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수강했던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과정에 이어 '중급'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이번에도 루소랩 삼청점에서 열리는 강의에 참석했고요, 지난 번 클래스에서 수업을 진행해주신 분과 다른 박신영 바리스타라는 분께서 수업을 맡아주셨습니다. 사실 지난 주 일요일에 수업이 있었는데, 귀차니즘에 빠지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후기를 올립니다. 사실 후기 게재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만, 제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늦게라도 꼭 올리자는 주의입니다.


처음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바리스타님께서 "오늘은 1:1로 수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수업을 신청한 사람이 저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 띠로리. 바리스타님과 단 둘이 수업을 진행해야해서 약간의 부담(혹은 긴장)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1:1이라서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뒤늦게 수업을 신청하신 분이 헐레벌떡 들어오셨더라고요. 그래서 2명이서 수업을 받았는데, 1:1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수라서 수업하기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난 번 초급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그분도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붙임성도 좋으셔서 셋이서 이래저래 떠들며 즐겁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변한다?


초급 클래스에서는 기본적인 핸드드립과 푸어 오버라는 방식에 대해 배웠는데요, 중급 클래스에서는 '다양한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라는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커피 원두의 양과 굵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비교 분석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실험인데, 이런 시도를 하기에는 커피 원두의 가격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수업을 통해 아낌없이 커피를 내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Tip] 6가지 브루잉 필수요소


1. 추출비율


: 분쇄된 커피 양과 추출된 커피 양의 비율 / TDS(커피성분의 총량=농도), 추출수율(원두 몇 그람을 가지고 얼마나 뽑았는가)


2. 분쇄도


: 가는 굵기 (에스프레소, 터키식 커피) / 중간 굵기 (핸드드립, 커피메이커) / 굵은 굵기 (프렌치 프레스)


3. 추출방식


: 침지법 (달임법, 우림법) / 여과법 (핸드드립, 콜드브루) / 가압추출법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4. 3T 


: 온도 (Temperature) / 시간 (Time) / 난류 (Turbulence: 커피입자와 물의 마찰)


5. 물의 품질


: 물 고유의 성분이 적어야 커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음


6. 필터


: 종이 (저렴하고 깔끔하며 커피기름 걸러냄)  / 융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좋지만 관리가 힘듦) / 스테인레스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매우 좋음. 묵직하고 진하지만 미분이 많이 나와 텁텁할 수 있음)


브루잉의 변수를 좌우하는 6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위의 표로 정리한 바와 같이 작은 변수 하나라도 어긋나면 커피 맛이 확 달라진다고 합니다. 커피에 정답은 없다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카페 입장에서는 바리스타마다 내리는 커피 맛이 다를 경우 고객 입장에서 "어, 이게 뭐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마다 최적의 브루잉 조건을 맞춰놓고 내린다고 하는군요. 다만 손님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기호에 따라 요구하게 될 경우에는 바리스타의 재량으로 커피를 내리게 되지요. 손님의 기호에 따라 커피를 다양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의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는 바리스타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입니다.



아무튼 저희는 '추출 변수'를 실습해봤는데요, 투입량(물과 커피의 비율)과 분쇄도(커피 분쇄 입자 크기), 물온도(물의 온도에 따른 차이) 세 가지 변수에 따른 커피 맛의 차이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님하고 저하고 다른 수강생 한 분하고 각자 다른 굵기의 원두, 다른 물 온도, 다른 양의 원두로 실험을 해서 맛을 봤는데 뭐가 더 맛있고 맛없고는 개인의 기호지만 맛이 확연히 다른 건 느껴졌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원두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당연히 진하게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한 커피가 좋은 사람은 물의 양을 적게 하면 되고, 연하게 마시고 싶으면 물의 양을 늘리면 됩니다. 그리고 원두의 분쇄도 역시 중요한데요, 아주 굵은 굵기의 원두일수록 물이 투과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농도가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하게 먹고 싶다면 원두의 굵기를 가늘게 하거나, 드립의 물줄기를 얇게 해서 천천히 부으면 됩니다. 가는 굵기의 원두로 연하게 먹고 싶다면, 반대로 물을 빠르게 많이 부으면 되겠지요.



물의 온도 역시 커피 맛의 변수 중 하나입니다. 저는 물의 온도가 매우 낮은 미지근한 물로 드립을 해봤는데, 뜸들이기 자체가 안되더라고요. 보통 커피 뜸을 들일 때는 퐁퐁 터지면서 가스가 빠지는데, 미지근한 물로 뜸을 들이니 그냥 원두가루가 가랑비에 마른 흙 젖듯하고 말더라고요. 맛 역시 연하고요. 커피를 내리는데는 90~94도의 온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하는데, 이건 진리인 듯 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내린 커피는 일단 식어서 뭔가 먹다 남은 아메리카노 마시는 느낌입니다. 첫 맛이고 끝 맛이고 좋지가 않더라고요.


오늘 강의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지난 번 초급 클래스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마찬가지로 박신영 바리스타님도 성격이 매우 좋더라고요. 수업 끝나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빼지도 않으시고, 수업 진행도 재밌게 잘 해주시고... 알고 보니 루소랩 삼청점의 고유 메뉴인 '더치 드래프트'라는 커피도 직접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실력파 바리스타이신 듯 합니다. 



점점 루소랩이라는 카페에 호감과 애정이 가는군요. 삼청동에 갈 일만 잦으면 자주 들렀을텐데,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서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들르기가 힘든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고급 클래스는 또 다른 강사 분이 맡아서 하신다고 하는데, 앞선 두 분이 너무 잘해주셔서 기대가 큽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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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문화원에서 열심히 배우던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나고, 한동안 제 커피공부도 좀 시들해졌던 게 사실입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문제집도 구매했지만, 제 체질이 오래 앉아서 뭔가를 공부하는 스타일이 원체 못돼서요. 더욱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다고 커피를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궁극적으로 걷고자 하는 노선과도 거리가 좀 있어보였습니다. 뭐 따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보다는 차라리 '핸드드립' 하나에만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 따라 들어갔던 루소랩이라는 카페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더랬습니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커핑 클래스부터 기본적인 커피 추출법을 익히는 브루잉 클래스 그리고 기타 다양한 강좌가 꽤 많더군요. 게다가 매우 저렴했습니다. 지난 번에 들었던 와인 클래스의 경우는 수강료가 1만원이었는데, 와인과 커피까지 제공되었으니 온전히 재료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고요. 며칠 전에 들었던 커핑 클래스나 어제 들었던 브루잉 클래스는 아예 무료강좌였습니다.



(사진: 몇 주전에 루소랩 정동점에서 수강했던 '커피와 와인' 클래스 당시)


알고보니 루소랩은 생두를 수입하는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라고 합니다.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 지점이 있고요, 저는 비교적 가까운 정동점과 삼청점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지난 번 와인 클래스는 정동점에서 수강했고, 이번 주에 열렸던 커핑 클래스와 브루잉 클래스는 모두 삼청점에서 수강했어요. 이곳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된 후로는 집에서 내려마시는 커피 원두도 가급적 여기서 구매합니다. 블렌딩하지 않은 '싱글 오리진' 커피들을 산지별로 구비해놓고 팔고 있어요. 할리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모두 이곳 루소랩으로부터 원두를 제공받는다고 하니, 원두는 이곳에서 구매해도 믿을 만하지 싶습니다.


루소랩 삼청점에 가다


아무튼 어제는 브루잉 초급 클래스가 삼청점에서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브루잉이란 커피를 내리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3층 카페인데, 삼청동 자체가 참 아담한데 건물도 아담하게 잘 자리잡았더라고요. 카페 1층에는 커핑 클래스를 위한 세미나실이 있고, 2층에는 브루잉바가 있습니다.



(사진: 루소랩 삼청점의 야경)


어제 수업은 이곳 삼청점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전 평소 집에서 칼리타(구멍이 세 개 뚫린 드리퍼를 의미함)를 이용해 드립커피를 마시지만, 어제는 하리오(구멍이 한 개 뚫린 드리퍼)를 이용해 드립을 해봤습니다. 늘 쓰던 도구가 아니었던지라 낯설긴 했지만, 재밌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핸드드립 방식(나선형으로 돌려가며 물을 붓는 방식)과 달리 '푸어 오버(Pour Over)'라는 방식도 배웠습니다. 


바리스타님 설명에 따르면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물줄기를 천천히 붓거나, 점드립으로 점점이 찍어서 붓는 핸드드립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건 일본의 전통적인 다도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반면에 미국과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푸어 오버라는 방식으로 핸드드립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푸어 오버는 정말 규칙 없이 그냥 리드미컬하게 물을 붓는 방식입니다. 약간 리듬을 타면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기분 따라 물을 붓는 방식인데, 오로지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붓는 방식이라 부담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존의 드립방식에 너무 얽매여있던 터라, 푸어오버를 하면서도 의구심이 계속 들더라고요.



(사진: 하리오 드리퍼로 내리는 드립커피)


친절한 바리스타님 덕분에 즐거웠던 시간


평소에 핸드드립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들도 질문하고, 몰랐던 것도 새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바리스타님하고 대화하면서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만큼 부담도 없고 격식도 없었습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함께 수강한 세 분들도 모두 좋았고요. 전 개인적으로 바리스타님 성격이 너무 좋더라고요. 공짜로 수업 듣는 주제에 이거 저거 질문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먼저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신 다음에 커피를 내려주시니까, 항상 마시는 커피였어도 어제 마신 커피는 유난히 향긋했습니다.



(사진: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커피에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커피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자꾸만 원칙과 정답을 찾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요. 바리스타님이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너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말고, 정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 말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정말 유명한 전문가가 내려주는 커피도 내 입맛에 별로면 별로인 거다"라는 말도 공감했습니다. 정말로 커피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수업을 들은 사람들과 다함께 각자가 내린 커피 맛을 공유했는데, 전부 맛이 제각각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맛없다고 단정할 순 없었어요. 제각기 그 사람의 개성과 정성이 담긴 커피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커피에 정답은 없어도, 커피 맛을 구분할 정도는 되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필터(여과지)에 물을 적시는 린싱 작업의 필요유무를 잘 모르고 있던 차였습니다. 어떤 곳에선 안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하기도 하고... 솔직히 종이필터의 맛을 알아챈다는 것도 신기할 노릇이었죠. 


그런데 바리스타님 말씀이 "나도 미각이 둔감한 편이어서 처음엔 몰랐다. 그 종이필터맛을 구분해보기 위해 일부러 린싱한 물만 마셔보기도 했다"고 하시네요. 또 커피공부를 한창 하던 때에는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20잔 가까이 마시고 저녁에 토하기도 하셨다고... 


확실히 대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의 대가가 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듯 커피 좀 내린다고 하는 바리스타들도, 그 위치에 서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커피 좋아한다고 하는 저도 노력이 부족하구나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푸어오버로 내린 커피)


아무튼 어제는 모처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교훈도 많이 얻었고요. 다시 한 번 어제 강의를 해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루소랩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중급 클래스도 꼭 들어야겠어요. 


PS.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커피 이야기도 밑천이 다 떨어졌네요. 몇 편 더 쓸 요량이었는데... 루소랩에서 수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좀 더 추가해볼까도 고민이 되네요. 아무튼 이 글을 쓰다보니 또 향긋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군요. 얼른 가서 드립 커피 한 잔 해야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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