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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2 오랜만에 전역자들과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어제 오랜만에 국유단 전역자들을 만났다.


강남역 근처 횟집에서 소주로 1차를 달리고, 2차로는 맥주창고에서 가서 해외맥주로 달렸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 먼저 갈 사람들은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3차로 육회를 곁들여 소주 한 잔.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끊길 때까지 마셨다. 다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군 복무 시절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지칠 줄을 몰랐다. 군 생활 하며 함께 고생했던 얘기들, 그때 당시 서운했던 것들... 지금이야 전역했으니 맘 편하게 털어놓을 수가 있었다. 나 역시 막내일 때 서운했던 일들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막내일 당시의 내가 훗날 전역하고 선임들과 만나 "그때 정말 힘들었다"고 소주 한 잔 하며 털어놓을 날이 올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제 모인 멤버들은 딱 내가 전입왔을 당시, 즉 내가 막내일 때의 발굴4팀 인원들이다. 군 복무 당시 우리 팀을 이끌던 간부님을 필두로, 내 위로 줄줄이 다 모인 것. 물론 몇 명이 더 있어야 완전체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방에 살거나 해서 연락이 잘 안 되고, 모이면 항상 서울권에 거주하는 이들이 모인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상황이다. 군 복무 당시에는 내가 여기서 제일 막내였는데, 전역한 지금은 내가 제일 맏형이다. 지금이야 선임들이 다 나한테 존댓말을 하는 등, 윗사람 대접을 받는데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우습다. 군 생활 할 때는 하늘 같던 선임이었고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 붙이던 이들이었는데... 이들 역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했던 게 버릇이었고. 전역하자마자 이렇게 상황이 역전되다니. 나이보다 계급이 우선이다보니 빚어지는 일이긴 한데, 재밌는 일이다.


아무튼 이들과는 두어 번 더 만난 적이 있긴 하다. 내가 전역하는 당일날도 한 번 만났고, 어제 만난 간부님 장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단체로 빈소를 찾았고. 또 이번에는 선임 한 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기에, 그걸 빌미로 또 한 번 만나 술잔을 기울인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이들과 만난다고 했을 때는, 다소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 어쨌거나 그들은 내 기억 속에 항상 어려운 선임들이었기 때문이다. 후임 입장에서는 선임에 대해 항상 좋은 기억만 존재하지는 않는 법. 그래서 뭔가 그들을 다시 만난다는 게 껄끄럽기도 하고, 그들 역시 나를 대함에 있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전역한 후로는 내가 윗사람이니) 하지만 막상 몇 번 만나보니 그런 생각은 기우였고, 지금은 다들 좋은 형-동생 관계로 전환되어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생각해보면 전역자라는 그룹에 내가 포함되어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만약 정말 내가 군 생활을 막장으로 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후임이었다면 이 자리에 불러주기나 했을까. 그저 그룹에 끼지도 못하고, 그들의 술자리 안주가 되어 두고두고 씹혔겠지. 지금도 몇 명은 그런 신세다. 


아무튼 10월이면 내 맞후임도 전역을 하게 되고, 걔를 필두로 줄줄이 전역을 하게 된다면, 지금 내가 막내인 그룹처럼 전역자 모임이 활성화될까? 모임이 만들어지면 애들이 나를 불러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내가 아무리 애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다지만, 어쨌거나 후임들 입장에서는 선임이었던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수 있으니. 걔네들 역시 나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만남의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내가 군 생활을 그렇게 막장으로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애들이 전역자 모임에서 나를 소외시킨다면... 참 서운할 것 같다.



모임이 끝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흑석역 근처 '할매순대국'에 들러 뼈 해장국을 한 그릇했다. 


사실 여기도 내 군 생활의 추억이 어느 정도 깃든 곳이다. 현충원에서 복무했던 나는, 휴가나 외박/외출을 나올 때마다 동기 혹은 선/후임들과 아침을 같이 먹고서 각자 갈 길을 가곤 했다. 흑석역 '할매순대국'이 현충원 근처에서 아침식사하기에 제일 무난한 곳이어서, 대부분 여기서 해장국 한 그릇을 함께 먹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전역자들을 만나 추억에 젖은 겸, 집에 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혼자 앉아 해장국 한 그릇 했다. 전역한 지 겨우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의 군 생활은 늘 아쉽고 그리운 추억이다. 추억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그리운 것이리라.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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