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인사동에서 1차로 보이차를 마시고, 2차로 술 한 잔 하기 위해 종각역 술집골목을 찾았습니다. 하도 맛집이 많다 보니,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4층까지 화려한 일본식 간판으로 도배된 이자카야가 눈에 띄길래 들어갔습니다. '토리고야'라는 곳입니다. (6시 반 이전에 들어오면 서비스 안주가 제공된다는 점이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처음엔 층별로 각각 다른 업장인 줄 알았는데, 한 업장이더군요. 저희는 1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따라 소주가 당겨서 그냥 소주로만 달릴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계속 사케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길래 제일 저렴한 도쿠리(8,000원)를 일단 시키고 안주로 '나가사키짬뽕탕'을 시켰습니다. 여기에 6시 반 전에 들어왔다고 서비스 안주로 꼬치구이 세트가 나오더군요.



차를 마신 직후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 오늘따라 알콜이 잘 들어가는 느낌이... 안주로 나온 나가사키짬뽕탕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푸짐한 해산물에 진한 국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가로 소주 한 병에 '삼겹야채계란말이'를 시켰습니다. 오늘은 정말 소주도 잘 받네. 술은 별로 안 취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불러서 안주를 남겼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처음부터 부어라 마셔라 달리고픈 생각도 없었고, 친구 역시 내일 아침 일찍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정말 기분 좋을 때 끝냈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마시는 것도 좋네요.


PS. 참, 여긴 기본 안주도 맛있습니다. 특히 단무지가 일반적으로 시중에 파는 단무지보다 훨씬 달달한 게 맛났습니다. 단무지도 아마 재요리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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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마시던 소타차(작은 바가지처럼 둥글게 말아놓은 형태의 차)가 아직 남았지만, 보이차도 한 종류만 마시려니 영 물리더군요. 좀 다양한 종류의 차를 한꺼번에 구비해놓고 그때 그때 마시는 게 좋지 않나 싶어서 엊그제 지유명차 종로점을 찾았습니다.


보이차의 종류가 워낙 많은 터라 시음을 해보지 않고서 함부로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사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막상 우려냈을 때 내 입맛에 정말 안 맞을 경우 후회할 수도 있죠. 음식이니 환불이나 교환도 안될 테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보이차 전문점에서는 고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차를 시음해보고 구매하게끔 권합니다.


저 역시 이날 앉은 자리에서 1시간 가까이 점장님이 내려주시는 다양한 종류의 보이차를 마셔봤습니다. 새로 입고된 원미소타부터 맹송숙전, 강성숙전까지... 새로 나온 원미소타는 마시자마자 땀이 주륵주륵 나는 등 열감이 장난아니었습니다만, 약간 밍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장님은 강성숙전이라는 차를 추천해주셨는데 딱히 몸에서 열감이 별로 안 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맹송숙전'이라는 차를 구입했습니다. 예전부터 맹송숙전이 좋다고 해서 한 번 마셔보고 싶었거든요. 가격은 한 편에 7만원입니다. 아껴 먹으면 두고 두고 꽤 오랜 시간 마실 수 있으니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도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뒤로는 가급적 차에는 지갑 여는 걸 마다하지 않으려는 편이라...


그리고 1만 5천원짜리 지유소타차도 한 통 구입했습니다. 이건 아마 지유명차에서 가장 저렴한 보이차에 속할 겁니다. 가끔씩 생각나는 맛이라 맹송숙전이나 원미소타가 물릴 때 입맛 전환용(?)으로 마시기 위해 샀습니다.


여하간 보이차를 마시면서부터 술을 멀리하게 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밤마다 혼술하는 게 인생의 낙이었는데요, 보이차를 마시면서부터 이상하게 알코올이 별로 안 땡깁니다. 어쩌다가 한 잔 마셔도 몸이 술을 거부합니다. 지난 번 회식 때 소맥을 몇 잔 마셨는데 금세 머리가 아프고 속도 울렁거리더라고요. 술이라면 환장하는 편이었는데 놀라운 변화죠. 


반면에 보이차는 계속 마시고 싶어지네요. 요즘에는 학교 갈 때도 아침에 한 잔씩 우려서 보온병에 담아가기도 합니다.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신체적 변화는 못 느끼고 있습니다만... 꾸준히 마시다보면 천천히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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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오후, 한국문화정품관 4층에서 티쿱스토어가 주최하는 발효차 교육 2강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귀하고 맛있는 차를 먹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갔습니다. 사실 밤잠을 설친 뒤라, 조금 피곤해서 걱정했는데요. 그래도 차를 마시는 동안 피곤함이 해소되는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피곤해서 몸의 반응이 둔하긴 하더군요. (원래 보이차를 마시면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곤 합니다)


오늘은 반발효차인 우롱차(오룡차)와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집중적으로 마셨습니다. 우롱차의 한 종류인 '대홍포(大紅袍)'도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중국 복건성의 무이암산에서 난다고 해 '무이암차'의 일종으로도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차예사 선생님께서는 대홍포라는 이름의 유래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중국의 어느 서생이 장이 굳는 병에 걸려 고생했는데 마침 무이암산에 위치한 한 사찰에 들렀다가 스님이 우려준 차를 마시고 씻은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훗날 그 서생은 관리가 됐는데, 마침 황후가 자신과 똑같은 병에 걸렸던 겁니다. 어의들도 손을 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이 마신 차를 진상했더니 황후도 씻은듯이 병이 나았다고. 기쁜 황제는 말단 관리였던 그를 당상관의 반열에 올렸고 홍포를 하사합니다. 홍포는 붉은 비단옷으로 고위 관리만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우연히 만난 스님 덕분에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답례를 하기 위해 사찰을 찾았지만, 이미 스님은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사찰 한 켠에 스님이 심어놓은 차나무에 자신의 홍포를 걸어줬다고 합니다. "너 덕분에 내가 출세했다"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그 차는 대홍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런 고사들을 들을 때마다 참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듣고 마시면 차맛이 더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기분 탓이겠죠 ^^


1959년에 채취한 오래된 노차도 맛봤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1959년생이시니 굉장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인 셈이죠. 이어서 보이차들도 차례대로 맛봤습니다. 이번에 티쿱스토어에서 기획상품으로 개발한 '지유복천차'도 맛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보이차에 각종 한약재를 조합해 만든 건강차(양생차)라고 합니다. 가격이 좀 후덜덜하긴 한데, 몸에 좋다고 하니 탐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오늘은 일단 시음으로 만족하는 걸로... ^^;



교육 중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마침 수업장소인 정품관이 창덕궁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가, 4층 건물이라 그런지 창덕궁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궁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려니 운치 있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차예사 선생님의 말을... 대부분 한 귀로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ㅠ.ㅠ 그 풍경에 자꾸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더군요.



아무튼 오늘도 귀한 차 실컷 마시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유명차 종로점에 들러 원미소타 한 봉을 추가로 샀습니다. 이거 차맛을 한 번 들이니 자꾸 지갑을 열게 되는군요. 평생 좋아하는 차를 실컷 마시려면 역시 돈부터 벌고 봐야...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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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이용해 서촌(경복궁 서쪽 일대에 자리잡은 마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통인시장에서 엽전으로 기름떡볶이도 사먹고, 옛 한옥의 흔적이 남은 골목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서촌의 명소인 '통인한약국'을 방문했는데, 여기에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기에 소개해보려 한다.


통인한약국은 말그대로 '한약'을 전문적으로 제조해서 파는 약국이다.


통인시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내려오다보면 대오서점 맞은 편에 작은 샛길이 하나 있는데, 그 샛길 바로 앞에 '통인한약국'이라는 간판이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난 이 약국이 어딨는지 몰라 빙 돌아 한참을 헤매다 뒤늦게서야 가까운 데 있었다는 걸 알고 찾아갔다.



(사진: 통인한약국 외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서촌의 명소라고 소문이 나 있기도 하고 요새 내가 한의학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이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장이 안 좋아 휴가 때마다 틈틈이 한의원에 가서 침, 뜸치료를 받고 한약도 3개월째 복용 중이다. 군 병원인 서울지구병원에도 한의학과가 있어 부대에서도 매주 1회씩 외진을 가 침을 맞기도 했다.


그래서 과연 '한약국은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에 이곳을 찾았다. 사실 서촌 나들이를 계획할 때부터 이미 내 마음은 여기에 쏠려있었다. 


이곳은 한옥 건물로 이루어진 한약국이었는데, 처음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입구에서 괜히 쭈뼛거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때마침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기에 용기를 내서 입구에 들어서니 마침 문이 열리면서 안에 있던 약국 실장님이 어서 오라고 반겨주셨다. 해맑게 웃으시면서 자리를 안내해주셔서 처음의 긴장은 풀리고 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약국이기도 하지만 몸에 좋은 한방차와 허브차를 파는 카페이기도 했는데, 뭘 먹을까 고민할 새도 없이 "장이 안 좋아서 한약을 먹고 있다"고 하니, 실장님이 십전대보차를 추천하셔서 그걸로 주문했다. 이곳에서는 갖가지 약재를 넣어 쌍화차와 십전대보차를 직접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데, 다량으로 끓인 뒤에 팩에 보관하고 있다가 이렇게 데워서 내준다고 한다. 확실히 한약 맛이 진하게 나는 것이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사진: 통인한약국 입구의 돼지 모형과 내부 전경)


개인적으로 한약의 매력에 푹 빠진 것도 바로 이 향과 맛 때문이다. 알약 혹은 가루 형태인 양약은 냄새에서부터 특유의 병원냄새(?)가 나고, 맛은 당연히 없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물 한 모금에 꿀떡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한약은 은은하게 퍼지는 구수한 향이 있고, 한 모금 마시면 입 안에 향이 퍼지는 것이 느낌만으로도 이미 몸이 좋아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약은 갖가지 약재를 넣고 오랜 시간 달여야 하기 때문에, 달이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다. 형이상학적인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달이는 사람의 기(氣)도 담기기 때문에 더 몸에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에 읽었던 <식탁의 영성>이란 책에서도 한 그릇의 쌀밥을 먹더라도, 그 쌀밥에는 쌀을 자라게 하는 하늘과 땅의 기운, 쌀을 수확해서 탈곡하는 농부의 정성, 짓는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내 몸에 조화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본론에서 너무 벗어났는데, 여하간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차를 마시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때마침 완연한 봄 날씨여서 그랬는지 창 밖으로 비치는 햇살도 따사로웠다. 거기에 실장님께서 입가심하라며 허브차까지 내주셔서 입이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환자가 한약사님과 상담하는 모습을 슬쩍 봤는데, 맥도 짚고 한의사가 하는 웬만한 진찰은 똑같이 하시길래 신기했다. 침만 안 놓는다 뿐이지 한의원과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아무튼 차를 마시며 실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현역 군인이란 이야기도 나오게 되고,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하니 실장님도 당신의 아들이 나와 같은 말년 병장이라며 전문하사로 말뚝을 박는다고... 나에게도 말뚝 박는 게 어떻냐는 권유를 하셨다... ^^;;; 그리고 직접 간부 모집 관련 연락처까지 주셨다.... ^^;;;;;; 


(사진: 메밀과 귤피를 혼합해서 제조했다는 허브차)


'찻잔이 비워지면 일어서야지' 했는데 찻잔이 비워질 때마다 계속해서 차를 채워주시는 데다가, 이렇듯 서로 간에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3~40분이 훌쩍 흘러버렸다. 나중에는 한약사님도 올라오셔서 간단한 상담을 받았는데, 평소 다니고 있던 한의원보다도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셔서 진찰 받으러 온 건지, 카페에 차 마시러 온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5천원짜리 차를 마신 것치고는 너무나 과분한 대접을 받은 느낌이었다. 


차를 다 마시고 나가려고 하니, 실장님이 악수를 청하며 "나중에 또 와서 한약사님하고 더 얘기 많이 해봐라. 한약사도 괜찮은 직업이다"라고 또 새로운 진로를 소개시켜주셔서 솔깃했다. (귀가 너무 얇아서....) 아무튼 관심 속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훈훈한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여기 단골이 될 것만 같다. 가끔씩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립고, 한약의 향기가 그리워질 때면 이곳을 찾아 몸과 마음을 치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생각도...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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