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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26 [영화] 강철비 vs 신과함께

1. 강철비


Daum 웹툰 '스틸레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북한 군부의 쿠데타로 최고지도자의 유고(有故) 사태가 발생한다는 시놉시스 아래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개봉 전부터 무척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던지라 개봉 당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영화 내내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눈에 자주 띄는군요. 북한이 드론을 이용해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도 웃겼고, 북파공작원 몇 명이 계엄령이 떨어진 수도 서울을 들락날락하면서 국군 부대를 가지고 노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사실 제 친구는 '우리나라 군대라면 충분히 뚫리고도 남을 거다'라며 역설적으로 너무 현실적인 반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만...)


다소 뻔하고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그럼에도 한반도 현실에 빗대어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인지라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북한 군부의 쿠데타와 남한에 대한 핵미사일 발사 위협,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철수하는 미국, 일본, 중국까지...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못내 우울함과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북한의 잦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북한의 위협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북한의 존재를 가벼이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턱대고 책임 지지도 않을 전쟁을 부르짖는 것도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잠시 빌린 땅일 뿐이며, 먼 미래의 후손들에게 평화롭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딜레마를 푸는 해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분단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평화라는 화두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2. 신과함께 - 죄와 벌


이 작품 역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영화화 소식이 들렸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공개된 예고편만 봐도 영 아니다 싶었습니다. 원작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캐릭터(진기한 변호사)는 아예 빠져버렸고, CG 등만 보면 그냥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봉 전부터 원작 팬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았는데, 막상 개봉하고나니 연일 호평이 쏟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제 친구도 "영화 보다 울었다"면서 "꼭 보라"고 강추를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확실히 원작과는 다른 전개로 이어집니다. 애시당초 원작을 스크린에 옮기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감독이 아예 원작과 다른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험 부담이 큰 도전이었을텐데,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내용은 아이를 구하다 죽은 소방관(차태현)이 저승차사들과 함께 49일 간 7번의 재판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7개의 지옥마다 심판하는 테마(거짓, 천륜, 폭력, 불의, 배신, 살인, 나태)가 있고 각각을 관장하는 대왕들이 등장합니다. 검사 역할을 맡은 판관들로 오달수와 임원희가 등장하는데 시종일관 진지한 상황에서 둘이 깐족거리는 게 눈에 거슬렸습니다. 나름 영화를 스무스하게 끌어보려는 감독의 설정이었을텐데, 저는 별로였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저승(신)도 이승(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망자가 무죄선고를 받아야 자신들도 환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변호하는 차사들이나, 반대로 망자가 유죄를 선고받아야 보너스를 받는 탓에 아무리 정의로운 망자여도 어떻게든 죄를 부풀려보려는 판관들을 보면 오늘날 인간사회의 재판제도를 에둘러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아니라면 손수건 한 장씩 준비하고 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보고 나온 사람들이 펑펑 울었다길래, '나는 절대 울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들어갔습니다만... 아주 두 눈이 벌개지도록 질질 짜면서 나왔습니다. 끝날 때쯤 객석도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하더군요. 감독이 사람 울리는 데 아주 재능이 탁월한 듯 합니다. (왜 그렇게 다들 우는 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길...)


극중에서 염라대왕(이정재)이 남긴 대사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하지 않은 일을 죽어서 하겠다고 한다" 죽어서 후회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죽어서 지옥 가지 않으려면 정말 착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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