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촌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저녁까지 해결하게 됐습니다.


뭐 먹을까 고민하면서 길을 걷고 있는데, 허름한 국밥집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 번쩍하는 신촌 번화가 한복판에 다소 허름해보이는 국밥집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상호를 보니 '지하철 2호선보다 오래된 집'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살코기국밥이 5,500원(현금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기에 더 끌리더라고요.


들어가서 살코기국밥 한 그릇 시켰습니다. 제가 순대국은 잘 못 먹는 관계로, 살코기국밥을 시킨 건데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국물은 순대국 국물을 그대로 쓰는 것 같은데, 평소 제가 순대국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인 누린내... 뭐 이런 게 별로 안 나더라고요. 무엇보다 고기가 정말 푸짐하더군요. 국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나니 정말 '든든하다'는 느낌이 딱 떠올랐습니다.


추운 겨울철 정말 따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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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글쓰기 강좌가 오늘로 끝났습니다. 집에서 신촌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집 앞이라고 해도 특별한 일 없으면 잘 안 가게 되는 법이죠. 그래서 오늘은 신촌에서 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은 무리해서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신촌에는 맛집이 참 많습니다. 이화여대, 서강대, 연세대...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몰려있는 대학가라 온통 맛집 천지죠. 신촌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할까' 결정장애 증상이 극도로 심해지곤 합니다. 오늘도 뭘 먹어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평소 눈 여겨 보았던 중식당이 떠올랐습니다. 


'딤차이'라고 하는 딤섬 전문점입니다. 다만 일반 분식집도 아니고 중식 레스토랑에 가까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인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게다가 한참 사람 많을 저녁 시간... 혼밥하기에는 워낙 난이도가 있어보여서 입구에서 좀 망설이다가 두 눈 질끈 감고 들어갔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일단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더욱이 저처럼 혼밥을 즐기는 분들이 몇 명 있었던 것도 위안이 됐습니다. 괜히 주눅 들었나봐요. 제 맞은 편 테이블에서 저처럼 딤섬 여러 판에 짬뽕 한 그릇 시켜서 열심히 드시는 분을 보면서 마치 그분과 함께 식사하는 것마냥 든든한 느낌을 받았네요.


여기는 딤섬 2판을 주문하면 1판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짜장면이 4천원이고요. 짜장면은 당연히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딤섬을 한 판만 주문하자니 부족할 것 같고.. 두 판을 주문하면 한 판이 서비스인데 세 판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럽더군요. 그래도 기왕 먹는 거 푸짐하게 먹어보자 하는 심산으로 짜장면에 딤섬 세 판을 주문했습니다. 전부 14,000원입니다. 비싼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고 봐요. 요즘 웬만한 중식당에서도 짜장면 한 그릇에 6천원 이상 받으니까요.



먼저 짜장면. 4천원이라고 해서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습니다. 더욱이 면발도 탱탱하고, 고기도 아주 부드럽더군요. 개인적으로 짜장면 맛이 참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딤섬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차슈빠오'(단 맛이 나는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 '소고기쇼마이'(다진 소고기에 갖은 양념이 들어간 만두), '딤차이 소롱포'(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육즙이 풍부한 만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차슈빠오와 소롱포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차슈빠오의 만두 속은 단팥빵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달달한데, 계속 씹다보면 중국 향신료의 맛이 혀끝에 느껴지더군요. 소롱포는 뭣모르고 물었다가 갑자기 육수가 '팍' 터져서 깜짝 놀랐네요. 하마터면 입을 델 뻔... 그만큼 육수로 가득찬 만두입니다. 다만 그 육수가 이 만두의 생명인 듯 합니다. 소고기쇼마이는 너무 퍽퍽해서 별로였습니다.


아무튼 다 먹고 나니 배가 정말 부르더군요. 제가 대식가는 아닌 편이라... 그래도 만족스럽게 잘 먹었습니다. 다만 분위기도 좋고, 안주들도 퀄리티 있겠다 맥주 한 잔 곁들였으면 더 완벽했을텐데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게 아쉽습니다. 이후에 바로 강의가 있어서... ㅜ.ㅜ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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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스타벅스에서 하우스 블렌드 원두를 샀었더랬지요. 그런데 매일 커피를 마시다보니까, 뭔가 단조로운 것 같아서 새로운 마실 것을 찾게 되더군요. 집에는 용정차밖에 없어서 가끔 용정차만 마시곤 했는데, 차도 한 종류만 마시니까 심심하더라고요.


마침 국유단 서포터즈 6월 활동비도 입금되었겠다, 또다시 차(茶) 구매욕구가 발동하여 신촌의 라오상하이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보이차를 구매할 생각으로 방문했지요. 


사실 제게 무예를 가르쳐주시는 사부님이 차에도 조예가 깊어서, 전수관에 가면 종종 보이차를 손수 끓여주시곤 하셨는데, 사부님의 '보이차 예찬론'을 듣다보면, 진짜 차가 아니라 약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차의 깊은 세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지라 차를 마신 후 몸의 반응을 딱히 느끼지 못하겠는데, 하여간 좋은 보이차를 꾸준히 음용하면 약만큼이나 몸에 좋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군요.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보이차를 사러 간 것입니다.


보이차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저야 어떤 차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비싼 차를 구매할 형편도 안되다보니, 제일 저렴한 차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구매한 차가 바로 '2012년 해만차창 노동지 7578'이라는 차입니다. 357g에 18,000원 밖에 안 하네요. 저렴하긴 하지만, 노동지라는 브랜드 자체가 꽤나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라오상하이에서 파는 곳이니 의심할 여지 없이 구매했습니다.



어떤 차인지 알고는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인터넷 서핑으로 알아보니 중국 운남성 안녕시에 위치한 '해만차창'이라는 차 공장에서 2012년에 생산한 보이차라고 하는군요. 노동지(老同志)가 무슨 뜻인가 했는데, 이 차의 고유 브랜드라고 합니다. 해만차창의 주인인 추병량이란 분이 마오쩌둥(모택동)을 존경하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역시 알고 마시니 재밌네요.


그렇다면 '7578'은 무슨 뜻일까요? 제일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검색해보니 <오마이뉴스>에 관련 기사가 있네요.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뒤의 숫자 '7578'의 75를 생산년도, 7과 8을 각각 차의 등급과 생산공장 일련번호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http://omn.kr/brrs)


그런데 75가 생산년도라면, 2012년에 만들었다는 설명과 상충됩니다. 더욱이 40년이나 된 차가 이렇게 저렴할 리도 없고요. 하여 역시 제일 믿을 수 있는 우리 라오상하이 쥔장이신 라오반장님께 여쭤봤습니다. 라오반장님께서 달아주신 답변을 아래 박스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Tip] 보이차 뒤에 붙는 숫자의 비밀


7578의 75가 연도를 말하는 것은 맞지만 그 차의 생산년도가 아니라 그 차를 제일 처음 생산했을 때의 연도를 말한다. 그리고 중간의 7은 찻잎의 등급을 말한다. 숙차는 특급 1급 3급~~9급으로 내려가는데, 그 중 7급(이나 그 이상) 차청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마지막 8은 차창 고유번호로 해만차창을 말한다. (맹해차창은 2번)


그리고 75라는 숫자 속에는 그 차를 만드는 레시피가 숨어있다고 보면 된다. 과거 75년도에 만든 방식대로 매년 만들기 때문에 최초의 레시피를 계속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맹해차창의 7542와 8542는 각각 75년, 85년 처음 만든 이래 매년 만드는 차인데 서로 맛이 다르다. 75와 85 속에 특유의 맛에 대한 레시피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출처: 라오상하이 (http://cafe.naver.com/chinateacafe)


이제서야 숫자의 비밀이 풀렸네요.


그동안 보이차를 마셔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소포장 되어있는 상태로 구매를 해왔던지라 이렇게 긴압차인 병차(餠茶) 형태로 구매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병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보이차칼이 별도로 필요한데 5,000원에 저렴하게 팔길래 차칼도 하나 같이 구매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보이차칼로 차를 쪼갠 뒤에, 시음을 해봤습니다.



솔직히 보이차를 많이 마셔보지도 않았고, 차의 깊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저였지만 그동안 마셔본 보이차에 비해 그 맛이 많이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차에 비해 향이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맛 자체는 약간 밍밍했습니다. 보이차 고유의 향과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던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적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ip] 보이차의 단위가 357g인 이유


수개월에 걸쳐 오랜 동안 티 로드를 따라가는 카라반의 말에는 찻잎이 60Kg이나 실려 있었다. 당시 병차는 7매를 한 묶음으로 하여, 말 등의 좌우에 각각 12묶음씩, 합하여 총 24묶음을 매달았다. 60Kg을 24묶음으로 나누고, 또 7매로 나누면 1매는 곧 357g이 된다. 


보이차의 무게 단위로 1매를 357g으로 정한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보이차에 '치쯔빙차七子餠茶(칠자병차)'문구가 흔히 적혀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출처: 『중국차 바이블』, 곤마 도모코,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2015.


아무튼 당분간은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 원두와 노동지 보이차로 즐거운 티 생활을 할 수 있겠군요. 요새 한창 커피 공부에 빠져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인데,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하고 나면 바로 보이차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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