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부제: 오늘의 커피를 만드는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들려주는 커피와 인생

저자: 조원진

출판사: 따비

출판년도: 2016


<책 소개>


카페의 이름이 다헌이든 커피집이든 다방이든 어떠리.

그들에게 카페는 커피라는 종교를 섬기는 사원이며, 커피는 지옥 같은 세상살이를 견디게 하는 자유다.


커피 그 자체가 삶인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이 털어놓는 커피 인생


누군가에게 카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우아한 돈벌이를 위한 밑천이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습관적으로 들이켜는 음료거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카페인이고, 누군가에게는 별다른 기술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여기, 커피가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농담을 나누다가도 주제는 언제나 커피로 돌아오고, 카페의 생존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 잔의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한다.


중학생 때부터 커피를 마셔온 저자가 꼽은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내어준다. 그들의 카페는 서로 개성도 다르고 그들이 내어주는 커피의 맛도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커피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그저 즐기면 된다고. 다만, 그러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카페를 음악과 커피의 맛과 향으로, 그리고 정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리 뷰>


요새 커피에 관심이 많아 구입하게 된 책. 출간된 지 2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커피에 대한 이론을 다룬 책은 아니다.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만드는 이들, 즉 '바리스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직업으로서의 바리스타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된 책이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다양한 바리스타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커피의 세계로 인도해 준 바리스타부터 시작해서,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커피 명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스페셜티로 대표되는 커피 리브레의 대표 서필훈부터, 올드스쿨의 대명사이자 한국 카페의 원조 격인 학림다방의 이충렬 사장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곧 한국 커피의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커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대중들은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여왔는지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인터뷰하는 바리스타들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커피를 내리는 데 영감을 주는 도구가 무엇이냐'고. 정말 신기하게도 커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도구들은 별로 없다. 연필, 레코드판, 낡은 책상 등... 언뜻 봐서는 대체 커피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관해보이는 것들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한국 커피의 대부인 바리스타 이정기는 '인문학'을 도구로 든다. 그는 젊은 시절 중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다. 평생을 송사(宋詞) 연구에 매진했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전공에 회의를 느끼고 커피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젊은 시절 매달렸던 인문학은 오히려 그의 강점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 사유하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은 커피의 세계에 접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바리스타들이 추구하는 커피의 맛이나, 커피를 대하는 관점이나 철학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각양각색의 철학을 가지고 커피를 내리는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철학을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 


여기서 맛있는 커피란,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보편타당의 맛을 의미한다. 아무리 케냐 AA의 고품질 원두로 내린 최상급 커피라고 할 지라도, 사람들이 거부한다면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바리스타들에게 넘어야 할 목표는 '믹스커피'란다. 믹스커피야말로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커피시장을 독점해왔는데, 그 이야기는 곧 믹스커피의 맛이 사람들의 입맛에 보편타당한 맛으로 자리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리스타들은 믹스커피만큼이나 보편타당한 맛을 창출하기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카페의 주방 뒤에서 열심히 콩을 볶고 끊임없이 새로운 커피에 도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의 커피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당연히 '카페의 생존' 문제도 걸려있다. '커피는 소통의 도구'라는 말이 맞긴 하지만, 몇몇 바리스타들은 "그 말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계가 독점하고 있는 정글 같은 커피시장에서 살아남은 뒤에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직업으로서 바리스타를 선택한 이들에게 '커피는 소통의 도구'라는 말은 사실 배부른 소리일 터. 그래서 이 책에서는 카페의 생존을 고민하며 현실과 부분적으로 타협하해야하는 바리스타들의 고민과 삶의 애환도 주목한다.


그들의 공통점을 또 하나 들자면, 바리스타가 되기 전부터 이미 열정과 고집이 남달랐다는 점이다. 여기 열아홉 바리스타들은 대학 교수 자리를 제의받을 정도로 인문학을 오래 전공했거나, 그림 혹은 음악에 미친듯이 매달렸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그 길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리스타로 전환하긴 했지만, 바리스타가 되기 이전에도 이미 삶의 목표와 철학을 뚜렷하게 가지고 '열정적인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에 미친 듯이 홀릴 정도로 고집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서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리라. 결국 자신의 삶에 열정이 있고, 고집이 있는 사람은 어딜 가도 성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리스타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커피에조차 관심이 없는 이들일지라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들의 커피를 대하는 철학이나 자세 혹은 그들의 삶 그 자체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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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주문한 책들을 아직 다 읽지도 못했는데, 방금 전에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새로 주문했습니다. 기존에 산 책들을 항상 다 읽기도 전에, 자꾸 새 책을 사들이는 습관이 제 병폐이긴 합니다. 


하지만 책 주문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 책을 꼭 사서 읽어야 할 정도로 소장가치가 있는가', '언젠가 꼭 읽을 책인가' 등등... 몇 번의 자체문답을 거친 뒤에, 확신이 서면 구매를 하죠. 일단 사놓고 보면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는 심산으로요. (이런 마인드로 구매해놓고 여전히 읽지 않아, 먼지만 풀풀 날리는 책들이 꽤 많은 게 함정이지만요)



일단 '바리스타 자격증 2급 기본서'는 제가 지금 바리스타 자격증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주문했습니다. 어제 부로 동네 문화센터에서 듣고 있는 홈바리스타 강좌가 모두 끝났는데, 강사 선생님께서 "필기 정도는 혼자 문제집 풀고 독학해도 충분히 딸 수 있다"면서 필기 시험만 독학으로 따두라고 권하시더군요. 그 다음에 실기반만 따로 수강하면, 바리스타 자격증 따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여름 동안 필기시험 공부를 해볼 요량으로 주문했습니다.


'일본 검도의 역사'는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눈여겨봤다가 좀 더 저렴하게 사려고 온라인 서점을 통해 주문했죠. 검도하면 역시 사무라이의 나라 일본을 무시할 수 없는데, 생각보다 국내에는 일본 검도 관련 서적이 별로 없더라고요. 무예24기 중에서도 검술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검의 세계에 대해 깊이 알고 싶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제가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 서평 기사도 썼던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의 경우는 이미 읽은 책이지만, 따로 사진 않았더랬습니다. 책이 풀리자마자 오프라인 서점에서 읽었거든요. 이 책 역시 오프라인에서 사는 것보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는 게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그랬죠. 그래서 이미 읽은 책이지만,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기 때문에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돈 많은 독지가였다면, 이 책을 다량 구매해서 주위에 기증하고 싶은데, 그럴 여력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만큼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문해놓고 보니 책장에 아직까지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정말 많군요. 올해는 다른 일에 눈독들이지 말고, 서고에 있는 책들을 모두 독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봐야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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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


인문학 습관/윤소정 저/다산초당/2015


■ 저자에 관하여


저자 윤소정은 현재 인재양성소 '인큐'라는 교육기업을 운영하는 여성교육가이다. 


그녀는 굉장히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이 기울면서 굉장히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공부와도 담을 쌓게 되면서,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당시 그녀는 B와 D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단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영어공부에 매진, 훗날 대학교의 영어강사로 취직하는 데 성공한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교에 회의를 느끼고 자퇴를 결정하였으며,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재양성소 '인큐'를 설립했다. 일상의 모든 것을 통해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실용 인문학'을 전파하는 것이 그녀가 운영하는 인큐의 설립취지라고 한다.


참고로 나는 아직 군 복무 중이었던 올해 초, 군대를 통해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매주 수요일은 정신교육을 하는 날이라, 전 부대원이 아침부터 '국방TV'를 시청하는데, 그때 '명강특강'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명사를 초청해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코너다. 여기에 윤소정 씨가 출연한 것이다. 사실 국방TV는 그냥 틀어만 놓고, 실제로 보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가 나와서 특강을 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녀의 미모에 끌려서 특강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특강 내용에 공감하며 집중해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녀와 내가 인연이 있던 것인지,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어딜 가도 그녀의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읽게 된 '700만원짜리 도장을 파는 장인 이야기'에 탄식을 하며 읽을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알고보니 그 글을 쓴 이가 바로 명강특강의 윤소정 강사였다.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나 역시 '사람 공부'를 해본답시고, 함께 무예를 수련하는 여동생을 불러내어 장시간 인터뷰를 해보기도 했다. (그 당시 내가 했던 인터뷰 링크: http://gabeci.tistory.com/109)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내게 무예를 가르쳐주시는 사부님이 "《인문학 습관》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며 책을 추천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책을 쓴 저자가 또 윤소정 씨였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지금 독서노트로 작성하고 있는 《인문학 습관》이다.


얼마 전에, 그녀가 운영하는 인큐에 가입해볼 요량으로, 인큐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역 후 백수인 나로서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 등록금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열정대학조차도 간신히 입학을 결정하지 않았던가. 어쨌건 그녀와 나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면, 꼭 인큐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그녀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날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 인상 깊은 구절


1. '열심히'가 아니라 '어떻게'를 고민하라 (p.7)


2. 세상은 그저 열심히 떡볶이를 만드는 사람을 원하지 않습니다. 맛이 있어야 합니다. 즉,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p.8)


3. "세상에는 매우 총명하고 고등교육을 받았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그들이 어려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받고 근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이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부지런하게 일해도 남과 똑같이 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성공은 당신이 얼마나 많이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 장옌,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 중 (p.9)


4. 중요한 일이 있기 전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깨졌다. (p.21)


5. "책이라는 것은 얼어붙은 나의 세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야 한다." - 카프카 (p.22)


6. (서양 최초의 철학자를 묻는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자) "답을 탈레스입니다.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가 왜 최초의 철학자인지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탈레스는 세상이 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물론 그의 주장은 틀렸습니다. 세상은 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초의 철학자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 이것이 곧 철학입니다!" (p.24)


7.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나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p.28)


8. 쐐기벌레는 앞에 가는 벌레의 자국을 보고 졸졸 따라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파브르는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쐐기벌레를 원형의 대형으로 줄을 세우고 서로의 엉덩이를 졸졸 따라가게 만들었죠.

그러고 나서 아주 맛있는 먹이를 대형 밖에 설치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 마리라도 대형을 이탈하고 먹이에 달려들어야 하겠죠?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쐐기벌레는 무려 6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앞에 가는 벌레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러다 대다수가 죽어버렸습니다. 만약 이 중에 단 한 마리라도 용기 있게 대형을 깨고 이탈했다면 모두 살 수 있었을테죠. (p.30)


9. 깨달았다 = 깨뜨리다+다다랐다 = 깨고 다다랐다


10. 우리는 계속해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11. 실제로 단점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면서 더더욱 단단해지는 친구들이 많이 있답니다. 단점은 나쁘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키운다면 분명 우리 삶에 있어 단점 또한 최고의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p.68)


12. 고흐 역시 우리처럼 매일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내가 이 일에 재능이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는 일은 천재 화가에게도 고통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붓을 잡으면 늘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 일을 쭉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가 평생 그림을 그린 이유는 그것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몰입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p.104)


13.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 벤 스타인


14. "이건 너의 길이야. 남들을 따라가지 마" (p.116)


15. "불필요한 일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p.117)


16.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어떤 것의 본질에 집중한 뒤 기존의 시스템에서 잘못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겪다보면 자신만의 무기와 필살기가 만들어집니다. "무엇을 만들까?"를 고민하기 전에 그 무엇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그 무엇이 지닌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보세요.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 해결 방법이 있다는 세상의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이 머리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경험으로 도출되었을 때 진가를 발휘하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고민이라면, 먼저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보는 건 어떨까요?


17.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세상이 바뀌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운하리만큼 모든 것은 제자리였죠. 그러나 괜찮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제 자신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18. 나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누군가의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 스스로 질문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19.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폴 호건


20.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고 씁니다. 이때 工은 천(天)과 지(地)를 연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夫는 천과 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人)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 신영복, 「담론」


21.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 조지 엘리엇


22. "'무엇을 안다'는 것이 '교양'은 아니다. 단순한 지식은 교양이 아니다. '안다'는 과정에서 익힌 것 또는 익힌 능력을 교양이라 할 수 있다." - 폴 풀키에


23. "만난 사람 모두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 - 「탈무드」


24.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그대 지금 무엇을 극복하고 있는가." - 니체 (p.302)


25. "붓글씨를 매일 쓰다 보면 말이여. 분명 어제랑 오늘은 나아진 게 없거든? 근데 3개월 전 썼던 글씨랑 오늘 쓴 글씨는 분명 달라져 있는겨. 인생사도 똑같혀."


26.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 순간을 넘어야 다음 문이 열릴 것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 김연아 (p.332)


■ 감상평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평소 내가 품고 있던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마치 내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역사(인문학)를 전공하는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현실 속에서 역사(인문학)를 실용학문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윤소정은 '실용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학문이 아닌 '살아있는 학문'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를 할 것을 주장한다.


요즘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어딜 가도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열풍에 대해 나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인문학, 인문학 하는데, 과연 사람들은 인문학의 올바른 정의를 알고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한답시고 '죽은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전공하고 있는 역사학을 예로 들어 한 번 살펴보자. 요즘 들어 '역사'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까지 비화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이야기는,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다. 3.1절과 같은 특정 기념일만 되면, 언론에서는 반드시 이 이야기를 한 꼭지로 다루곤 한다. 그리고 항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즉석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인용하곤 한다. 그런데 그 설문조사란 걸 살펴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사용한 무기가 무엇인가?", "6.25 전쟁은 몇 년도에 발발했는가?"와 같은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걸 틀릴 경우, 학생들의 역사의식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뉴스를 편집해 보도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사용했던 무기가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역사교육을 부르짖는 어른들이야말로, 역사를 왜 공부하는지 그 본질적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도시락 폭탄으로 처단했든, 권총으로 처단했든 그런 미시사적인 부분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처단한 이후의 국제정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 전후 사정과 같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이다. 


또 그 사건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을 생각해보게끔 유도하는 것이,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이라고 본다. 국, 영, 수를 공부하면서 안그래도 외울 게 많아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무기의 종류나 날짜와 같은 세세한 것까지 외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지루한 과목으로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역사학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을 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 우선 인문학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사실 인문학이란 학문 자체가 꼭 문, 사, 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 말그대로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건축이나 경제, 정치학도 결국 사람을 위한 학문이기에,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주위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 역시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문, 사, 철의 범주에 가둬버리고서, 그것을 무슨 '지적으로 보이기 위한 상식' 정도로 한계를 지어버리거나, 외려 신성시해버리는 것은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저자 윤소정 역시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문학이란 내 주위에 있는 사람, 사물을 관찰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단점까지도 사랑할 줄 아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파악하는 것. 그래야만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끌어나가야 타인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 자신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이건 나 자신만을 아는 이기심과는 다르다.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듯, 또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사랑, 배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독자의 살아온 환경이나 생각하는 습관에 따라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자신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그 이해를 확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 생각을 공유하며+타인의 생각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나 혼자 읽고 끝낼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그럴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라도 나중에 독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선정해보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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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했습니다.


사실 군대 있을 때까지만 해도 할 게 없으니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막상 전역하고나니 군 시절만큼 책이 손에 잡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스스로 너무 게으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하간에 항상 지르고 싶은 책은 많아서,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한가득입니다만... 책값이 보통 만만찮은 게 아니라서요. 요즘은 동네 도서관을 활용한다던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질러놓고 읽지 않은 채 책장에 모셔져 있는 책들도 많네요. 그 책들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들은 절대 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생겨서... 게다가 소장 가치도 있겠다 싶어서, 큰 맘 먹고 질렀습니다. 뭐... 밥값 좀 아끼면 되는 일이니까요. 일단은 <오마이뉴스> 같은 곳에 부단히 글을 올려서 책값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이번에 산 책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주문한 이유를 설명드리자면,


첫 번째로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라는 책은, 제가 요즘 커피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계속 생겨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커피 이야기보다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의 이야기인 듯한데,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두 번째는 '마지막 무관생도들'이라는 책입니다. 대한제국 무관학교 생도 출신 인물들의 명암을 그려낸 팩션 소설이라고 합니다. 대한제국 무관학교 출신으로 무장독립전쟁에 참여한 인물과, 반대로 친일로 돌아선 인물의 대조되는 삶을 그려내고 있다 하여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은 '나음보다 다름'이라는 책인데, 마케팅 관련 서적입니다. 이건 요즘 제가 듣고 있는 열정대학 R-POINT라는 독서스터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역사도 역사지만 마케팅, 홍보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결국 '역사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도 마케팅과 밀접한 내용이니까요. 전공을 마케팅으로 바꿔볼까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우선은 책을 통해 한 번 공부해 볼 요량으로 주문했습니다.


오늘 배송 온다고 하는데, 택배가 오는 날은 으레 그렇듯이 벌써부터 설레는군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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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조선 왕의 독서법

저자: 박경남

출판사: 북씽크

출판년도: 2014년


<책 소개>


조선 왕들의 지식과 지혜, 철학, 그리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만나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영혼의 허기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체의 허기만큼 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서 책을 외면하는 면도 없지 않는 것 같다. 독서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읽는 것과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준다. 조선의 왕들이 이를 말해준다. 스스로 책이 좋아서 수십 번, 수백 번 읽었던 왕과 왕이니까 독서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왕의 정치는 확연하게 달랐다.


<리 뷰>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이용해 들른 동네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다. 부대 들어와서 전역하는 그날까지도 계속 읽었고, 전역하고 난 뒤에는 노느라 바빠 책을 뒷전에 팽개쳐뒀더랬다. 그러다가 엊그제서야 다 읽었다.


요새 나는 '옛 독서법'에 관심이 많다. 옛 독서법이란, 고전을 읽는 독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말그대로 옛 선인들의 책 읽는 방법을 말한다. 전역하기 전까지 부대에서 읽은 책이 86권 정도 되는데, 솔직히 그 책들 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책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책을 읽고 나서 뒤돌아서면 내용을 다 까먹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그런 점 때문에 옛날부터 독서에 대한 회의감(?)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책 읽는 것이 곧 일상이었고, 생존수단이었던 옛 선조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긴 했을까 궁금해서 옛 독서법을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탐구의 일환으로 '조선 왕'의 독서법에도 손을 뻗게 된 것이다.


일단 이 책은 240여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책인데다가, 대중서인지라 내용이 매우 간결하고 쉽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읽는 가운데 구절구절 가슴에 와닿는 부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불확실한 추정'에 의한 결론이 종종 보인다는 점. 예를 들어 저자는 연산군의 독서법을 지적하면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억지로 삐딱하게 책을 읽어서 폭정을 저질렀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는데, 역사학적 시각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결론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 사람의 생애를 연구할 때는, 사료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행동, 업적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증언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당대를 살지 않았고,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허나 이 저자는 '독서법'을 강조하기 위해, 억지로 키워드에 그 사람의 생애를 짜맞추느라 이런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는데, 연산군이 실제로 책을 억지로 읽었다손쳐도 그 억지로 읽은 책 때문에 폭정을 저질렀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하기엔 너무 근거가 빈약하지 않나 싶다.


비슷한 예로, 정조 편에서도 "책을 통해 개혁을 이루고자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책에 갇힌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정조의 개혁이 실패한 원인을 책에 갇힌 것이라 단정지어 말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근거 없는 결론이라 하겠다.


아울러 이 책의 제목은 <조선 왕의 독서법>인데, 조선 26대 임금 모두의 독서법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역대 임금 중 15명의 독서스타일만 골라 소개해서, 다른 임금들의 독서 스타일은 어땠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책 속 인상 깊은 구절>


1. 오늘 배우지 아니하여도 내일이 있다고 이르지 말라 (P.181)


2. 독서의 요체는 성현의 언행을 마음에서 본받아서 조용히 찾고 가만히 익힌 뒤에라야 비로소 학문을 진작시키는 공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바쁘게 넘어가면 예사로 외기만 할 뿐이라면, 이것은 장구(章句)를 들은 대로 말하는 나쁜 버릇에 불과하니 비록 천 편을 다 외고 머리가 희도록 경(經)을 이야기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 퇴계 이황 (P.187)


3.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곧 한 권의 유익함이 있고, 책을 하루 읽으면 곧 하루의 유익함이 있다 - 강희제 (P.202)


4. 이 세상에 태어나서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독서는 이상하거나 유별난 무엇이 아니다. 단지 어버이라면 마땅히 사랑할 줄 알고, 지식이라면 마땅히 효도할 줄 알고, 임금을 섬기는 신하라면 마땅히 충성할 줄 알고, 부부라면 마땅히 분별할 줄 알고, 형제라면 마땅히 우애할 줄 아는 것과 같다. 또한 나이가 젊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친구가 된다면 마땅히 믿음과 의리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은 날마다 움직여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이에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 각각 마땅한 자리를 얻을 뿐이다. 마음이 심오하고 미묘한 도리나 이치로 내달려 오묘하고 기이한 효과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 율곡 이이, 「격몽요결」 (P.202~3)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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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중근 평전

문화/책 2016. 4. 15. 21:56

도서명: 안중근 평전

저자: 황재문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출판년도: 2011년


현재 우리나라엔 안중근 의사를 다룬 저서(소설이나 문학 작품 혹은 연구서)들이 꽤 많은 편이지만 평전은 별로 없는 편이다. 이 책은 그나마 있는 평전들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인데(2011년 5월 출간)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까지 안중근 의사에 대한 평전은 한 권도 읽어보질 못했다.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 미루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아무튼 기존의 평전보다 새로 나온 평전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뒤늦게 접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랄까...?

 

평전의 장점은 한 인물의 생애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 있다. 안중근 의사와 같은 민족의 영웅은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기에서는 흠이 될 만한 것들은 지워버리거나 모호하게 서술하는 경향이 있고, 독자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흠이 안 가도록 둔갑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가 내심 불만을 갖는 것이 이런 부분이다. 애시당초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듯이, 우리가 영웅으로 추앙하는 이들도 한 가지 흠이 있기 마련이다. 안중근 의사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안중근 의사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다 완벽한 '영웅화'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흠을 지우거나 감춰버린다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질감만 느끼게 할 수 있다. 또한 박정희 정권 시절, 이순신 장군 현창 사업과도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요즘의 트렌드를 봐도, 우리가 추앙하는 영웅들도 영웅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수도 하고, 어떤 점에선 무모하기도 하고, 또 다른 흠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그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단점들을 극복하여 더 위대한 영웅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를 통해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평전 역시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안중근이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특히, 정부 측 기록과 안중근 스스로의 기록이 불일치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괴리감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안중근이 자신의 자서전인 '안응칠역사'에서 밝힌 것과 전혀 상반된 주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안중근 연구는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중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과제인 것이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안중근의 어린 시절은 상세하게 다룬 반면 성인이 된 이후는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쳐나가기에 내심 많은 기대를 하였는데, 그 뒤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부분을 서술하였을 뿐 더 자세하게 파헤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특히, 안중근의 유해 문제에 대해 언급이 별로 되지 않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안중근의 거사 동지인 우덕순의 회고록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았고, 나름대로 안중근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사실들을 접했기에 이 평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안중근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먼저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인 '안응칠역사'를 읽고 그 다음으로 이 평전을 읽어보길 바란다. '영웅'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었던 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이 책보다 먼저 나온 안중근 평전을 읽고 비교 리뷰를 써보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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