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제목


인문학 습관/윤소정 저/다산초당/2015


■ 저자에 관하여


저자 윤소정은 현재 인재양성소 '인큐'라는 교육기업을 운영하는 여성교육가이다. 


그녀는 굉장히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이 기울면서 굉장히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공부와도 담을 쌓게 되면서,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당시 그녀는 B와 D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단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영어공부에 매진, 훗날 대학교의 영어강사로 취직하는 데 성공한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교에 회의를 느끼고 자퇴를 결정하였으며,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재양성소 '인큐'를 설립했다. 일상의 모든 것을 통해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실용 인문학'을 전파하는 것이 그녀가 운영하는 인큐의 설립취지라고 한다.


참고로 나는 아직 군 복무 중이었던 올해 초, 군대를 통해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매주 수요일은 정신교육을 하는 날이라, 전 부대원이 아침부터 '국방TV'를 시청하는데, 그때 '명강특강'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명사를 초청해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코너다. 여기에 윤소정 씨가 출연한 것이다. 사실 국방TV는 그냥 틀어만 놓고, 실제로 보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가 나와서 특강을 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녀의 미모에 끌려서 특강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특강 내용에 공감하며 집중해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녀와 내가 인연이 있던 것인지,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어딜 가도 그녀의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읽게 된 '700만원짜리 도장을 파는 장인 이야기'에 탄식을 하며 읽을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알고보니 그 글을 쓴 이가 바로 명강특강의 윤소정 강사였다.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나 역시 '사람 공부'를 해본답시고, 함께 무예를 수련하는 여동생을 불러내어 장시간 인터뷰를 해보기도 했다. (그 당시 내가 했던 인터뷰 링크: http://gabeci.tistory.com/109)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내게 무예를 가르쳐주시는 사부님이 "《인문학 습관》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며 책을 추천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책을 쓴 저자가 또 윤소정 씨였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지금 독서노트로 작성하고 있는 《인문학 습관》이다.


얼마 전에, 그녀가 운영하는 인큐에 가입해볼 요량으로, 인큐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역 후 백수인 나로서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 등록금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열정대학조차도 간신히 입학을 결정하지 않았던가. 어쨌건 그녀와 나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면, 꼭 인큐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그녀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날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 인상 깊은 구절


1. '열심히'가 아니라 '어떻게'를 고민하라 (p.7)


2. 세상은 그저 열심히 떡볶이를 만드는 사람을 원하지 않습니다. 맛이 있어야 합니다. 즉,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p.8)


3. "세상에는 매우 총명하고 고등교육을 받았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그들이 어려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받고 근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이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부지런하게 일해도 남과 똑같이 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성공은 당신이 얼마나 많이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 장옌,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 중 (p.9)


4. 중요한 일이 있기 전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깨졌다. (p.21)


5. "책이라는 것은 얼어붙은 나의 세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야 한다." - 카프카 (p.22)


6. (서양 최초의 철학자를 묻는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자) "답을 탈레스입니다.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가 왜 최초의 철학자인지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탈레스는 세상이 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물론 그의 주장은 틀렸습니다. 세상은 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초의 철학자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 이것이 곧 철학입니다!" (p.24)


7.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나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p.28)


8. 쐐기벌레는 앞에 가는 벌레의 자국을 보고 졸졸 따라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파브르는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쐐기벌레를 원형의 대형으로 줄을 세우고 서로의 엉덩이를 졸졸 따라가게 만들었죠.

그러고 나서 아주 맛있는 먹이를 대형 밖에 설치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 마리라도 대형을 이탈하고 먹이에 달려들어야 하겠죠?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쐐기벌레는 무려 6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앞에 가는 벌레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러다 대다수가 죽어버렸습니다. 만약 이 중에 단 한 마리라도 용기 있게 대형을 깨고 이탈했다면 모두 살 수 있었을테죠. (p.30)


9. 깨달았다 = 깨뜨리다+다다랐다 = 깨고 다다랐다


10. 우리는 계속해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11. 실제로 단점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면서 더더욱 단단해지는 친구들이 많이 있답니다. 단점은 나쁘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키운다면 분명 우리 삶에 있어 단점 또한 최고의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p.68)


12. 고흐 역시 우리처럼 매일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내가 이 일에 재능이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는 일은 천재 화가에게도 고통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붓을 잡으면 늘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 일을 쭉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가 평생 그림을 그린 이유는 그것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몰입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p.104)


13.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 벤 스타인


14. "이건 너의 길이야. 남들을 따라가지 마" (p.116)


15. "불필요한 일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p.117)


16.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어떤 것의 본질에 집중한 뒤 기존의 시스템에서 잘못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겪다보면 자신만의 무기와 필살기가 만들어집니다. "무엇을 만들까?"를 고민하기 전에 그 무엇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그 무엇이 지닌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보세요.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 해결 방법이 있다는 세상의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이 머리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경험으로 도출되었을 때 진가를 발휘하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고민이라면, 먼저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보는 건 어떨까요?


17.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세상이 바뀌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운하리만큼 모든 것은 제자리였죠. 그러나 괜찮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제 자신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18. 나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누군가의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 스스로 질문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19.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폴 호건


20.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고 씁니다. 이때 工은 천(天)과 지(地)를 연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夫는 천과 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人)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 신영복, 「담론」


21.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 조지 엘리엇


22. "'무엇을 안다'는 것이 '교양'은 아니다. 단순한 지식은 교양이 아니다. '안다'는 과정에서 익힌 것 또는 익힌 능력을 교양이라 할 수 있다." - 폴 풀키에


23. "만난 사람 모두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 - 「탈무드」


24.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그대 지금 무엇을 극복하고 있는가." - 니체 (p.302)


25. "붓글씨를 매일 쓰다 보면 말이여. 분명 어제랑 오늘은 나아진 게 없거든? 근데 3개월 전 썼던 글씨랑 오늘 쓴 글씨는 분명 달라져 있는겨. 인생사도 똑같혀."


26.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 순간을 넘어야 다음 문이 열릴 것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 김연아 (p.332)


■ 감상평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평소 내가 품고 있던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마치 내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역사(인문학)를 전공하는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현실 속에서 역사(인문학)를 실용학문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윤소정은 '실용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학문이 아닌 '살아있는 학문'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를 할 것을 주장한다.


요즘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어딜 가도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열풍에 대해 나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인문학, 인문학 하는데, 과연 사람들은 인문학의 올바른 정의를 알고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한답시고 '죽은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전공하고 있는 역사학을 예로 들어 한 번 살펴보자. 요즘 들어 '역사'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까지 비화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이야기는,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다. 3.1절과 같은 특정 기념일만 되면, 언론에서는 반드시 이 이야기를 한 꼭지로 다루곤 한다. 그리고 항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즉석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인용하곤 한다. 그런데 그 설문조사란 걸 살펴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사용한 무기가 무엇인가?", "6.25 전쟁은 몇 년도에 발발했는가?"와 같은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걸 틀릴 경우, 학생들의 역사의식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뉴스를 편집해 보도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사용했던 무기가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역사교육을 부르짖는 어른들이야말로, 역사를 왜 공부하는지 그 본질적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도시락 폭탄으로 처단했든, 권총으로 처단했든 그런 미시사적인 부분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처단한 이후의 국제정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 전후 사정과 같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이다. 


또 그 사건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을 생각해보게끔 유도하는 것이,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이라고 본다. 국, 영, 수를 공부하면서 안그래도 외울 게 많아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무기의 종류나 날짜와 같은 세세한 것까지 외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지루한 과목으로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역사학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을 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 우선 인문학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사실 인문학이란 학문 자체가 꼭 문, 사, 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 말그대로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건축이나 경제, 정치학도 결국 사람을 위한 학문이기에,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주위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 역시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문, 사, 철의 범주에 가둬버리고서, 그것을 무슨 '지적으로 보이기 위한 상식' 정도로 한계를 지어버리거나, 외려 신성시해버리는 것은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저자 윤소정 역시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문학이란 내 주위에 있는 사람, 사물을 관찰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단점까지도 사랑할 줄 아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파악하는 것. 그래야만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끌어나가야 타인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 자신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이건 나 자신만을 아는 이기심과는 다르다.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듯, 또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사랑, 배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독자의 살아온 환경이나 생각하는 습관에 따라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자신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그 이해를 확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 생각을 공유하며+타인의 생각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나 혼자 읽고 끝낼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그럴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라도 나중에 독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선정해보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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