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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6 [열정대학] 16년도 3학기 '열정Class' 후기

지난 4일 토요일, 불광동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정Class' 강연이 열렸다(이하 열정클래스). 열정클래스는 열정대학에서 매 학기마다 1회씩 주최하는 강연으로, 사회 명사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이루어진다. 학생필수과목이기 때문에 오티특강과 마찬가지로 열정대학 재학생이라면 무조건 참여해야하며, 불참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된다.


나로서는 열정대학 입학 후 처음 듣는 열정클래스라서, 은근히 기대도 해보았다. 다만 강사진의 이력이나 강연 주제 자체가 처음 들었을 때, 바로 흥미가 생기는 주제가 아니어서, 듣다가 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강연은 2명의 연사를 초청해 이루어졌는데, 한 강연 당 1시간 30분씩 이루어졌다. 순수한 강의시간만 3시간이라 과연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걱정이었다.


청년이 최우선이다


첫 번째 순서로 교육평론가 이범 씨가 '청년이 최우선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강연에서 다루고자 하는 담론의 무게가 너무 묵직했기 때문일까? 30분 정도 지나니까 솔직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청년이 최우선이다'라는 대주제 아래 여러 소주제를 나열하며 열강을 했지만,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내용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강의의 성공여부는 연사의 스피치 능력이나 잘 만들어진 PPT에 달려있지만, 핵심은 '듣는 이의 공감 여부'라고 본다. 아무리 훌륭한 언변과 잘 만들어진 PPT로 열변을 토할지언정,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다면... 물론 그렇기에 함부로 그 강의를 평가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내 결론은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이다.


그래도 강연 막바지에 언급했던 스펙에 대한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 했다. 


"스펙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그것이 굉장히 위험하고 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자기의 사과를 찾아야 한다. 자기의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손에 붙들고 있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며 '스펙'과 '전문성' 내지는 '꿈'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 많은 젊은 이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무작정 토익공부와 각종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데, 진정 그 스펙이 전문성과 직결되는가? 그것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주위 친구들이 취직을 준비하며 각종 스펙을 쌓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심란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꾸는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토익 점수와 컴퓨터 자격증은 전연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보험'격으로 남들따라 기본 스펙 정도는 마련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해야 가치있다


두 번째 강연은 문화기획가 류재현 대표(가치기업 류스 대표)의 강연이었는데, '같이해야 가치있다'라는 주제였다. 제목만 봐도 대강 어떤 느낌일 거라 예상은 됐는데, 사실 저 주제는 후반부에야 결론격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고, 초반에는 '창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류 대표는 원래 상상이라는 콘텐츠에 주목을 했지만, 상상이 지루해 '가치'라는 콘텐츠로 이동했다고 한다. (참고로 그가 세운 가치기업 류스는 그의 성을 따서 만들어졌는데, 아버지가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어 '두 명의 류'라는 뜻으로 '류스'가 되었다고 한다)


창의란 무엇인가


류 대표는 창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곧, 창의란 실패를 성공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구절을 설명하면서 PPT를 띄웠는데, PPT에는 무수히 많은 '실패'로 구성된 '성공'이라는 큰 글자가 나타났다. 류 대표는 학생들에게 "이 글자를 어떻게 읽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면서,


1) 실패가 쌓여서 성공을 이룬다

2) 어떠한 성공도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무수한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

3) 실패라는 단어 속에는 무수한 성공이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라고 힘주어 설명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발견하는 것이 아닌,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때 필요한 덕목은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실행하기', '다르게 활용하기' 라고 덧붙였다.


관점


류 대표는 이어 '점'을 강조했다. 점이란 '관점', '궁금한 점', '다른 점' 등 정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점'에 대해 류 대표 본인이 겪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설명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류 대표의 군 복무시절 이야기였다.


군 복무 당시 류 대표는 '더덕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대 인근의 더덕이란 더덕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서 캐는 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역하던 날, 늘 지나던 개울에서 상체를 숙여 세수를 하려는데,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내밀자, 엄청나게 큰 더덕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더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다시 고개를 숙여서 거꾸로 뒤집어보니 땅에서 자라고 있는 큰 더덕이 보였다고 한다. 자기가 지금까지 본 더덕 중에서 그렇게 큰 더덕은 처음 본다고 했다.


류 대표는 이때 처음 '관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곧 얼마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 만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고, 그곳에서 창의가 자라난다는 것이었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된다


강연 후반부에서 류 대표는 드디어 오늘의 주제인 '같이 해야 가치있다'를 역설했다. 우리가 가진 점들은 비록 작지만, 그 점들이 모이면 선이 되고, 다시 선이 모이면 면이 되는 것처럼 서로 협동을 해야 더 큰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자가 가지고 있는 큰 점들이 모이면 그만큼 점들 사이의 '빈 공간'이 커지지만, 크기가 제각각인 다양한 점들이 모이면 그만큼 빈 공간도 줄어든다고 역설하였는데, 이것은 결국 사회의 다양한 관점들이 모여 협동할 때 소외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류 대표는 대학생 시절 클럽을 좋아해서, 홍대 클럽 죽돌이였는데, '클럽데이'란 것도 본인이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한 장의 티켓을 구입해, 홍대에 있는 모든 클럽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즐기는 이벤트를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큰 클럽들에 밀려 작은 클럽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류 대표는 공동의 지분을 가진 대형클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추진하였지만, 큰 클럽들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이때의 실패가 쓰라리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류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그가 추진했던 '협업공간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경기청년협업마을'이라는 성과로 드러났다. 그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큰 돈을 들여 놀고 있는 부지를 매입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야심차게 만든 공간이, 밤만 되면 죽은 공간이 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시흥시장이 류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에 류 대표는 자신이 꿈꾸었던 '협업공간'으로 가치를 살려보자고 하여,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이곳에서 협업을 통해 함께 꾸려가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렇게 오늘날의 '경기청년협업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단다. 


지금 이 공간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주말만 되면 서울로 몰려가는 젊은이들이 이제 시흥으로 몰려와 홍대 거리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울려 공동체의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을 보면서, 류 대표가 지향하는 '협업'이라는 가치에 대해 매료되었다. 류 대표가 지향하는 가치야말로 단결과 협동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류 대표의 최종 꿈은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주민 또는 마을의 소유인 특허(저작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나 역시 그의 꿈에 동참하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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