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3.10 첫 월급 탄 기념으로 산 것들 2
  2. 2017.12.25 2018년 새해 목표 수립 1
  3. 2017.03.10 [수필] 나는 미생이다


블로그에 따로 공지하지는 않았는데, 사실 지난 2월 초에 작은 출판사에 취직했습니다.


3개월 수습기간 후에 정규직 전환이 되는데, 아직 수습기간이라 굳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말 가까운 지인들 외에는 아마 제가 취직한 걸 아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SNS에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이제서야 블로그를 통해 처음 이 사실을 공개하네요.


그리고 어제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수습기간이라 정규직의 90% 밖에 받지 못했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술 마실 돈조차 없어 전전긍긍하던 신세였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오늘 이마트에 가서 장을 봤습니다. 사실 월급을 타자마자 뭘 먼저 살지는 이미 머릿속에 정해져 있었습니다. 바로 양주의 일종인 '조니워커 블랙라벨'이었습니다.


원체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학생일 때도 없는 돈 쪼개가며 다양한 술을 마시곤 했는데, 그래봐야 싸구려 양주가 전부일 뿐이었습니다. 늘 마트에 갈 때마다 비싼 술을 만지작 만지작하면서... 어마어마한 가격에 차마 엄두를 못 냈더랬죠. 


조니워커 레드라벨(블랙라벨보다 한 등급 떨어지는 술)을 마시면서 반드시 취직해서 첫 월급타면 블랙라벨부터 마셔보겠노라... 그렇게 다짐하곤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소원을 성취했네요. 블랙라벨 역시 그렇게 높은 등급은 아닙니다만(블루라벨이 최고 등급이라고 하더군요) 저한테는 블랙라벨도 최고의 술입니다. 


과연 블랙라벨은 어떤 맛일지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돈 없어서 그동안 사지 못했던 책도 1차로 질렀습니다. (1차인 이유는 아직도 장바구니에 있는 책들이 60권 이상 되기 때문....)


마음 같아선 카트 속 책을 다 지르고 싶었지만, 그렇게 펑펑 써대는 건 너무 무모한 행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차피 안 읽은 책들이 산더미 같으니, 우선 꼭 읽고 싶었던... 그리고 소장가치가 100% 있다고 판단한 책들만 먼저 골라서 구매했습니다.



책 제목과 표지만 봐도 흥미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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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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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올해 초에 세워둔 목표가 뭐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만, 돌이켜보면 그닥 성취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올 한 해도 온갖 변수를 맞닥뜨려야만 했습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변수들 앞에서 제가 했던 선택들이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결과만 가져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즐거웠던 날들도 많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선택으로 후회와 좌절, 고통의 시간도 길었습니다. 이제 올해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런 힘들었던 기억들도 같이 보내고자 합니다.


내년에도 어떤 변수가 또 저를 괴롭히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올해보다는 좀 더 행복한 날들이 많았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새해를 앞두고, 내년 목표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 순서는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생각나는대로 매긴 것입니다)


1. 형의권 수련


형의권 수련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됐습니다. 혼자 권가만 치다가 최근 발력 단계에 들어서면서부터 쏠쏠한 재미를 맛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형들과 발력을 주고 받을 때마다 느끼는 손맛(?)에 푹 빠졌습니다. 발력이 잘 안될 때마다 답답하고 고민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련에 대한 회의감이나 슬럼프에 빠져본 적은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바쁜 가운데서도 수련의 끈은 결코 놓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취업준비생이 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를 해야해서 오히려 지난 1년보다도 시간을 내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형의권 수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제가 생각해도 철 없는 행동 같기도 합니다. 사형들도 누누이 '생활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지난 1년처럼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더라도, 수련의 끈만은 놓지 않겠노라 다짐해봅니다. 적어도 하루 30분,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하루 5분씩은 꼬박꼬박 수련을 하겠노라 목표를 세워봅니다.


2. 해금 재시작


전역한 직후에 배우기 시작한 취미활동 중 하나가 해금이었습니다. 형의권 다음으로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열심히 배웠던 악기인데, 주머니사정도 여의치 않고 시간 여유도 없다보니 지난 11월부터 학원을 잠깐 관둔 상황입니다. 집에 악기가 있긴 한데, 학원을 안 나가니 연습조차 게을리하게 됩니다. 이러다간 아예 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요새 조바심이 좀 납니다. 


남자라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탓에, 해금 연습의 끈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내년 초에 상황이 좀 안정되면 다시 학원에 등록해서 연습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대로 중단하기엔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 열정이 너무 아깝네요.


3. 독서량 100권 달성


올해 초부터 읽은 책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0권 정도의 책을 읽었네요. 등하굣길이나 여행갈 때나 항상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었음에도, 워낙 이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겨우 이 정도에 그쳤네요. 


무작정 많이 읽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굳이 책을 많이 읽으려는 까닭은 그냥 책 욕심이 많은 성격 탓입니다. 읽지도 않은 책들이 방에 쌓여가는데도, 좀 흥미롭다 싶은 책들이 보이면 일단 사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의 서가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사놓은 책들부터 일단 후딱후딱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내년엔 100권 달성을 목표로 열심히 읽으려고 합니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부터 얼른 해치워야겠지요. 특히 이문열의 <삼국지>는 꼭 통독하려고 합니다. 여러 차례 통독에 도전해봤지만, 매번 흐지부지됐기 때문입니다. 6권까지 읽다가 흐름이 끊어졌는데, 내년에는 다시 1권부터 시작해서 10권까지 통독에 성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4. 일본어 공부


최근 들어 일본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다보니 일본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학기 일본어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일본어는 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다고 하는데, 저한텐 중국어보다 오히려 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버겁더군요.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우는 것도 머리에 쥐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흥미가 있기에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하면 성취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 근처 서점에 가서 일본어 독학을 위한 교재를 한 권 살 생각입니다. 토익이나 다른 자격증 취득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겠지만 취미 수준으로 가볍게 한 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다 기회가 되면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5. 졸업


현재 4학년 2학기까지 다 마치고 졸업 논문도 제출한 상태라서 정상적이라면 내년 2월 졸업입니다만, 졸업요건 중 하나인 '토익' 통과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수료'로 걸어놓고 졸업을 유예하게 됐습니다.  


졸업 요건 자체가 요식행위에 가까워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기준 점수는 낮습니다만, 이번 학기는 학생운동한다고 바빠서 아예 시험 자체를 응시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루 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터라, 우선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토익 공부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내년 8월에 후기 졸업장은 받아야하니까요.


6. 취직 준비


아마 이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듯 합니다. 이제 정말 명실상부 취업준비생이 됐는데, 더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소 관심 있던 분야들을 중심으로 진로 탐색과 취직 준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특히 요새 정부에서 알선하는 '취업성공패키지'란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취업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진로 탐색과 취직을 위한 직업훈련까지 컨설팅해준다고 합니다. 제 또래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던데, 일단 저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프로그램과 별도로 토익, 워드 같은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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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미생>을 다시 보고 있다. 처음부터 '정주행'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고, 간간이 주요 장면만 돌려보는 정도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는데 드라마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대사를 들어도 그때 그때 다가오는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미생>은 고졸 출신 비정규직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담아낸 드라마다. 윤태호 작가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절절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목 미생은 바둑용어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어려운 바둑용어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지만 쉽게 말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삶이란 뜻이다. 그 반대의 뜻으로는 완성된 삶을 의미하는 완생이 있다. 즉, 미생이란 이제 막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뎌 어리숙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처지를 빗댄 표현인 셈이다. 


나는 군대에서 이 드라마를 처음 봤다. 당시 나의 계급은 일병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일병은 '일만 하는 병사'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을만큼 한창 바쁠 짬이다. 더욱이 그 당시의 나는 의지할 후임조차 없는 막내였다. 군 생활의 낙이랄 게 없는 그때, 선임들 틈바구니에 끼어 곁눈질로 보던 <미생>은 유일한 낙이었다. 애석하게도 항상 드라마가 끝나기 10분 전에 청소시간이 시작됐다. 매번 결정적인 10분을 놓치는 게 그렇게 한스러울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첫 휴가 계획을 짜면서 '<미생> 정주행'을 목록에 넣어놨을까.


아무튼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까닭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고졸 출신 낙하산으로 매번 실수 연발에, 선임들에게 깨져가면서 점점 직장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주인공의 처지는 당시 군대에 있던 내 처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잠시나마 드라마 속 그를 통해 나의 처지를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병장이 되면 저절로 완생이 되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막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병장이 되고 보니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후임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여전히 미숙했고 팀의 리더로서 우리 팀을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만 앞섰을 뿐,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계급이 오를수록 늘 새로운 고민과 과제가 던져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역증을 받는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등병이었을 때나 병장이었을 때나 나는 늘 미생이었음을.


전역하고 돌아온 사회는 여전히 내가 미생임을 더욱 절감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동안 이뤄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과제들만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토익을 비롯한 어학·자격증 등 취직을 위해 쌓아야 할 스펙은 끝도 없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열심히 스펙을 쌓고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면 나는 완생이 되는 걸까? 아니다. 결혼도 해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도 꾸려야한다. 그리고 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떻게 해서든지 직장에 살아남아야만 한다. 결국 나는 언제까지나 미생일 뿐이다.


사실 완생이란 내 삶이 다하는 그 순간에서야 마주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이뤄지지 못할 허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딱히 절망스럽지는 않다. 산을 정복한 뒤에 느끼는 정복감은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산에 오른 뒤에는 내려올 일밖에 없다. 그러나 미생들에겐 올라야만 하는 산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아직 오르지 못한 산을 찾아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그러니 완생을 꿈꾸며 나아가되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눅들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드라마 <미생>이다. 결정적인 한마디로 주인공을 늘 응원해주던 직장상사 오과장은 말한다. "결국 우리 모두 미생일 뿐. 그렇게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거지" 


* 이 글은 2017학년도 1학기 수원대학교 교양과목 '문예창작의 이론과 실제' 수업 중 작성한 글을 과제용으로 다듬어본 것입니다. 무단 불펌을 금지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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