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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21 [맛집] 시청역 평양냉면 전문점 - '강서면옥'

지난 토요일 위대태껸 서촌모임 참관 후에, 시청역 근처 강서면옥에 들렸더랬습니다. 여기 평양냉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났는데, 언제고 한 번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에 '강서면옥'을 검색하면 뜨는 업체정보에는 이런 설명이 있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저럴까 싶어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정통 이북식 강서면옥의 맛은 서소문 근처 청와대까지 소문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총까지 들이대며 다짜고짜 육수 만드는 것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끝까지 주방을 지켰습니다. 50년 동안 이뤄온 냉면 맛에 대한 모욕이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청와대 직원들도 두 손 들었고, 육수만 국립과학연구소로 들어가 성분검사를 마친 뒤 냉면의 청와대 출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강서면옥의 단골 아닌 단골이나 다름없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냉면이라고 해서 별다르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일반 손님이 먹는 냉면과 똑같았습니다.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때면 으레 강서면옥으로 주문이 옵니다. 평양에서 온 북측 대표들에게 이북의 맛이 살아 있는 강서면옥의 냉면은 인기 절정이었던 것입니다. 대개는 시대에 따라 약간씩 강한 맛으로 냉면 맛도 변하게 마련인데 강서면옥의 냉면 맛은 오랫동안 한결 같습니다.


사실 몇 주 전에도, 덕수궁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점심을 먹으러 여기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해서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물론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요. 


이번에 서촌에서 걸어서 시청역까지 오다가, 퍼뜩 강서면옥이 떠올랐습니다. 날도 더운데 생각난 김에 다시 한 번 가서 도전해보자 하고, 갔습니다. 



이번엔 아예 홀이 텅텅 비었네요. 아무래도 그때는 평일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 때문에 그렇게 줄이 길었나봅니다. 주말 저녁에는 손님이 없네요. 어느 때건 한결같이 사람들로 바글거려야 진짜 맛집일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드넓은 홀에 혼자 앉아 '평양냉면'을 주문했습니다.


근데 여기... 무려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이 12,000원입니다. (함흥냉면은 11,000원) 사실 이 가격 때문에 엄두가 안 나긴 했습니다만, 제 신조가 '먹기 위해 산다' 라서요. 원래 식탐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저란 사람은 식도락(食道樂)이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군대에서 1년 9개월 동안 식사권(?)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맛 없는 짬밥만 줄기차게 먹어댄 통에, 밖에 나가면 아무리 비싸도 먹는 데는 돈 아끼지 말자고 다짐했던 터였습니다.


주문하고 15분 정도 지나서, 드디어 등장한 평양냉면. 



비주얼은 이렇습니다.


면발이 메밀이라 찰져서 잘 넘어가더군요. 개인적으로 냉면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면발 때문입니다. 보통 냉면의 면발에는 전분이 많이 들어가서 질깁니다. 그래서 가위질이 많이 필요하죠. 전 이런 면은 목이 잘 멕히는 관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근데 여기 평양냉면은 메밀이라 굳이 가위질을 할 필요 없이도, 먹기 편했습니다.


그리고 육수가 참 괜찮았습니다. 약간 슴슴한 듯하면서도 진하게 우려낸 육수의 맛이 냉면의 맛을 살려주더군요. 솔직히 겨자랑 식초를 넣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이 냉면은 그냥 이 상태 그대로 먹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일부러 오리지널로도 먹어보고, 식초와 겨자를 조금씩 넣어가며, 다양한 버젼(?)으로 냉면을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로 맛은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진짜 평양냉면을 맛보면, 각종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맛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12,000원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가격인지, 자리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5분 만에 후루룩 먹어치우고나니 참 허망하더군요.


사실 요즘 우리네 인식 속에, 냉면이란 고깃집 가면 후식 서비스로 나오는 메뉴로 전락한 지 오래라서, 12,000원씩이나 주고 냉면을 먹는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서비스 냉면과 여기 냉면의 맛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요.


전 개인적으로는 누가 사준다고 하면 냉큼 얻어먹겠지만, 굳이 따로 찾아가서 사먹지는 않겠습니다. 아, 물론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펑펑 쓸 수준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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