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마다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글쓰기 강좌가 오늘로 끝났습니다. 집에서 신촌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집 앞이라고 해도 특별한 일 없으면 잘 안 가게 되는 법이죠. 그래서 오늘은 신촌에서 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은 무리해서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신촌에는 맛집이 참 많습니다. 이화여대, 서강대, 연세대...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몰려있는 대학가라 온통 맛집 천지죠. 신촌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할까' 결정장애 증상이 극도로 심해지곤 합니다. 오늘도 뭘 먹어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평소 눈 여겨 보았던 중식당이 떠올랐습니다. 


'딤차이'라고 하는 딤섬 전문점입니다. 다만 일반 분식집도 아니고 중식 레스토랑에 가까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인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게다가 한참 사람 많을 저녁 시간... 혼밥하기에는 워낙 난이도가 있어보여서 입구에서 좀 망설이다가 두 눈 질끈 감고 들어갔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일단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더욱이 저처럼 혼밥을 즐기는 분들이 몇 명 있었던 것도 위안이 됐습니다. 괜히 주눅 들었나봐요. 제 맞은 편 테이블에서 저처럼 딤섬 여러 판에 짬뽕 한 그릇 시켜서 열심히 드시는 분을 보면서 마치 그분과 함께 식사하는 것마냥 든든한 느낌을 받았네요.


여기는 딤섬 2판을 주문하면 1판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짜장면이 4천원이고요. 짜장면은 당연히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딤섬을 한 판만 주문하자니 부족할 것 같고.. 두 판을 주문하면 한 판이 서비스인데 세 판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럽더군요. 그래도 기왕 먹는 거 푸짐하게 먹어보자 하는 심산으로 짜장면에 딤섬 세 판을 주문했습니다. 전부 14,000원입니다. 비싼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고 봐요. 요즘 웬만한 중식당에서도 짜장면 한 그릇에 6천원 이상 받으니까요.



먼저 짜장면. 4천원이라고 해서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습니다. 더욱이 면발도 탱탱하고, 고기도 아주 부드럽더군요. 개인적으로 짜장면 맛이 참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딤섬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차슈빠오'(단 맛이 나는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 '소고기쇼마이'(다진 소고기에 갖은 양념이 들어간 만두), '딤차이 소롱포'(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육즙이 풍부한 만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차슈빠오와 소롱포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차슈빠오의 만두 속은 단팥빵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달달한데, 계속 씹다보면 중국 향신료의 맛이 혀끝에 느껴지더군요. 소롱포는 뭣모르고 물었다가 갑자기 육수가 '팍' 터져서 깜짝 놀랐네요. 하마터면 입을 델 뻔... 그만큼 육수로 가득찬 만두입니다. 다만 그 육수가 이 만두의 생명인 듯 합니다. 소고기쇼마이는 너무 퍽퍽해서 별로였습니다.


아무튼 다 먹고 나니 배가 정말 부르더군요. 제가 대식가는 아닌 편이라... 그래도 만족스럽게 잘 먹었습니다. 다만 분위기도 좋고, 안주들도 퀄리티 있겠다 맥주 한 잔 곁들였으면 더 완벽했을텐데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게 아쉽습니다. 이후에 바로 강의가 있어서... ㅜ.ㅜ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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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통장 잔고가 1,000원 밖에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교통비 등등 돈 나갈 데를 생각하지 않은 채, 계획에 없던 돈을 펑펑 써대다보니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버렸죠. 당장 교통비 3만원 지불할 돈이 없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쩔쩔 매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돈이 떨어지니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꺼려지더군요.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할까봐. 그런 상황이 실제로 오면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서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 강사 월급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엊그제는 <오마이뉴스>에 쌓아둔 원고료도 들어왔습니다. 통장 잔고가 한 순간에 바닥을 찍었다가, 지금까지 보유해 본 적 없는 거액의 돈이 쌓였네요. 그래봤자 100만원 좀 안 되는 돈이지만, 저한텐 이 정도도 거액이군요.


계획에 없는 돈을 펑펑 써댄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돈을 좀 아껴 쓰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혹시 모를 충동구매를 방지하고자, 일부러 자주 쓰는 통장에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겨두고 다른 곳에 돈을 옮겨놨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사거나 할 때는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두 번 세 번 꼼꼼히 점검합니다. 그래도 돈이 들어오니 다시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아무튼 월급도 들어왔겠다, 오늘 하루는 나만을 위한 고퀄리티의 힐링타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휴식이 좀 필요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서평기사 하나를 써야했는데, 글이 유난히 안 풀리더라고요. 지난 번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글쓰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해도 계속 집중이 안됩니다. 내내 그 글만 생각나거든요. 좋아하는 무예 수련조차 집중이 안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어제 저녁에 송고를 마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하더군요.


그래서 하루 종일 일이 없던 오늘, 강남 센트럴시티 메가박스에 가서 조조로 영화 <럭키>도 보고 점심도 럭셔리한 중화요리 뷔페에서 해결했습니다. 


제가 간 곳은 반포역 뉴코아백화점 5층에 위치한 '샹하오'라는 뷔페입니다. 제가 중국요리라면 환장을 해서, 평소에도 자주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가난한 휴학생 주머니사정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죠. (점심이 15,900원이고 저녁이 22,900원입니다) 하지만 월급도 들어왔겠다 오늘만큼은 정말 나를 위해 써야겠다 싶어서 혼자서 다녀왔습니다.





깐풍기, 고추잡채/꽃빵, 만두, 꿔바로우, 유산슬, 마파두부, 청경채볶음, 토마토계란볶음 등등 제가 좋아하는 중국요리들이 한가득입니다. 뷔페라고 해서 음식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웬만한 중국집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요리들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배가 작아서 다 맛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내친 김에 와인까지 곁들였습니다. 무제한 와인이 3,000원이고 글래스 와인 1잔이 1,900원인데 백주대낮부터 와인으로 배 채울 건 아니라서 '까베르네 메를로' 라는 와인으로 글래스 한 잔만 시켰습니다. 혼자서 와인에 뷔페에... 누가 보면 <혼술남녀> 찍는 줄 알겠습니다. 하석진 같은 외모가 아니라서 아쉽군요.





퀄리티 있는 혼밥으로 나만의 힐링타임을 충분히 즐겼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빡세게 읽고 또 쓸 준비를 해야겠죠. 


이제 돈도 좀 아끼고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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