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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7&aid=0002202175


어제 집에서 혼술타임을 보내고 있는데... 자정에 가까운 시각, 갑자기 굉음이 울리더군요.


뭔일인가 하고 내다봤더니 집 앞의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 있었습니다. 어제 오늘 실검에 뜬 '상도유치원'입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건물인데, 저 큰 건물이 앞으로 확 기울어진 채로 무너져 있으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옥상에 올라가보니 어제 밤에는 어둠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처참한 몰골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인근 공사현장의 흙막이 벽이 무너지면서 지반이 침하한 결과 유치원이 저렇게 기울었다는데...



분통이 터지는 건 공사업체와 정치인들의 행보입니다.


보니까 이미 6개월 전부터 교실 바닥에 균열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고, 교육청에서 공사업체에 주의명령도 내렸는데 계속 묵살했다고 합니다. 


공사업체의 과실이 1차적 원인인데, 사실 좀 더 강력하게 조치하지 못한 정부 당국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 와서 법을 고쳐야 한다느니 어쩐다느니... 법이 문제인 걸 알았다면 진즉 조치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왜 꼭 누구 하나 죽어나가거나, 건물 하나 무너져봐야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는 건지... 사후약방문도 이런 사후약방문이 따로 없습니다.


세월호 때 그 참사를 겪고도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정말 멀었습니다.


이미 현장에는 구의원이며 박원순 시장이며 온갖 정치인들이 다 출동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작구 모 구의원은 자기가 새벽 같이 출동해서 현장 점검하고 있는 걸 업적 자랑하듯이 페이스북에서 홍보하고 있고, 생각 없는 인사들은 또 '우리 구의원님 멋져' 하면서 찬양하고 있네요. 주민들은 당장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말 화가 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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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입당 신청했습니다.


민주당은 온라인 당원이라는 제도가 있어, 굳이 지역 시/도당이나 중앙 당에 찾아가 원서를 제출하는 번거로움 없이 인터넷으로 마우스 클릭 몇 번 하면 신청이 끝나더군요. 사실 정치라는 건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접근성이 높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온라인 당원 제도는 선진적인 것 같습니다.


입당원서를 작성할 때, 뭐 이것저것 요구할 줄 알았는데 그닥 많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더군요. 5분도 안되서 신청이 끝났습니다. 당비도 매월 1,000원으로 저렴하더군요. 당비를 안 내도 당원이 될 수 있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권리당원'이 되려면 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해야한다길래 흔쾌히 정기이체를 약속했습니다. 


통상 입당 심사가 2주 정도 걸린다고 하는군요. 요새 정국이 정국이다보니 민주당 후원과 당원 가입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평상시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뭐 급한 것도 아니고... 언제든 문자가 오겠지 하는 느긋한 심정으로 기다릴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26년 동안 정당 활동과는 매우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정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죠.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기성세대에 만연한 불신 풍조에서 저 역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번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오히려 심화됐죠. 국민들은 추운 겨울에 주말도 반납하고 매주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드는데, 야당은 탄핵 시기와 절차를 놓고 지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솔직히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이 더 얄미워서 욕이라도 한 사발 퍼부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어쨌거나 정치를 외면하고 불신한 풍조가 박근혜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정치가 더럽다고 외면하면 결국 나라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더러우면 오히려 그걸 정화시키도록 노력을 해야죠. 저 스스로 주권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정당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민주당이냐?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취재할 일이 있었는데, 그분이 그러더군요. "정치권이 무심한 것 같아도 국민들의 촛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실제로 탄핵하기로 결정한 후 민주당이 보인 행보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더욱이 요새 들어 호감을 갖기 시작한 박원순, 박주민, 표창원, 안희정 등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기도 하고요. 제 생각에도 제1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정치 풍토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다고 판단해서 민주당 입당을 결정했습니다.


당원이 된다고 해서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마는... 일단 이렇게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보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참여하면서... 내 자신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먼 미래에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목소리를 보태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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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터널

개봉일: 2016년 8월 10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성훈

배우: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



어제 더위를 피해 한낮 피서를 즐기던 중에, 마땅히 시간 때울 거리를 찾다가 부천 CGV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때렸습니다. <부산행>과 <터널>이 인기라고 해서 두 영화를 언제고 볼 생각이었는데, <부산행>은 시간대가 안 맞았고 <터널>은 마침 시간대가 맞아서 바로 예매하고 봤습니다.


사실 전 재난영화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연가시>도 그렇고 <감기>도 그렇고, 재밌게는 봤지만 뭔가 보고 나서 찝찝함이 자꾸 남습니다. 재난영화의 특성상 분명히 누군가는 피해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바이러스에 걸렸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특히 재난영화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죠. 거의 절망적인 상황까지 이어지다가 주인공이 히어로처럼 극적으로 살아남아 인류를 구하는 구조로 전개되곤 합니다. 그래서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듭니다. 설사 영화일지언정 감정이 몰입되면 눈 뜨고 지켜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재난영화는 나름 교훈이 있지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많이 던집니다. 그런 교훈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재난영화를 높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 <터널> 역시 그런 점에서 꽤나 호평을 받고 있더라고요.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2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인양이 안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현실에 빗대어 봤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연관검색어가 '세월호'일 정도니까요.


재난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을 극화했다는 건데요, 특히 영화 <터널> 같은 경우는 당장 오늘이나 내일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들더군요. 옛날 같았으면 '어떻게 터널이 무너지겠어?'라고 생각했을테지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되었으며, 세월호까지 침몰한 마당에 터널이라고 과연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무튼 영화 보는 내내 안타깝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감독이 대한민국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아주 작정하고 만든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게 다 사실이라는 거지요. 터널 안에 사람이 갇혔는데도, 인근 터널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손해보는 것을 걱정하는 사업가들과, 카메라 앞에서 사진 찍기 바쁜 공무원들, 터널 안에 갇힌 사람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한낱 뉴스거리, 특종감 정도로 생각하는 기자들,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져버린 터널까지. 


긴 러닝타임 동안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에서 FM대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요? 여기가 운이 나빴던 거죠"라는 대사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저 역시 로망처럼 생각했던 군대의 내부가 생각보다 많이 썩어있던 것을 보고 그런 감정을 처음 느꼈더랬습니다. 그런데 전역하고 사회 나와보니까... 군대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 썩었어요. FM을 떠나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니, 이 정도면 정말 '안전불감증'에 걸려도 단단히 걸린 셈이지요.


영화의 스토리는 네이버 영화정보에도 나와있고, 또 실제로 영화를 보러 가시면 알 수 있을테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꼭 극장 가서 보시라는 뜻이에요. 티켓 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다만 감정 컨트롤 할 준비를 잘 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워낙 울컥하는 다혈질이라, 영화 보는 내내 몇 번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영화일 뿐인데도,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입에서 쌍욕이 나올 뻔 했거든요. 뭐 그래도 마지막에 정말 후련한 장면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만.. (앗, 이거 스포 아니죠?)


PS. 어찌나 몰입해서 영화를 봤던지, 영화 보다가 문득 극장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만약 여기가 무너진다면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결국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결론이 나옵디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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