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금 다시 장준하와 <사상계>를 읽어야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꼭 42년 전인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의 약사봉 기슭에서 잡지 <사상계>의 발행인을 지냈던 장준하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채 발견됐다. 평소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암살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권 차원의 암살 의혹이 제기될 만큼, 당시 박정희 정권에게 장준하는 매우 두려운 존재였다. 그것은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독재 타도를 부르짖어온 그의 일생이 말해주고 있거니와, 특히 권력자들은 장준하의 분신과도 같은 잡지 <사상계>를 두려워했다.


1953년 장준하에 의해 창간된 <사상계>는 1975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될 때까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신랄하게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민주화의 열망을 심어줬다. 4.19 혁명의 불꽃을 피워 올림으로써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잡지 역시 <사상계>였다.


장준하가 <사상계>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주권을 가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권자의 관용은 미덕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교살"이라고 부르짖었다. 집권층의 폭주에는 그를 수수방관하는 시민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왜, 어찌하여 오늘의 질곡을 용납하고 이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우리 주권자는 방관만 하였던가? 언제나, 오직 주권자의 권능만이 조국의 진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러하거늘, 집권층은 조국의 진로를 오도하면서 주권자의 나침반의 평형을 교묘히 교란시키고 있다. (···중략···) 주권자의 우(愚)는 조국을 난파선으로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 <주권자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교살한다> (<사상계>1967년 4월 호 권두언)


모든 권력을 틀어쥔 채, 우리의 권리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 앞에서 체념하고 방관한다는 것은 스스로 노예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다. 장준하는 "당연한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것을 예로부터 노예라고 했다"며 노예정신에서 벗어나라고 일깨운다. 우리에게는 불의한 권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군정을 부인하고 번의와 의혹의 집권을 비판하고 부정부패와 폭력에 항의한 민중의 소리가, 체념 속에서 침묵과 굴종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오늘 이 집권체제의 정체를 정확히 직시하고, 민족사의 전진은 민중이 악한 집권에 대하여 준엄한 저항과 심판을 내리려는 결단을 선택할 때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1967년 2월 호 권두언)


오늘날 <사상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수원대 학생들이다. 각종 언론보도와 1심 판결로 드러났다시피 지금의 학교는 “이게 학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내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총장 일가가 교내의 모든 권력을 틀어쥔 채, 교수들을 부당 해고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우롱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수원대가 2015~2016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연속 D등급을 맞으면서 부실대학으로 전락하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총장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총장 연임에 성공했을 때도 그 넓은 캠퍼스 어디에서도 총장의 연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한 번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다 못한 몇몇 학생들이 뛰쳐나와 부착한 대자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뜯겨나가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의무가 있는 총학생회는 앞장서 싸울 것을 요구하는 학우들의 호소에도 끝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지경에 이르러서도 분노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성’이라 불리기를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불의 앞에 분노할 줄 알고, 분노하면 일어설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지성의 자격이 있다. 눈앞의 불의에 항거할 줄 모르면서 어찌 우리의 권리를 회복하기를 바란단 말인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권리회복을 위해서는 학교의 주인인 우리 학생들부터 먼저 정신 차리고 깨어나야만 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장준하와 <사상계>의 교훈은 유효하다. 그가 남긴 <사상계>는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우리 학생들에게도 권리회복을 위해 각성하고 투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참다운 민중세력은 언제나 역사에서 승리한다. 겨울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을 지니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이 암흑에서 그래도 지금 일어나야 한다. 봄이 온다. 꽃이 핀다. 저항의 계절에 우리는 민중의 새로운 승리, 민족사의 거대한 긍정을 다짐하자"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 1967년 2월 호 권두언)


체념하고 방관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그 순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련을 청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후배들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후배들에게 적폐사학의 유산을 떠넘기는 못난 선배가 될 수는 없다. <사상계> 권두언의 행간 속에서 "어서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라"는 장준하의 준엄한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2017년 8월 17일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

(http://www.facebook.com/urd0719/)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가베치

기사 링크: http://naver.me/5ks5quPh


<한겨레> 8월 9일자 조간신문에 수원대 사태와 함께 이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소식이 짧게나마 보도됐다. 비록 다른 대학들과 묶어서 보도됐기에, 길게 언급되지는 못했지만 수원대 문제가 또 한 번 여론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리얼뉴스>에 이어 <한겨레>와 같은 메이저 언론에서도 학생운동의 출범 소식을 보도해준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가베치

기사 링크: http://realnews.co.kr/archives/5986


안녕하십니까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입니다.


지난 주말 보도자료를 작성해 메이저 언론사를 비롯, 여러 인터넷 언론사에 배포했습니다. 아직까지 다른 곳은 소식이 없는 가운데 <리얼뉴스>가 저희 학생운동의 출범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저희가 하나된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학내분규와 우리들의 투쟁 소식을 전달한다면 여러 언론사에서도 관심 갖고 저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학우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이번 학생운동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입니다.


해당 기사의 링크를 널리 공유해주시고 학생운동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권력자가 원하는 것은 우리들의 굴종이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들의 용기와 인내일 뿐입니다.


2017년 8월 7일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 (URD)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가베치


티스토리 툴바