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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30 2박 3일 간 '어린이 백범학교' 보조교사로 다녀왔습니다 2

지난 28일부터 오늘 30일까지, 2박 3일 동안 '어린이 백범학교'라는 캠프에 보조교사로 참여하고 왔습니다. 


이 캠프는 청년백범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매년 여름방학마다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동안 캠프를 진행하면서, 근현대사 강의와 자연체험 등을 하는 행사라고 보면 됩니다. 이번이 33회째랍니다. 역사가 오래됐지요. 아마 제가 초등학생 때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저랑 같이 보조교사로 활동했던 친구는 저랑 두 살 터울인데, 그 친구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하니까요. 역사가 오래된만큼 축적된 노하우도 있고, 프로그램도 검증되었다고 봐야겠죠.



민족문제연구소야 워낙 유명한 단체다보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청년백범은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친목단체인데,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청년백범에서는 매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백범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갈 수 있는 '중국 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적지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저 역시 군대 가기 전이었던 2014년 초에, 청년백범 3기로 중국 지역 내 임시정부 사적지를 다녀온 적이 있었죠. 그때부터 청년백범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회비를 안 내는 유령회원이긴 하지만...)


이러한 인연으로 '어린이 백범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자원봉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같은 놈도 쓸모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불러주니까 고마운 마음에 선뜻 수락을 하긴 했습니다만... 수락해놓고보니 갑자기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오더군요.


천성적으로 무뚝뚝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붙임성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데다가, 특히 어린 애들 장단 맞춰주는 건 정말 자신이 없었거든요. 제가 애들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간다고 해놓고도 캠프 출발 전까지 심란하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몇몇 애들이 벌써부터 대열에서 이탈해서 자꾸 장난치고, 떠드는 등 진지하게 활동에 임하지 못하거나, 대열과 어울리지 못하고 계속 뾰루퉁한 표정으로 혼자 다니는 애들을 보면서 막막함을 느꼈더랬습니다. 보조교사로 몇 명 같이 온 친구들이 있긴 했는데, 그 친구들 역시 경험이 없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원래 성격대로라면 저도 애들 다독이고, 끌고 가는 일을 절대 못했을텐데, 어쨌거나 저를 믿고 보조교사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겨주신 거고, 저 역시 제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니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만큼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애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도 걸고, 외톨이처럼 홀로 걷는 애들을 더 챙겨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보조교사들 중에는 그래도 애들이 제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틀째 되던 날부터는 애들이 아예 저를 가지고 놀더라고요. 여학생들이 특히 저를 더 괴롭히데요. '만만한 선생님'이라고 별명 붙여주면서, 저를 볼 때마다 자꾸 팔을 꺾는 통에 팔이 정말 아팠습니다. 무슨 여학생들이 이리 힘이 센지... 여학생들에게 시달리는 제 모습을 보던 남학생들은 '불쌍한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오히려 여학생들로부터 저를 지켜주려고 하는 진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애들이 저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는데, 그 모습이 은근히 귀엽기도 했습니다. 특히 워터파크에 가서 물놀이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여자애들이 자꾸 제 팔을 잡고 물 속에 같이 들어가서 놀자고 하는 통에 체력적으로는 지쳤어도, 뭔가 뿌듯함이 있었어요. 처음에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애들이 나한테 다가올까', '내가 애들하고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였는데, 그 문제는 그래도 해결이 된 것 같아서 말이죠.


뭐 중간 중간 짜증이 나는 일도 많았고, 목소리톤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일도 많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순수한 아이들을 보면서 그 천진난만했던 모습이 유달리 기억에 남습니다. 애들은 그냥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을 뿐인데, 말하는 표현 하나하나부터가 때 묻지 않았다는 게 느껴져서 어느새 저도 모르게 '아빠미소'를 짓고 있더라고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도 저랬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2박 3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고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표현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사소한 일로 토라지고, 쉽게 흥분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심한 장난을 쳐서 모두를 힘들게 하고... 그렇게 통제하기 힘든 아이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조차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의 침구류를 개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 대해 어른들의 잣대로 함부로 평가하고, 섣불리 재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아이들일수록 관심이 필요하다는 교훈도 배웠고요. 아직 어린 아이들일수록 어른들이 좋은 모습 보여주면서, 지속적으로 바른 길로 인도해주어야 바르게 자라날 수 있겠지요. 결국 원석을 다듬어주는 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여하간 2박 3일 동안 힘들기도 힘들었지만,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캠프를 통해 또 다른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하고 함께 할 수도 있었고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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