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련하고 있는 '무예24기 한양류'의 2016년 하계 정기총회가 어제 있었습니다. 


저희 단체는 2009년 창립 이래 매년 정기총회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1년에 두 번 열리죠. 급하게 해결해야 할 안건이 생기면 임시총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다른 단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단체는 전통적인 무술 도장의 도제식 문화와는 거리가 많이 멉니다. 그래서 총회를 통해 사부님과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주어진 안건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을 벌이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부님께서 실험을 하고 계신 거겠죠. 매니아틱한 전통무예를 가르치는 단체이기 때문에, 무겁고 딱딱한 수련 분위기를 만들면 오히려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사부님 스스로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총회' 시스템을 도입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총회에서도 다양한 안건들이 나왔습니다. 주요 꼭지들만 요약해서 설명해보자면,


1. 하반기 행사 일정 점검


무예24기 공연을 요청하는 지자체나 단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 스스로 그런 기회를 찾아 공연 요청을 하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한양류가 위치한 동작구 관내에서 생활체육대회 등 다양한 무대가 열린다고 합니다. 


특히 11월 말에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에서 기념관 개관 5주년 기념 행사에 공연 참가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그쪽 기념관 관계자 분들과 제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로, 무예24기 공연을 의뢰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군요. 8월 6일에 제가 한 번 방문해서 간단하게 시범 보인 뒤에 공연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습니다. 만약 공연이 성사된다면 재밌게 놀다 와야죠. 가는 김에 거기서 1박 2일로 MT도 하기로 했습니다.


2. 홍보 활동 관련 논의


무예24기 자체가 홍보는 많이 되고는 있습니다. 특히 수원화성에서 매일 하는 정기시범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고 있죠. 하지만 무예24기 공연은 공연이고, 저희 단체는 단체니까요. 그리고 저희 단체는 공연용 무술을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군사무예 복원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노선이 명확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간의 의혹(무예24기는 평생 할 수 없다, 무예24기는 무술적 가치가 없다 는 등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반박하고, 실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희 단체 역시 나름대로의 홍보 활동을 펼쳐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타 문파를 벤치마킹한 방안들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공개참관을 의미하는 '오픈하우스'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거죠. 초학자 대상의 '단기 전수회' 개최도 긍정적으로 논의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홍보를 위한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고, 단체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시범 준비가 되면 겨울방학 때쯤에 전격적으로 추진해보기로 했습니다.



대략 이 정도였고요. 더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다 내부적인 이야기라... 확실히 총회를 통해 다른 수련생들과 토론을 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의견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저는 어쨌거나 무술이란 기본적으로 호신이 가능해야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회의 내내 계속해서 '실전성 증명'과 같은 측면에 입각한 홍보를 주장했는데요, 몇몇 수련생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그중의 한 수련생은 좀 날카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일본 고류검술들도 이제는 실전성 증명이 아니라 그냥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전수를 하고 있는데, 무예24기와 같은 병장기 위주 무예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지금 시대에 칼, 창 들고 실전기술을 가르친다고 하는 건 호신이 아니라 살인행위를 가르치는 것 아니냐"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병장기를 수련하는 단체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제가 권법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실전성이란 '무술의 본질적 의미를 알고 수련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수원화성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무예24기 공연을 보면, 화려함을 위해 인위적으로 가미된 부분, 과장된 동작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동작들을 보고 실제 무술을 하는 분들 중에 "저런 동작은 실제로 쓰지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무예24기의 가치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더랬습니다. 물론 당연히 쓸 수 없는 동작들이죠. 중국무술로 치면 '우슈'와 같은 표연용 무술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동작은 제대로 무예24기를 복원하고 수련하는 곳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에게 호응하기 위해 공연에서만 선보이는 동작들이죠. 저희 단체 역시 그런 점에서 공연 팀과는 명백히 노선을 달리합니다. 곤방(봉) 하나를 쓰더라도, 타점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실제 상황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상대방의 봉을 방어하고 공격하는 움직임을 추구합니다. 이런 게 바로 '실전'이라는 거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게 무술의 본질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그 효율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수련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여하간 이런 생산적인 토론과 함께, 평소 바빠서 잘 오지 않던 수련생들도 대거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이 마침 초복이기도 해서, 총회 종료 후에는 근처 양꼬치집에 가서 칭다오 맥주를 곁들인 양꼬치와 경장육슬, 마파두부 등의 중국요리로 몸보신을 했네요. 



그러고도 다들 아쉬웠던지, 2차로는 마트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들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효사정에 가서 노상 뒷풀이를 즐겼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날이 선선한지라 한강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밖에서 술 마시기에 아주 좋더군요. 그렇게 오가는 술잔과 함께 다들 한층 더 화목해진 것 같습니다. 사부님도 뒷풀이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여러모로 벅차오르는 것 같다"고 뿌듯해 하시더군요.



여러모로 제가 몸 담고 있는 단체이니만큼 계속해서 잘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른 무술과는 별개로 무예24기는 무예24기대로 평생 할 생각이고, 특히 이 단체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체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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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가끔은 본 영화를 또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상하게 토요일 밤만 되면, 특히 한 철 지난 홍콩무협영화를 자꾸만 보고 싶어집니다. 어제도 그래서 견자단 영화를 볼까, 성룡 영화를 볼까.. 아니면 유가휘 영화를 볼까... 계속 고민하다가, <취권>을 보기로 결심하고 DVD를 꺼내 들었습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열심히 집중해서 봤습니다. 확실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데도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이 납니다. 근데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취권>은 제가 본격적으로 무술에 흥미를 느끼고 그 세계에 입문하게 해준 영화라, 제겐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하게까지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무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항상 레퍼토리가 똑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본 영화 <취권> 때문이다"


실제로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 곧장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달려가 '현대쿵후교본'이라는 책을 산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도장 갈 용기가 없어서 교본으로나마 독학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흑백으로 된 아주 조잡한 그 교본은 도저히 독학이 불가능한 수준의 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YouTube도 있었는데, 왜 21세기에 그런 전근대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는지 우스운 노릇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지금도 제 서가에 꽂혀있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동네 태극권 도장에 등록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제 무술세계로의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초딩 때 배운 태권도는 논외로...) 도장에 나가니 책만 봐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던 동작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무술 독학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독학하면 몸 망가진다' 이런 말을 많이 하며 말리는데, 저는 제 스스로 책이나 영상을 보고 따라할 정도의 재능이 없음을 알기에, 애시당초 독학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그냥 동작들 몇 개나 따라했을 뿐. 진지하게 독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죠.



오랜만에 <취권>을 보니 어릴 적 로망(지금도 있습니다만)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한 번 홍가권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요즘 몸 풀이 정도로 생각하고, 밤마다 홍가권의 권법들을 한 차례씩 연무하곤 하는데, 정말 매력적인 권법인 것 같아요. 진지하게 홍콩 쪽에 가서 정통 홍가권을 제대로 배워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내친 김에 '취팔선'까지...


영화를 보고 감상에 푹 빠져버려서, 어제는 밤잠을 좀 설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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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다.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수련했던 무술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상상해 본 것이다.

 

안중근의 경우 어릴 적부터 워낙 무예를 좋아했다고 전해지는데, 일단 그가 국궁(활쏘기)과 총포술, 수렵술, 기마술 등을 익힌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안중근 본인이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 등을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기에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맨손 무예(권법)에 대한 설명은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만약 안중근이 맨손 무술을 배웠더라면 과연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내 생각에 안중근이 맨손 무술을 배웠다면 '택견'과 '씨름'을 배웠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택견, 국궁, 씨름은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무술이다. 그외에 다른 전통 무술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수박희'와 같은 무술도 있다고 하는데, 이 무술이 안중근이 활동하던 시절까지 전해내려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미 실전된 무술이라 알려져있다.) 또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혹은 십팔기)를 배웠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배웠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한 무예24기는 군용 무술이다. 정식으로 무과에 급제하였거나, 군에 입대한 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군용 무예를 안중근이 배웠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옛부터 택견과 씨름은 그 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수련되어 온 우리 고유의 무예이다. 그 살상력과 실용성, 무술로서의 가치가 상당한만큼 안중근이 무술을 배웠더라면 그 두 무술을 배웠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김구를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독립군은 과연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과연 이들이 무술을 배우긴 했을까?


나는 이들이 분명 무술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총과 폭탄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근대에 맨손 무술을 배웠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을 쓸 필요도 없이 핵 발사 하나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첨단 과학 시대에도 전세계 모든 군인들은 각 나라의 고유 무술을 수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국군도 태권도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지 않는가?) 단병접전과 기습전에서 무술만큼 유용한 기술은 없으며, 또한 무술은 단순히 호신술을 넘어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신체를 강건히 하며, 정신을 수양하는 수단의 하나이기에 꾸준히 수련하고 있는 것이다. 임시정부 역시 '독립 전쟁'을 수행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총검술과 같은 근대적 훈련 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의 기강을 바로 잡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예 연마에 힘을 쏟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무술을 배웠을까? 


김구의 경우는 이미 <백범일지>의 기록(치하포 사건을 통해 김구의 기술을 분석하여 그것이 택견의 기술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혀낸 연구 결과가 있다)을 통해 어렸을 적 '택견'을 수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독립군들은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여기서부터는 일부 기록을 바탕으로 한 나의 철저히 개인적인 상상인데, 임시정부가 위치했던 지역 근방의 전통 무술을 배웠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시정부는 상해, 광둥, 충칭 등 중국 대륙의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다. 중국 역시 임시정부가 활동하던 시기에 활발한 항일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을 도우려는 중국의 무술가들이 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무술을 지도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광둥은 중국 남부 지역으로 남권(南拳)의 총본산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홍권(洪拳), 영춘권(詠春拳) 등 지금까지도 중국의 실전 권법으로 유명한 무술들이 모두 광둥 지역에서 성행하였다. 임시정부는 광둥 지역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광둥성 광저우 황푸에는 그 유명한 장제스의 <황포군관학교>가 있었다. 의열단을 이끈 김원봉과 같은 한국인 항일운동가들을 배출한 학교가 바로 황포군관학교이다. 이들은 나중에 임시정부에 가서 군사 교관이 되기도 한다. 


분명 황포군관학교에서는 자신들의 국기인 중국무술을 가르쳤을 것이다. 또 황포군관학교는 광둥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광둥의 권법들(홍권, 영춘권)을 수련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임시정부의 교관으로서 후일 <한국광복군>을 이끌게 되는 주역들이 중국무술(더 구체적으로 남파 권법)을 배웠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내 상상의 결론이다. (더 나아가 광둥 지역의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무술가, 의원이었던 황비홍과 이들이 한번쯤 교류한 적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는데 너무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상상이라 이쯤에서 붓을 놓는다)

 

어떻게 보면 참 황당무계하고 유치한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든다. 상상을 마치고보니, 내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홍권(洪拳)이 항일 독립 운동을 펼쳤던 우리 선조들이 수련했던 권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짜릿한 흥분(?)마저 든다. 지금 우리 학계에서 독립군들이 어떤 무술을 수련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 '독립군과 무술'이라는 분야로 연구를 해서 논문을 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 이 글은 필자가 2011년에 재미로 써본 글이다. 어디까지나 상상에 많이 치우친 글임을 감안해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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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 UHD 다큐 '2016 천하무림기행'  (0) 201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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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가까이 매일 아침을 기다리게 했던 다큐멘터리 <천하무림기행>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천하무림기행>은 마운틴TV라는 작은 규모의 방송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그 형식과 구성이 매우 독특하여 방송 전부터 이미 화제를 모았다.


매일 아침 8시에 마운틴TV와 네이버 캐스트에 동시 업로드되어 별도의 시청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한 편당 러닝타임이 10분을 넘지 않았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었다. 인간의 최대 집중력은 15분이라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볼 수 있게끔 맺고 끊음을 정말 잘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같이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도 한 번 클릭하면 한 눈 팔새 없이 집중해서 보게 만들었으니까. 특히 UHD 화질로 제작하여, 엄청난 고화질을 자랑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집 컴퓨터 성능이 안 좋은 관계로, 초고화질로 설정하면 자꾸 버퍼링이 생겼다. 그래서 좀 낮은 단계로 감상해야했다)


천하무림기행은 큰 틀에서 '제1장 이것이 무협이다', '제2장 협객은 살아있다', '제3장 전설의 비급', '제4장 전설의 고수를 찾아서'라는 총 4개의 대주제로 나뉘었으며, 각 주제당 5편씩의 짤막한 소주제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총 20편의 에피소드로 방송되었다.


각 장에 대해 다시 설명해보자면 '제1장 이것이 무협이다' 편에서는, '무협'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함께 오늘날 무협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자세하게 다루었고, '제2장 협객은 살아있다' 편에서는 역사 속 대표적인 협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현대 중국의 대표적인 협객이라고 할 수 있는 '마윈'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제3장 전설의 비급'에서는 무협지에 종종 등장하는 '비급'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고찰했고, '제4장 전설의 고수를 찾아서' 편에서는 실제로 현실에서 무예를 수련하며, 21세기의 무림고수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예를 수련하는 입장에서, 무협지 이야기와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현실의 무림세계 이야기가 더 궁금했고, 그런 부분을 많이 다뤄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보기 시작한 거라, 제3장부터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봤다. 특히 남소림사의 승려로부터 전수받은 비급을 토대로, 마을 주민 전체가 대대로 익혀오고 있는 '멜대봉법'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또 우연히 중국에 왔다가, 그곳에서 무예의 달인을 만나 아예 눌러앉아 무예 수련에 열중하는 파란 눈의 서양인 수련생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 편으로, 20편의 에피소드는 알찬 구성이었지만 그래도 좀 짧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30편 정도로 2주 정도만 더 방영했어도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중국무림기행>이 아니라 <천하무림기행>이니,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무림 이야기도 다뤘으면 좋았을텐데 싶지만, 그건 굉장히 대규모 스케일이라 너무 큰 바람인 것 같고... 태극권, 소림권 뿐만 아니라 현실 무림에 존재하는 다양한 권법들에 대한 역사와 인물, 권술의 특징 등도 소개해줬으면 정말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천하무림기행 스페셜 영상)


<천하무림기행>이 끝나고, 네이버 캐스트에 스페셜 영상이 올라왔는데, 영상을 보고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실 처음 마운틴TV에서 <천하무림기행>을 방영한다고 했을 때, "마운틴TV라면 산악방송인가? 산악방송에서 왜 이런 걸 하지...?"싶어, 다큐멘터리의 퀄리티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참 훌륭한 방송이었다. 다큐멘터리의 홍수 속에서 보기 드문 고퀄리티의 수작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퀄리티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사가 영세한 소규모 방송채널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까지 정말 힘들었다고 눈물(?)로 고백하는 후기 영상을 보니, 그 열정과 진심에 감동을 받았다.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칭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스페셜 영상을 보니,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제작진들의 진심과 열정, 땀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편으로, 돈도 안 내고 안방에 앉아 너무 쉽게 본 것만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아무쪼록 이런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한 달 가까이 나를 즐겁게 해준 제작진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앞으로도 번창해서 더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도 <천하무림기행> 많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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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 - 명절의 맛  (2) 201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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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취권

감독: 원화평

개봉년도: 1978년

출연: 성룡, 황정리, 원소전




내가 취권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연히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영화였는데, 그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젊은 청년이 성룡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성룡을 무척 좋아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인자한 미소와, 변화무쌍한 액션, 그리고 쉴 새 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나이 든 성룡의 영화만 보아오다가, 성룡의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영화 취권을 보게 된 것이다. 20대의 젊은 성룡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그의 모습이 반가워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30년 전 영화답게 단순하게 이루어졌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부지가 괴팍하면서도 엄한 스승 밑에서 열심히 취권을 수련하다가 마침내 아버지를 노리는 자객과 싸워 이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에겐 영화가 매우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요즘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각종 특수효과와 비현실적인 액션으로 구성되어 가끔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특수효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져 모든 액션이 철저한 리얼 액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역 배우도 쓰지 않고, 성룡 그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마치 실전을 방불케 하듯 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영화 속에서 구사했던 아크로바틱한 전통 쿵푸 액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실제로 취권은 중국 무술 영화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된 작품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불멸의 쿵푸스타 이소룡의 영화가 전세계를 흽쓸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액션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가 34살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무술 영화의 인기는 잠깐 주춤하게 된다. 그때, 성룡이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성룡은 이소룡을 모방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한 고민과 끊임없는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취권이었던 것이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상대방을 방심시킨 뒤, 갑작스러운 일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취권은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고,성룡 특유의 코믹함과 결부되어 상상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었다. 나 역시 이러한 신선함에 반한 것이었고, 비록 30년 전의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내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취권을 보고난 직후 아크로바틱한 중국 쿵푸 액션에 반하여, 얼마 안 가 쿵푸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무술은커녕 다른 운동도 배울 엄두를 내지 못하던 내가, 영화 한 편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쿵푸를 수련하면서 가끔씩 취권을 다시 보며 옛 추억을 상기하곤 한다. 내 인생에 있어 취권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소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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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천하무림기행'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총 20부작 다큐멘터리로, 마운틴TV에서 제작하고 월~금 아침마다 1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란다. 마치 KBS의 <인간극장>과 같은 프로그램인 듯. TV 방송과 동시에 네이버 TV캐스트에도 동시 업로드되어 무료로 볼 수 있다하여 더욱 반가웠다. 

4월 4일이 첫 방송이었는데, 때마침 그날이 말차 나오는 날이기도 해서 부푼 기대를 안고 나오자마자 다큐멘터리를 관람했다. 한 편당 러닝타임이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좀 재밌어지려고 하는 참에 끝나버리니까 그건 그것대로 아쉽긴 한데, 사실 다큐멘터리가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좀 지루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터라, 나쁘지 않은 구성인 듯 하다.

일단 5부까지 시청한 결과,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실존하는 중국무술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질 않고 있다. 워낙 방대한 양의 다큐멘터리라서 나중에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을 안고 계속 시청하고는 있다. 지금은 실존 무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김용 무협소설 속의 문파, 캐릭터 이야기나 무협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좀 관심이 덜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흥미롭긴 하다.

UHD 다큐멘터리라 화질도 끝내주는 것 같다. 무료인데다가 러닝타임이 짧으니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적극 추천한다.

아래는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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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서 이어짐 -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부대 복귀를 해야했는데, 정말 천운이 따랐는지 다음 휴가를 나올 때까지도 <엽문 3>가 극장에 걸려 있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용산CGV에서 계속 상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휴가를 나오자마자 바로 그날 첫 회 상영되는 <엽문 3>를 관람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엽문 3>를 상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영화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엽문>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를 두 개의 큰 에피소드로 나누어 그려왔었다. <엽문>에서는 첫 번째 에피소드가 북방에서 온 북방권의 고수 금산조(번소황)와 엽문의 대결이었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중일전쟁 발발 직후 중국인들을 탄압하는 일본군 장군과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엽문 2>에서는 홍콩으로 막 이주한 엽문과 텃세를 놓는 홍콩 무술계의 대표이자 홍가권의 고수, 홍진남(홍금보)과의 대결이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중국무술가들을 조롱하는 영국 복서와 중국무술의 자존심을 걸고 엽문이 맞서는 내용이었다.



(사진: 엽문 3 국내 공식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리고 <엽문 3> 역시 두 개의 큰 에피소드로 영화를 그려나가고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엽문의 아들이 다니던 소학교를 강제로 매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마수를 뻗치는 서양인 사업가 프랭키(마이크 타이슨) 일당과의 대결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누가 진짜 정통인지 가리자'며 도전해온 또다른 영춘권의 고수 장천지(장진)와의 대결이다.


그리고 결국 영화의 결론이자 핵심적인 교훈의 모티브가 되는 '아내 장영성의 암 투병'이 두 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고 있다.


홍금보와 차별화된 '원화평식 영춘권'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특히 기존 <엽문> 시리즈의 무술감독이 홍금보였던 것에 반해, 이번 3편은 원화평으로 무술감독이 바뀌면서 홍금보와는 또다른 원화평식 영춘권 액션을 볼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히 액션 면에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점이 많이 보였는데, 대표적으로 '발차기'를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영춘권은 사실 족기보다는 수기를 위주로 하는 대표적인 남방 무술이기에 지금까지 영춘권을 그려온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기 위주의 액션을 영춘권의 모든 것인마냥 표현해오곤 했다. 그러나 원화평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영춘권의 족기도 적절하게 사용해가면서 영춘권의 새로운 액션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 목인장을 치는 엽문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동안 견자단의 영춘권을 그리워했던 관객들을 위해 액션 장면을 군데군데 많이 집어넣기도 했다. 조폭들과의 집단 난투라던지, 무에타이 고수와의 대결, 타이슨과의 대결, 그리고 또다른 영춘권의 고수 장천지와의 대결 등등... 특히나 지금까지의 엽문 시리즈에서는 늘 영춘권이 다른 문파, 다른 국적의 무술과 싸워왔는데 이번 3편에서는 '영춘권 vs 영춘권'이라는 초유의 대결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영춘권의 진수를 맛보게 하였다.


마치 영춘권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촬영에 임한 것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장천지와의 대결에서는 영춘권의 온갖 수기와 족기 그리고 두 개밖에 없는 무기술(육점반곤과 팔참도)을 이용한 대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춘권의 매력에 푹 빠졌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스토리


하지만 화려한 액션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뭔가 이야기들이 개연성도 떨어지고, '기승전결'에서 '기승전'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학교를 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 것만 같았던 프랭키가 고작 3분의 대결에서 무승부로 끝나자, 엽문을 그냥 보내주고는 더 이상 내용이 이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뭐 학교 매입을 포기했다는 건지... 고작 그 3분의 결투만으로 학교를 포기할 정도로 학교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없도록 너무 성급하게 매듭지어버린 느낌이었다. 여기에 더해 프랭키의 수족이었던 담요문 역시 어딘가로 도망가버리고서는 더 이상 나오질 않는다. 그가 처벌을 받거나, 엽문에게 실컷 얻어맞고 쫓겨나는 내용으로 매듭지었더라면 이렇게 'X싸고 밑 안 닦은 느낌'은 안 들었을텐데.



(사진: 견자단 vs 타이슨 - 출처: 네이버 영화)


여기에 더해 기존 <엽문> 시리즈에 등장했던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엽문> 시리즈에서 꾸준하게 조연으로 출연하여 엽문과의 우정을 이어갔던 친구 주청천(임달화)과 그의 아들 주광요라던지 엽문에게 얻어맞고 정신 차린 뒤 엽문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었던 금산조, 엽문의 첫 번째 제자였던 황량(황효명) 등등... 엽문의 친구, 제자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이번 3편이 <엽문> 시리즈의 종결판이었던만큼, 마지막 작품까지 그들이 함께 나와 엽문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더라면 더 완벽한 결말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대종사의 아름다운 퇴장


결국 <엽문> 시리즈는 끝났다. 속설로 <엽문 4>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나야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을 더 보면 좋기야 하다만, 솔직히 너무 욕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엽문 3>만 해도 '너무 질질 끈 나머지 시리즈의 명성에 누를 끼쳤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판국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사진: 영춘권 vs 영춘권의 화려한 마지막 대결 - 출처: 네이버 영화)

여하간 <엽문 3>를 극장에서 봄으로써, 나는 <엽문> 시리즈 전체를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일대종사는 이렇게 조용하지만, 아름답게 퇴장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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