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스스로 노예되기를 자처하는가


무예24기 한양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가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매일 같이 쏟아져나오는 청와대발 뉴스속보에 경악했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연설문 유출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안방에 앉아 온갖 미용시술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비아그라까지 반입해 청와대가 청와텔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린 생명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 304명이 차가운 바닷 속에 가라앉는 동안, 국가재난을 관리하고 총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무려 사건 발생 7시간 동안 관저에 들어앉아 출근조차 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은 법적·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한 정권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는 지금 미친 기관사가 운행하는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꼴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관차에 가만히 앉아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인가.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미친 기관사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마땅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 주부, 농민, 직장인 등 직업의 구분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만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국민의 이름으로 청와대 안방에 들어앉아 귀를 막고 있는 암군(暗君)에게 퇴진 명령을 하달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가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책임도 아니며, 대통령이 물러나는 문제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친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맡긴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를 포기한다면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 어찌하여 오늘의 질곡을 용납하고 이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우리 주권자는 방관만 하였던가? 언제나, 오직 주권자의 권능만이 조국의 진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중략···) 주권자의 우(愚)는 조국을 난파선으로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 <주권자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교살한다> (『사상계』1967년 4월 호 권두언)


"오늘날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 각자 백성이요, 관은 우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관에 대해서 봉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관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만에 일이라도 관에 있는 자 번문욕례(繁文縟禮: 법과 규칙이 까다로움을 이르는 말)의 구름 위에 앉아서 백성을 농락하고 법을 짓밟는 일이 있다는 이것은 본말을 전도한 사회적 반역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들의 퇴진을 요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 <민주주의를 기원한다> (『사상계』1956년 9월 호 권두언)


2016년 11월, 우리는 지금 여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기필코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요, 역사의 진리다.


"참다운 민중세력은 언제나 역사에서 승리한다. 겨울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을 지니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이 암흑에서 그래도 지금 일어나야 한다. 봄이 온다. 꽃이 핀다. 저항의 계절에 우리는 민중의 새로운 승리, 민족사의 거대한 긍정을 다짐하자"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1967년 2월 호 권두언)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산통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은 과거 독재정권 당시 민주투사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체념하고 방관함으로써 국민 스스로 주권자임을 포기하는 그 순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련을 청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후손들에게 독재정권의 유산을 떠넘기는 못난 조상이 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뿌리 깊은 친일군사독재정권에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기나긴 산통 끝에 찾아올 새로운 생명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아직도 광장으로 나가기를 망설이는가.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가 되고자 하는가. 먼 훗날 우리 후손들로부터 '못난 조상'이라 손가락질 받고 싶은가. 우리의 자손들이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물었을 때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조상이 되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자.


2016년 11월 26일


무예24기 한양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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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시국선언문


온갖 비리와 부패, 몰상식의 연속이던 시간들도 모자라 중세시대에서나 나올 법 한 신권정치(神權政治)가 등장한 작금(昨今)의 상황을 목도하며 우리는 전 국민의 마음과 정확히 일치하는 분노와 혐오, 그리고 4.19에 대한 기시감(旣視感)이 들었다. 1960년 4월 26일 오전 10시 20분, 라디오를 통해 이승만은 아래와 같이 성명을 발표한다.


"나는 해방 후 본국에 돌아 와서 우리 여러 애국 애족하는 동포들과 더불어 잘 지내 왔으니 이제는 세상을 떠나도 한이 없으나 나는 무엇이든지 국민이 원하는 것만이 있다면 민의를 따라서 하고자 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보고를 들으면 우리 사랑하는 청소년 학도들을 위시해서 우리 애국 애족하는 동포들이 내게 몇 가지 결심을 요구하고 있다 하니 내가 아래서 말하는 바대로 할 것이며, 한가지 내가 부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동포들이 지금도 38선 이북에서 우리를 침입코자 공산군이 호시탐탐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도록 힘써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첫째,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습니다. 둘째, 3·15 정부통령 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셋째, 선거로 인연한 모든 불미스러운 것을 없게 하기 위하여 이미 이기붕 의장에게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내가 이미 합의를 준 것이지만 만일 국민이 원한다면 내각책임제 개헌을 하겠습니다"


183명이 사망하고 6259명이 부상당한 4.19혁명은 그 유명한 시국선언문 <자유의 종을 난타하라>의 내용처럼,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서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키며 사악과 잔학의 현상을 규탄, 광정(匡正)하려는 우리 집단 지성들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표독한 전횡이 국민의 거센 저항으로 종결된 것이다.


인심(人心)은 곧 민심(民心)이고, 민의(民義)는 곧 대의(大義)로 귀결되는 게 세상의 분명한 이치다. 민생의 원루(冤淚)를 외면한 채 비선 무당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여 눈을 감고 귀를 닫아 민심의 실체를 보지도 듣지도 못한 자에게 우리는 고언(苦言)한다.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말고 속히 하야(下野)하라. 국민의 뜻을 또다시 역행하고 남은 임기를 채우려 한다면, 그대는 역사에 “이승만”만도 못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 포토라인에서 울부짖던 국무조정실장(國巫調整實長, 원 표기 國務調整室長에서 무당 무자와 최순실의 열매 실자를 차용함)과 그대는 국가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기업에서 수백억을 강탈한 공범이다. 하다못해 라스푸틴과 신돈도 처음에는 민중을 위했다. 경고하건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국면 전환용 개헌이 아님을 명심하라. 대한민국은 당신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2016년 11월 2일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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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주 목요일마다 신촌에 갑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자유기고가 과정'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인데요, 강의시간이 애매해서 저녁을 해결하는 게 항상 문제입니다. 집에서 먹고 가려면 일찍 먹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금세 허기가 지더라고요. 군것질을 하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죠.


밖에서 먹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맛집이야 많지만, 요새 밥값이 워낙 비싸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센터 바로 앞에 저렴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강대학교 학생식당! 그래서 엊그제는 서강대 학식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서강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식당이 있는 곳까지 깊숙이 들어와보기는 처음이네요. 마치 서강대생이 된 것마냥 유유자적 캠퍼스를 활보하다가, 학생식당이 있는 '엠마오관'에 가서 학식을 사먹었습니다. 2,700원이라 역시 저렴합니다. 날이 추워진 탓에 뜨끈한 국밥이 땡겼는데, 마침 그날 메뉴도 '소고기샤브탕'. 맛도 괜찮아서 국물 한 숟가락 남기지 않고 싹 비웠네요.



배부르게 저녁 먹고 여유 있게 캠퍼스 구경 좀 하면서 나왔습니다. 


요새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서강대 출신이죠. 그래서인지 서강대에도 시국선언 대자보가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이 시국선언문 귀퉁이에 욕설이나 낙서를 한 것을 보면서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비열하게 저러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죠.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좀 더 퀄리티 있는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했어야 맞는 일이라 봅니다.



강좌가 다음 주가 마지막인지라, 서강대 학식을 또 언제 이용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신촌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서강대 학식도 괜찮노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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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예전에 다른 카페에 업로드한 글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영상입니다.

3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이다보니, 좀 철 지난 영상입니다만... 사실 이 영상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용기가 부족하여 의기 있는 학우들의 운동에 함께 동참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제가 소속된 학교이니만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생각입니다. 

당장 내 집안의 일에는 침묵하면서, 사회와 국가의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부터가 이미 모순이죠.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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