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근처에 '쩐호우 양꼬치'라는 유명한 양꼬치&훠궈 식당이 있습니다.


양꼬치는 1인당 13,000원에, 훠궈는 1인당 15,000원에 2시간 무한리필입니다. 저로서는 집 근처에 이런 식당이 있는 게 여간 반가운 게 아닙니다. 예전에 한국형의권연구회 회식 때 한 번 방문했던 곳인데, 자주는 아니어도 어쩌다 한 번씩 양꼬치나 훠궈가 생각날 때면 친구들을 데리고 여기로 옵니다.


평소엔 양꼬치를 즐겨 먹었지만, 오늘따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가 무척 당겨서 훠궈를 먹었습니다. 사실 겨울이 가기 전에 훠궈를 먹지 않으면 무척 아쉬울 것 같아서요.


원래 훠궈에는 중국 바이주를 곁들이면 정말 쥑이는데, 제 친구나 저나 술을 자제하고 있는 터라 아주 건전하게 음주 없이 오로지 훠궈로만 배를 채우다 나왔습니다.




훠궈를 배터지게 먹고난 뒤에는 좀 걷다가 보라매공원 근처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르페를 사먹었습니다. 



제가 먹은 건 '마카롱 파르페', 친구는 '오레오 파르페'를 먹었습니다.

그냥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이것저것 얹은 것 뿐인데 가격이 6천 원을 훌쩍 넘더군요.

요새 물가 ㅎㄷㄷ 합니다.


옛날엔 친구들 만나면 가볍게 마시는 게 커피 한 잔이었는데, 요새는 결코 '가볍게'라는 표현을 쓰기 힘든 듯 합니다. 가끔은 기분 내키는 대로 폼나게 친구들한테 한 턱씩 내고 그래야하는데, 당장 저부터도 커피 한 잔에 손이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니. 확실히 잘 벌고 볼 일인 듯 해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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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하고 있는 '무예24기 한양류'의 2016년 하계 정기총회가 어제 있었습니다. 


저희 단체는 2009년 창립 이래 매년 정기총회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1년에 두 번 열리죠. 급하게 해결해야 할 안건이 생기면 임시총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다른 단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단체는 전통적인 무술 도장의 도제식 문화와는 거리가 많이 멉니다. 그래서 총회를 통해 사부님과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주어진 안건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을 벌이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부님께서 실험을 하고 계신 거겠죠. 매니아틱한 전통무예를 가르치는 단체이기 때문에, 무겁고 딱딱한 수련 분위기를 만들면 오히려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사부님 스스로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총회' 시스템을 도입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총회에서도 다양한 안건들이 나왔습니다. 주요 꼭지들만 요약해서 설명해보자면,


1. 하반기 행사 일정 점검


무예24기 공연을 요청하는 지자체나 단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 스스로 그런 기회를 찾아 공연 요청을 하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한양류가 위치한 동작구 관내에서 생활체육대회 등 다양한 무대가 열린다고 합니다. 


특히 11월 말에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에서 기념관 개관 5주년 기념 행사에 공연 참가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그쪽 기념관 관계자 분들과 제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로, 무예24기 공연을 의뢰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군요. 8월 6일에 제가 한 번 방문해서 간단하게 시범 보인 뒤에 공연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습니다. 만약 공연이 성사된다면 재밌게 놀다 와야죠. 가는 김에 거기서 1박 2일로 MT도 하기로 했습니다.


2. 홍보 활동 관련 논의


무예24기 자체가 홍보는 많이 되고는 있습니다. 특히 수원화성에서 매일 하는 정기시범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고 있죠. 하지만 무예24기 공연은 공연이고, 저희 단체는 단체니까요. 그리고 저희 단체는 공연용 무술을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군사무예 복원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노선이 명확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간의 의혹(무예24기는 평생 할 수 없다, 무예24기는 무술적 가치가 없다 는 등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반박하고, 실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희 단체 역시 나름대로의 홍보 활동을 펼쳐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타 문파를 벤치마킹한 방안들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공개참관을 의미하는 '오픈하우스'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거죠. 초학자 대상의 '단기 전수회' 개최도 긍정적으로 논의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홍보를 위한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고, 단체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시범 준비가 되면 겨울방학 때쯤에 전격적으로 추진해보기로 했습니다.



대략 이 정도였고요. 더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다 내부적인 이야기라... 확실히 총회를 통해 다른 수련생들과 토론을 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의견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저는 어쨌거나 무술이란 기본적으로 호신이 가능해야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회의 내내 계속해서 '실전성 증명'과 같은 측면에 입각한 홍보를 주장했는데요, 몇몇 수련생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그중의 한 수련생은 좀 날카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일본 고류검술들도 이제는 실전성 증명이 아니라 그냥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전수를 하고 있는데, 무예24기와 같은 병장기 위주 무예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지금 시대에 칼, 창 들고 실전기술을 가르친다고 하는 건 호신이 아니라 살인행위를 가르치는 것 아니냐"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병장기를 수련하는 단체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제가 권법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실전성이란 '무술의 본질적 의미를 알고 수련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수원화성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무예24기 공연을 보면, 화려함을 위해 인위적으로 가미된 부분, 과장된 동작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동작들을 보고 실제 무술을 하는 분들 중에 "저런 동작은 실제로 쓰지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무예24기의 가치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더랬습니다. 물론 당연히 쓸 수 없는 동작들이죠. 중국무술로 치면 '우슈'와 같은 표연용 무술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동작은 제대로 무예24기를 복원하고 수련하는 곳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에게 호응하기 위해 공연에서만 선보이는 동작들이죠. 저희 단체 역시 그런 점에서 공연 팀과는 명백히 노선을 달리합니다. 곤방(봉) 하나를 쓰더라도, 타점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실제 상황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상대방의 봉을 방어하고 공격하는 움직임을 추구합니다. 이런 게 바로 '실전'이라는 거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게 무술의 본질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그 효율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수련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여하간 이런 생산적인 토론과 함께, 평소 바빠서 잘 오지 않던 수련생들도 대거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이 마침 초복이기도 해서, 총회 종료 후에는 근처 양꼬치집에 가서 칭다오 맥주를 곁들인 양꼬치와 경장육슬, 마파두부 등의 중국요리로 몸보신을 했네요. 



그러고도 다들 아쉬웠던지, 2차로는 마트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들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효사정에 가서 노상 뒷풀이를 즐겼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날이 선선한지라 한강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밖에서 술 마시기에 아주 좋더군요. 그렇게 오가는 술잔과 함께 다들 한층 더 화목해진 것 같습니다. 사부님도 뒷풀이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여러모로 벅차오르는 것 같다"고 뿌듯해 하시더군요.



여러모로 제가 몸 담고 있는 단체이니만큼 계속해서 잘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른 무술과는 별개로 무예24기는 무예24기대로 평생 할 생각이고, 특히 이 단체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체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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