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 2강이 있는 날이었다.


홈바리스타 수업이 있는 날만 되면 무슨 조화에선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오늘도 우중충한 날씨 속에 비를 뚫고 오느라 좀 고생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


수업시간이 되어 수강생들이 전부 모이자, 지난 번에 배운 핸드드립으로 오늘의 커피를 먼저 시음했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라는 커피였는데,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나온 최상품 등급의 품종(SHB)이라고 한다. SHB는 Strictly Hard Bean의 약자로, 보통 커피는 4000~5000피트의 고지대에서 자라지만, 이 커피는 5000피트(약 1,500m) 이상 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로, 밀도가 훨씬 단단해서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처럼 커피콩은 심은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 다른데, 과테말라 커피의 경우 스모키한 맛이 강했다. 그것은 화산지대인 과테말라의 지리적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란다. 향신료를 많이 쓰는 인도에 심으면 커피에서 스파이시한 맛이 난다고도 한다.


이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해서 먹었는데, 지난 번에 한 번 설명 듣고서, 전혀 연습없이 일주일 만에 해보려니 가물가물해서 추출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내 커피 맛은 신 맛이 좀 덜하고, 끝에 가서 단 맛이 난다고 한다.


핸드드립 시에는 웬만하면 물줄기 흐름을 동일한 속도로 유지하면서, 한 번에 추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초보자들의 경우 물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물이 금세 차올라서 2차, 3차로 나누어 추출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추출 시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란다.


예를 들어 1차 추출 시에 빨리 끝내고, 2차를 길게 추출하면 연한 커피가 되고, 1차 추출이 길어지면 진한 커피가 되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수강하던 할아버지의 경우 뜸들이기조차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추출을 계속 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되었는데, 마셔보니 확실히 커피가 맹물에 가까운 맛이었다.


까다로운 커피 보관법


커피 보관에 대해서도 오늘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커피는 무조건 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밀폐용기에 담아야 하고,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 담을 경우 2시간 이내에 향이 다 날아가버리므로 재빨리 마시던지, 밀폐용기에 옮겨 담아야 한단다. (가루의 경우가 이렇고, 원두의 경우는 1~2일 안에 향이 날아감)


밀폐용기에 담은 커피도 가루커피의 경우 이틀 안에 먹어야하며, 원두의 경우 실온에서 한 달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냉장/냉동 보관 역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단다. 커피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열'과 '습'이기에, 냉장 보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냉장 상태에서 커피를 실온에 꺼낼 경우 온도 차로 인해 향이 변해버린다는 것. 그러므로 마실 만큼만 사서 조금씩 냉장 보관을 하던지, 원두를 사서 보관하고 그때 그때 갈아먹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커피벨트에서만 생산되는 커피


커피는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의 '커피벨트'에서 생산된다고 하며, 추운 지역에서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기에, 우리나라 역시 커피를 재배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 지역이 있지만, 전부 온실에서 재배한단다) 또 커피나무를 처음 심을 때는 비가 많이 와 적셔주고, 건기 때 바싹 말려야 하며, 해발 1,000m 이상의 산 중턱 비탈길/언덕배기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반면, 아라비카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보급형 로브스타의 경우는 해발 700m 이하의 평지에서 자란다고 한다.


이탈리아인의 자존심, 에스프레소


오늘은 모카포트라는 도구를 이용해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에스프레소는 '빠르다'는 뜻의 익스(Ex)와 '압축하다'는 뜻의 프레스(Press)가 결합된 익스프레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곧, '빠르게 압축하여 추출하는 커피'란 뜻이다. 핸드드립 커피보다 훨씬 강한 맛이라 쓰기까지 한데, 그만큼 커피의 많은 성분을 온전하게 추출해내는 커피다.


흔히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Take-Out이 불가능한데, 그건 아주 조그마한 잔에 담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처음 에스프레소를 보면 '에게?'하는 반응이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가격인데, 양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입 마셔보면 '윽' 한다. 아메리카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쓰기 때문이다.


강사님 설명에 따르면,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 하면 무조건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모카포트 하나씩을 구비해놓고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저녁에 한 잔 원샷으로 마신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인들이 얼마나 에스프레소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사례도 들려주었다. 


한 한국인이 이탈리아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물 한 잔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설마 에스프레소에 물 타 먹으려는 거냐?"고 물었단다. "그렇다"고 하자, 종업원 曰 "우리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먹지 않으면 그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다. 고로 따뜻한 물은 줄 수 없다"며 손님의 주문을 거절했단다. 이런 단편적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인들에게 에스프레소는 자존심 그 자체인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인들이 쓴 맛을 희석시키기 위해 물을 타 먹기 시작한 것이 '아메리카노'의 시초라고 한다. 그리고 우유를 타면 그것이 또 '카페라떼'가 된다. 라떼라는 말은 우유를 의미한단다. 결국 에스프레소를 하나 시킨 다음에 아메리카노로 먹고 싶으면 따뜻한 물을 부으면 되고, 카페라떼를 즐기고 싶으면 우유를 타면 되고, 원액 그대로 즐기고 싶으면 에스프레소 원액 그 상태로 들이키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메리카노의 맛에 가까운 맛 밖에 즐길 수 없는 핸드드립보다는 차라리 모카포트가 훨씬 다용도로 활용가능해서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커피를 즐기려면 핸드드립보다는 모카포트 하나를 장만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과지나 드립퍼 같은 소비성 부수 물품도 필요 없으니...)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우리는 준비된 모카포트에 커피가루를 담고 브루스타에 올려놓고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모카포트 하체(물탱크)에 물을 채운다 (물은 안쪽 표시선까지, 혹은 바깥에 있는 배꼽 밸브 아래까지)

2. 모카포트 중간에 있는 바스켓에 원두가루를 수북하게 채운다

3. 모카포트 상-하체를 결합시킨 뒤에 브루스타에 올려놓고 중불로 끓인다. (손잡이가 녹을 수 있으므로 살짝 삐져나오게 올려놓는다)

4. 물이 끓으며 올라오는 압력으로 발생된 수증기가 커피액을 추출하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센 불로 올린다

5. 물이 끓다가 어느 순간 끓는 소리가 바뀌면 불을 끄고 잔에 따른다


처음에 모카포트를 봤을 때, 녹슨 것마냥 속이 너무 더러워서 찝찝했는데 강사님은 "이건 커피기름이다. 이게 커피의 풍미를 좋게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절대 세제로 세척하지 말고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 뒤에 바짝 말려서 재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라는 갈색 거품이 뜨는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이 크레마가 살아있을 때 빨리 마셔야 커피의 좋은 성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하며, 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1~2시간이 지나도 커피의 여운이 입에 남아 감돈다고 한다. 참고로 모카포트용 커피는 드립용 커피보다 더 태운 원두를 써야 풍미가 산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카포트로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맛 본 뒤에 오늘 수업을 마쳤다. 지난 번부터 느꼈지만, 커피 수업은 재밌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모든 일들이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흘러가면 좋을텐데... 


다음 수업은 시럽을 첨가한 '카페모카'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달달한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터이긴 하지만 바리스타가 되려면 커피에 대해 기본적인 건 다 알아야 하니까, 다음 주에도 열심히 배워야겠다.


그나저나 연습하려면 도구가 있어야 할 텐데... 도구 살 돈은 없고...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일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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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지친 軍생활을 위로해주던 커피 한 잔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군대에서 커피와 맺게 된 인연에 대해 길게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링크: http://gabeci.tistory.com/135)


전역 직전에 심심풀이로 작성한 버킷리스트에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 있었는데, 전역하고 얼마 안 되어, 동네 문화센터에서 '홈바리스타' 강좌를 개설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차피 휴학생 신분이라 시간도 많고,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홈바리스타 강좌가 개강하는 날이었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날씨가 왜 이리 궂은 것인지... 거센 비바람을 뚫고 간신히 강좌가 열리는 동작문화원에 도착했다. 앞으로 12주간 강좌가 열릴 3층 소회의실에 들어서니, 이미 강사 분께서 커피 추출을 위한 도구들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사진: 테이블에 마련된 커피 추출 도구들)


수강인원은 나까지 포함해서 총 11명이라고 하는데, 남자는 나와 맞은 편의 어떤 어르신 한 분이고, 나머지 분들은 전부 여성인데 역시 중년의 아주머니들이었다. 얼추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말동무 삼아 내 또래 친구들이 한둘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쨌거나 11명이면 사실 적은 숫자인데, 테이블 세 개 합쳐놓고 11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으니 그룹과외를 받는 느낌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첫 강좌라서 오리엔테이션을 겸했는데, 앞으로 12주 동안 강좌를 이끌어주실 강사님은 보라매역 인근에서 '커피공방 멜란지'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분으로, 별칭이 '딸기샘'이었다. (왜 딸기샘인지는 모르겠다) 재료비가 1회 당 6,000원으로 12주 동안 총 72,000원을 추가 지불해야한다고 해서, 또 한 번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 부담을 느꼈지만... 그날 커피 한 잔 마신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여기서 내가 얻어가는 가치가 그 정도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참고로 내가 수강하는 반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문반이 아니라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상식과 추출법 위주로 강의하는 취미반이었다. 취미반이란 것을 알고 신청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까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취미반 강의를 모두 수강하고 나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하고 여쭤봤다. 하지만 강사님은 "여긴 순수한 취미반이라서 자격증 취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없다. 자격증 취득을 원하면 차라리 환불하고 자격증반으로 가는 게 맞다"고 하셨다.


취미반은 12주 동안 다양한 커피를 마시게 된다고 한다. 매주 강사님이 새로운 커피를 가져오실 거라고 하는데, 1시간 30분의 강의시간 동안 30분은 각자 자유롭게 커피를 내려보고, 서로 마시면서 가볍게 수다를 떨고, 실질적인 강의는 1시간 정도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오늘은 '핸드드립'에 대해 배웠다. 핸드드립이란 일명 '손흘림 커피'라고 하는데, 손으로 직접 추출하는 커피를 말한다. 핸드드립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서 가루를 추출한다. 그리고 서버(추출되는 커피 원액이 담기는 주전자)에 드립지(여과지)를 끼워넣은 드립퍼를 올려놓고, 그 속에 추출한 커피가루를 채워넣는다. 이후 포트(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부어, 원액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오늘 배운 유의사항을 정리해보자면,


1. 드립퍼 속 구멍의 숫자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구멍이 많을수록 빠르게 추출 가능함)

2. 도구에 대해 절대 욕심내지 말 것! (처음 등산하는 사람이 노스페이스 등산복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행동)

3. 커피물의 온도는 90~95도가 적당하다

4. 기계로 원두를 갈면 미분(먼지)과 정전기가 발생하고, 전기세도 많이 든다. 하지만 빠르고 편하게 원두를 갈 수 있고, 분쇄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반면 핸드밀은 두꺼운 입자의 커피만 추출이 가능하다.

5. 커피 원두가루 10g으로 100ml 정도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6. 글라인더로 갈 때나, 포트로 물을 따를 때도 한쪽 방향으로만 돌리는 게 좋다. (곱게 갈기 위해서는)

7. 핸드드립의 장점은, 살짝 가루를 불려주는 '뜸들이기'가 가능해서 더 향과 맛을 좋게 추출할 수 있다. 또한 물이 남은 상태에서 원하는 만큼 추출했을 때 더 이상의 추출을 중단할 수 있다.

8. 커피는 한 번 추출한 뒤 재탕하면 안 된다 (재탕할 수록 카페인과 같은 안 좋은 성분이 많이 나옴)

9. 드립지 테두리 쪽으로 물 부어선 안 된다. (종이 맛이 날 수 있고, 커피가 연하게 나옴)

10. 원액과 물의 비율이 1:1이어야 맛있는 커피가 된다.

11. 커피를 마실 땐 처음에는 코로 향을 느끼고, 두 번째는 오물거리며 입가심을 하고, 세 번째에서 목넘김을 하며 맛을 느낀다.

12. 포트에는 물을 60% 이상 채운다.


우리가 오늘 마신 커피는 '콜롬비아 수프리모 후일라'라는 커피인데, 여기서 콜롬비아는 남미에 위치한 국가로, 최고의 커피 품종을 자랑한다고 한다. 수프리모는 커피의 등급 중 하나인데, 최상품의 등급이라고 하고, 후일라는 커피가 생산된 지역을 말한다. 보통 커피 품종을 말할 때에는 '커피 생산국+품종의 등급+커피가 생산된 지역, 농장, 수출하는 항구도시 이름'으로 명명한단다.


우리는 각자 커피를 내려보면서, 서로의 커피를 맛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특이하게 같은 원두를 이용해 추출했음에도 맛이 제각각이었다. 강사님은 "추출하는 사람의 스킬에 따라 커피맛이 다 다른 것이 커피의 매력"이라고 하셨다. 강사님이 추출한 커피는 신맛이 강하게 났는데, 신맛이 많이 나야 맛있는 커피라고 하셨다. 그리고 커피의 좋은 효능은 전부 신맛에 있다고 한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게 커피 추출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포트로 물을 부을 때, 강아지 오줌 싸듯이 찔끔찔끔 그러나 멈춤 없이 부어야하는데, 물조절에 실패해 들이붓듯이 붓기 일쑤. 강사님은 내 커피를 맛본 뒤에 "처음엔 밍밍하다가 뒤에서 갑자기 신맛이 확 난다. 물을 갑자기 확 부었다는 뜻이다"라고 하면서 정확하게 내 스타일을 캐치하셨다. 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스킬은 늘어난다고 하니까... 12주 뒤에 멋지게 핸드드립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커피의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 '로브스타'로 나뉘며, 아라비카가 질 좋은 원두라고 한다. 로브스타는 저렴한 보급형으로, 카누와 맥심, 칸타타 등 대부분의 인스턴트 커피의 품종으로 사용된단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경우 커피의 생산량은 적지만, 질이 좋고 브라질은 질은 떨어지지면 생산량은 세계 제일이란다. (요즘은 베트남이 치고 올라온다고 함)



서로 내린 커피를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강좌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강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강사 분이 "젊으니까 일단 취미반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계속 하고 싶으면 그때 혼자서 필기 준비하고 자격증반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취미반을 계속 수강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환불하면 수수료도 떼고 해야해서... 취미반으로 커피에 대한 감각을 기른 뒤에, 자격증은 천천히 따야지. 어차피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루게 되는 법이니 결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장 이번에 따지 못하면 평생 못 따는 것도 아니니까!


이로써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라는 꿈을 달성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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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커피보다는 녹차, 홍차, 보이차와 같은 차(茶)에 관심이 많았다. 커피맛을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커피와 차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커피란 밥 먹고 입가심용으로 먹는다는 가벼운 느낌의 음료였다면, 동양의 차(茶)는 자기수양, 건강유지와 같은 보다 묵직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다. 뜨거운 물을 찻잎에 부어, 찻물을 우려내는 과정부터, 향을 맡으며 한 모금 음미하면 온 몸에 퍼져나가는 차의 향기. 그런 다도(茶道)의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깨고,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군대에서 비롯되었다. 


군필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군대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바로 이등병-일병 시절이다. 나같은 경우 일병 5호봉 때까지도 팀내 서열이 막내여서 더욱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날 위로해 준 것이 바로 커피였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단 것이 땡긴다고, 사회 있을 때는 그닥 즐기지 않았던 믹스커피를 P.X에서 한 봉지(막대스틱 100개들이)나 사다가 관물대에 쟁여두고 매일 티타임을 즐겼더랬다. 처음에는 살찔 것 같아서 점심 먹고 한 잔씩만 먹다가, 나중에는 너무 땡겨서 하루에 2~3잔까지도 마셨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믹스커피 한 잔 타서, 막사 옥상에 올라가 남산타워, 63빌딩, 한강, 현충원 일대를 바라보며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는 게, 그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2&aid=0003024334)


하지만 이후로도 믹스커피를 꾸준히 마시진 않았다. 사회 있을 때도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데다가, 믹스커피의 그 인위적인 달달한 맛이 나중엔 거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입 안이 텁텁해지고, 살찌는 것 같아 어느 순간 믹스커피를 끊어버렸다.


그러다 15년 3월 영천으로 발굴하러 이동했을 때, 마침 발굴부대인 영천대대 P.X에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인 '수프리모'를 팔고 있길래, 냉큼 집어들었다. 인스턴트이긴 하지만 군대 안에서도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커피 마니아들은 알 것이다. 그때부터 틈만 나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종종 즐기곤 했다. 믹스커피에 비해 커피 본연의 향과 맛에 가까워서 마음에 들었다.


이후 다시 한 번 커피의 신세계를 접할 일이 생겼다. 작년 9월, 추석 연휴를 쇠기 위해 잠시 단 복귀했을 때의 일이다. 출타를 나갔다가 영등포 롯데백화점에 들러 우연히 '비니스 아마레또 아몬드(Beanies Amaretto Almond Flavour)' 라는 커피를 집어들었는데, 그 커피를 한 잔 맛보고 나니 다른 커피는 입에 댈 수가 없었다.



(사진: 비니스 아마레또 아몬드 커피)


이 커피 역시 인스턴트 커피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아몬드향이 물씬 풍기는 블렌딩 커피로, 향만 맡아도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커피였다. 이때 당시의 나는, 발굴지에서 한창 분대장 역할을 수행하며 맘고생이 심했던 시기인데, 매일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텀블러에 커피 한 스푼씩 타서 마시곤 했다. 그럴 때면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는 것 같았다.


마침 내 맞후임도 커피를 무척이나 즐기는 친구여서, 카누 커피를 하루에 4~5잔 이상 마시곤 했다. 그 친구와 함께 커피를 나눠 마시며 군 생활의 고됨을 나누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커피 마시는 시간은 내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또 가끔은 내 관물대에 있는 다양한 커피 브랜드들을 보고 팀장님이 커피를 타달라고 한 적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커피를 타드리면 "김바리스타, 커피 맛 좋은데"라는 칭찬도 듣곤 했다.


그때부터 커피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다. 지금까지 내가 마신 커피는 사실 인스턴트 커피에 불과했기에, 직접 좋은 원두를 구별하는 법도 배워보고 싶었고,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가 내린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그래서 휴가 나가서 커피 관련 서적까지 사들고 와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역시 책만 읽어서는 그 욕구를 해소할 수가 없었다. 직접 손으로 만지고, 내리고 해봐야 알텐데... 신체적 자유가 워낙 제한되는 곳이다보니, 별 도리가 없어 '나중에 전역하면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해야지'하는 생각으로 인스턴트 커피에 만족해야했다.




(사진: 휴가 때 샀던 커피 책,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실제 해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전역한 지금, 이제 비로소 커피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질 기회가 왔다. 커피 공부를 하긴 해야하는데 카페 알바를 하면서 배워볼까, 아니면 커피 학원을 다녀볼까 계속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때마침 동네 문화센터에서 '홈바리스타' 과정을 연다고 해서, 오늘 낮에 냉큼 가서 신청하고 왔다. 주당 하루씩 3개월 동안 진행되는 과정인데, 수강료가 6만원이다. 자격증반이 아니고 취미반이라고 하는데, 나는 사실 커피에 관해서는 생초보니, 취미로라도 일단 커피의 세계를 접해볼 생각이다. 우선은 커피와 친해지는 것이 시작일테니. 그 다음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진: 홈바리스타 과정 등록 영수증)


어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워서, 후임들에게 면회가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직접 내린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함께 군 생활하던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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