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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23 [열정대학] 기자학과 1강 - '기사쓰기의 이해' (16.06.22)

열정대학 16년도 3학기가 개강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되어간다. 이 시점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부전공선택과목인 '기자학과'가 어제 개강했다. 마지막 특강까지 포함해서 총 5주 강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다고치면 5주라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마치 본격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전 취미과정인 홈바리스타 과정부터 먼저 시작했듯이, 이번 강좌 역시 기자라는 직업이 나의 가치관에 맞나 판단하기 위한 탐색과목 정도로 생각한다.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


첫 강의는 경제전문지인 이데일리 산업부 소속의 신정은 기자가 연사로 나섰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기사쓰기의 이해'.



신 기자는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라는 말로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그녀가 준비해온 PPT에는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들이 통계 등으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여러 직업들 중 수명도 가장 짧아 단명하는 직업군에 속한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불규칙하고 과다한 근무시간, 치열한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더욱이 요즘은 몰지각한 기자들로 인해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도 않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악플러들이 다는 악플 때문에 상처 받을 때도 많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이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악플들 몇 가지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신 기자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며, '기자 이름 기억해두겠다'는 악플이 보이던데... 이건 거의 협박 수준 아닌가. 기자들이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할 고충들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기사쓰기의 단계


이어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신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한 단계를 2단계로 나누었다.


1) 아이템 발굴


기사쓰기의 가장 첫 번째 단계로, 기사를 쓰기 위한 소재를 발굴하는 단계다. 신 기자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취재거리다"라며, 남들과 다른 관점과 호기심을 갖고 주위 사물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실제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창 구제역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인근에 위치한 음료수 공장을 보고 "혹시, 구제역이 저 음료수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도 구제역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공장의 거리가 멀어서 그런 의혹은 깔끔하게 풀렸지만, 신 기자는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이처럼 주위 사물을 찬찬히 잘 살펴보고, 호기심을 갖고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캐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이템을 발굴하기가 어렵다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기사 아이템으로 잡아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2) 야마 잡기


그렇게 아이템이 선정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야마'를 잡는 것이다. 야마란 해당 기사의 주제, 핵심, 방향, 논조 등을 두루 포괄하는 용어로, 일본식 표현이다. 아직도 언론계에서 공공연하게 쓰이는 표현인 듯 싶었다. 사실 나부터도 군 복무 시절에, 일본의 잔재인 것을 알면서도 일본식 표현들을 적나라하게 사용했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에서도 아직 이런 표현을 당연하다는듯이 쓰는 것이 의아하긴 했다.


여하간 신 기자는 "기사의 야마를 정했다면, 야마 외의 곁가지들은 버려야 한다"며 "아까운 건 알지만, 그래도 기사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 기사에 두 개의 주제 이상은 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야마를 드러내기 위한 제목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다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기사의 내용을 대충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목이 싱거우면(?) 기사를 읽지도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기자는 "그렇다고 일부 연예지처럼 일부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는다던가, 본문에 없는 내용으로 낚시성 제목을 뽑으면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제목 뽑기... 굳이 신문 기사가 아니어도 개인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늘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제목 뽑기만 따로 뽑아서 강좌 하나 해도 모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내용은 앞으로, 곁가지는 뒤로


이어 그녀는 "한편을 유용하게 쓸 것'과 '문장은 무조건 짧고 간결하게 쓸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한편이란 글에 반전 혹은 부연설명을 주기 위한 부사다. 기자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기사를 다 완성한 상태에서, 좀 아쉽거나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라는 것이다. 대신 이 내용은 잘려도 상관이 없어야만 한다. 어디까지나 '부연설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문기사는 '역피라미드'순으로 작성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야마(핵심)가 담긴 중요한 내용은 모두 앞쪽에 서술하고, 뒤로 갈수록 쳐내도 무방한 부연설명 위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신문지면의 한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편집을 하면서 지면 관계상 글을 줄이게 되면 뒤에서부터 쳐내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 작성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처음 듣는 팁이라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사의 종류]


1. 스트레이트


1)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하는, 기사의 전형적인 형태

2)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

3) 역피라미드 형태


2. 단신 기사


1) 짧은 스트레이트

2) 400자 이내로 짧게 쓰는 기사


3. 피처 기사 (박스 기사)


1) 스트레이트가 아닌 기사들을 주변에 선을 그어 구분하던 데서 비롯된 명칭

2) 특정 사안의 배경이나 전망을 추가 설명하는 해설, 사건이나 사건의 주인공 등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흥미 있는 화제를 다루는 글

3)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자료를 분석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뒷이야기 등

4) 자유로움, 기자 개인의 문체가 드러나기도 함, 내러티브 기사 등


4. 기획기사


1)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

2) 1~2면을 바름

3) 기사 연재


5. 스케치 기사 (르포 기사)


1) 사건의 주변 분위기를 묘사한 기사

2) 주관을 배제하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 (완전한 배제는 불가능)


6. 칼럼


1) 기자 경력 15년 이상

2) 평기자는 취재일기, 기자수첩, 기자의 눈 등으로 취재 뒷이야기를 쓰는 것

3) 주관적 글쓰기

4) 새로운 시각, 정보, 글맛을 갖춰야 함


디테일의 차이


기사의 전체적인 틀을 잡는 법에 이어 '디테일한 면'을 잡는 법을 언급하였다. 첫 번째로, 매 문장마다 끝을 맺는 '서술어'를 다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쓴 기사를 화면에 띄웠는데, 서술어마다 블라인드 처리를 해놓고 수강생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하나씩 맞춰보았다. 신기하게도 모든 서술어가 다 달랐다. 같은 뜻이지만 반복해서 쓰는 게 아니라, 전부 색다른 단어를 쓴 것이었다. 이걸 보면서 기사 한 편을 쓰기 위해 참 많은 정성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나부터도 지금 이 후기를 작성하면서 서술어를 최대한 색다르게 끝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는 '인포그래픽'을 강조하였다. 인포그래픽이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글 외적인 수단으로, 사진 및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 시대라 글보다는 이런 인포그래픽이 오히려 주를 이루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스브스뉴스>를 비롯하여 주요 언론들까지도 도입한 '카드뉴스'가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감정 표현을 금지하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독자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이지, 기자 개인의 신념을 주입시키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그녀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1)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 '사실을 끝까지 추적하여 보도하려는 정신', '사건을 균형있게 바라보려는 시각', '자신만의 줏대' 등 기자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저널리즘에 입각한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가치관


신 기자는 바로 이 가치관을 제일 강조했다. 즉, 기자라는 직업이 내 가치관에 적합한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자란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실제로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업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과도한 근무시간에 비해 그렇게 높은 소득을 받는 직업도 아니고, 취재 및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그녀는 본인이 기자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장이 좋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만나보지 못할 유명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내가 기자였기에 가능한 일이고, 이슈 현장의 한복판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짜릿함을 느낀다"


3) 멀티플레이어


마지막으로 신 기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종편이 등장하고, 독자(시청자)들의 의식 수준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며, 언론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종이신문->인터넷 뉴스)하기 때문에,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방면으로 프로페셔널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늘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시간


그녀의 입담은 재치있었고, 강의 진행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현직 기자로서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생생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있어서는 큰 상처가 되었을 법한 에피소드들도 이제는 지나간 추억인 것마냥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의 열기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식을 줄을 몰랐다. 강의 초반에는 쭈뼛쭈뼛 어색해하던 수강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 손을 들어 질문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수강생들의 질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신 기자의 답변을 옮겨본다.


[신정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Q. 소속 언론사와 기사의 방향을 놓고 대립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하는가?


A. 당연히 싸운다. 데스크에 끊임없이 찾아가 요구한다.


Q. 인터뷰를 하러 다가가기가 어렵다. 조언을 해준다면?


A. 처음부터 일을 목적으로 다가간다는 인상을 주지 말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친근함을 형성하라. 그리고 나서 인터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Q. 실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A. 정말 그런 일이 많다. 욕도 자주 먹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하고 털어버린다. 나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무거운 발걸음


기자학과 1강 수업을 듣고 나오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사실 故 장준하 선생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언론인의 길을 꿈꾸었고, 실제로 다양한 정부기관 소속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나름 글솜씨를 인정받은 나였다. 그럼에도 스스로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내가 쓴 글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내 글에는 줏대와 깊이가 없다는 강박관념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언론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낙인을 찍어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정은 기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매력에 대해 끌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을 가려내고,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추려고 하는 사회 이면의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 사회정의와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나로서는, 여전히 기자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다. 


다시금 이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기에, 내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던 것이 아닐까.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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