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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2 [책] <스승의 옥편>을 읽고 (2015.10.11)

한문학자 정민 교수가 쓴 <스승의 옥편>이란 책을 오늘 다 읽었다.


유시민이 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다 읽자마자 집어들어, 단 이틀 만에 독파한 것이다. 원체 책 읽는 속도가 느려 (그만큼 이해능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이겠다) 좀 어렵다 싶었던 <국가란 무엇인가>도 다 읽는데 2주 넘게 걸렸는데, 이 책은 단 하룻밤 사이에 다 읽었으니 이해력이 떨어지는 내가 읽기에도 참 쉽고 간결하며,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렷다.


이 책은 평생 한문학을 공부한 저자가 자신의 공부인생, 살면서 그때 그때 보고 느끼는 풍경에 대한 감상, 옛 선인들의 독서법 등을 단편적으로 엮어 모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어렵고 난해한 학술용어들로 점철되어 읽는 이들에게 부담감과 피로감을 안겨주는 책보다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을 더 선호해왔기에, 그야말로 맛깔나게(?) 술술 읽었던 것 같다.


실제로 저자는 전통적인 한문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옛 선인들이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을 체득하고, 오늘날의 규칙적, 규범적 글쓰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다. 그런 그의 비판에 크게 공감하며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저자 그 자신이 정말 쉽고 간결하며, 때론 아름답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담백한 문장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참 이런 맛깔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책의 후반부에서 길게 서술된 '옛 선인들의 독서법'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 지 늘 고민하는 내게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은 해답을 안겨주었다. 여러 책을 읽기보다 단 한 권의 책일지언정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 진정한 독서이며, 공부의 왕도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그간 나의 독서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는 독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 아닐까? 무예 역시 여러 기술을 연마할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 몇 가지를 반복하여 숙달시키는 것이 진정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오래간만에 정말 좋은 책을 한 권 읽은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정민 교수의 다른 책들도 어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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