슬럼프가 올 때마다 늘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생각이었음에도, 어쩌다 한 번씩은 꼭 이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결국 이런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도 자기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인 것 같다.


셋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교습은 일주일에 하루 뿐이지만, 다른 날에도 언제든지 와서 학원의 공용 해금을 가지고 개인 연습을 해도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 연습을 위해 주말쯤에 한 번 더 학원을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보니 계속 가기가 힘든 것이 사실. 처음에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더 가서 연습할 수도 있었지만, 진도를 나가면 나갈수록 일주일에 하루 더 연습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걸 느꼈다. 


결국 집에서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해금을 사자니, 비용도 만만찮고, 솔직히 해금을 계속 배울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어서 일단은 악기사에서 2개월 기간 약정으로 대여했다. 덕분에 지금은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매일 매일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 몇 번은 오히려 악기를 빌려놓고도 내팽개쳐두고 연습을 게을리했는데, 연습을 안 하면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뒤로는, 가급적 하루에 30분 이상은 연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 30분 정도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줄을 잡고 있는 왼손가락 첫째마디가 끊어질 듯 아프다. 줄이 워낙 팽팽한 데다가, 높은 '도' 음을 내기 위해서는 줄을 있는 힘껏 쥐어야해서 손가락이 아플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질 않았나. 아파도 참고 계속 연습하다보니, 엊그제 수업 때는 "집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이제는 오히려 왼손가락에 느껴지는 고통이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즐겁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꼭 해금 뿐만이 아니라 세상 어떤 일에건 해당되는 말이다. 무예든, 커피든, 공부든... 위에서 열거한 교훈들은 이미 무예를 수련하면서 깨달은 바들이기도 하다. 


아마 무예를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해금을 비롯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슬럼프나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건 나랑 안 맞아" 하고 일찌감치 때려쳤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미 무예 수련을 통해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것',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어 무예 수련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큰 지혜를 주는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배운 대장금 OST '오나라'를 연주해보았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음이 삐걱거리고, 음이탈 현상도 잘 일어난다. 해금은 '절대음감'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악기라고 하는데, 원체 음악적 소양이 없는 관계로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개인 점검 차원에서 찍은 영상이니, 무단 불펌 금지!!!)


PS. 참고로 내가 배우고 있는 곳은 부천시청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해금소리'라는 학원으로, 원장 선생님이 퓨전국악그룹 연리지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력도 있고, 꽤나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만족하며 다니는 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상담 받아보시길... (부천 해금소리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dibr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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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백수인 저한테 그래도 가장 바쁜 날이 있다면, 화요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낮에 부천으로 해금을 배우러 가고, 해금 수업이 끝난 뒤에는 곧장 집 근처 문화센터로 가서 홈바리스타 강의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저녁에 중앙대학교에서 '활쏘기 특강'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화요일은 뭔가를 배우기 위해 정신 없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하간 해금 수업이 끝난 뒤에는, 홈바리스타 강의 시간까지 텀이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보통 해금을 10~20분 정도 더 연습하고, 근처 식당에 들러 급하게 점심을 해결한 뒤에 바로 문화센터로 가면 시간이 딱 맞곤 합니다.


오늘도 그래서 수업이 끝난 뒤에, 학원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는데요, 마침 학원이 부천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근방에 식당은 많은 편입니다. 오늘도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러시아 요리 전문점'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저는 흔히 먹는 음식보다는 매 끼니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어하거든요.


식당에 들어서니, 러시아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전부 러시아 출신인 듯 했습니다. (살짝 동양계의 모습이 보이는 게 고려인 동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지라, 식당 내부는 한가했는데, 다소 늦은 점심 식사를 하러 온 러시아인들도 몇 명 있더군요.


테이블 하나 잡고, 메뉴판을 받아서 펼쳤는데 메뉴만 봐서는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요. 메뉴 아래 간단한 설명이 있긴 한데... 그래도 무난해 보이는 '먀소 브 클랴레'라는 요리를 메인요리로 주문했습니다. 튀긴고기 요리라고 하는데, '돈가스'와 흡사하다는 설명만 듣고서 바로 주문했죠. 



그리고 메인요리를 주문하면 사이드메뉴가 무료라고 해서 '러시아 식빵'을 골랐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클랴레에는 러시아 식빵보다는 으깬 감자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해서 그럼 그걸로 달라고 했습니다. 이대로 메인요리만 먹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서 '캄포트'라는 음료도 주문했습니다. 총 8,000원이네요.


근데 막상 요리가 나오니까... 비주얼이 돈가스가 아니라 오믈렛이예요. 근데 한 점 썰어서 먹어보니, 맛도 진짜 오믈렛입니다. 제가 아는 돈가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계란옷을 입혀 구워낸 돼지고기 오믈렛이었습니다. 소스도 그냥 케쳡이었구요. 



솔직히 맛도 저한텐 별로였습니다. 돈가스와 같은 바삭함도 없고, 돼지고기가 질겼습니다. 계란에 소금이 뭉쳤는지 먹다가 갑자기 짠맛이 확 나기도 했고요. 캄포트라는 음료도 러시아식 과일주스라고 하는데, 밍밍해서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사이드메뉴로 나온 으깬 감자가 차라리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뭐 다른 요리들도 있으니까, 섣불리 이 집이 맛없다고 평가할 순 없겠고요. 그래도 다른 테이블에 올려진 요리들을 보니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요리들도 많던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요리에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오늘은 그냥 제가 메뉴를 잘못 선택했다고 봐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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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금학원에 등록하고서 첫 수업을 듣고 왔다.


부천에 위치한 '해금소리'라는 작은 교습소인데, 원장님이 퓨전국악걸그룹 '연리지'의 리더로, 실력이 있는 분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학원이 집과 거리가 좀 있어서 망설여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일반 국악학원보다는 해금 전문 학원에서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고르게 되었다. 또 원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믿고 배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이곳을 선택했던 것이다.


해금과의 첫 인연


사실 옛날부터 해금은 국악기 중에서도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악기였다. 


해금의 매력을 알게 된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던 때였다. 노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해금연주가 강은일 씨가, 생전에 노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아침이슬'을 해금으로 독주했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구슬프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해금의 소리에 반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아마 은연 중에 해금을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었나보다. 오늘 친구에게 해금을 배운다고 얘기했더니, 그때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드디어 꿈을 이루는 모습이 멋지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기억 못하는 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신통방통하다만...)


전역 전 작성한 버킷리스트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금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는데, 전역하기 직전에 해금을 배워야겠다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생겼다.


말년 휴가 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해금연주가 조혜령 씨의 '이등병의 편지' 해금 연주를 듣고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나가서 뭐 먹고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좀 있으면 떠나야 되는 부대에 대한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인해 한동안 싱숭생숭하던 때였는데, 안그래도 구슬픈 '이등병의 편지'를 구슬픈 소리를 내는 해금으로 들으니 마음이 크게 동했더랬다.



그래서 부대 복귀하자마자, '전역 후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목록에 '해금 배우기'를 넣었는데, 전역하고 딱 한 달 조금 넘어서 해금 배우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사실 제일 걱정되는 건, 내가 음치에 박치라는 것. 어느 악기가 안그러겠느냐마는 특히나 해금은 연주자의 섬세한 손길과 절대음감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악기라고 해서, 지레 겁부터 먹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내가 음악에 대해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쪽으로는 완전 둔재에 가까우니... 


하지만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 즐기면서 열심히 하면 대성할 수 있다'는 무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얻은 교훈이, 해금에도 적용되리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수업에 참여했다. 


내가 등록한 취미반은 원래 4명의 소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명이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세 명으로 줄어서 더 단촐하게 수업을 받게 되었다. 인원이 적어서 원장님의 세심한 지도를 받기에는 적합하나, 덕분에 비용이 예상치 못하게 1만원이나 늘어 부담이 좀... 정말 뭔가 배우려면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봐야 하는 건가.



강의 시간이 1시간으로 짧기도 하거니와, 멀리서 와서 어렵게 배우는 악기이니만큼, 원장님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청하고, 또 열심히 줄 당기기 삼매경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이제서야 조금 감이 잡히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대로 가버리면 다음 주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릴 것 같아, 수업이 끝나고도 혼자서 20분을 더 연습하다가 문을 나섰다.


진도를 나가려면 평소에도 열심히 연습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악기가 없으니... 아무 때나 와서 연습해도 된다고는 하는데, 거리가 거리인만큼 자주 오는 건 힘들 것 같고... 가끔 바람 쐴 겸 들러서 연습을 해야겠다. 재능이 없으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무예나 악기나.. 결국 모든 건 일맥상통하는 법이다.


아무튼 아직은 '끼긱끼긱' 거리며 칠판 긁는 소리나 내는 형국이지만,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꾸준한 연마로 나 홀로 멋진 곡 한 곡을 독주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어쨌든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실천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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