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태원대학교 '난 언제 제대로 연애해볼과' 3강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학과장님께서 강의 전에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을 하셔서, 딱히 할 일 없던 저도 따라 나섰습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허거스(Huggers)'라는 수제버거 전문점이었습니다. 근데 일반적인 수제버거가 아니라 비건(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버거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사실 수제버거 자체가 저에겐 생소한 음식이었는데, 비건버거는 더욱 생소했지요. 그 맛이 참 궁금하더라고요.


점포 자체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는데,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태원의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모습 뒤에 이렇게 조용한 골목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동네 구멍가게가 더 어울릴 법한 골목길에 수제버거 전문점이 있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약간 부조화스럽긴 했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메뉴는 그리 많지 않은데요, 대부분 9천원~1만원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햄버거 하나에 만 원씩 지불해야 한다는 게, 저로써는 사실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만... 수제버거는 다들 그 정도 하는 모양이더군요. 맥도날드 수제버거도 7~8천원 하는 걸로 알고 있고. 수제버거다보니 일반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그중에서도 저는 '두부칠리버거'라는 1만원짜리 버거를 맛보았는데요, 실제로 버거에 두부가 올려져있더군요. 수제버거를 먹는 건 익숙지 않아서, 처음에 칼질을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그냥 맨 위에 덮인 빵과 두부만 걷어내고 썰어 먹었습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분명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는 패티가 있었는데, 여기 햄버거들은 고기가 전혀 안 들어간다고. 심지어 달걀, 우유와 같은 동물성 재료도 안 쓴다고 합니다. 오로지 채소로만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콩고기를 제조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제조되는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무튼 학과장님께서 사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매번 얻어먹는 게 죄송할 따름이네요. 덕분에 비건버거라는 것도 먹어보고, 제 입이 호강한 날이었습니다.


다만 자주 찾긴 힘들 것 같습니다. 햄버거 하나 먹고서는 도저히 양이 차질 않아서 말이죠. 만 원씩 내고 사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다른 음식을 또 사먹어야 한다면... 제 주머니 사정으로는 자주 사먹기 힘들 것 같군요.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을 때, 간식 정도로 사먹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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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태원을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들어서야 '이태원 대학교' 강의 때문에 자주 갑니다. 금, 토, 일. 일주일에 3일을 연속으로 가는군요. 이쯤 되면 이태원 풍경에 적응할 법도 한데, 언제 가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이태원 쪽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런지 괴리감도 들고요.


아무튼 오늘도 수업을 들으러 이태원에 갔는데, 하필 오늘부터 내일까지 '지구촌 축제'란 걸 하더군요. 외국인들로 바글바글한 이태원답게 전세계 맥주, 요리 부스를 설치해놓고 즐기게끔 꾸며놨습니다. 이태원 삼거리 앞에는 대형 무대를 설치해놓고 DJ들이 EDM 음악을 신나게 틀어대더군요. 사람들도 신나서 춤추고 있고. 제가 별로 그런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지 않는 터라 가볍게 패스해주고.



수업이 저녁에 끝나서 배도 고프겠다, 길거리 부스 음식으로 해결해야겠다 싶어 돌아다녀봤습니다만... 이거 완전 지옥이었습니다. 차량통제까지 했지만, 그 넓은 대로를 장악한 인파는 흡사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더군요. 도무지 뚫고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정말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던 부스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기다릴 엄두조차 나질 않았습니다. 제가 인내심이 생각보다 없거든요. 홍콩 딤섬과 새우요리, 이란식 양꼬치는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결국 줄 없는 부스만 돌아다니며 음식을 사먹었는데, 그리스식 케밥과 태국식 볶음밥, 터키식 케밥을 각각 먹어봤습니다. 맛은 그럭저럭... 축제음식이면 좀 저렴할 줄 알았는데, 가격들이 쎄서 저거만 17,000원이었습니다. 수제맥주도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어제 과음한 탓에 오늘은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했고요.



이태원역에서 지하철 타고 오려다가, 아무래도 축제 탓에 지하철역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할 것 같더군요. 결국 삼각지까지 걸어가서 버스타고 집에 갈 요량으로 걸어갔습니다. 근데 가다보니 "기왕 걷는 거 오랜만에 한강까지 걸어가볼까" 싶어서 내친 김에, 한강까지 걸어서 건넜습니다. 오랜만에 걸으니까 나쁘지 않더군요. 


아무튼 내일도 이태원에 가야하는데, 또다시 그 많은 인파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겁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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