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시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10.20 퀄리티 있는 혼밥으로 즐기는 나만의 힐링타임
  2. 2016.08.18 도심 속에서 즐기는 피서 2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통장 잔고가 1,000원 밖에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교통비 등등 돈 나갈 데를 생각하지 않은 채, 계획에 없던 돈을 펑펑 써대다보니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버렸죠. 당장 교통비 3만원 지불할 돈이 없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쩔쩔 매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돈이 떨어지니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꺼려지더군요.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할까봐. 그런 상황이 실제로 오면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서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 강사 월급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엊그제는 <오마이뉴스>에 쌓아둔 원고료도 들어왔습니다. 통장 잔고가 한 순간에 바닥을 찍었다가, 지금까지 보유해 본 적 없는 거액의 돈이 쌓였네요. 그래봤자 100만원 좀 안 되는 돈이지만, 저한텐 이 정도도 거액이군요.


계획에 없는 돈을 펑펑 써댄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돈을 좀 아껴 쓰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혹시 모를 충동구매를 방지하고자, 일부러 자주 쓰는 통장에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겨두고 다른 곳에 돈을 옮겨놨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사거나 할 때는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두 번 세 번 꼼꼼히 점검합니다. 그래도 돈이 들어오니 다시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아무튼 월급도 들어왔겠다, 오늘 하루는 나만을 위한 고퀄리티의 힐링타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휴식이 좀 필요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서평기사 하나를 써야했는데, 글이 유난히 안 풀리더라고요. 지난 번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글쓰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해도 계속 집중이 안됩니다. 내내 그 글만 생각나거든요. 좋아하는 무예 수련조차 집중이 안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어제 저녁에 송고를 마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하더군요.


그래서 하루 종일 일이 없던 오늘, 강남 센트럴시티 메가박스에 가서 조조로 영화 <럭키>도 보고 점심도 럭셔리한 중화요리 뷔페에서 해결했습니다. 


제가 간 곳은 반포역 뉴코아백화점 5층에 위치한 '샹하오'라는 뷔페입니다. 제가 중국요리라면 환장을 해서, 평소에도 자주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가난한 휴학생 주머니사정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죠. (점심이 15,900원이고 저녁이 22,900원입니다) 하지만 월급도 들어왔겠다 오늘만큼은 정말 나를 위해 써야겠다 싶어서 혼자서 다녀왔습니다.





깐풍기, 고추잡채/꽃빵, 만두, 꿔바로우, 유산슬, 마파두부, 청경채볶음, 토마토계란볶음 등등 제가 좋아하는 중국요리들이 한가득입니다. 뷔페라고 해서 음식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웬만한 중국집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요리들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배가 작아서 다 맛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내친 김에 와인까지 곁들였습니다. 무제한 와인이 3,000원이고 글래스 와인 1잔이 1,900원인데 백주대낮부터 와인으로 배 채울 건 아니라서 '까베르네 메를로' 라는 와인으로 글래스 한 잔만 시켰습니다. 혼자서 와인에 뷔페에... 누가 보면 <혼술남녀> 찍는 줄 알겠습니다. 하석진 같은 외모가 아니라서 아쉽군요.





퀄리티 있는 혼밥으로 나만의 힐링타임을 충분히 즐겼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빡세게 읽고 또 쓸 준비를 해야겠죠. 


이제 돈도 좀 아끼고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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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상으로는 이미 입추(立秋)가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날씨는 무덥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유난히 매섭듯, 가을을 시샘하는 늦더위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은 것 같군요.


확실히 날이 덥다보니까 여러모로 기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핑계에 가깝지만, 날이 덥다보니까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게 사실이에요. 무예 수련도 자꾸 거르게 되고, 가만히 앉아서 독서하는 것도 힘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는 것도 귀찮네요. 집에 있는 에어컨은 누진세다 뭐다 세금 폭탄이 무서워 이미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랩니다. 


너무 더워서 집에 처박혀있는 것조차 괴롭기 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딱히 스케쥴이 없어도 아침만 되면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책 한 권 들고서요. 처음에는 어딜 가야할지 몰라서 무작정 도심을 배회했는데,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재밌는 구경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엊그제는 여의도 IFC몰에 갔습니다. 건물 전체가 에어컨이 빵빵하니 돌아다녀도 지치질 않더라고요. 오히려 춥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IFC몰에는 영풍문고가 있어서 거기 앉아서 밀린 독서를 했습니다. 책 읽다가 출출해지면 바로 아래층 푸드코트 가서 밥도 사먹고, 후식으로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받아들고 다시 서점가서 독서하고... 그러다 졸음이 쏟아지면 돌아다니면서 상점 구경하고...



어제는 해금을 수리하러 간 김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한 강남 센트럴시티에 갔습니다. 여긴 IFC몰보다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더 많더군요. 이곳에 입점한 반디앤루니스는 여의도 IFC몰의 영풍문고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규모가 장난 아니더군요. 그냥 역사 코너 한 칸만 둘러봐도 그 방대한 양에 질릴 정도였습니다. 과장 좀 보태서 말하자면, 죽기 전까지 이 코너에 있는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아무튼 만날 집에만 처박혀있다가, 이렇게 도심 한복판을 돌아다니며 사람 구경, 건물 구경을 하니 나름 시간도 빨리 가고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누진세 걱정 없이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으니, 이렇게 저렴한 피서도 없을 듯 합니다. 밀린 독서를 할 수 있으니 생산적이기도 하고요.


다만 충동구매의 유혹과 싸워야 하는 게 좀 힘듭니다. 워낙 먹을 거리,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서요. 지갑은 얇은데, 서점에만 가도 사고 싶은 책들이 넘쳐나고, 백화점에 가면 산해진미가 몰려있다보니 자꾸 돈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시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돈만 밝히는 속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돈 없으면 이런 것도 못 즐기는 게 사실이니까요. 늘 산해진미를 즐기고, 명품을 수집하면서 귀족처럼 살자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은 내가 먹고 싶은 게 있거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지갑 걱정할 필요 없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은 갖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역시 젊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겠죠.


어쨌거나 이럴 때 노트북이 있었다면 시원한 카페 같은 곳에 죽치고 앉아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이런 저런 글도 좀 쓸텐데 휴대용 PC가 없는 게 한이네요. 어쨌거나 저녁엔 집에 돌아와야 하는데, 열대야 탓에 집에서는 집중해서 작업을 한다는 게 여전히 버겁더라고요.


그러니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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