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최배달>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모티브가 된 전설적인 무도인 최배달에 대한 평전이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인데 현재는 절판된 터라 시중에서 구해볼 수가 없다. 남산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와서 읽었는데 얇은 데다가 내용이 무겁지 않아 후딱 읽을 수 있었다.


사실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대단히 감명 깊은 내용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무술을 수련하는 입장에서 전세계를 뒤흔든 전설적인 무도인의 발자취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최배달에 대한 편견도 깨지는 계기가 됐다. 최배달 하면 우락부락한 이미지 탓에 난폭하고 성미가 급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합리적이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특히 너무 무리한 단련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분수에 맞게 수련하는 게 좋다고 주장한 건 굉장히 의외였다. 최배달하면 무식하리만치 단련하고 또 단련하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범수화'는 최배달의 세 아들(최광범, 최광수, 최광화)의 이름 끝에서 따온 필명이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일대기를 정리했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무래도 최배달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니 최배달의 인간적인 면모나 내밀한 얘기들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쓰인 내용을 과연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과연 아들들이 아버지의 흠결까지도 사실 그대로 기록했을까. '아버지에 대한 세간의 풍문을 바로 잡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으니 속는 셈치고 믿어볼 밖에.


아무튼 나 역시 최배달처럼 어디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은거하며 무사수행을 하는 게 평생의 로망인데, 언제쯤 실천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니 영화 <바람의 파이터>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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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본가가 집 근처에 있는 터라 느긋하게(라고 하지만 새벽 5시에 기상...) 가서 차례를 지냈습니다. 간 김에 아예 근처 초등학교에서 수련을 하려고 미리 가방에 수련복을 주섬주섬 싸갔더랬습니다. 차례 지내자마자 곧장 옷을 갈아입고 동이 트기 시작하는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설날 아침이라 사방이 고요합니다. 유연공으로 몸을 풀고서 면벽공을 할 만한 장소를 물색하러 돌아다니는데 경비가 나와서 "운동하려면 운동장에서나 하지 왜 이렇게 돌아다니느냐"고 한소리 합니다. 기분이 나빴지만 정초부터 얼굴 붉히면 상서롭지 못하다 생각해서 그냥 "예예"하고 운동장으로 나와서 바로 권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손이 조금 시렵긴 했지만 수련하기 힘들 정도도 아니었고, 아무도 없어서 그 넓은 운동장이 제 차지였기에 수련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오행권은 한 바퀴씩 돌리고, 십이형권은 반 바퀴씩 돌렸습니다. 그렇게 한참 땀을 흘리며 수련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뜨면서 햇살이 운동장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포권 하다가 햇살을 정면으로 딱 맞았는데, 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실상 오늘이 진정한 새해의 시작인데, 첫 하루를 형의권 수련으로 열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작년 한 해 정말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받은 상처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딘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지난 날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가오는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새롭게 거듭나는 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보았습니다. 그 길에 항상 형의권이 함께 하기를...

Posted by 가베치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무술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옛날엔 무술을 수련할 때 온라인상에서 이러쿵 저러쿵 썰을 풀며 사람들과 노닥거리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더군요. 


수련일기야 매일 쓰고 있지만 그것도 저희 사부님과 사형제들만 볼 수 있게끔 비밀글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분들은 아마 제가 무술 수련을 아예 중단한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시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수련은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수련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게 수련하고 있습니다. 옛날엔 개인수련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요새는 춥건 덥건 간에 아주 피곤하거나 바쁘지 않은 이상은 매일 적어도 30분 이상은 수련을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얼마 전부터는 동작에 탄력이 붙어서 하루 일과 중 수련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 됐을 정도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내가 왜 무술을 수련하고 있는가', '무술 수련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사실 학생운동을 시작한 뒤로,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들을 보내왔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여러 번 좌절하고 자괴감 탓에 우울증도 오고 그랬습니다. 문제는 무술 수련으로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수련에 방해가 되고 있었습니다. 


또 무술을 수련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과 담력이 생겨서 매사 일처리를 할 때 대범하게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큰일 앞에서 겁 먹고 나약해져서 한 없이 초라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심해져서 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수련의 끈은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꾸역꾸역 수련터에 나갔지만, 이미 정신은 반쯤 나가버린 터라 도저히 수련에 집중이 안되더군요. 다행히 별 일은 없었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낙법이니 발력이니 계속 주고받아야 하는데, 정신 안 차리고 있다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건성건성으로 임하는 건 열심히 상대해주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요.


다행히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힘든 시간도 다 지나가고 요새는 안정된 기분으로 수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때 일들을 통해, 아직도 제 자신의 수련이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흔히 무술을 수련하면 사람의 기질이 바뀐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손을 맞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소통의 과정에서 친화력(소위 붙임성이라고 하는...)도 생길 수밖에 없죠. 또 실력이 상승할 때마다 자신감이 붙으니 모든 일을 대함에 있어 여유가 생기고 대범해진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담력까지 생기죠.


그러나 심적으로 조금 힘든 일이 생겼다고 해서, 쉽게 좌절하고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지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리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좀 더 강경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맞서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여전히 변하려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형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사형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수련할 때만큼은 수련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수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충고를 해주십니다. 이미 꿍푸가 어느 정도 쌓인 사형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수련을 극복의 수단으로 삼는다고 하니, 그 멘탈이 무척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얘기가 조금 길어졌습니다만, 요새는 그래서 무술을 수련하며 얻고자 하는 가치 중 첫 번째로 '기질 변화'를 꼽습니다. 소심하고 나약한 기질을 대범하고 호방한 기질로 바꿔나가는 게 목적입니다. 사부님이나 사형들이 수련을 통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변화라고 누누이 강조하시고, 저도 그 말씀을 믿기에 수련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제게도 다가올 변화라고 믿습니다.


호신도 당연히 얻어야 할 가치 중 하나죠. 다만 호신이란 것도 결국 성격부터 바뀌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강한 힘을 갖고 있어도, 상대방에게 맞설 수 있는 담력(용기)이 없다면 정작 실전에선 손발이 굳고 머리가 하얗게 변해서 아무 것도 못할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무술 수련을 통해 기질의 긍정적인 변화를 얻고 싶은 첫 번째 가치로 꼽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오늘은 원미소타 한 알을 자사호에 넣어 하루 종일 우려마셨습니다.


원미소타란 지유명차에서 개발한 소타차(보이차의 일종으로 둥글게 뭉쳐놓은 차)의 일종인데요, 저렇게 엄지손톱만큼의 크기로 낱개 포장되어 있습니다. 한 번 마실 때 반으로 쪼개서 나눠 마시거나, 아예 한 알을 통째로 넣어 우려마시면 됩니다. 보이차 자체가 워낙 여러 번 내려마시는 차라, 10번 이상 내려마시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탕색이 좀 연해지면서 맛과 향도 연해지면 더 이상 우려먹지 않습니다. 효능은 남아있을지 모르겠는데, 영 안 땡기더군요.


사실 차를 내려마시는 과정인 번거롭고 귀찮기는 합니다. 표일배라는 간단한 도구가 있긴 하지만, 그건 또 차를 내려마시는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맛과 향도 자사호에 내릴 때보다 덜한 게 사실입니다. 자사호로 우리게 되면 맛과 향이 풍부한 대신에 관리하기가 좀 까다롭지요. 다 마신 뒤 세척하는 것도 일이고요. 


그래서 이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 중입니다. 결국 차를 내려마시는 과정도 하나의 공부이자 수련인 셈이니까요. 그리고 물 끓이는 동안 한 번, 차를 우리는 동안 한 번... 틈틈이 참장도 서고 권가도 치면서 무예 수련을 하기 때문에 요새는 그래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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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드디어 나만의 해금을 장만했습니다. 사전에 해금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는데 "직접 가서 하나씩 만져보고 곡도 연주해보면서 자기한테 맞는 악기를 골라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시더군요. 선생님께서 미리 악기사에 연락해서 제게 맞는 악기들을 몇 대 준비해놓으라고 부탁도 해놓으셨습니다.


오늘 악기사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아마추어용 해금을 여러 대 내놓고 '2대만 고르라'고 하시더군요. 그 자리에 앉아서 일일이 조율 확인도 해보고, 스케일 확인도 하고 즉석에서 '오나라', '아리랑' 같은 곡들도 연주하면서 괜찮은 놈을 탐색해봤습니다. 솔직히 아직 초보라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꽤나 오랫동안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으려니, 사장님께서 한 말씀 하시더군요.


"촉이 오는 걸로 잡으세요. 그게 본인한테 맞는 악기인 겁니다"


그 촉이란 게 뭔지 모르겠지만, 켜봤을 때 느낌이 좋은 놈으로다가 두 대 골랐습니다. 사장님이 하나씩 직접 테스트를 해보더니 한 놈을 골라 제게 건네시더군요. 그리고 또 한 마디 하십니다.


"해금은 가르치는 선생님의 스타일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쪽 선생님한테 배우려면 이 악기가 낫겠네요"


악기면 다 같은 악기지, 촉이 온다는 것도 신기하고 지도하는 선생님 성격에 맞는 악기가 따로 있다는 것도 얼핏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저야 초보고, 이분은 국악 전문가이니 그러려니 했지요. 내심 신기했습니다. 누가 보면 해리포터가 요술지팡이 사러온 줄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금을 샀습니다. 프로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지만, 아마추어용도 무려 55만원이나 하네요.


그동안은 대여 방식으로 중고 해금을 빌려 연습을 해왔습니다. 큰 맘 먹고 시작했지만, 언제까지 배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뜻 고가의 해금을 산다는 게 내키지 않았던 탓입니다.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연장을 해오다가 어느새 또 추가 연장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더군요. 고민하다가 이젠 그냥 한 대 사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변이 없는 한, 꽤나 오래도록 배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매주 해금을 배우러 서울-부천을 왔다갔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돈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별 불만 없이 꾸준히 다닐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을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해금을 배우는 건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반 년 이상 배웠지만 아직도 기본기를 완벽하게 숙달하지 못해 고생 중입니다. 몇 개월 전에 배운 '오나라'와 '아리랑'을 아직도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합니다. 그럼에도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부단히 연습해서 간신히 칭찬 받을 정도가 되면, 선생님은 여지없이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십니다. 그럴 때면 또 한숨이 나오죠. 다시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합니다. 어느 정도 연습해서 이제 좀 된다 싶으면 얼른 선생님께 가서 검사를 받고 싶습니다. 마치 칭찬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요. 


해금은 정직합니다. 연습을 안 하면 남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못 따라가 쩔쩔 매는 쪽팔림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노력을 해야합니다. 선생님 앞에서 검사를 받을 때, 적어도 내가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안도합니다. 혹여 칭찬이라도 받게 되면 날아갈 듯 기쁘고요. 그런 맛에 해금을 배우러 다니는 것 같습니다.


진도 욕심을 버린 것도 해금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듯 합니다. 스스로 둔재임을 인정한 탓에 오히려 기본기의 완벽한 숙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곡도 벅찬데, 선생님께서 새 곡을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마음 같아선 선생님께 기본기 교정만 집중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 와서 음대 입시를 준비할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 해금 공연으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즐긴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니 배움이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예랑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예전엔 초식 하나라도 더 빨리 배우고 싶었습니다. 만약 사부님께서 안 가르쳐주시면 크게 실망스러워 하기도 했었죠. 지금은 그런 마음을 모두 버렸습니다. 그래서 형의권을 수련하면서도 지루함을 별로 못 느끼고 있습니다. 질보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완벽하게 숙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올바른 길로만 걷자는 게 제 신조가 됐습니다. 스스로 둔재임을 인정하니까 마음도 저절로 비워지더라고요.


여하간 올해 전역하기 전에 이런 저런 버킷리스트를 적어봤는데, 해금 배우기는 바로 그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버킷리스트를 스스로 실천했고,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낍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형의권 배우기'라는 새로운 버킷리스트도 실천했네요. 둘 다 꾸준히 배워서 내년 이맘때쯤 스스로에게 또 한 번 대견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어제가 크리스마스였죠. 저같은 솔로들은 이런 날 '방콕'하며 <나홀로집에> 시리즈나 정주행하는 게 맞겠지만, 연휴라고 집에만 있기 뭐해서 일부러 밖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제 눈을 괴롭히는 연인들의 달달함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원래 일요일이라 그런지 특별히 연휴 분위기도 안 나고, 눈도 안 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그닥 안 나더군요. 날도 많이 풀려서 야외수련하기 아주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그래서 보라매공원에 가서 무예 수련을 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보라매공원 대신 중앙대에 수련터를 만들어 운동하고 있는 터라 보라매공원은 또 오랜만에 가는 셈입니다. 확실히 그 사이에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지 수련터 풍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창으로 찌르고 베던 수풀들은 어느덧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었습니다. 제 키보다 높았던 게 시들고 나니 배꼽 아래까지 내려와 있더군요.


아직 배운 게 많지 않아 열심히 참장과 질보 수련만 하다 왔습니다. 사부님이나 사형들이나 "처음엔 지루함과 싸우는 게 가장 큰 수련"이라고 강조하곤 하시는데, 부족한 게 많기 때문에 지루할 겨를 없이 수련에 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목검도 챙겨나가서 검술 기본기와 본국검으로 땀도 좀 빼줬습니다. 어디 가서 장기자랑용으로는 이만한 게 없는 터라, 가끔씩은 투로를 잊지 않는 선에서 연습을 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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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해금 연습 영상을 올려봅니다.


요새 무예 수련하면서 셀프 동영상 모니터링 하는 재미에 맛들렸는데, 해금도 한 번 동영상 모니터링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급하게 촬영해봤습니다. 급하게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계속 연습해왔던 곡이고, 영상 촬영 전에도 몇 번 연습해서 손을 풀고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아리랑 이 곡만 몇 개월째 연습 중인데도 아직까지도 삑사리도 나고 완벽하지 못한 것을 보면 무예 뿐만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심하게 둔재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뭐 특별히 자괴감이 들거나 스트레스 받고 하진 않아요. 무예 수련하면서 '기본에 충실하라', '슬럼프가 오더라도 우직하게 그리고 꾸준히 연습하라'는 교훈을 체득한 뒤라서요. 요근래 들어서 꾸준히 개인연습을 하는 통에 진도에 뒤쳐질 정도도 아니고요. 사실 진도 욕심도 별로 없습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갈 생각도 없고,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주실 때 뒤쳐지지만 않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모두 무예를 수련하며 깨달은 교훈들이죠. 아직은 화려한 곡에 대한 욕심은 없고, 삑사리가 나는 등 부실한 기본기나 확실히 극복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생각해보면 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8개월 째입니다. 좀 있으면 1년이 되네요. 이제는 그냥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서울에서 부천까지 다니는 게 귀찮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배울 지는 모르겠지만, 스승이 더 이상 필요 없이 혼자서 교정하고 연습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꾸준히 다니고 싶습니다.


아래는 제가 다니는 부천 해금소리 교습소 약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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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중동 1159-5 부광프라자 4층 405호 | 해금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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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베기용 대나무가 몇 개 생겨서, 베기다이에 꽂아놓고 찌르기와 베기 연습을 좀 했습니다. 


창 찌르기는 표적 없이 허공에다 찌르는 식으로만 연습하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찌르는 연습을 할 수가 없지요. 실제로 대나무 세워놓고 찔러보면, 정확하게 표적을 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날 세우지 않은 창끝으로 두꺼운 대나무를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힘도 있어야 하고, 정확성도 있어야 합니다. 저도 몇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정확하게 대나무 중앙에 박혀서, 창날이 반대쪽으로 꿰뚫었을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더군요.


아울러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대나무를 갈겨베기 해봤는데. 몇 번의 시도에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검술 하시는 분들 시범하는 거 보면 대나무나 짚단을 뭉텅뭉텅 쉽게 베시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기술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안 베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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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력을 키운다는 것은 굳이 누군가와의 대결을 상정하며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담력은 자신을 이기는 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모든 두려움은 상대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첫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꼭 수련 뿐만 아니라 독서나 명상 등을 혼자 풀어가봐도 좋다. 가능하면 산이나 바다 등과 같은 자연 속이 좋다. 나도 20대 때에는 텐트 하나 둘러메고 온 산천을 헤맸다.


둘째, 누군가와 싸우려 하지 마라. 무예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바른 마음을 키우는 것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쌓인다.


셋째, 만약 싸워야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대가 나보다 최소 배이상 전투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라. 그럼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공포나 두려움은 인간이면 누구나 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와 그것에 빠지느냐 벗어나느냐의 선택이다. 그 또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출처: 한국전통무예연구소 홈페이지 內 최형국 소장님의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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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사부님이 하도 보이차 예찬을 하셔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차회'란 모임에 따라가봤습니다. 말그대로 차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는 일종의 번개인 셈입니다. 장소는 늘 '지유명차'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보이차를 정식으로 수입한 곳이라고 하는데, 사부님 말로는 국내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여기만 가면 적어도 가짜 보이차를 먹을 일은 절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인사동에 있는 지유명차 인사점에 가서 점장님이 우려주시는 차를 1시간 정도 마셨습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차를 1시간이나 마셔"라고 하겠지만, 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1시간 이상 차를 계속 마시더군요. 일단 차 자체가 계속 우러나기 때문에, 아까워서라도 한두 번 먹고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일 저렴한 '원미소타'라는 품종이 250g에 35,000원씩 하는데, 부자가 아닌 이상 한 번 먹고 버릴 사람은 없죠. 더욱이 계속 우러난다고 해서 맛과 향이나 효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마니아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회 우려 마십니다.


저도 그래서 친구들 데리고 찻집 가서 저렇게 계속 차를 우려주면 "물배 차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두 손, 두 발 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여기 점장님 말로는 "차를 계속 마셔서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까지 계속 마셔야 한다"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긴 하는데... 


아무튼 좋은 차를 마시면 정말 몸에서 반응이 오긴 합니다. 지금까지는 "굳이 차에 큰 돈 들일 필요 있나"하는 마음에, 가장 저렴한 '노동지 보이차'만 줄기차게 마셔대다가, 친구가 우려준 원미소타 한 잔에 금세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저렴한 보이차는 아무리 마셔도 몸에서 반응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보이차는 마시면 땀이 나는 등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나더라고요. 저야 이런 단편적인 증상만 느껴봤을 뿐인데, 오늘 차회 참석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매일 꾸준히 마시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타나는데, 몸의 독소가 빠져나오기 시작한다는 증거"라고도 하고 "척추를 따라 열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하네요. 단, 매일 꾸준히 마셨을 경우라고 합니다.


아무튼 원고료도 이제 들어올 예정이고,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몸 생각해서 마시는 차인데 돈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원미소타 한 봉지 들여왔습니다. 이게 그래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더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돈부터 벌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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