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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21 여름철 수련에 대한 소고(小考) 2

어째 해가 지날수록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 같다. 특히 올해 여름은 5월 말부터 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6월 중순에 이른 지금은 벌써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다가올 7, 8월 삼복더위는 어찌 견딜 수 있을는지... 체질적으로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튼 여름철은 수련하기가 참 안 좋은 계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엔 추워도 껴입고 운동하면 되고, 운동하다보면 금세 몸이 데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련하기 좋다. 


하지만 여름에는 다 벗고 수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위 탓에 기운이 빠지고 온 몸이 나른해져 수련하기가 쉽지가 않다. 겨울철에는 관절이 굳어서 부상의 위험이 크다면, 여름철은 관절의 부상보다는 내기(內氣)가 손상될 우려가 매우 크다.


옛날 장용영 군사들은 촉한음서(觸寒飮署)라고 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더위를 먹어가며 무예 수련을 했다고 하지만, 그건 목숨을 걸고 임금을 지켜야 하는 군대였으니 그런 거고... 평생 촉한음서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살고 일찍 죽거나, 늙어서 병으로 고생할 우려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삼복더위에도 쓰러질 정도로 수련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당장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 혹은 무림제패를 꿈꾸는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려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취미로 무술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수련을 하다간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금세 관두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여름엔 수련을 하면 안될까? 그건 아니다. 아무리 더워도 몸을 계속 움직여줘야 한다. 수련은 1년 365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름철 수련은 본인의 몸 상태에 맞게 그 양을 조절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 수련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그 많은 양을 소화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질려서 수련을 아예 거르게 될 확률이 높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무예 수련을 해왔는데, 요즘 들어 바쁘기도 바쁘거니와 날이 덥다보니 금세 몸이 피로해지고 귀찮아져서, 수련을 하루 이틀 거르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오늘도 저녁 먹기 전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가볍게 수련을 해줬다. 수련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름철엔 계절에 맞게끔 내가 수련양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부님도 종종 말씀하시길, "여름에는 무리하게 운동하면 내기가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외적으로 활발하게 하는 운동보다는 정(靜)적인 수련을 위주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더운 날씨에,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위를 먹을 위험이 크다. 건강해지기 위해 무술 수련을 했는데,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이다.


오늘도 그래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발차기도 허리 아래로까지만 천천히 차고, 주로 참장(입선)과 같은 내공 수련을 위주로 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칼쓰기. 오른쪽 어깨가 완치될 때까지는 왼쪽으로만 칼을 쓰라는 사부님의 충고에 따라, 보법 연습과 병행하여 왼손 칼쓰기 수련을 했다.


앞으로 다가올 7.8월 더위와 어찌 싸울지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름이 다가올 때는 항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도, 또 어떻게 잘 극복해왔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6년이다. 올해도 정신없이 바쁘게 수련하고, 놀고, 공부하고, 일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시원한 가을이 오겠지.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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