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09&aid=0003510142


견자단의 영화 <엽문 4>의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후속 기사가 떴습니다. 


이번엔 무려 성룡의 출연 소식입니다.


견자단, 성룡 두 배우를 모두 좋아하는 저로서는 두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기그지 없는 소식입니다만, 사실 걱정이 앞섭니다. 코미디 연기 전문인 성룡이 <엽문> 시리즈와 같은 정극에 출연해 그것도 견자단과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 막판 보스 악역으로 출연한다는 게... 영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성룡도 꽤나 진지한 연기를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악역은 한 번도 맡은 기억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서요. 어떻게 보면 이번 작품이 성룡 입장에서는 최초의 악역 도전인 셈입니다. 악역으로 나올 성룡이 상상이 안 가서... 그저 루머가 아닐까 싶기도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2018년에나 촬영에 들어간다고하니 영화를 보려면 한참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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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웹서핑을 하던 중 새로 나온 무협영화 한 편이 풍극안 선생의 유작이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유작이라면 이미 돌아가신 분의 작품을 뜻하는 바인데, 저는 풍극안 선생이 돌아가셨을 거라고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부랴부랴 찾아보니 2016년 3월 2일 식도암으로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향년 68세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kamagi2000/220764824382)


풍극안 선생이라면 성룡과 함께 성가반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7,80년대 다양한 무협영화로 이름을 날린 분입니다. 워낙 개성 있고 험악해보이는 마스크 탓에 단골 악역으로 등장하곤 했지요. 제가 보던 무협영화에는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기에 워낙 인상 깊은 배우였습니다. 최근에는 <쿵푸허슬>에서 맹인 음악무술가, <엽문 2>에서 팔괘장을 구사하는 정 사부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아직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분이 돌아가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가 아무리 홍콩무협에 대해 옛날만큼 관심이 떨어졌다고 해도, 참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홍콩무협배우의 별세 소식을 이제서야 알다니요.


홍콩에선 유명한 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탓에, 국내 DB에도 업데이트가 안된 모양이더군요. 네이버에는 아직도 사망 정보가 안 올라와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렇게 하나둘 잊혀지는 것이...


요근래 제가 좋아했던 홍콩무협영화 배우들이 하나 둘 지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참 씁쓸함을 느낍니다. 홍가권의 대가이자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의 거장 유가량 감독이 2013년에 별세하고, 유가량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며 황비홍 역으로 정통 홍권을 선보인 유가휘는 반신불수가 되어 휠체어 신세입니다. 이제 풍극안 선생마저 돌아가셨네요. 여기에 이연걸은 난치병에 걸려 매우 수척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룡, 견자단도 언제까지 그 몸과 젊음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참 가슴이 아파옵니다. 어릴 적 전설처럼 생각했던, 때론 친구보다 더 친숙했던 스크린 속 스타들이 하나 둘 지는 것을 지켜봐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새삼 이소룡의 죽음이 당대 열성팬들에게 줬을 충격과 슬픔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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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omn.kr/l6vm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대결>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찍은 감독이 <서유기 리턴즈>, <치외법권> 등 전형적인 B급 영화를 많이 찍은 감독이라, 약간 의구심이 생기긴 했지만 네티즌들의 호평을 보고 기대를 했었더랬습니다. 더욱이 취권으로 현피를 뜬다는 설정도 반가웠고, 영춘권이나 칼리 아르니스, 실랏까지 다양한 무술이 등장한다고 해서 액션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는 당연히 진부하고, <취권>에 대한 오마주라지만 어설픈 오마주의 과도한 남발로, 그저 <취권>의 아류작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저도 영화 보는 눈이 높지 않아서, 웬만하면 좋게 평가해주는데 이 영화는 실망 그 자체입니다. 스토리가 진부했다면 액션이라도 괜찮았어야 했는데, 이건 영... 어설픈 취권 연기도 그저 웃플 뿐이었습니다.


실망스러운 감정으로 <오마이뉴스>에 리뷰를 써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로 대체합니다.


PS. 극장 가서 보기엔 본전 생각 많이 나는 영화입니다. 나중에 케이블 채널로나 보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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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omn.kr/kxwy


얼마 전 <오마이뉴스>의 연예 분야 자매지 격인 <오마이스타>에서 '내 인생의 OOO'이라는 주제의 공모전을 열었더군요. 자신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나 드라마, OST 등 대중문화 분야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모전이었습니다. 


이런 공모전에 제가 빠질 수야 없죠. 뭐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 드라마가 한두 편이냐마는... 몇 가지 손에 꼽은 것 중에 그래도 제 인생을 가장 크게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역시 성룡의 <취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무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것도 결국 그 영화 한 편 때문이었으니까요.


평생 무술가로서 산다는 것... 약간 과장을 보태긴 했지만, 어쨌건 평생 무술을 수련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 문파를 열어 제자를 받는 것도 무술을 수련하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고요. 당장 전업 무술가가 되겠다는 건 아니겠지만, 언젠가 저만의 도장을 여는 게 목표인 건 확실합니다. 이쯤 되면 영화 한 편이 제 인생을 바꾼 게 맞죠?


아무튼 그런 내용으로 솔직하게 글을 써서 제출했는데, 오늘 <오마이뉴스> 메인에 올라왔더라고요. 제 개인사가 널리 소개되니까 속살을 보인 것 같아서 남사스럽기도 하네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은 영 아닙니다. 무술 독학을 시도했다가 하루 만에 포기하고 도장에 다니게 됐는데, 마치 제가 무술 독학으로 경지에 오른 것처럼 제목을 지어놔서... 제목 때문에 괜히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애초에 제가 지은 제목은 '술에 취해 비틀비틀... 현실이 된 소년의 로망'이었는데, <오마이스타>에서 일방적으로 바꾼 제목이 더 마음에 안 듭니다. 누구보다 '무술독학'의 폐해를 열심히 설파하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아무튼 여유가 생기면, 제가 거쳐온 무술 이력에 대해 시리즈로 한 번 연재해볼까 합니다. 지금 커피 이야기를 연재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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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홍금보의 보디가드>를 보았다. 원제는 아적특공야야(我的特工爷爷)인데, 직역하자면 '나의 특수할아버지'가 되겠다. 의역하자면 '특수요원 할아버지' 정도랄까?



개인적으로 요근래 인상 깊게 본 영화 중 하나다. 솔직히 말해서 스토리도 단순하고, 액션도 '홍금보치고는' 그렇게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영화 속 홍금보 자체가 '치매 걸린 노인' 설정이라, 일부러 화려한 액션을 자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퇴직한 중앙경호국 요원(VIP를 경호하는 경호원, 우리로 치면 대통령 경호원)인 홍금보는 치매에 걸려 홀로 사는 노인이다. 함께 할 가족도 없고, 무뚝뚝하기만 한 그가 이웃집에 사는 여자아이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빚에 시달리던 그 여자아이의 아버지(유덕화)가 중국 조폭으로부터 위험한 제안을 받게 된다. 러시아 갱단의 보물을 훔쳐오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것. 이에 러시아 갱단의 보물을 훔친 유덕화는, 변심하여 보물을 들고 잠적하게 되고 결국 그는 중국과 러시아 두 조폭 집단의 표적이 된다. 아버지의 잠적으로 여자아이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홍금보가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사진: 중국 조폭들을 단신으로 때려눕히는 홍금보 - 출처: 네이버 영화)


일단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액션씬을 보면서 약간 어이 없는 웃음이 나왔다. 영화를 보면 홍금보가 단신으로 중국 조폭들의 소굴로 쳐들어가 혼자서 조폭들을 다 때려눕힌다. 그런데 그 순간 러시아 갱단이 쳐들어온다. 홍금보는 다시 러시아 갱들을 단신으로 제압한다. 아무리 홍금보가 전직 중앙경호국 요원 출신이라고 해도, 영화 속에서는 운신조차 자유롭지 못한 치매노인일 뿐인데, 혼자서 중국/러시아 조폭들을 때려눕힌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설정을 감안해서인지, 조폭들과 힘겹게 싸운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액션이 펼쳐지는 내내 홍금보가 아주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숨도 거칠게 내쉬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이 묘사된다. 그런데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구르카칼'을 들이미는 근육질의 러시아 조폭들을 다 때려죽인다. 이런 묘사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달까. 영화는 현실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은 존재해야 한다. 아주 판타지를 표방하지 않는 이상, 이 영화의 액션씬은 약간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본다.



(사진: 홍금보는 중국 조폭에 이어 러시아 갱들도 단신으로 제압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에 상당히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비현실적인 액션에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앞의 평가와 모순되는 말이긴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액션씬을 통해서라도 홍금보가 건재하다고 애써 위안을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홍콩무협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홍콩무협영화에서 홍금보가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이다. 그는 존재 자체로 이미 홍콩영화의 산 증인이자, 역사다. 그리고 이제는 전설의 경지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도 사실이다. 


사실 6년 전, <엽문 2 - 종사전기>에 홍가권의 고수로 출연하여, 견자단과 용호상박을 이룰 때만해도 그가 많이 건재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영화에 나온 그의 모습은 많이 노쇠해진 느낌이었다. 물론 영화 설정 탓에 분장을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홍금보의 나이가 벌써 65세다. 한국 기준으로는 이미 노인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 홍금보를 보면서, 한때 펄펄 날았던 홍금보가 이제는 이렇게 노쇠해졌구나 싶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액션씬 자체는 공감하기 어려웠으면서도, 내 마음 속에서는 '홍금보 죽지마라... 죽지마라.. 다 이겨라'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늙고 비대한 몸으로 힘겹게 중국/러시아 조폭들을 쓰러트리는 모습에서, 애처롭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의 절박한 몸부림에서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겹쳐들리는 듯 했다.


얼마 전, 공개된 성룡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영화 촬영 탓에 분장을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흰 머리도 훨씬 많이 늘어나고, 다크서클이며 주름이 가득해 정말 힘 없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연걸 역시 갑상선암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었다. 


그런 걸 보면, 평생 늙지 않고 펄펄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물리칠 것만 같은 영웅들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그러나 그들이 늙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신세가 될지언정, 내 기억 속의 그들은 언제까지나 펄펄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히어로다. 과욕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그들의 화려한 액션을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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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가끔은 본 영화를 또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상하게 토요일 밤만 되면, 특히 한 철 지난 홍콩무협영화를 자꾸만 보고 싶어집니다. 어제도 그래서 견자단 영화를 볼까, 성룡 영화를 볼까.. 아니면 유가휘 영화를 볼까... 계속 고민하다가, <취권>을 보기로 결심하고 DVD를 꺼내 들었습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열심히 집중해서 봤습니다. 확실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데도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이 납니다. 근데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취권>은 제가 본격적으로 무술에 흥미를 느끼고 그 세계에 입문하게 해준 영화라, 제겐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하게까지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무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항상 레퍼토리가 똑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본 영화 <취권> 때문이다"


실제로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 곧장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달려가 '현대쿵후교본'이라는 책을 산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도장 갈 용기가 없어서 교본으로나마 독학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흑백으로 된 아주 조잡한 그 교본은 도저히 독학이 불가능한 수준의 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YouTube도 있었는데, 왜 21세기에 그런 전근대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는지 우스운 노릇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지금도 제 서가에 꽂혀있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동네 태극권 도장에 등록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제 무술세계로의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초딩 때 배운 태권도는 논외로...) 도장에 나가니 책만 봐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던 동작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무술 독학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독학하면 몸 망가진다' 이런 말을 많이 하며 말리는데, 저는 제 스스로 책이나 영상을 보고 따라할 정도의 재능이 없음을 알기에, 애시당초 독학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그냥 동작들 몇 개나 따라했을 뿐. 진지하게 독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죠.



오랜만에 <취권>을 보니 어릴 적 로망(지금도 있습니다만)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한 번 홍가권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요즘 몸 풀이 정도로 생각하고, 밤마다 홍가권의 권법들을 한 차례씩 연무하곤 하는데, 정말 매력적인 권법인 것 같아요. 진지하게 홍콩 쪽에 가서 정통 홍가권을 제대로 배워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내친 김에 '취팔선'까지...


영화를 보고 감상에 푹 빠져버려서, 어제는 밤잠을 좀 설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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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취권

감독: 원화평

개봉년도: 1978년

출연: 성룡, 황정리, 원소전




내가 취권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연히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영화였는데, 그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젊은 청년이 성룡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성룡을 무척 좋아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인자한 미소와, 변화무쌍한 액션, 그리고 쉴 새 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나이 든 성룡의 영화만 보아오다가, 성룡의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영화 취권을 보게 된 것이다. 20대의 젊은 성룡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그의 모습이 반가워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30년 전 영화답게 단순하게 이루어졌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부지가 괴팍하면서도 엄한 스승 밑에서 열심히 취권을 수련하다가 마침내 아버지를 노리는 자객과 싸워 이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에겐 영화가 매우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요즘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각종 특수효과와 비현실적인 액션으로 구성되어 가끔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특수효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져 모든 액션이 철저한 리얼 액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역 배우도 쓰지 않고, 성룡 그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마치 실전을 방불케 하듯 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영화 속에서 구사했던 아크로바틱한 전통 쿵푸 액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실제로 취권은 중국 무술 영화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된 작품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불멸의 쿵푸스타 이소룡의 영화가 전세계를 흽쓸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액션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가 34살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무술 영화의 인기는 잠깐 주춤하게 된다. 그때, 성룡이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성룡은 이소룡을 모방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한 고민과 끊임없는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취권이었던 것이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상대방을 방심시킨 뒤, 갑작스러운 일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취권은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고,성룡 특유의 코믹함과 결부되어 상상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었다. 나 역시 이러한 신선함에 반한 것이었고, 비록 30년 전의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내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취권을 보고난 직후 아크로바틱한 중국 쿵푸 액션에 반하여, 얼마 안 가 쿵푸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무술은커녕 다른 운동도 배울 엄두를 내지 못하던 내가, 영화 한 편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쿵푸를 수련하면서 가끔씩 취권을 다시 보며 옛 추억을 상기하곤 한다. 내 인생에 있어 취권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소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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