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6.30 [일기] "어느 애주가의 고백" (180630)
  2. 2018.03.30 4
  3. 2018.03.17 나의 영원한 술 친구 JH와 함께 2
  4. 2017.12.31 2017년 마지막 밤은 혼술로

요새 들어 술을 정말 끊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웬만큼 술을 먹어도 오바이트를 한 기억이 거의 없는데, 요근래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오바이트를 했다. 게다가 어제는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비싼 돈 주고 사 먹은 여명이 아까울 지경이다.


무협지 속 영웅호걸들을 보면 술을 동이째 들이켜고도 내공으로 버티는데, 나는 몇 잔 술에 백기를 들고 말았으니 이거 은근히 자존심 상한다.


속이 울렁거리는 통에 도저히 택시를 타고 갈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를 지나 상도동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 40분. 무려 2시간을 걸었다. 


이렇게 오래 걸어본 건 또 오랜만이었다. 예전엔 광화문에서 집까지도 가볍게 걸어다녔는데 어제는 발도 아프고 걷다 디쳐서 중간에 여러 번 다리쉼을 했다. 


아무렴 술에 취해 평소보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만날 수련을 해놓고선 이렇게 지쳐버리다니... 또 한 번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요새 들어 술이 웬수처럼 느껴진다. 늘어나는 뱃살도 그렇고.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도 그렇고. 모두 다 이놈의 술이 원인 아닐까.


마침 <어느 애주가의 고백>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도 술이 깬 뒤 찾아오는 숙취의 고통과 갈수록 나빠지는 건강을 언급하면서 술을 끊으라 권하고 있다. 


나 역시도 요새 들어서는 술 마실 때의 즐거움보다 술 마신 뒤 찾아오는 피곤함과 허무함, 고통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듯 싶다. 요즘 혼술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그냥 술 마시는 행위 자체를 끊어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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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2018. 3. 30. 00:02


난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술부터 산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들어온 원고료로 꼬박꼬박 술을 사서 마셨다. 언제 한 번 뉴스게릴라 상을 타는 바람에 상금으로 20만 원인가를 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시바스 리갈'을 샀다. 그리고 그날 친구와 한강에서 홀라당 다 까먹었다.


가끔씩 주머니가 좀 풍족하다 싶으면 양주를 사고, 궁핍하다 싶으면 저렴한 술(싸구려 고량주, 전통주, 사케류...)을 산다. 밤에 홀짝 홀짝 마시면 운치도 있고 좋다.


내 소원은 집 안에 나만의 바(Bar)를 차리는 것이다. 가끔씩 연속극을 보면 부잣집 회장님들이 집안에 바를 차려놓고 비싼 술들을 홀짝 홀짝 즐기시던데. 나도 그런 바 하나 집안에 차리는 게 소원이다.


영화 <특별시민>을 보면 곽도원이 구두 페티쉬가 있어서 신지도 않는 구두를 잔뜩 모아놓고 그걸 보며 희열을 느끼는데, 나는 술에 그런 페티쉬가 있는 모양이다. 저렇게 진열해놓고 있으면 흡족하다.


아무튼 이번 달엔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조니워커 블랙라벨'을 질렀다. 가장 낮은 등급인 레드라벨조차 가난한 학생이었던 내겐 사치였는데... 만날 마트에 갈 때마다 블랙라벨 병을 들었다 놨다 만지작 거리며 못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는데... 꿈에 그리던 술을 사게 되어 감개무량.


첫 월급의 상징성 때문일까. 아니면 꿈에 그리던 술을 샀다는 감격 때문일까. 한 달이 지나도록 개봉할 엄두를 못 낸다. 저 술을 마시긴 마셔야 하는데... 그냥 까야 하나 아니면 기념으로 보관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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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약을 복용하느라 근 한 달 간 알코올을 입에도 대지 않았더랬습니다.

사실 한두 잔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비싼 약 먹으면서 괜히 부정탈까봐 열심히 자제해왔습니다.


그러다 어제 드디어 약이 다 떨어졌습니다.

약이 다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마침 불금이기도 하고 잘 됐다 싶어 바로 친구와 술 약속을 잡았지요.

이 친구, 얼마 전에 중국여행 가서 바이주 한 병을 사왔답니다. 그날 들고 온대서 기대가 컸지요.


5시 30분부터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다가, 6시 땡치자마자 바로 칼퇴근 스킬 시전!


사전에 미리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다가, 내방역에 괜찮은 중국요릿집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향했습니다. 콜키지 프리라는 걸 알고 들어갔는데, 친구는 영 불안한 지 굳이 사장님한테 "저희 밖에서 술 가지고 왔는데 먹어도 되나요?"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더군요. 


그러자 인심 좋은 사장님 "먹지 말라고 하면 안 먹을 거예요?" 농을 던지더니 마음껏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고량주 잔까지 챙겨주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잔은 됐다고 했습니다. 콜키지 프리인 곳은 원래 잔을 본인이 챙겨오는 게 예의라서, 저도 집에서 술잔을 따로 챙겨왔거든요. 특별히 독일에서 사온 미니어처 맥주잔으로 골라왔습니다. 사장님이 "술은 중국술인데 잔은 독일 잔이면 어떡하냐"고 또 농을 던지십니다 ㅎ (유쾌한 사장님)


게살스프, 탕수육, 팔보채를 안주로 그 친구가 사온 술부터 마셨습니다. 향이 참 죽이는데 목넘김도 정말 깔끔하더군요. 그 친구가 북경의 한 도가에 방문해서 직접 내리는 술을 담아왔다고 합니다. 바이주에 대해서는 지식이 일천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이 술 정말 좋은 술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워낙 술술 들어가다보니 금세 한 병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제가 이마트에서 사온 국산 증류식 소주 '제왕'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안주도 다 떨어지고 해서 2차로 근처 치킨집에 가서 옛날통닭 한 마리 시켜놓고 맥주 500cc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1차 중국집은 제가 계산했습니다. 사실 멋지게 한 턱 내는 게 꿈이었거든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직장도 없고 그렇다고 알바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수중에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 신세였더랬습니다. 그때도 이 친구와 종종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한 번은 제가 사기로 해놓고선 카드에 잔액이 없어서 이 친구가 대신 긁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괜히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었습니다.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비참해지더라고요.


근데 사람 일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제가 부러워했던 그 친구는 정작 여행 다녀오느라 수중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거지가 됐고, 저는 운 좋게 취직해서 비록 쥐꼬리만한 월급일지언정 다소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어제는 제가 1차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한 달 전에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친구는 기억도 안 하고 있었다는군요 ㅎㅎ 그러면서 "우리끼린 그런 걸로 미안해 하지말자"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앞으로도 니가 어려울 땐 이렇게 내가 술 사주고, 만약 내가 또 너보다 힘든 상황이 오면 니가 한 잔 사주고 그러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친구도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오래오래 좋은 술친구로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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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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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끝나고 홈플러스에서 사온 저렴한 영국산 위스키로 혼술을 하며, 그렇게 나의 2017년을 보냅니다. 


항상 힘들었지만 유난히 힘들었던 올해도 그렇게 갑니다. 


시련과 고난도 함께 가거라, 내년에는 지금보단 그래도 살맛 나는 일들만 오거라. 


그렇게 술 한 잔 앞에 놓고 빌어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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